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68)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70화(17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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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온은 벙어리가 된 그들을 두고 회의실을 나왔다. 지난 몇 년간 거의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향하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의제 지하에 있는 둥지였다.
그르르르···
맹수의 울음과 같은 숨소리.
용이 눈을 감은 채 숨을 내쉬고 있었다.
드래곤 로드 아일레트리오네이되, 그가 아닌 존재였다.
“참 편해 보이는군.”
알레온은 마력으로 만든 빛으로 둥지를 밝혔다.
“카르카스.”
그의 부름에 용이 천천히 눈을 떴다.
알레온과 똑같은 세로 동공의 샛노란 눈.
“몸은 어떤가.”
– 좋군. 아주 좋아.
로드의 육신에 깃든 카르카스가 입을 비틀었다.
미소를 짓는 것이라고, 알레온은 생각했다.
“그러면 값을 치러라.”
– 내가 나서야 할 일인가?
“네 육신의 후계자가 조금 귀찮게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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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토니아.
한때, 오크와 고블린이 터를 잡았던 평야.
옥빛 가득했던 땅에 두 개의 군대가 서로를 마주했다.
휘이이이잉—
거센 바람이 부는 와중, 북쪽에 있는 군대는 옛 신과 그들의 노예였다. 자신이 노예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네 종족의 군대이기도 했다.
엘프, 드워프, 나가, 리자드맨.
네 종족이 각각 군을 이끌고 자리를 잡았다.
반면에 남쪽의 군대는 단 하나의 종족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인간이었다. 인류 제국이라는 이름 아래 오로지 인간으로 구성된 군대가 대열을 이루고 섰다.
십 만의 보병, 천 문의 포병, 일 만의 권속.
마주한 적에 비하면 그 수는 절반에 못 미치는 수.
그러나 기세에서 그들은 밀리지 않았다.
둥, 둥, 둥—
북소리가 울리자 솔개 한 마리가 착지했다.
“······.”
칼리오페는 표정 없는 얼굴로 왼쪽 어깨에 앉은 솔개를 보았다.
그녀를 따라서 그녀 주변에 있던 권속 모두가 솔개를 보았다. 새는 아무 지저귐도 내뱉지 않았지만, 그녀는 알았다는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각, 다각···
그녀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갔다.
이종족과 인간의 군대 사이에 수백 미터에 이르는 공터가 있었다. 포를 쏜다면 충분히 닿을 거리였으나 양측을 대치할 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홀로 공터로 나아가자, 뒤따라 권속 한 명이 말을 몰았다.
“긴장되지 않니?”
그녀는 투구를 쓰고 있었기에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다.
“······.”
칼리오페는 대답하지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쪽으로 와.”
답변을 기대하지 않은 듯 그녀는 작게 웃으며, 살짝 손을 뻗어 칼리오페의 어깨에 앉은 솔개에게 까닥했다. 그러자 솔개가 그녀를 보았다가 홱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끼룩—
그리고 작은 머리를 칼리오페의 볼에 비볐다.
“너무한데.”
두 권속과 한 마리의 솔개가 공터 가운데에 멈추어 서자 상대가 반응했다. 적진에서 세 명의 엘프가 말을 몰아서 그녀들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이군, 원숭이.”
두 명의 호위와 동행한 라에라곤.
엘프의 왕자, 라고 불린 그는 파리하게 시든 모습이었다.
“이렇게 만나니까 우리가 처음 본 때가 기억나는데.”
라에라곤은 미소를 지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칼리오페는 표정 없이 그 눈빛을 고스란히 받았다.
“네 주인은 어딨지?”
“······.”
“귀가 먹은 거냐? 네 주인은 어딨냐고 물었다. 원숭이.”
칼리오페의 눈동자가 아주 조금 왼편으로 향했다. 라에라곤이 눈의 움직임을 파악했지만,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겁이라도 먹은 거냐?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자리를 비워?”
“······.”
“지금껏 이겨 왔다고 이번에도 손쉽게 이길 것이라 생각한 거냐? 아니면 질 것을 알고서 도망친 거냐? 어느 쪽인 건 원숭이답다고 말해야겠군.”
그의 도발에도 그녀는 꿈쩍하지 않았다.
석상처럼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눈앞의 엘프를 마주 볼 뿐.
“장님하고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혼잣말을 들은 라에라곤이 투구를 쓴 권속을 노려보았다.
“지금 내게 한 말이냐?”
“글쎄?”
“말장난하지 마라. 원숭아.”
“네가 나를 원숭이라고 부를 줄은 몰랐는데.”
“투구로 얼굴을 가렸다고 내가 모를 줄 알아? 네게서 원숭이의 냄새가 나. 구역질 나는 냄새가 진득하다고.”
“그래?”
권속은 투구를 벗고 주홍색 단발의 단아한 얼굴을 드러냈다.
그러자 호위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쌍둥이?”
색이 다른 칼리오페였다.
쌍둥이처럼 쏙 빼닮았지만, 머리카락 색과 눈 색이 정반대였다.
칼리오페는 짙은 푸른색, 그녀는 짙은 주홍색.
“같은 배에서 태어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
“그래서? 네가 원숭이가 아니라 인형이고 말하고 싶은 거냐?”
“인형?”
“황제, 라는 원숭이가 만든 인형 말이다. 너희가 원숭이가 만든 인형이란 건 다 알고 있다. 그래 봐야 똑같이 구역질 나는 건 똑같아.”
“여전히 겉모습만 따지는구나. 꼬마야.”
“꼬마?”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칼리오페와 다르게 감정이 풍부한 모습.
“아까 네가 말했지. 오랜만, 이라고.”
라에라곤은 눈매를 좁혔다.
내면 깊은 속에서 불안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잊고 있던 무언가가 떠올릴 듯 말 듯 답답함도 일었다.
그녀를 노려보면서 그것의 정체를 깨달으려는 순간,
“그 말을 해야 할 건 나야.”
“뭐?”
마력의 흐름이 바뀌었다.
잔잔하게 흐르던 마력이 출렁이니, 그녀가 제 안에 억누르고 있던 마력을 푼 것이라. 이에 반응하여 주변에 흐르던 마력이 밀리고 바람처럼 라에라곤과 호위들을 덮쳤다.
“이, 이건···.”
라에라곤이 눈을 크게 떴다.
화를 낼 때보다 격하게 동공이 떨렸다.
“이렇게 약해졌으면서 나를 잊으면 안 되지.”
어찌 모를 수 있을까, 왜 지금 깨달았을까.
꽈악···
라에라곤은 자책하면서 고삐를 꽉 쥐었다.
“너, 너··· 어, 어어어, 어떻게···? 너, 넌 인간이···.”
“인간이 아니었지, 예전엔.”
그녀가 발하는 마력의 흐름.
그것은 그가 결코 잊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잊어서도 안 되는 것이었고, 무엇보다 있을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저 세상 끝에서 잠자고 있어야 하니까.
“허억···!”
“마, 말도 안 돼···.”
바람이 멎고 뒷걸음치는 말의 걸음 소리만 들렸다.
세 명의 엘프가 탄 말이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호위가 중얼거렸다.
티아마르.
소리 없이 오로지 입으로만 그녀의 이름을 말했다.
“안녕, 꼬마야. 오랜만이지?”
라에라곤의 창백한 피부가 시퍼렇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