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61)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63화(163/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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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마력이 아니라 자연에 의해 부는 바람.
생명이 살기에는 너무도 추운 바람이었다.
다각, 다각···
그런 바람을 맞으며 옛 신이 한 도시를 찾았다.
하반신은 말과 같고, 상반신은 엘프와 유사한 외형의 옛 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음에도 추위를 느끼지 않는 모습.
허나 숨을 내쉬면 허연 입김이 진하게 났다.
다각, 다각···
옛 신, 사티마는 버려진 도시의 전경을 보며 걸었다.
이 도시는 한때 오리칼쿰의 매장지로 유명을 떨쳤다. 그러나 자원에 기반을 둔 삶은 그 끝이 정해져 있으니, 오리칼쿰이 거덜이 나자 하루아침에 몰락했다.
농사도 안되고, 목축도 안 되는 이 땅에 누가 살겠나.
하다못해 거점으로서 가치가 있었다면 달랐을 것을, 그조차도 없어서 빈민마저 도시를 버리고 떠났다. 한 드워프는 이곳의 몰락이 봉우리의 몰락을 미리 보는 것이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
하지만 지금 도시의 광경은 기묘했다.
없어야 할 사람이 도시 곳곳에 있었으니.
그리고 그들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굳어 있었다.
차디찬 바람 소리만이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알릴 뿐.
“여전히 고약한 취미군.”
도시에 있는 사람은 누군가의 작품이었다.
엘프, 드워프, 인간을 본떠 만든 인형이거나, 여러 생명을 뒤섞어서 만든 괴물 등 그런 작품으로 빈 도시를 채운 것이었다.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이.
끼이이익—
사티마는 도시 지하에 있는 창고로 들어갔다.
오랜 기간 보수되지 않았는데도 기능이 유지되고 있었다. 철문을 닫자 바깥의 거센 바람이 뚝 끊어지며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서걱···
대신 다른 소리가 들렸다.
사티마의 민감한 청각에 무언가 자르는 소리가 잡혔다.
“좋군.”
뒤이어 들리는 것은 귀를 찌르는 얇은 목소리.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는 사티마는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때를 잘못 잡아서 헛걸음질하지 않았으니.
다각, 다각, 계단을 내려가서 넓은 공간으로 들어섰다.
– 에테모스.
까마귀 얼굴의 옛 신은 부름에 반응하지 않았다.
사념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몰두한 것이라.
사티마가 도시를 찾은 이유가 그 탓이었다.
서걱, 서걱···
에테모스는 허리를 깊게 숙이고 왼손에 든 수술용 칼로 인간 남성의 시신을 해부하고 있었다. 까마귀 얼굴은 표정이 없었으나 사티마는 그가 웃고 있음을 경험으로 알았다.
“흠.”
창고는 역한 냄새로 꽉 찼다.
백이 넘는 시신이 창고에 누워 있었으니.
사티마도 코를 씰룩이면서 크흠, 불편한 소리를 냈다.
“일어서라.”
에테모스는 여전히 사티마의 존재를 모른 채, 인간 남성의 시신에 마력을 흘려 넣으며 말했다. 그러자 꿈틀, 하고 옆에 누운 시신이 움직였다.
“······.”
그가 움직이기를 바란 시신이 아니었다. 갸웃하면서 다시 마력을 흘려 넣으며 명령하지만, 똑같은 반응이었다. 에테모스 앞에 누운 시신은 꿈쩍도 하지 않고, 옆에 있는 시신들이 움직이는 상황이 이어졌다.
“잘 안 되나.”
그제야 에테모스가 사티마를 보았다.
“사티마.”
“일에 너무 몰두하는 거 아닌가? 적어도 반응은 해야지.”
에테모스는 살짝 책망이 담긴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신에 다시 시선을 보냈다. 탐욕, 이라는 감정이 두 눈동자에 아른거렸다.
“신기해. 전혀 움직이지 않아.”
“자네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있나? 난 그게 더 신기한데.”
“와서 봐봐.”
사티마는 움직이지 않는 시신 앞에 섰다.
창고에 있는 모든 시신이 인간종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시신이었다. 외형은 그저 신장이 조금 클 뿐인데, 그 안에 유일하게 마력이 감돌고 있었으니.
방금 에테모스가 흘려 넣은 마력과 다른 마력이었고, 그 양이 적으나 옛 신의 마력을 밀어낼 만큼 저항이 거셌다. 시신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탓이리라.
“이게 뭐지? 이런 마력은 처음 보는데.”
“인간의 황제, 놈이 만든 노예야.”
“아. 황제, 로드의 후계자. 그의 피조물인가.”
오호, 하고 소리 내며 눈에 이채를 발했다.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무리. 그토록 애를 쓰더니 결국 구했군.”
“뭐, 내가 원한 건 살아 있는 놈이었지만.”
그래도 형체가 온전한 것이 어디냐고, 사티마가 말했다.
“뜯어 보니 어떤가? 재미난 거라도 발견했나?”
“재밌다면 재밌지. 외형은 인간인데, 속은 인간이 아니거든.”
“음? 무슨 뜻이지?”
권속과 그 옆에 누운 보통 인간.
장기를 드러낸 두 시신은 차이가 없었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다를 뿐, 구성은 똑같았다.
“봐봐. 보면 소화기관이 있잖아. 그런데 황제가 만든 인간은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 할 순 있지만, 하지 않아도 돼. 굶어 죽지 않는다고.”
“살아 있는 존재라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 재밌다는 거야. 살아 있는데 음식 섭취가 필요 없다니. 그렇다고 호문쿨루스나 골렘처럼 마력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에테모스는 눈앞의 권속을 잡기 위해 열흘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권속은 식사는커녕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는데도 탈수 증세가 없었고 피로조차 거의 느끼지 않았다고.
“믿기 힘들군.”
“하지만 사실이야. 보라고.”
죽은 권속은 창백했으나, 열흘을 굶다가 죽은 모습이 아니었다.
근육이 다부지게 발달했고 볼살도 올랐다.
“황제가 자네도 모르는 제조법을 가진 건가.”
“아마도.”
“허.”
에테모스는 옛 신 중에서 손재주가 가장 능하거늘, 그도 파악하지 못할 능력을 갖추었다는 소리였다.
“마력도, 식사도 필요 없는 생명이라.”
“그뿐이 아니야. 마력 내성도 높고, 질병도 상당수 면역이지. 수명은 파악이 안 되지만, 만약 수명까지 길다면 엘프보다 우월한 동물이라고 봐야겠지.”
“대단하군.”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게 있어.”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사티마는 눈매를 좁혔다.
“충성심. 황제의 노예는 주인을 배신하지 않아. 환각 속에서 몇 번이고 시도해 봤는데 말이지, 한 번도 마음을 돌리지 않았어. 나중에는 아예 스스로 목숨을 끊더군.”
권속의 목에 난 상처가 그 흔적이리라.
이를 보는 사티마의 눈빛이 더욱 진중해졌다.
권속의 존재가 그들이 원한 노예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기에.
“자네가 이걸 똑같이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 된다면 세계수 따위에 손을 쓸 필요도 없어.”
오크, 리자드맨, 엘프 등 이종족에 세례와 같은 수작을 부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옛 신들이 종복을 만들고자 손을 쓰는 것이었다. 그들이 로드에게 굴복한 이유 중 하나가 노예가 없어서였으니까. 이종족이 로드를 따라 옛 신에게 대항했기 때문이니까.
그때의 경험으로 옛 신은 배신하지 않는 노예가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인간과 인형 사이에 있는 괴이한 존재야.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한데. 황제란 놈이 우리의 생각보다 대단한 놈일 가능성이 커.”
“흠···.”
탐욕에 찬 눈으로 권속을 내려다보던 에테모스.
문득, 떠오른 것처럼 얼굴을 들었다.
“그래서? 왜 찾아왔지?”
“키몬이 자넬 찾고 있어.”
“키몬이? 나를?”
에테모스는 머리를 옆으로 기울였다.
까마귀 머리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어깨에 닿았다.
“또 그건가.”
지겹다는 투로 손을 휘휘 저었다.
키몬은 오크, 고블린을 부리고 있는 옛 신 중 하나.
인간의 영토에 눈독을 들여서 침공을 꾀하고 있었다.
허나 에테모스가 반대를 표했기에 매번 막히고 있는 상황.
동의를 구하기 위해 그를 찾은 것일 터.
“헛짓거리 말라고 전해줘.”
“그냥 동의해주지 그러나?”
사티마는 키몬에게 사념을 보내려다가 먼저 물었다.
“저 제국이란 곳 너머에 뭐가 있는지 잊었어?”
“제국 너머? 티아마르 말인가.”
“알레온이 말했지. 티아마르가 서남쪽 끝에 봉인되어 있다고. 사티마, 너는 그 봉인이 잘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해?”
그럴 리가.
사티마는 코웃음을 쳤다.
미케나의 황제, 블라드가 티아마르에게 조종당하고 있단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옛 신은 모두가 알고 있었고, 이종족 중에선 알레온과 그 측근이 알고 있었다.
“우리를 옭아매고 있던 봉인, 그년을 옭아매고 있던 봉인, 둘 다 로드가 만들었어. 우리가 이렇게 풀려났는데, 다른 쪽이 멀쩡할 리 없잖아.”
“그렇겠지.”
“분명 무언가 하고 있을 거야.”
봉인은 실상 유명무실한 상태가 분명했다.
티아마르는 봉인을 빌미로 몸을 숨기고 있을 뿐.
자신을 감추다가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겠지.
“아직 가까이 갈 때가 아니야. 황제도 모종의 관계가 있어. 블라드와 손을 잡은 걸 보면 확실하지. 이런 상황에서 빼앗긴 힘을 되찾지 못한 우리가 벌집을 쑤셔야겠어?”
“나로선 너무 소심하다 느껴진다만.”
“불만이 있으면 카르카스에 말해. 그가 결정한 사안이니까.”
카르카스, 옛 신 중 가장 강대한 힘을 가진 자.
“한동안은 바르멧처럼 통제가 안 되는 녀석을 보내기만 할 거야. 통제에 따르지 않는 반골들에게 또 심연에 봉인 당할 수 있다고, 긴장을 만들어 줘야지. 그래야 말을 잘 듣는다고.”
사티마는 쯔쯔, 혀를 차면서 한소리 하려다가 멈칫했다. 키몬에게 에테모스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그와 정신을 연결하자 예상 밖의 사념이 흘러왔다.
에테모스는 사티마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왜 그러지?”
“제국이 올라오고 있다.”
까마귀가 눈동자를 깜빡였다.
누가 제국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제국이 공격했다고?
혹시 잘못 들었나 싶어서 물끄러미 사티마를 보았다.
“세가 상당한 모양이야. 자네의 실험작도 쓸렸다는군.”
실험작.
에테모스와 키몬 등 옛 신이 피와 마력을 주입해서 변이시킨 오크와 고블린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흥. 작품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쓰레기야. 애초에 써먹으려고 만든 것도 아니니 쓸려나가는 게 당연하지.”
“키몬이 아쉬워하겠군. 나름 기대한 모양인데.”
“뭐 어때, 더 좋은 걸 주면 되지.”
에테모스는 마력을 일으켜서 창고에 눕힌 시신을 일으켰다. 여기저기 봉합 흔적이 또렷한 시신들이 마치 살아 있는 인간처럼 부드럽게 움직였다.
“마침 잘 됐어.”
쿵, 쿵, 하고 천장이 울렸다.
지상에서 거인이 뛰는 것처럼 큰 걸음 소리가 났다.
사티마는 그 소리의 주인을 알았다.
도시 곳곳에 세워둔 작품들.
에테모스가 바깥에 둔 작품이 마력이란 숨결을 받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라.
“표본을 좀 더 구해야겠어. 키몬이 곤란하다고 할 정도라면 수가 많다는 의미잖아? 그러면 구하기 쉽겠지. 그리고 겸사겸사 황제의 작품과 내 작품 중 어떤 게 우수한지도 확인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