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60)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62화(162/185)
배신자의 말을 들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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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지노릭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부족의 족장으로서 소집에 참석한 참이었다.
족장 회의가 열린 천막에 들어서자, 그의 자리가 보였다.
“얼른 자리에 앉아라, 지노릭.”
천막 안에 배치된 자리는 42개.
그중 41개가 다른 족장이 자리를 잡은 상황.
남은 한 자리를 보자 다시 욕지거리가 솟구쳤다.
‘이 개 같은···.’
남은 자리는 입구 바로 옆자리였다.
자리의 위치가 곧 족장의 급을 나타내는바.
지노릭은 42마리의 족장 중 말단이란 의미였다.
지난 회의 땐 그래도 중간은 갔었거늘.
‘이젠 대놓고 무시하는 거냐.’
자리에 앉자 여기저기서 비웃음이 흘렀다.
지노릭은 한때 종족의 왕으로 불리던 오크였으니.
그의 추락이 우스워서 비웃는 것이라.
그는 주먹을 꽉 쥐며 어깨를 떨었다.
“족장 회의를 시작한다!”
상석에 앉은 오크가 주먹으로 바닥을 찍자, 족장들은 환호로 호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크의 족장 회의는 침략을 위한 준비였다.
언제, 어디를, 어떻게, 공격할까 준비하는 단계.
그 때문에 족장 회의를 싫어하는 오크는 없어야 했지만, 지노릭은 근래에 들어서 족장 회의를 혐오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넘는다!”
“신이 우릴 돕기로 약속했다.”
“언제 갈 거냐? 언제? 지금?”
“나 공격한다! 사냥할 거다!”
보라.
이것이 어디 회의라고 할 수 있겠나.
전략, 전술, 무엇 하나 논의되지 않는 시장 바닥이었다.
그저 언제 공격하느냐, 그것 하나 입을 맞출 뿐.
그 외에는 제멋대로 지껄이다가 끝났다.
“지노릭!”
시큰둥한 표정으로 족장들을 훑고 있자, 상석의 족장이 호통치듯이 지노릭을 불렀다.
“너도 참가해야 한다. 알고 있겠지.”
“알고 있다. 이번에도 저번처럼 보내도록 하지.”
“저번처럼?”
족장은 콧방귀를 뀌었다.
“저번에 그렇게 보내고 패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똑같이 보내겠다는 거냐?”
“더 보내고 싶어도 보낼 전사가 없다.”
“거짓말하지 마라! 또 전사들을 빼돌리고 있겠지!”
그의 노성에 다른 족장들이 거들었다.
“맞다. 지노릭은 거짓말하고 있다.”
“뒤에서 이상한 수작을 벌일 셈이겠지.”
“우리가 진 건 지노릭이 수작을 부려서다!”
지노릭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니라면 전사를 더 보내라!”
“우리는 속지 않는다!”
어린아이처럼 징징거리는 족장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점점 화가 끓었다.
지금껏 그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던 족속 아니었나.
그런데 힘을 조금 얻었다고 그를 압박하고 있었다.
“이 멍청이들이··· 나 때문이라고? 저번 공격이 실패한 원인은 내가 아니라 너희야! 멧돼지처럼 정면에서 달려든 너희 탓이라고!”
지노릭은 목에 핏대를 세우고 항변했다.
“내가 분명 경고했잖아, 그래선 안 된다고. 듣지 않은 건 너희다! 이게 어떻게 내 탓이냐?”
그러나 이 자리의 누구도 그에게 호응하지 않았다.
마치 답은 정해져 있고 읊으면 된다는 듯이 버럭했다.
“변명하지 마!”
“고블린만도 못한 놈!”
41마리의 오크가 지노릭을 매도했다.
몇몇은 자리 앞에 놓인 음식을 던지기까지 했다.
철퍽!
지노릭은 피하려 했지만, 일부가 몸에 맞아 흘러내렸다. 일순간 욱하고 화가 끓어 올라서 자리를 박찰 뻔했다. 하지만 얼마 안 되는 이성이 그를 붙잡아 가까스로 화를 삭였다.
이 자리에서 싸우면 죽는 것은 그였다.
41마리 중 7마리나 그보다 강했으니까.
퍽, 퍽!
그 7마리의 족장이 각자 도끼, 단검 등을 바닥에 찍었다.
여차하면 지노릭을 죽이겠다는 투.
죽지 않으려면 참아야 했다.
으그극···
불과 한 해 전까지 누구도 그에게 이러지 못했다. 우그다쉬처럼 반발하는 족장은 있어도 감히 면전에 쓰레기를 던지거나 모욕을 내뱉는 오크는 없었다.
지노릭보다 강한 오크가 없었으니까.
한데, 옛 신이라는 괴물이 해방되고서 달라졌다.
– 너희에게도 힘을 주겠다.
로드를 압도한 알레온의 무위.
그 무위의 근원을 전해주겠다는 제안이 있었다.
옛 신은 힘을 얻기 위한 의식을 세례라고 칭했다.
‘그걸 받아선 안 됐는데.’
처음 세례를 받은 것은 하급 전사 4마리였다.
옛 신을 불신한 지노릭이 버림패로 보낸 하급 전사.
며칠 지나지 않아 그들은 옛 신의 마력을 품고 돌아왔다.
상급 전사조차 쉬이 꺾을 정도로 막대한 힘을 말이다.
“우워어어어어어어!”
오크는 힘을 숭배한다.
숭배까지는 아니어도 힘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터.
세례를 받은 하급 전사가 맨손으로 상급 전사를 찢었다.
있을 수 없는 이변이 발생했다.
“죽인다··· 찢는다!”
그 소문이 퍼지자 세례를 거부하거나 의심하는 무리가 확 줄었다.
지노릭을 대표로 한 소수가 옛 신의 의도를 의심했지만, 강해지고자 하는 욕망을 어찌 막겠나.
‘함정이다. 너무 달콤해서 걸릴 수밖에 없는 함정.’
지노릭은 원체 의심이 많았기에 세례의 대가를 의심했다. 그토록 막대한 힘을 얻는데, 대가가 없다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냥! 인간, 사냥한다!”
“신을 믿어야 한다. 신은 옳다!”
의심은 적중했다.
세례는 지능을 떨구었다.
지능을 바쳐서 힘을 얻은 것처럼.
“멍청이가 되었군···.”
그리 생각될 정도로 멍청하고 저돌적인 성격이 되었다.
거기에 옛 신에 대한 의존도 보였고.
“무슨 짓을 한 거냐.”
지노릭은 세례를 내린 옛 신에게 추궁했다.
에테모스, 라는 이름의 까마귀 얼굴이 달린 존재였다.
옛 신답지 않게 기괴한 것은 얼굴뿐이고, 목 아래는 엘프 혹은 인간과 같았다. 두 손, 두 발이 달려서 얼굴만 가리면 두 종족 중 하나라고 착각할 법했다.
– 무슨 짓이라, 범위가 너무 넓군.
“네 세례를 받은 놈들을 봐라! 고블린도 저 정도로 멍청하지 않아. 다른 종족이 우리를 멍청하다고 놀려도 저 정도는 아니란 말이다.”
– 흠, 세례가 멍청해진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받은 전과 후의 변화가 뚜렷한데 어떻게 아니라고 할 테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멍청해진 것뿐이라면 차라리 낫지. 아기 새처럼 널 숭배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 성공이군.
“뭐?”
지노릭은 눈을 깜빡였다.
신이라는 작자가 무슨 소리를 했는가.
에테모스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웃었다.
– 그것이 세례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는 법이지. 너희에게 내가 힘을 주었으므로 그만한 대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대가? 노예가 되는 것이?”
– 나는 강요하지 않았다. 선택지를 주었을 뿐.
선택?
– 그래, 선택이지.
헛소리였다.
작금의 상황에서 누가 세례를 거부할까.
하급 전사가 세례를 받고 상급 전사를 뛰어넘었다.
하루아침에 아랫것에게 추월당한 상급 전사가 가만있을까?
‘저 약골이 세례를 받아서 이렇게 되었다면 나는?’
상급 전사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이미 강한 그들이 세례를 받으면 어디까지 강해질까?
“우리도 받겠다!”
“안 돼! 받지 마라. 함정이란 말이다.”
세례를 받은 상급 전사는 족장을 뛰어넘었다.
그 탓에 많은 족장이 상급 전사에게 죽임을 당했다.
전사와 다르게 족장이 되는 방법은 제한적이었으니까.
무리를 이루어 독립하거나, 족장을 죽이고 빼앗거나.
오크, 고블린이 쉬운 길을 두고 돌아갈 리 없지.
“지노릭! 우릴 죽일 셈이냐!”
“이대로 있으면 우리도 죽는다.”
“세례를 받아야 한다!”
통제가 무너졌다.
지노릭을 제외한 족장 전원이 세례를 받았다.
그의 휘하에 군소 부족장은 대부분 남았으나, 족장 회의에 참여할 자격을 갖춘 대족장 중 세례를 받지 않은 자가 없었다.
또한, 그들 중에 몇몇은 지노릭을 넘는 강함을 얻었으니.
강함을 숭배하는 오크가 약자의 말을 들으려 할까.
지노릭의 권위는 빠르게 녹아내렸다.
“지노릭은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족장 회의는 강자만 앉을 수 있다!”
지노릭은 분명 강했다.
세례를 받지 않아도 족장으로 남을 정도로.
아직도 많은 부족이 괜히 그를 따르는 것이 아니었다.
세례받은 부족과 적대하더라도 그를 따르는 이유가 있었다.
“세례는 우리를 노예로 만드려는 함정이다.”
“지노릭이 세례를 받으면 다시 우리의 왕이 될 거다!”
허나, 지노릭은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
“놈은 오크가 아니다. 음흉한 고블린이지!”
“아니다. 인간이다. 인간이 오크인 척하는 거야.”
오크답지 않게 꾀가 많은 점이 근본적인 문제였다.
오크가 괜히 다른 종족들에게 멍청하단 소리를 들을까.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당당하게 싸우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지노릭은 오크치고 머리를 굴려서 계략을 벌였고, 이를 통해서 세력을 불려왔다.
다른 종족이 보기에 꾀가 많다는 평이었지만, 동족이 보기에 소심하고 음흉한 족장이었다.
오크들이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엘프를 사냥하러 갔을 때도, 자기 부족을 동원하지 않으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
– 왜 세례를 받지 않지?
에테모스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세례를 받는 것이 자유라고 했던 옛 신은 이제 그에게 강요했다. 더는 본심을 감출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이라.
– 너는 선택해야 한다. 우리와 하나가 되느냐, 아니면 죽느냐. 네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마라.
지노릭은 에테모스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는 한때나마 오크의 왕이라 불렸던 강자.
높디높은 자존심이 고개를 숙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여 그가 택한 것은 제3의 선택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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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신자의 말을 들어 보겠다고?
펜던트의 티아마르가 사념을 전했다.
– 아버지를 배신한 녀석이야. 너도 배신할걸?
나는 구시렁거리는 그녀를 무시하고, 회담장으로 향했다.
장소는 판토니아 남단에 있는 숲 한가운데였다.
서로 대놓고 찾아가기 곤란한 상황이었으니.
소수의 호위를 데리고 만나기로 약조했다.
“황제 에다르. 우리는 손을 잡아야 한다. 귀쟁이가 옛 신, 이라고 부르는 괴물이 너무 강하다. 우리가 손을 잡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다.”
지노릭은 초췌해 보였다.
옛 신의 술수에 변이를 택한 동족이 수두룩할 터.
그사이에서 순수를 유지하고 있기란 어렵겠지.
알게 모르게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을 것이다.
“후회하는 것 같군.”
“후회?”
“너희가 옛 신을 해방하지 않았나. 재앙이 너희의 행위로 말미암아 세상에 도래했으니, 네 잘못을 후회한다고 봐야겠지.”
“괴물을 해방한 건 알레온이다. 내가 아니야.”
나는 낮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알레온이 혼자서 이 모든 일을 했다고? 책임을 너무 떠넘기는군. 너는 그를 도와서 로드를 죽이지 않았나.”
“로드를 죽여? 아니다. 로드는 죽지 않았다.”
지노릭은 인상을 와락 구겼다.
“우리가 로드와 다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누구도 로드를 죽이려 하지 않았어. 알레온, 놈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머지는 아니야.”
“로드의 마력이 사라진 이유는?”
“우리가 알레온의 선동에 화가 치밀어 있을 때, 알레온이 로드에게 대의제를 배신한 죄를 묻고자 했다. 봉인이라는 벌로서.”
역시, 라고 티아마르가 사념을 흘렸다.
“우리는 망설였다. 그가 우리를 배신했어도, 로드는 로드 아니냐. 봉인은 그가 스스로 택했다.”
로드가 봉인을 스스로 택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왜?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내 경험 중 이런 적은 없었다.
– 흥, 변명은.
나는 티아마르의 반응에서 묘한 기분을 느꼈다.
로드를 필멸자로 만든 결정적 원인을 누가 제공했지?
“화를 참았어야 했다. 욕심에 눈이 멀었어. 가질 수 있는지 아닌지를 따져보지도 않고 일을 저질렀어. 귀쟁이, 난쟁이··· 고블린만도 못한 놈들.”
지노릭은 푸념에 가깝게 중얼거렸다.
옛 신을 해방한 행위에 후회하는 것이라.
“로드가 조만간 죽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그가 죽고 누가 우리 위에 서느냐를 두고 경쟁했지. 그게 너무 컸다. 너도 그 득을 봤지, 인간?”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득을 보아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거든.
본디 경쟁이 격화되어 이종족 간에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고, 그 덕에 자멸하던 인간이 숨통을 트게 되는 것이 본편의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내가 너무 일찍 세상에 도래한 탓에 대의제의 분란이 꽃을 맺지 못했다. 블라드의 미케나 제국 하나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것이 고작이었지.
“알레온, 놈은 괴물을 지배하고 있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언젠가 놈이 괴물에게 먹힐 거다. 아니면 똑같이 괴물이 되거나.”
“잘 알고 있군.”
“내 종족이 변하는 것을 봤으니까. 놈이 만든 하이엘프, 라는 종도 세례를 받은 놈들과 똑같을 거다. 우리보다 덜 멍청하더라도 괴물의 종복이란 것이 똑같을 거야.”
– 하이엘프?
‘엘프의 아종. 세계수가 만든 신종이다.’
– 새로운 종? 무슨 소리야? 세계수가 다른 종을 만들다니?
엘프는 세계수가 열매처럼 맺는 종족이다.
생식이 가능하나, 극히 드문 경우에 불과했다.
절대다수는 세계수에서 태어나 자랐다.
엘프의 아종이 태어났다는 말은 세계수에 어떤 변화가 발생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세계수를 변화시킬 요인은 하나 밖에 없지.
– 알레온, 그 머저리가 세계수까지 더렵혔다고?
“차라리 세례를 받는 게 나아. 알고 있나? 세례는 괴물의 마력을 받는 거거든. 마력이 빠져나가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저 하이엘프란 놈들은 달라.”
“생명이 잉태 될 때부터 변이가 시작되니까.”
“지금은 오크인 척, 엘프인 척, 하고 있어도 수가 충분해지면 우리를 잡아 먹고 세상을 지배할 거다.”
지노릭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화가 아니라 두려움이 치밀어서 소름이 돋은 것이라.
“아직 늦지 않았다. 모든 오크, 고블린이 괴물에게 넘어가지 않았다. 네가 나를 도우면 내가 다시 모든 부족을 지배하겠다.”
지노릭은 여전히 강했다.
변종으로 가득한 무리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 않나.
힘 싸움에서 정말로 밀렸다면 눈깜짝할 사이에 먹혔을 터.
오크, 고블린은 서로를 잡아먹으며 성장하는 종족이니까.
“세례를 거부하는 무리가 아직 많다. 내가 아니어도 순수를 지키겠다고 할 놈들이야. 네가 나를 돕는다면 내가 놈들을 모아서 괴물을 쫓아내겠다.”
나는 우드득, 우드득, 이를 가는 지노릭을 살폈다.
“글쎄.”
“글쎄라니? 뭘 망설이는 거냐.”
“굳이 손을 잡을 필요가 없단 생각이 드는군.”
“뭐? 너 혼자서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네가 아니어도 순수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지.”
지노릭이 없어도 알아서 싸울 족속이라고.
나는 경험으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너도 알레온과 같은 생각을 하는 거냐? 다시 생각해 봐라! 각자 잡아먹힐 뿐이다! 당장은 네게 득이 될지 몰라도 우리가 패한 뒤에 어찌 될 줄 알고?”
“그 전에 끝을 맺으면 된다.”
“또 무슨 소릴···.”
지노릭과 손을 잡아도 내게 득이 될 일은 별로 없다.
녀석이 없어도 그 밑에 있는 족속은 알아서 싸울 것이고.
되레 지노릭이 있으면 나를 이용하려 들 터.
“내게는 네가 궁지에 몰려서 복속되는 것이 더 곤란해.”
지노릭 정도 되는 오크가 세례를 받으면 얼마나 강해질까.
나는 우그다쉬가 옛 신에게 복속된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지노릭이 그 꼴이 나면 곤란하지.
“너···.“
마주 보는 눈동자가 커졌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깨달은 모양.
그러나 늦었다.
“처음부터—“
– 처음부터 이럴 속셈이었어?
서걱!
내 사념이 내 뒤에 선 칼리오페와 근위대에게 닿았으니.
지노릭과 그 호위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티투스. 남부 원정군을 불러라. 오크, 고블린을 먼저 잡는다.”
“정복입니까?”
“아니.”
나는 뒷말 없이 티투스를 보았다.
그는 의미를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 대의제에 자리 두 개가 비겠네.
우리가 압도할 수 있는지를
자리 두 개?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두 자리로 끝나면 안 되지.”
“그렇습니다. 고작 두 개로 끝나면 안 되지요.”
근위병 라이몬도가 말을 받았다.
그는 내 사념을 통해서 티아마르의 사념까지 읽었다.
“제국은 지난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습니다. 탑을 지어 옛 신의 마력을 막고, 사이사이 틈으로 들어오는 전염병과 변이 그리고 기상 이변에 대처했지요. 해안으로 침투하는 사냥꾼과 북부와 남부에서 쇄도하는 적도 막았고요.”
동시에 제국 전역에 산업 단지도 새로이 조성했다. 조병창과 제철소 등 본디 수년이 걸려야 할 공사. 권속과 마력을 쏟아서 믿기 힘든 속도로 다져놓았다.
그 결과 한 달에 10문가량 생산되던 대포가 지난 한 달 동안 86문이 만들어졌다. 머스킷의 재고도 미케나 제국으로 떠날 당시 재고보다 열두 배가 넘었고.
인류 제국은 병영 국가, 라는 말에 가장 부합하는 국가다. 가진 역량을 밑바닥까지 끌어모아서 군을 무장하는 데 쏟아붓고 있었으니.
“속성이긴 해도 군사 학교에서 배출한 장교가 제국군에 합류했고, 권속을 제외한 제국군의 수가 10만에 이릅니다. 물론 지켜야 할 곳이 많기에 전부 동원할 수는 없겠죠.”
그래도 절반은 동원할 수 있지.
모두 화약 무기로 무장한 병사로.
– 그래그래, 인간만 늘어난 것도 아니지.
“예. 저희도 있지요. 남부 원정군이 합류하면 최소 3개 연대 이상. 에다르 님이 가장 많이 동원한 권속의 3배에 가까운 수입니다.”
1개 연대는 완편 기준 1,000명.
3개 연대면 3,000명의 권속이 동원되는 셈.
이들의 전력은 남부 원정에서 확인되었다.
내가 직접 지휘하지 않았는데도 프리트란드를 정복했다.
“드디어 때가 된 겁니다. 에다르 님이 바라시던 전면전을 벌일 수 있는 때가 온 거죠. 안 그렇습니까?”
– 아주 신이 났네. 칼리오페는 말 많은 애를 싫어하지 않아? 어떻게 근위대에 들어온 거야?
글쎄, 생각해보니 이유를 물은 적이 없었다.
– 이따 돌아오면 물어봐봐. 진짜 궁금하거든.
나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티아마르의 사념을 무시했다.
“전면전이라.”
바라지 않으면서도 바랐던 것이었다.
전면전은 그만큼 많은 인간이 죽는다는 것이고, 내가 전면전을 각오할 때가 되었다는 것은 인류의 역량이 그만큼 커졌다는 소리이기도 하니.
– 좋든 싫든 때가 된 거지.
외부에서 적을 막고, 내부에서 기반을 쌓는 과정을 수년에 걸친 결과, 제국이 얻은 것은 군사력이었다. 이종족과 전면전을 각오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군사력.
‘오크, 고블린, 악연 깊은 두 종족과 끝을 맺을 때다.’
나는 시선을 내려서 평야에 널린 괴물을 보았다.
옛 신의 마력을 한껏 머금고 탄생한 이종족의 변이들.
내가 발하는 빛이 평원에 내리자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연기를 뿜어내듯 거무튀튀한 마력을 내보냈다.
‘그리고 확인해봐야겠지. 옛 신, 변이를 주도하는 연구자의 자손을 우리가 압도할 수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