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69)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71화(171/185)
입증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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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내 앞에서 키슬러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렇게 보이나.”
“예.”
나는 입가를 만졌다.
“소인이 폐하를 섬긴 지 십 년이 넘었습니다.”
표정에 드러나지 않아도 감정을 읽을 수 있단 의미라.
나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그리되었군.”
키슬러, 그는 올리머스의 촌장이었다. 올리머스가 개척촌에 불과할 적에 촌장이었지. 내가 영주로 부임하자 권속 그리프와 함께 내정을 거들다가 그리프는 내무대신으로, 키슬러는 추밀원 의장으로 영전했다.
“라에라곤을 기억하나?”
“엘프 말씀이십니까? 어찌 잊겠습니까.”
그래, 어찌 잊을까.
내 부임 이전의 올리머스는 라에라곤의 것이었기에, 촌장이었던 그는 몇 번이고 녀석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었을 터.
“녀석의 낭패한 표정을 보고 있으니 즐겁군.”
키슬러는 눈을 깜빡였다.
무슨 소리인가, 싶다가 내 능력을 떠올리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아쉽습니다.”
나는 솔개의 눈을 빌려서 라에라곤을 보고 있었다.
“그래, 아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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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눈을 터질 듯이 뜨고 파르르 떨었다. 혼자 보기 아깝다. 내 평생 엘프의 왕자가 이렇게 놀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이 세계 강자의 급을 나눈다면 라에라곤은 최상위에 속한 인물이었으니까.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강함이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래도 이 정도까지 멍청한 표정을 드러낸 적은 없었는데.
“어떻게···.”
그만큼 티아마르를 두려워하는 것이라.
“네가 어떻게···? 설마 인간의 몸을 빌린 거냐?”
“글쎄? 맞춰봐.”
가까스로 내뱉은 물음에 티아마르가 웃음소리를 냈다. 녀석은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로드처럼 인간의 몸을 빌려서 나타난 것이라고.
“아니, 그럴 리가···”
라에라곤은 머리를 흔들었다.
“넌 진짜가 아니야. 부스러기겠지.”
부스러기, 티아마르의 영혼 조각을 말하는 것이었다.
“모기에 깃든 년이 너지? 원숭이가 널 미케나에서 구한 거냐?”
“그렇게 보여?”
“······.”
반쯤 정답이었지만, 라에라곤은 확신을 못 하는 표정이었다. 그녀가 발하는 영혼이 블라드에 깃들었던 것과 너무도 다르니까.
블라드에 깃든 티아마르나, 권속이 된 티아마르나, 본체에서 떨어진 영혼인 것은 같아도 크기가 달랐고, 육신의 급도 달랐다. 라에라곤이 눈앞의 그녀를 보고 혼란에 빠지는 것도 당연했다.
나는 펜던트에 깃든 티아마르를 권속으로 만들었다. 권속 생성 스킬이 8성이 되면서 받은 보석을 사용해서, 육신을 만들고 그녀의 영혼을 담았다. 그로써 그녀는 내 권속이 되었지.
어째서 칼리오페를 빼닮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봉인은···?”
라에라곤은 당혹과 놀라움에 사로잡혀서 바보처럼 물었다.
“봉인은 어떻게 된 거냐? 관리자들이 봉인을···.”
“순진한 척하지 마. 너도 알잖아, 봉인은 의미 없다는 거.”
봉인이 손상되었고,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녀석이 모를 리 없다. 에다르로서 처음 대의제에 참석했을 때, 봉인에 대해 말하지 않았나.
“너흰 나를 지배하려고 했지. 봉인으로 약해진 나를 지배할 수 있으리라 믿고서 아버지가 만든 봉인을 훼손했어. 인제 와서 봉인을 찾는 건 우습지 않아?”
용은 지배할지언정 지배받지 않는다.
로드조차 죽이지 못해서 봉인을 택한 존재인데.
필멸자가 어찌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부터 오만이었다.
“나, 나는···.”
“그래, 너는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지. 직접 개입하진 않았다고 변명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뿐이야. 네가 진실을 알고서 상황을 고치려고 했어? 아니잖아?”
티아마르는 웃음기를 거두고 말했다.
“죄가 작건 크건 모두 공범이야. 너도 그렇고.”
숨을 훅 들이마셨다. 이전까지 보였던 오만감은 온데간데없었다. 그토록 강한 힘을 품고도 녀석은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게, 아버지를 배신하는 것보다, 옛 신을 풀어 주는 것보다 무서워?”
“너, 너 따윈 두렵지 않아.”
“정말? 근데 왜 떨고 있지?”
라에라곤에게 티아마르는 그런 존재였다.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했고, 이를 뻔했던 존재. 또한, 구전으로 들은 신화도 아니었고, 책에서 본 역사도 아니었다. 어릴 적에 경험한 실체였지.
“겁먹은 쥐새끼가 너보다 보기 좋겠는데.”
“누가 겁을 먹었다는 거냐!”
챙, 하고 녀석이 검을 뽑았다.
“너는 진짜가 아니다! 부스러기야!”
발악에 가까운 고함을 지르며 그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두려움을 내쫓기 위해 격정에 몸을 맡긴 것이라.
촤악—!
하지만 격정에 사로잡힌 움직임은 허접스러운 법이다. 티아마르는 상체를 살짝 뒤로 눕혀 칼날을 피하고, 검을 뽑아 가로로 그었다.
서걱!
핏물이 튀었다. 그녀의 검이 녀석이 탄 말의 목을 베었다.
“쯧.”
그녀는 혀를 찼다. 말이 아니라 라에라곤을 베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그녀가 아직 인간의 몸에 적응하지 못한 것과 겁에 질렸어도 라에라곤이 강자라는 것이 원인이었다.
털썩!
라에라곤은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서 검을 피했지만, 말이 쓰러지면서 흙바닥을 굴렀다.
“내가 항상 말했지. 그놈의 화를 죽이고 살라고.”
티아마르는 녀석에게 칼을 겨누었다.
“으, 으으···!”
녀석은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뒷걸음질 쳤다.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지른 수가 실패하자 역으로 더 큰 두려움이 몰려왔다.
“라에라곤 님!”
두 호위가 뒤늦게 반응해서 녀석의 앞을 지켜 섰지만, 칼리오페에게 두 합도 견디지 못하고 목이 잘렸다. 그들의 가치는 녀석이 그 틈에 놓친 검을 쥐고 일어서게 해준 것뿐.
“이 망할!”
라에라곤은 이성을 놓고 본능에 몸을 맡기며 티아마르의 공격을 막았다. 사력을 다해서 몸을 움직이는데도 평소와 다르게 빳빳한 움직임이었다. 다음 수도 파악하지 못하여 한 수 한 수 간발의 차로 막기만 반복했다.
서걱!
“아아아아악!”
수비 일변도의 대응은 오른 손목을 대가로 받아갔다. 라에라곤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다가 발이 뒤엉키며 넘어졌다. 흙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꼴사납게 눈물, 콧물을 흘렸다.
“그리 시간이 지나도 넌 여전히 애구나.”
“닥쳐!”
노려 보는 녀석의 목에 그녀가 검을 겨누었다.
“멈춰라!”
그 순간, 마력이 일었다. 범인은 하이엘프였다. 그들이 일제히 마력을 발하여 두 권속의 육신을 옭아매었다. 그래야 봐야 찰나였지만, 라에라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등을 돌려서 달아났다.
티아마르는 뒤쫓지 않았다. 쫓으려면 못 쫓을 것 없지만, 다른 적이 오고 있었다. 드워프, 나가, 리자드맨의 세 수장이 일단의 무리를 이끌고 그녀들에게 향하고 있었다.
“티아마르!”
드워프, 적색 산의 주인 고타바가 소리쳤다.
“이번엔 인간의 탈을 쓰고 돌아온 거냐!”
그도 라에라곤처럼 그녀에 대해서 착각을 품은 모양.
그녀는 피식, 웃음을 짓고 다른 두 수장을 훑어보았다.
나가의 여왕, 그웬돌린.
리자드맨의 두 화신, 수몬테마와 코아믹.
그웬돌린은 뱀의 꼬리를 질질 끌면서 지팡이를 높이 들었다. 지팡이 끝에 달린 녹색 보석이 빛을 머금자 보석과 같은 색의 빛이 터졌다.
“가라! 영혼을 가져와라!”
빛은 망자가 발하는 빛이었다. 보석에 가둔 수많은 망자가 해방되었다. 그들은 살아 있는 자를 질투하기에 두 권속을 동료로 만들고자 덮쳐들었다.
그러나 또 다른 빛이 발하며 두 권속을 덮었다. 옥빛과 다른 황금빛이 반원형으로 두 권속의 주위를 덮으니, 망자가 황금의 벽에 부딪혔다.
끼에에에에에엑—
황금빛과 닿은 망자가 소멸했다. 망자가 비명을 지르면서 다급하게 거리를 두어 두 권속의 주변을 뱅글뱅글 돌았다. 그 모습이 마치 회오리가 솟구치는 것처럼 보였다.
“인간 따위가··· 같잖은 짓을!”
고타바가 오른손에 쥔 도끼를 높이 들었다.
쿠르릉!
하늘에서 천둥이 치더니 도끼날에 보랏빛 전기 불꽃이 맺혔다. 드워프는 마력을 듬뿍 머금은 도끼를 크게 휘둘러 던졌다.
훅, 소리와 함께 날아간 도끼가 황금빛 막에 닿자 강렬한 빛이 터졌다. 빛이 천천히 사그라지면서 파직, 파직, 불꽃이 연이어 터졌다. 서로 다른 마력이 부딪힌 것이라, 내가 발한 마력과 고타바가 부른 옛 신의 마력이 힘을 겨루었다.
힘겨루기의 끝은 도끼가 제 주인에게 돌아가면서 끝났다. 퉁, 하고 막에서 튕겨 나간 도끼가 고타바의 손에 잡혔다. 그러자 피부가 타들며 증기가 일었다.
“크으윽!”
도끼에 열기가 아니라 내 마력이 담긴 탓이었다. 날에 깃든 옛 신의 마력을 몰아내고 내 마력이 일부 담긴 탓에 고타바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고타바는 자존심 때문에 도끼를 내려놓지 못하고 고통을 참았다. 도끼에서 내 마력이 사라진 뒤에도 그의 손은 쉽게 낫지 않았다. 진물이 뚝, 뚝, 떨어졌다.
“죽여야 해.”
“기다려, 멍청아!”
리자드맨의 두 화신은 곧장 달려오지 않았다. 수몬테마와 코아믹은 하나가 되었다. 하나의 육신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탓에 의견이 달라서 한참 달려오다가 대뜸 멈추어 섰다.
“고작 둘이야! 지금 바로 죽어야 해!”
“기다리라고 말했잖아!”
세 종족의 수장과 그들의 호위가 내 비호를 받는 두 권속을 둘러쌌다. 겨우 둘 뿐인 호위를 달고 왔던 라에라곤과 다르게 그들은 일 백이 넘었고, 멀리서 하이엘프가 마력으로 보호막을 뚫고자 마력을 흘려보내는 상황. 꼼짝없이 포위당했다고 봐도 되었다.
“안 돌아갔네?”
허나 티아마르나 칼리오페나 긴장이 한 줌도 없었다. 되레 티아마르는 웃음기를 머금고 여왕과 화신에게 물음을 던졌다.
“너희 본거지가 박살 나고 있는데도 걱정되지 않나 봐?”
다투고 있던 두 화신의 머리가 그녀를 보았다.
“함정이란 것을 모를 줄 알고?”
“네년을 죽인 뒤에 돌아가겠다.”
“그럴 능력은 있고?”
그녀의 비웃음에 고타바가 수염을 떨었다.
“능력? 티아마르, 네가 인간의 탈을 쓰고 있다고 인간이 모두 너와 같다고 생각하나? 인간은 인간이다. 인제 와서—”
– 인제 와서 발버둥 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고타바가 말을 삼켰다. 이 장소에 있는 생명 모두의 뇌리에 거대한 울림이 있었다. 티아마르는 사념의 주인을 알기에 잠시 눈을 감았다.
옛 신의 마력 탓에 비가 올 듯 우중충하게 변한 하늘에서 한 마리의 용이 구름을 걷어내며 나타났다.
푸히히히힝—
온갖 포성과 마법에도 놀라지 않던 말이 이를 보자 겁을 먹고 날뛰었다. 용은 로드였다. 드래곤 로드 아일레트리오네의 육신이었고, 로드의 육신을 빼앗은 옛 신이기도 했다.
그리고 용의 등을 늙은 엘프, 알레온이 타고 있었다.
“봉인이 풀렸다면 직접 나서야지.”
알레온의 말에 티아마르가 눈을 뜨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조금 전까지 비웃음을 머금고 있던 표정은 없고, 분노가 짙었다. 그는 그녀에게 개인적인 죄를 지은 원수이면서, 이 모든 악의 뿌리였으니까.
그는 그녀의 시선을 받고도 여유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엘프에게 쉬이 찾아오지 않는 노화가 찾아온 모습이었다. 피부는 쭈글쭈글하게 변했고, 눈가는 거무튀튀해졌으며, 입술도 찢어진 것처럼 길어졌으니.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키카 큰 고블린이라고 여겼을 터.
“네 본체는 어디에다 두고 원숭이의 몸으로 나선 것이냐?”
“······.”
“설마 블라드처럼 힘깨나 쓰는 육체를 빌려서 우릴 막을 셈이냐? 아서라. 멍청한 짓 하지 말고 직접 나서라. 여기 네 아비가 기다리고 있지 않더냐?”
인간 티아마르의 시선이 로드의 시선과 허공에서 마주했다.
“너희 둘이 진정 그의 후계자라면 와서 입증해 보란 말이다. 그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