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62)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64화(164/185)
괴물을 사냥할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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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노릭을 죽이고 잠시 뜸을 들였다.
지노릭은 중재자였다. 그가 사라졌으므로 세례를 받은 오크와 받지 않은 오크 사이에 분쟁이 격화할 터. 나는 그 시점을 노리며 기다렸다.
“사냥이 시작됐습니다. 강철안개 부족이 기습당했고, 역시나 일방적으로 밀리는 추세입니다.”
보고를 받은 즉시, 북부 국경을 넘었다.
오로코 대평원을 넘어서 네루프 평야를 지나 판토니아까지.
쾌속 진격이었다. 네루프에서 저항은 전혀 없었다.
평야, 라고 부르기 민망한 땅에 터를 잡은 무리가 없었으니까.
“보통 판토니아가 포화 상태라서 네루프로 쫓겨나지 않습니까? 네루프가 이렇게 텅 빈 것을 보면 엘프와 다툰 것이 꽤 피해가 컸나 봅니다.”
“번식 노예를 공급받지 못한 것도 또 다른 이유지.”
”그런 문제도 있지요. 제국이 노예 공급을 끊고 수년, 그 기간에 잠시도 평화가 없었으니··· 아무리 오크, 고블린이라도 감당 못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툭하면 만 단위의 무리가 남하했으니.
오크, 고블린의 역량이 참 대단했다고 봐야 한다.
펑! 퍼벙!
그 역량은 절대 무시 못 할 것이었다.
그렇게 세력이 줄었는데도 판토니아에 진입한 순간부터 전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졌다. 작건 크건 온갖 부족이 판토니아 전역에 산재했다.
“남부 원정군은? 지금 어디까지 왔지?”
“곧 판토니아에 도착한다는 보고입니다. 게하르드가 신편 사단을, 공교회가 사제단을 이끌고 합류하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오크, 고블린은 정주민이 아니다.
한 해에 몇 번이고 터를 옮기는 유목민이지.
공세를 받아도 맞서지 않고 도망치면 그만이다.
물론, 오크는 투쟁심이 높아서 퇴각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들을 지배하는 옛 신들은 그러고도 남았다.
“티투스. 판토니아를 11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이 중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에 각 군을 배치하라. 나와 너희가 각자 하나씩 구역을 공략한다.”
“아, 사냥감 몰이군요.”
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하지만 괜찮겠습니까? 세례를 받은 놈들은 강합니다. 저희가 군을 여럿으로 나눈다면 그만큼 속도가 붙는 만큼 피해도 늘어날 겁니다.”
“아니, 그리 크지 않을 거다. 지노릭이 실종된 탓에 분쟁이 터졌으니까, 세례받지 않은 무리와 싸우느라 전력이 감소했을 거다.”
내란 중인 적을 상대하는 것보다 편한 일은 없지.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몰이다. 섬멸은 몰이가 성공한 뒤에 할 것이다. 그러니 무리해서 싸우려 하지 말라고 전하도록.”
“예. 폐하.”
단 한 번의 회전으로 끝을 본다.
그것이 내 계획이었고, 계획은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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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토니아의 하늘은 우중충했다.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마력이 부딪힌 탓이지.
나와 옛 신의 마력이 부딪히면서 날이 이상해졌다.
우르릉—
마력, 눈에 보이지 않는 힘.
힘의 다툼이 격렬하게 일어났다.
– 로드의 후계자.
옛 신의 사념이 내게 닿았다.
저 멀리에 포진한 적의 군세 뒤, 옛 신들이 있었다.
– 내 비록 내 손으로 로드를 벌하진 못했지만, 너를 통해서 내 한을 풀겠다.
이곳에 자리한 옛 신의 수는 넷이었다.
이전에 제국에 침투한 옛 신의 수가 일 곱.
그때와 비교하면 수적으로 별것이 아니다.
– 방심하지 마. 한 번에 넷은 상대한 적 없잖아.
펜던트의 티아마르가 경고했다.
그녀의 말대로, 한 번에 네 명은 상대한 적 없었다.
일 곱 옛 신을 잡은 것은 각각 한 명씩 잡은 것이지.
옛 신이 지금처럼 무리로 활동하는 경우는 드물었으니까.
휘이이이잉—
옛 신 넷이 일으키는 마력이 내 마력과 충돌했다.
허공에서 서로의 마력이 얽히자 태풍의 눈이 나타났다.
양측의 군세가 결집한 장소 바깥으로 태풍이 불었다.
콰광!
천둥소리와 함께 회오리가 나타나 땅을 뒤집고, 폭우가 쏟아졌으며, 빗속에서 불길이 발하여 회오리를 타고 올랐다.
자연적으로 있을 수 없는 현상이 마력이란 무궁한 힘의 바람으로 이루어졌다.
콰과광!
벼락이 적의 한가운데에 쳤다.
팽팽하던 마력의 접전을 일순간 내가 꿰뚫었다.
마력으로 만든 벼락이 반경 십 수 미터를 재로 만들었다.
“에다르 님.”
이에 분노하여 역공을 가하려는 옛 신들.
나는 그들의 마력에 맞서면서 몸을 돌렸다.
내 뒤에 모인 권속이 내 시선을 받고 한쪽 무릎을 굽혔다.
“폐하. 제국군 14개 사단, 51,000명. 집결했습니다.”
군무대신 게하르드가 말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서 3명의 권속이 차례대로 말을 이었다.
“제1연대, 연대장 코드키비츠, 총원 871명도 아버지의 부름에 모였습니다.”
“2연대, 피롤리니, 총원 915명.”
“제3연대, 카라코르 외 845명. 집결했습니다.”
전원 권속으로 구성한 특수부대.
행정상 제국군에 속하나, 각 연대의 장은 게하르드 다음가는 권한을 가졌다. 때에 따라 내게 직접 보고를 할 수도 있었고, 제국 근위대에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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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수도사
코드키비츠
Lv. 83
등급: A
기병대장
피롤리니
Lv. 80
등급: A
정치장교
카라코르
Lv. 81
등급: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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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도 왔네.
티아마르가 웃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버지, 저희 공교회에서도 수도자 2176명이 참전했습니다.”
라헬과 어른의 모습을 갖춘 메르세포네가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 뒤에 있는 이들은 권속이 아니라 인간이었다. 인간 중에서 독실하여 권속이 아닌데도 내 영혼의 마력을 빌릴 수 있는 수도자들.
수도사, 라는 온건한 명칭에 걸맞지 않게 허리 오른편에 큼지막한 메이스를 차고 있었다. 왼편엔 나도 공교회 교전을 차고 있었고.
“······.”
나는 다시 등을 돌려서 적을 보았다.
오크, 고블린 그리고 언데드로 이루어진 적의 군세.
그 수가 360,000마리에 이른다고 척후가 보고했다.
– 허수가 많아. 없느니만 못한 언데드도 수두룩하다고.
티아마르는 비웃었지만, 그래도 적의 수가 우리의 여섯 배였다. 또한, 저 무리 안에 세례를 받아 탄생한 변종과 세례를 내린 옛 신이 넷이나 존재했다.
절대 우습게 여기면 안 되는 적이다.
우르릉——
다시 마력이 끓었다.
내게 한 방 먹은 옛 신들이 반격을 시도하는 것이라.
먹구름이 출렁이다가 번쩍, 몇 번이고 빛을 발했다.
솨아아아아아
허나, 번개 대신에 비가 내렸다.
도열한 군대에 닿지 않게 태풍의 눈 밖으로 폭우가 쏟아졌다.
옛 신과 나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었고, 내가 변종에 깃든 마력을 쫓아내려는 것과 적이 내 군대에 저주를 내리려는 것이 상충하며 흐트러졌다.
– 밀어버려. 할 수 있잖아?
사력을 다한다면 못할 것도 없지.
문제는 그리하면 제국군도 영향을 받는다.
인간이 내 영혼을 마주하기엔 너무 이르다.
아직은 나약하다.
“쏴라!”
전투의 시작은 포병대의 포격에서 발했다.
전방으로 나선 포병대가 심지에 불을 붙였다.
파스스스스···
이번 원정에 동원한 대포의 수는 600문가량.
이토록 많은 대포를 방렬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
여럿으로 나눈 구역 중 이곳을 몰이 장소로 고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대포의 방렬이 원활한 공간이란 점이었다.
쾅! 쾅! 콰광!
600문의 대포가 불을 뿜는 광경이란.
또, 소리는 어찌나 큰지 천둥소리가 묻혔다.
“크아아아아!”
“비겁한 원숭이들!”
구경 12cm의 야포에서 날린 포탄이 오크의 가슴을 관통하고, 그 뒤에 선 오크도 여섯 마리나 꿰뚫은 끝에 흙바닥에 박혔다.
제국군의 화력은 양과 질 모두에서 비롯했다.
야포가 3종, 공성포도 3종으로, 이전까지 각각 1종 밖에 없던 상황에서 일신했다. 숙련공도 늘었기에 성능도 균일하게 상승했고.
“멈추지 마! 보병대가 지날 때까지 계속 쏴!”
운용 인력의 수준도 수년간 쌓은 실전 경험으로 최상.
최대 분당 3발까지 쏘았고, 유효 사거리는 1km에 달했으니.
그런 대포가 600문이나 있다면 얼마나 무섭겠나.
첫 포격에 죽은 오크와 고블린이 수천 마리였다.
“자리가 참 좋군요.”
이번 원정에서 포병대 지휘를 맡은 권속 티투스가 휘파람을 불었다.
게하르드와 육군총장 젝트가 행정을 맡는 동안 현장 지휘를 맡았던 그는 두 권속이 원정에 참여하면서 몇 번째인지 모를 보직 변경을 받았다.
“우리 군이 포진하면서 적은 포진하지 못하는 절묘한 장소군.”
게하르드가 그 옆에서 웃으며 끄덕였다.
이곳은 제법 넓은 평지였으나, 수십 만이나 되는 병력을 전개하기에 좋은 지형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적은 제국군과 다르게 빽빽하게 모여야 했고, 화력 투사에 치명타를 입었다.
“장전!”
첫 포격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제국군 기준으로 완편 사단의 반이 죽은 셈이지 않나.
화약 무기에 익숙한 오크와 고블린도 놀랄 성과다.
보라,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 무얼 놀라고 있느냐!
하지만 그런 놀람도 호통에 사라졌다.
그들 뒤에 신이라 불리는 존재가 넷이나 있으니.
“죽여라!”
“인간! 먹는다!”
수십만 마리의 괴물이 일제히 돌격했다.
마치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모습이었다.
“총병대! 앞으로!”
14개 사단, 51,000명.
제국군은 병과에서 창병을 완전하게 지웠다.
포병대를 제외한 약 40,000명의 보병이 전원 총병이었다.
“조준!”
보병대는 각자 위치에서 자세를 취했다.
한쪽 무릎을 꿇거나, 다리를 벌리거나, 곧게 서거나.
빈틈없이 모인 채 달려오는 적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고,
“사격!”
타다다다다당!
일제사격을 개시했다.
“크아아아아아악!”
파도가 일순간 멈추었다.
맨 앞줄이 고꾸라지면서 바로 뒤의 무리가 넘어졌다.
그 모습이 파도가 잠시 멈춘 것처럼 보였다.
타다당! 탕—!
타다다다다다당!
일제사격이라고 말했지만, 각 사단, 연대, 대대가 자리 잡은 장소가 달랐기에 각자 적과 마주하는 시기도 달랐다. 그래서 총성은 한 번이 아니라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마치 피아노 건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었다가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훅—
나는 손을 휘어서 옅은 바람으로 화약 연기를 날려 보냈다.
“우어어어어억!”
파도가 다시 쇄도했다.
적은 세례를 받았고, 화기에 익숙하니까.
일제사격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형제들아!”
제1연대장, 코드키비츠가 소리쳤다.
외치기 이전에 그의 몸은 말과 함께 달려나가고 있었다.
그의 연대가 우군의 중앙 보병대를 지나 적을 향했다.
“우리의 가치를 증명할 때다!”
“아버지! 불신자를 벌하소서!”
권속 연대는 6개의 연대가 있었다.
그중 원정에 동원한 것은 3개 연대.
그 외에는 제국 근위대 혹은 타 연대에서 임시 각출한 부대라서 정규 연대 규모를 갖추지 못했다.
이들 권속 연대는 창설하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특색이 드러났다.
“옛날에.”
“네?”
“후사르, 라는 기병 부대가 있었지.”
1연대는 갑옷 등 뒤에 날개 장식을 달고 유난히 큰 랜스를 착용하는 것이 특색이었다.
그들은 권속 중에서 공교회에 거부감이 적었고, 제국민의 신앙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도 했기에 메르세포네의 날개를 본떠 장식을 만들었다.
이 탓에 권속 사이에서 날지 못하는 가짜 천사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반면에 제국민 사이에선 정말 천사로 여겨지기도 했고.
“돌격!”
878명의 권속이 해일 가운데로 파고들었다.
360,000마리가 만든 해일에 878명의 인간이 돌진하다니.
바람 앞에 촛불보다 더 쉬이 무너지지 않을까.
허나 그들은 권속이었다.
퍼억!
코드키비츠의 랜스는 정말 컸다.
보통 대형 랜스라고 한다면 4~5m 정도다.
한데, 1연대의 랜스는 8m에 달했다.
따라서 돌격 시에 두 자릿수에 달하는 적을 꿰었지만, 그 한 번으로 랜스가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황제 폐하를 위해 싸우다 죽어라!”
2, 3연대는 그보다 조금 늦었다. 아니, 늦었다기보다 1연대가 너무 빨랐다. 1연대가 적진 중앙을 뚫고 나아가는 때에 두 연대가 전투를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 연대마다 있는 특색은 무기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1연대가 대형 랜스를 통한 돌진을 선호한다면, 2연대는 투창을 통한 견제 후 돌진을, 3연대는 권총을 휴대하여 일제사격을 가한 뒤에 물러나며 몇 번이고 적을 솎아낸 뒤에 돌진했다.
“돌겨어어어억!”
“이 쓰레기들에게 아버지의 심판을 내려라!”
최후에 근접전으로 마무리 짓는 것은 같았다.
그들은 권속이라서 보통 인간을 초월했으니까.
다만, 최후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이 상당한 차이를 보였기에 전술도 판이했을 뿐.
“당장은 코드키비츠의 1연대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차후엔 카라코르의 3연대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 같군요.”
티투스의 말에 게하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화약 무기를 쓰는데 거부감이 없어. 아무리 우리라도 육신의 능력을 과신하기 마련인데, 그런 게 전혀 없더군.”
“예. 저기 보십시오.”
3연대의 뒤로 포병대대가 뒤쫓았다. 야전포를 끄는 말이 힘껏 달려서 근접전에 돌입한 3연대를 향해서 포문을 겨누었다.
“3연대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제국 포병대를 연대에 배속해서 저렇게 근접전이 벌어질 때 지원 화력으로 쓰고 있죠. 차후에 화기 개량이 더 이루어지면 어찌 될까 기대되는 부대입니다.”
쾅! 쾅!
티투스의 보고를 들으며 게하르드는 허, 하고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수십 미터까지 근접해서 야포를 쏘았다.
“더 가까이! 가까이서 쏴라!”
권속이 놓친 무리가 포병에 달려드는 것은 물론이고, 일단 쏘고 보는 막 나가는 행위에 아군 오사까지 벌어지고 있었는데,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 쟤들 권속 맞지?
“저건, 좀 고쳐야지 않겠나.”
티아마르와 게하르드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3연대가 저리 무식한 전술을 하는 이유는 내게 있었다.
내가 죽음 앞에서 그들을 건져내리란 믿음이 있으니까.
오사의 고통 따위 무시하겠다는 것이라.
– 그건 그거대로 대단하네.
화르르륵!
나는 권속 연대가 보병대를 지나친 직후에 손을 뻗었다.
손끝에서 발한 마력이 구름 사이로 햇볕을 내리쬐게 했다.
보병대 앞으로 살이 녹을 정도로 강렬한 열기가 쏟아지게.
“크아아아아악!”
보병대를 향해 달려오던 적 무리가 녹아내렸다.
권속이 아무리 많아도 그 수가 3,000명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에 적은 권속의 백 배가 넘는 많고도 많은 무리.
이들 모두의 시선을 끌며 보병, 포병을 지키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니 내가 이들을 지키기 위해 길을 막아야 했다.
콰광!
옛 신들도 마력을 쏟아부었다.
내게 질 수 없다는 듯이 가진 모든 것을 부었다.
– 죽어서도 싸워라!
– 우리의 피를 마신 순간, 너희는 우리의 노예다.
– 싸워라! 죽여라! 영혼이 재가 되도록!
옛 신의 군세 안으로 파고든 권속의 피해가 컸다.
살이 썩고, 적이 괴물이 되고, 땅이 무너지고.
온갖 괴이가 권속을 죽음으로 이끌고자 덮쳐왔다.
“일어나라. 아직 때가 이르다.”
나는 권속에게 죽음이 도래하기 직전에 건져냈다.
모두를 살릴 수는 없었으나, 많은 이들을 살려내어 다시 전쟁 속에 보냈다. 옛 신과 나의 싸움은 그렇게 생과 사를 주고받는 경쟁이었다.
“아버지! 삶을 부르시고, 죽음을 몰아내는 아버지시여!”
“······.”
그 사이에 칼리오페는 근위대를, 메르세포네는 라헬과 수도자를 이끌고 난전에 끼어들었다.
“괴, 괴물!”
“인간! 아니다! 가짜, 인간!”
칼리오페는 지상에서 옛 신을 벼리어 만든 칼을 휘둘렀다.
칼날에 불길 한 점 맺히지 않았는데도, 날이 호를 그리며 나아가자 날에 닿은 생명이 불에 타듯 녹아내렸다.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40마리에 이르는 오크와 고블린이 죽었고, 언데드는 그녀의 갑옷에서 발하는 황금빛에 닿자 옛 신의 마력을 토해내며 쓰러졌다.
사아아아아아—
하늘에선 메르세포네가 빛을 내리었다.
그녀가 든 창을 지상에 가리킬 때마다 구름이 뚫리며 빛이 내렸으니, 지상에 있는 적은 눈앞에 권속을 상대하면서 그녀가 어디를 가리키는지 훔쳐보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리쬐는 햇볕이 불타버릴 테니까.
“전진!”
“사격 지시를 기다리지 말고 쏴라!”
“사격 후엔 뒤로 물러나서 장전해!”
내가 장전을 마친 제국군 앞에 열기를 지우자, 제국군은 천천히 걸음을 내디디면서 개별 사격했다.
적은 이때다 싶어서 보병대에 달려들었다가 그 사이사이에 배치한 제국 근위대와 권속 대대에 처리되었다.
– 인간! 우리의 대적아!
– 지금은 우리를 이기더라도 끝엔 우리가 이길 것이다!
옛 신은 노성을 지르며 힘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별 의미가 없었다. 그들이 내세운 전력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니까. 패배를 인정할 수 없어서 지르는 분통에 불과했다.
애써 마력을 일으켜도 옛 신의 마력은 제국군을 덮치지 못했다. 내가 그들을 지키고 있었고, 몇 번이고 육신에서 영혼이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살려냈으니까.
– 바보들이야. 왜 도망간다는 생각을 안 하지?
옛 신의 높은 자존심을 모르는 티아마르가 비웃었다.
“끝났군요. 저들을 어떡하시겠습니까, 폐하.”
“힘을 빼고 잡아라. 제국으로 돌아가서 처리하겠다.”
이 자리에서 삼켜서 죽일 수도 있지만, 그래선 안 된다.
보는 눈이 많으니까, 봉인했다고 여기도록 해야 한다.
– 맞아. 비밀이 들통나면 안 되지.
칼리오페가 적을 해치며 달려가고, 메르세포네가 활강을 시작했다. 4명의 옛 신을 잡기 위해서 수천의 권속이 달려들었다.
스스스—
그때, 다른 마력이 끼어들었다.
옛 신의 뒤에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도끼가 튀어나왔다.
휘릭!
마침 내려가고 있던 메르세포네를 향해 도끼가 날아들었다.
그녀는 손을 휘둘러서 튕겨내고, 허공에 멈추어 섰다.
– 또 네 예상대로네, 에다르.
공간을 벌리고 거대한 괴물이 나타났다.
시뻘건 피부와 뿔, 날개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과 꼬리까지.
악마가 따로 없는 괴물이 공간을 찢으며 나타나니.
뒤이어 온갖 기괴한 형상의 괴물들도 따라 나왔다.
– 여전히 고약한 취향이야.
티아마르는 욕지거리를 뱉었다.
저 괴물이 그녀가 익히 알고 있는 옛 신의 작품이니까.
– 실망스러운데.
까마귀 얼굴의 옛 신이 마지막으로 나오며 사념을 흘렸다.
– 조금은 힘을 빼줄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잖아.
말은 실망과 비웃음을 담은 것 같으나, 사념은 담담했다. 내가 그의 출현을 예상한 것과 같이, 그도 이런 꼴을 예상한 것처럼.
– 역시 우리 사이에도 급이 있는 것 같아. 안 그래?
에테모스가 웃음소리를 내며 나를 보았다.
쿵, 쿵—
악마를 닮은 괴물이 에테모스의 앞에 섰다.
놈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 세 개의 눈동자를 굴렸다.
시선이 다섯 옛 신과 그 피조물을 에워싼 권속을 향했고.
내가 만든 권속은 옛 신이 만든 괴물을 사냥할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