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63)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65화(165/185)
작고 동그란 보랏빛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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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모스.
연구자, 창조자 또는 예술가, 라고 불리는 옛 신.
그를 지칭하는 말은 많고, 그중에 창조의 군주도 있다.
이런 별명을 입증하듯이 그는 괴물을 많이 만들었다.
그르르···
다섯 옛 신을 지키고 선 괴물.
악마를 본떠 만든 것 같은 형상의 괴물.
저것 또한 에테모스가 만든 작품 중 하나였다.
– 종족마다 미적 감각이란 게 다르긴 하지만.
그리고 작품은 하나가 아니라 수백에 이르렀다.
제각각 다른 형상을 가진 괴물이 악마의 옆에 섰다.
– 저건 너무 끔찍한데. 에다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펜던트가 떨면서 티아마르의 사념을 보냈다.
에다르는 그녀의 말에 피식, 웃음을 지으며 작게 끄덕였다.
“그렇군.”
– 네 애들을 잡는 것보다 미적 감각을 키우는 게 낫겠는데.
티아마르는 에테모스를 비웃었다.
그가 무리를 이끌고 나타난 이유는 뻔하디뻔했으니.
권속을 생포해서 똑같이 만들어 보려는 심산이라.
– 불가능한 꿈이란 걸 알면 어떤 표정을 보일까.
“글쎄.”
그녀는 권속의 정체를 언뜻 알고 있었다.
에다르가 수 시간마다 권속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권속 생성 스킬, 이란 것은 몰라도 미지의 힘으로 권속을 만든다는 것을 짐작하기 쉬웠다. 거기에 권속을 만드는 행위에 마력 소모가 없고, 마력이 아닌 그 어떤 것도 소모하지 않다는 것까지.
– 무에서 유를 만드는 건 아버지도 불가능해.
그래서 그녀는 확신했다.
로드조차 그 원리를 알 수 없으리라고.
알아도 흉내조차 내지 못하리라고, 말이다.
“불가능이란 것을 모르기에 기대가 크겠지.”
– 맞아. 무지가 죄야. 모르니까 욕망에 휘둘리거든.
티아마르는 다시 웃음을 담고 사념을 보냈다.
– 에테모스, 놈의 욕망은 창조에 있으니까.
“그러니 자신이 만들지 못한, 자신이 모르는 원리에 집착하지.
하물며 에테모스는 옛 신 중에서 손재주가 가장 좋았다.
욕망과 능력 모두를 가진 존재인데, 그가 모르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반드시 알아내고자 행동하려고 들 터.
외부 작전을 하던 권속 여럿이 습격받았다는 보고가 있었다.
습격한 무리가 이종족과 전혀 다른 괴이라는 것도.
보고를 통해서 에다르는 범인과 목적을 알아챘다.
“실종된 권속은 그가 손을 쓴 거다. 내 권속을 취해서 어떻게 이들을 만들었을까, 알고자 했겠지. 하지만 죽은 권속에게 답은 없으니.”
– 재료가 잘못되었다, 재료가 모자라다, 생각했겠지?
“그래. 그의 성격상 무지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에다르는 그가 재료를 구하지 못하도록 외부 작전을 끊었다. 적이 뻔히 권속을 노리고 있는데, 멍청하게 먹이를 던질 이유가 없으니까. 또, 적의 목적을 알면 어찌 행동할지도 보였고.
“이번 원정은 에테모스에게 있어서도 기회다. 대량의 재료를 얻을 기회.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 거다.”
예측이 맞았다.
괴물이 뒤에서 에테모스가 미소를 지었다.
욕망을 자극하는 재료가 이토록 많으니까.
탐욕에 찬 눈빛으로 권속을 훑었다.
“게하르드, 라이몬도. 형제들을 도와라.”
에다르는 전장에서 물러나 있던 권속을 내보냈다.
콰광!
그 순간, 전투가 이어졌다.
에테모스의 악마를 닮은 괴물이 도끼를 휘둘렀다.
메르세포네에게 던졌던 그 도끼를 칼리오페에게 휘둘렀고, 그녀는 피했으나 옆에 있던 두 명의 권속이 피하지 못하고 허리부터 양단되었다.
“······.”
칼리오페는 형제들의 상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틈에 괴물의 안으로 파고들어서, 형제가 당한 그대로 괴물을 양단했다.
서걱! 툭!
그러나 괴물은 죽지 않았다. 두 권속의 상체가 흙바닥에 떨어졌지만, 괴물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칼날이 베고 지나간 즉시 상처가 아물었다.
– 잡아!
에테모스가 사념을 거세게 뿌리자, 다른 괴물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수백 마리의 괴물이 그녀 하나를 노려오자, 그녀는 뒤로 물러나면서 뻗어 오는 손을 잘라냈다.
“언제까지 구경할 거냐!”
코드키비츠, 피롤리니, 카라코르, 세 명의 연대장이 권속 연대를 이끌고 괴물과 맞붙었다. 그들은 직전까지 상대하고 있던 오크와 고블린을 내팽개쳤다.
에테모스의 노림수를 알기 때문이었다. 그가 칼리오페를 노리며, 그녀뿐이 아니라 권속 모두를 제 작품의 재료로 삼기 바란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떨어지지 마라! 독단으로 움직이지 마! 적의 목표는 우리를 사냥하는 것이다!”
에테모스의 괴물은 마력으로 일으킨 언데드나 세례를 내려서 변이시킨 오크보다 강했다. 그러나 권속을 상대하기엔 충분하지 않았다.
에테모스가 심연에서 나와 활동한 시기가 길지 않기에, 그에 말에 따르면 ‘좋은 재료’를 충분하게 가지지 못한 탓이었다.
“쥐— 새끼들—!”
그나마 저 악마를 닮은 괴물은 재료가 좋았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칼리오페, 메르세포네, 두 권속을 상대로 선수를 취했을 뿐이지, 두 권속 중 누구와 붙어도 압도를 못 했다.
그저 옛 신의 가호를 받아서 상처를 회복하고 육신을 강화하는 것이 고작. 세 명의 연대장이 합을 맞추어 공략하자 일방적으로 밀렸다.
– 대체 뭘 만든 거냐? 덩치만 크고 별거 아니잖아?
– 심연에 너무 오래 있어서 손이 녹슬었나?
키몬을 비롯한 네 명의 옛 신이 비아냥거렸다.
– 쯧, 재료가 저급한데 어쩌겠어? 너희가 나한테 불만을 말할 처지나 돼? 내가 만들어 준 노예도 제대로 써먹지 못한 주제에.
에테모스의 지적에 네 명의 옛 신은 침묵했다.
– 너희들은 재료나 가져와! 로드에게 당한 것처럼 무리에게 쓸리고 싶지 않으면! 내가 노예를 만들 수 있도록 재료를 바치라고. 여기 있는 인간, 황제의 피조물, 이것들을 산 채로 잡아 와!
옛 신들은 그의 명령에 내켜 하지 않으면서도 움직였다. 에테모스의 괴물을 사냥하고 있는 권속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 이깟 것이 대체 뭐라고.
– 잡았다!
마력으로 옮아 매거나, 목을 쥐거나, 그들은 에테모스의 바람을 들어주고자 권속을 사냥했다.
“조심해!”
“으윽···!”
“아르멜! 아르멜이 잡혔어!”
이에 권속은 여태까지와 다른 전술을 택했다.
이전이라면 막무가내에 가깝게 육신을 내던졌을 터.
허나 적의 목적이 권속 생포라는 것을 알았으니, 목적을 이루지 못하도록 서로를 지키며 유연하게 대처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되, 과감하게 몸을 던지지 않고, 사념을 주고받아 연계하면서 옛 신에 맞섰다.
– 미꾸라지 같은 놈들···!
– 잡아! 잡으라고!
옛 신과 에테모스의 괴물, 더해서 오크와 고블린까지.
권속을 잡기 위해 그들을 뛰어넘는 적과 그들보다 많은 적이 달려들었다. 형세가 적 한가운데에 고립된 것이라, 거대한 파도가 그들을 덮어가고 있었다.
“이 불경한 것!”
그들을 위하기 위해 인간들이 전진했다.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공교회의 수도자들.
오른손에 든 메이스로 오크와 고블린을 쳐 날리고, 왼손에 든 교전으로 대가리를 깨부수며 입으로 찬가를 읊었다.
“아버지, 아버지, 나의 아버지!”
“고난에 빠져 당신의 이름을 부르니!”
“구원 허락 하시사 날 받아주소서!”
라헬은 오크와 고블린의 피로 흥건한 말을 타고 이들을 이끌었다. 본디 백마였을 말은 녹색과 붉은색이 뒤엉켜서 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더! 더 크게 부르세요! 적이 우리의 독실함에 두려움을 품도록! “
철구가 3개나 달린 철퇴를 한 번 휘두르자 세례를 받아 거인에 가깝게 성장한 변종 오크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수도자들은 그녀의 무위에 감탄했다.
“오, 오오!”
신앙에 미친 자들이 길을 만들기 시작하자, 제국의 병사들이 뒤따랐다.
“이 버러지들아! 부끄럽지 않느냐!”
본디 오크와 고블린을 상대로 분투하고 있던 병사들.
인간 병사들은 자신들을 두고 권속에게 달려가는 적에게 황당함을 느꼈다.
그러나 곧 황제의 전사가 적에게 포위당한 것에 놀랐고, 그들을 사냥하려는 것에 분노했으며, 인간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것에 치욕을 느꼈다.
“봐라!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적의 모습을! 진정 우리를 적으로 여겼다면 이런 처사가 있을 리 없다!”
“이대로 구경만 할 것이냐? 황제 폐하의 자손께서 적에게 고립되어 싸우는 광경을 구경만 할 것이냐!”
“인간은 사냥감이 아니다!”
장교들이 선두에서 도발과 같은 외침을 질렀다.
그 외침은 인간들에게 남아 있던 망설임을 지워버렸다.
망설임이 사라진 자리에 투지를 심어 넣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인간이 거친 함성을 지르며 파도가 되어 달렸다. 권속으로부터 지킴 받던 인간이 이제 권속을 지키기 위해서 제 몸을 적에게 던졌다.
퍼펑! 펑! 펑!
“제국 만세! 인류 제국 만세!”
병사들의 움직임에 전술은 없었다. 한 병사는 고블린의 가슴에 총검을 쑤셔 넣고, 다른 병사는 오크의 등에 총을 쏘고, 또 다른 병사는 바로 옆에서 공성포를 쏘았다.
“이, 인간! 인간 왔다!”
“죽여! 이종족을 모두 죽여라!”
인간이 눈에 광기를 담고 달려들기에 적도 그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을 상대하면 포위망이 약해지지만, 상대하지 않으면 포위망이 부서질 상황이었으니까.
이종족과 인간, 원래 상대가 되지 않았을 격차. 열 명의 인간이 한 마리의 오크에게 달려들어도 맨몸으로 이기지 못할 격차였는데, 인간에겐 화약 무기가 있었고 가호가 있었다.
권속이 그러했듯이 목이 잘려도 심장이 터져도 영혼이 떠나지 않았다면 인간의 신은 몇 번이고 죽음을 몰아냈다. 투기만으로는 좁힐 수 없는 격차가 반복되는 부활로 좁혀졌다.
“인간! 죽지 않는다! 인간! 죽지 않는다!”
“황제 폐하 만세!”
“무, 무섭다, 인간!”
그런 모습에 오크와 고블린이 기가 질릴 정도였다.
세례를 받은 변종조차 투기에서 밀릴 정도로.
– 한심한 놈들! 하나라도 잡아! 하나라도!
에테모스가 성을 냈다. 사념에 조급함이 담겼다. 그의 바람이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 널리고 널린 것이 인간이잖아! 황제가 인형이 저리도 많은데 왜 하나도 잡지 못 하는 거야! 다투지 말고 연계를 해!
3,000명에 이르는 권속을 보았을 때, 그는 기대를 품었다.
저 중 몇이나 그의 손에 들어올까? 기대를 품으면서 이 자리에 왔거늘, 단 한 명의 권속도 생포하지 못했다. 시신만 따지면 수십 구가 되지만, 그가 원하는 권속은 살아 있는 권속이었다.
– 죽은 놈은 충분해! 살아 있는 놈을 잡으라고!
그는 달아 있었다. 에다르와 티아마르가 예측한 그대로. 자신의 재주를 넘어서는 작품을 발견했기에, 그 작품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달아서 위험성을 알고도 과감하게 몸을 던졌다.
심연에서 나와 기껏 만든 작품을 몽땅 잃더라도 권속의 비밀을 알 수 있다면 손해가 아니라고. 권속이 그가 바라는 이상의 작품이니까.
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손해가 누적되고 있었다.
– 드디어 잡았··· 이 망할!
기껏 잡았다 싶은 권속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에테모스는 험악하게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분개했다.
– 지독한 놈!
옛 신과 괴물이 권속을 잡았다 싶으면 집중 견제를 받았다.
권속은 제 형제자매를 구하기 위해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고, 어찌어찌 견제를 뿌리치고 권속을 생포했다 싶으면 숨을 쉬지 않았다.
죽음이란 개념이 희박한 옛 신이 보기에 참으로 독한 대응이었다.
– 정말 완벽한데··· 이것들을 내가 만들 수 있다면··· 정말 완벽한데···!
전세가 빠르게 기울고 있었다.
에테모스가 잠시나마 돌렸던 전세가 다시 제국 측으로.
시간은 절대 에테모스의 편이 아니었다. 물론,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원하는 것 하나 이루지 못하고, 가진 패를 다 잃고 물러서기란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에—테모스—!”
그나마 괜찮은 재료로 만들었던 유일한 작품까지 잃었다.
세 연대장이 괴물을 도축했다. 권속처럼 몇 번이고 죽음 앞에서 일어나도 종말이 찾아보는 법이니.
게하르드가 황제의 근위대를 이끌고 합류하자 피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너희도 아직 멀었군.”
게하르드는 대검을 휘둘러서 괴물의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세로로 잘랐다.
그와 연대장들은 괴물을 사냥한 직후에 그들의 힘이 더욱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게하르드, 당신이 우리가 다 잡은 걸 잡은 거요.”
피롤리니의 코웃음에 게하르드는 미안하게 됐다며 남은 적에게 달려들었다.
오크, 고블린의 군세가 무너지고, 괴물도 그 수가 극히 일부만 남았다. 실질적으로 남은 적은 다섯 옛 신.
칼리오페와 메르세포네가 합을 맞추며 네 명의 옛 신과 다투고 있었다. 오로지 에테모스만 멀찍이 떨어져서 권속을 잡으려고 무던하게 애를 쓰고 실패를 반복했다.
“······.”
칼리오페와 메르세포네는 한 마디도 주고받지 않았지만, 합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서로를 보지 않고도 각자의 위기를 도왔으며 모르는 이가 보면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절묘하게 움직였다.
– 방해하지 마라!
반면에 옛 신은 서로 합이 맞지 않았다.
두 권속이 네 명의 신과 맞붙을 수 있던 것은 그들의 주인이 내리는 가호와 바르멧과 여러 옛 신을 사냥하며 얻은 힘도 있겠으나, 옛 신 간에 불화가 심하여 서로를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 컸다.
– 큭!
– 저리 꺼져!
옛 신, 키몬이 틈을 발견하고 칼리오페에게 공격하려는 순간, 똑같이 틈을 발견한 옛 신이 그와 충돌했다.
같은 곳을 동시에 공격하려던 탓에 동작이 엉킨 것이라.
– 방해라고 말했잖아!
참으로 한심한 광경에 티아마르가 웃었다.
스스로 태어나 홀로 살아가는 옛 신이란 존재의 문제였다.
파지직···!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옛 신들도 마력을 쉬이 운용하지 못했다.
마력의 흐름이 방해받아서 힘을 온전하게 발하지 못했다.
그들은 에다르의 방해라는 것을 알아챘다.
멀리서 관조하듯 내려다보는 인간의 황제.
그러나 그에게 다가가서 수작을 막을 여유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권속들이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으니까.
“거짓된 족속아, 죽어라!”
여기에 에테모스의 괴물을 처리한 권속과 수도자 그리고 제국군까지 속속 합류하는 상황.
옛 신들은 물러나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닫고 뒷걸음질 쳤다.
– 에테모스!
– 빌어먹을! 고작 하나라고 말했잖아!
에테모스는 욕지거리를 내뱉고 물러났다.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으나,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애써 욕망을 억누르며 이성적으로 대처했다.
스스스스···
거칠게 손짓하자 열리는 게이트.
그러나 다 열리기도 전에 닫혔다.
– 뭐 하는 짓이야!
성급하게 발을 내밀었던 키몬이 소리쳤다. 게이트가 닫히면서 그의 발이 잘렸으니. 옛 신에게 그 정도야 별문제가 아니었지만, 게이트가 닫힌 이유가 문제였다.
– 내가 닫은 게 아니야.
– 뭐?
옛 신들은 바보처럼 되물었다.
– 황제, 저 인간이 게이트를 닫았어.
신들은 탄식했다.
– 게이트 말고 다른 방법을 택해야 해.
– 그냥 도망치자고?
다른 방도라고 말했지만, 그냥 도주였다.
등을 돌리고 달아나자는 소리를 달리 말할 것.
다섯 옛 신은 인상을 찌푸렸으나 별수가 없었다.
– 그럼? 어쩔 거야? 여기 있으면 바르멧처럼 봉인 당한다고.
그들은 바르멧과 그가 이끈 옛 신들이 봉인 당했다고 믿었다.
– 또 심연에? 망할···.
신들은 죽음 다음으로 끔찍한 고통을 떠올리며 도망쳤다.
“어딜!”
권속들은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코드키비츠가 옛 신의 등에 창을 깊이 찔렀다.
푸욱!
– 이, 버러지가!
그는 고꾸라졌다가 코르키비츠를 쳐내며 일어섰다.
다른 신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마력의 흐름이 방해받는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제한 되었으니.
두 발을 박차며 도망치는 것은 권속과 속도에서 그리 차이가 없었다.
“예전 생각이 나는데.”
“뭐, 흡혈귀 잡을 때 말이죠?”
오히려 달려드는 권속을 쳐내느라 도주가 굼떠지는 탓에 포위망이 좁혀질 뿐.
다섯 옛 신은 도주조차 멀리 가지 못하고 멈추어 섰다.
– 또 심연에 가는 건 싫은데.
– 이제 좀 해방되나 했더니 다시 가라고?
– 에테모스, 다른 방법 없나?
에테모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힐끗, 하늘을 보니 전투 중에 잠시 흩어졌던 먹구름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는 그 마력의 주인들을 알아채고 미소를 지었다.
콰르릉— 콰광!
천둥과 함께 번개가 내렸다.
그러자 황금빛이 발하여 벼락을 막았다.
권속과 인간의 머리 위에 반구형의 빛이 나타났다.
벼락은 수차례 이어지며 구를 부수려는 듯 내리쳤으니.
인간들은 그 안에서 황제에게 기도를 올리며 기다렸다.
– 카르카스!
– 오오···!
옛 신들은 마력의 주인들을 떠올리며 감탄했다.
심연에서 해방된 이들 중에서 가장 강대한 자도 있었다.
스스스···
하지만 그들은 잘못 생각했다.
그들의 동지가 준 도움은 작은 기회였으니.
일순간이지만, 마력의 흐름을 안정시키기 위한 손짓.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에테모스 뿐이었다.
동료에게 말할 여유조차 없음도 함께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네 명의 옛 신을 버리고 게이트 너머로 도망쳤다.
– 에테모스!
– 이 배신자!
어찌나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는지, 그의 까마귀 머리 뒤에 난 깃털이 게이트가 닫히며 잘려나갔다.
“이런.”
“하나를 놓쳤군.”
라이몬도와 게하르드가 혀를 찼다.
“어쩔 수 없지.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친 상황이었다.
그러나 남은 신들은 권속들의 태도에 이질감을 느꼈다.
분명 아쉬워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런 투가 아니었으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혹은 뜻대로 되었다는 듯이.
권속들이 미소를 지으며 남은 신들에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