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74)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76화(176/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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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칼리오페가 고개를 갸웃했다.
“싫어.”
“왜?”
“견해 차이지.”
티아마르는 어깨를 으쓱 추어올렸다.
“이해가 잘 안 가지? 원래 하나의 영혼인데, 어떻게 견해가 다르지? 이런 생각이 들잖아.”
“······.”
“단순하게 생각해. 나는 티아마르의 내면에 남은 양심인 거야. 내 입으로 말하니 부끄럽지만, 사룡 티아마르 속에 남아 있던 인간성 같은 거지.”
물론 드래곤은 인간이 아니지마는, 이라고 그녀가 웃었다.
“너도 가끔 고민하잖아? 심하면 망설이기도 하지. 내가 이렇게 해도 될까? 하면서 말이야. 네 안에서도 몇 가지 의견이 충돌한다고.”
“응.”
“내가 그런 거야. 티아마르가 품고 있던 제 잘못에 대한 후회, 미련, 망설임, 뭐 그런 본성이지. 전체에 비하면 일부에 지나지 않아도··· 나름 있었지.”
칼리오페의 머릿속에 기억이 스며들었다. 티아마르가 발하는 사념이 그녀에게 전해지는 것이라.
알레온의 소개로 옛 신 아카코스크와 만났을 때, 아카코스크의 술수에 걸려서 옛 신들의 영혼을 받아들였을 때, 그리고 옛 신과 영적 투쟁 끝에 그들 모두 흡수하고 변질되기까지.
찰나에 한 불멸자의 기억이 넘어왔다.
“사념을 주고받는 건 참 편하다니까.”
그녀는 풀밭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입김이 나왔다. 하늘에 구름이 끼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겨울이 아닌데도 겨울보다 춥고 펑펑 눈이 내렸다.
“너희가 너무 많아서 골치 아프지만.”
주변을 보자 권속이 각자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업무에 집중하는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 두 권속의 대화를 주시하고 있었다. 티아마르가 발한 사념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권속이 접했으리라.
“에테모스 같은 머저리는 우리를 완벽한 존재라고 말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완벽이란 없어. 아버지도 나도 수없이 잘못을 저질렀지.”
그리고, 라고 덧붙였다.
“완벽했다면 이 꼴이 났겠어? 아버지가 필멸자가 되지도 내가 저리 막 나가지도 않았겠지. 에다르가 말했지? 이 세계에서 신이란, 그저 강한 존재일 뿐이라고. 그 말대로야.”
또 다른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로드 아일레트리오네가 사룡 티아마르를 꺾었을 때, 그녀를 되돌리고자 했던 설득과 그녀를 죽이기 위한 시도, 그녀의 영혼을 나누어 봉인하기까지.
“봤지? 그 결과가 나야. 본체에서 떼어낸 영혼 조각 하나.”
그녀는 실없이 웃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떼어낸 나를 격리했지. 내가 다른 존재를 타락시키리라 의심했거든. 뭐, 난 그럴 마음이 없지만, 지은 죄도 있고 본체가 나를 통해서 세상을 보기에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지.”
“······.”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제 내가 왜 나를 싫어하는지 알겠어?”
“조금은.”
칼리오페는 티아마르의 사념에서 혐오를 읽었다. 인간 티아마르가 사룡 티아마르를 떠올릴 때마다 짙은 혐오가 깃들었다.
자신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했다. 엇나간 길을 돌아가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자신에 대한 혐오였고, 타락한 자신을 자신이라 여기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인간이 되기를 택한 것이라.
“내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야. 본체로 돌아가서 얼마 안 되는 양심으로 남거나, 인간의 탈을 쓰고 자신과 맞서거나.”
둘 중 하나는 이미 실패했다. 실패했기에 그녀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니까. 그녀가 택할 길은 이미 하나뿐이었다.
“에다르는 내게 약속했어. 내가 내 잘못을 고칠 기회를 주겠다고. 그 기회가 인간, 권속이 되는 거였지만.”
칼리오페는 가만히 그녀를 보다가 물었다.
“싫어?”
“뭐가? 권속이 된 거? 아니면 인간이 된 거?”
“둘 다.”
티아마르는 인상을 찌푸렸다.
“글쎄.”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었다. 바로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받은 탓에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칼리오페는 자신을 쏙 빼닮은 그녀의 표정 변화를 주시했다.
“뭐, 나름 괜찮은 것 같아.”
티아마르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면서 답했고, 칼리오페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자 입술 끝이 어색하게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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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 반도에서 물살을 가르고 동남쪽으로 나아가면 군도가 있다. 모타리니, 라고 불리는 군도는 나가가 터를 잡은 곳이었고, 다섯 개의 섬이 집단을 이루었다.
나가, 라는 종족은 물 밖에서 생활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아가미와 폐를 동시에 가졌기에 심해와 육지, 어느 쪽에서나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굳이 섬 위에 터를 잡았다. 물속에서 문명을 만들기가 쉽지 않기도 했고, 그들이 후발주자라는 이유도 있었다. 나가가 육지 문명을 접했을 때, 엘프와 드워프는 로드의 가르침을 받아서 화려한 문명을 꽃피우던 참이었으니.
유목민족이 정주민족의 문화에 동화되듯이 육지 문명을 받아들이며 엘프, 드워프와 유사한 생활을 선호했다.
이런 생활은 우려를 부르기도 했다. 심해라는 안정적인 거점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우려 이상으로 번지지 않았다. 대륙에 만든 거점을 잃은 적은 있어도 군도가 침공당한 적은 없으니까.
– 엘프, 드워프의 해군이 아무리 강대해도 그뿐이다. 수중을 제집처럼 노니는 우리를 누가 이길 수 있으랴?
체세나 공화국을 잃었을 때도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나가의 아종을 동족으로 대우했지만, 나가에게 공화국 상실은 거점을 하나 잃은 정도였다.
– 인간은 바다로 나올 수 없고, 나오더라도 심해에 빠질 거다.
그들은 그렇게 믿었다.
솨아아아아—
그리고 믿음이 깨지는 때가 왔다.
“쏴라!”
50척이 넘는 군함이 모타리니 군도 중앙 섬에 포격을 가했다. 선을 그리며 이어진 다섯 개의 섬 중에서 세 번째 섬은 나가 왕국의 수도였다.
펑! 펑! 퍼벙!
포탄이 수도의 성벽을 때렸다.
성벽은 엘프의 방벽을 본떠 만들었고, 해안선을 따라 쌓았다. 섬에서 성벽이 없는 곳은 항만 입구뿐. 그 외 모든 곳은 높은 성벽이 가렸다.
비록 단 한 번도 군도 침략을 당한 적이 없어도 방비를 게을리하지 않은 것이라. 그들의 자신감은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다.
“별 것 아니군.”
시대가 바뀌었을 뿐.
화약 폭발로 쏘아내는 포탄 앞에서 마냥 높고 두껍게 지은 성벽이 무슨 소용인가. 50여 척의 군함 앞에서 그 옛날에 지은 성벽은 맛좋은 표적에 지나지 않았다.
콰광!
성벽이 맥없이 바스러졌다.
수도를 포격하는 함대는 인류 제국의 원정 함대였다. 함대를 이끄는 사령관은 호레이쇼였고, 그는 갑판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차를 홀짝였다.
“기술 격차란 무섭단 말이지.”
“그러게 말입니다.”
호레이쇼의 옆에서 부관이 눈매를 좁혔다.
“상륙할까요?”
“아니야. 며칠 더 두고 보자고.”
해안선 곳곳 성벽이 무너졌다. 굳이 항만 입구로 향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입구가 많았다. 원정 함대는 거리를 유지한 채 포격을 이어갔다.
“투폭함에 소이탄을 쏘라 해.”
원정 함대에서 6척의 프리깃이 움직였다.
퉁—
묵직한 포성이 울리고 잠시 뒤에 도심에서 불이 솟았다.
“포탄은 충분하지?”
“예. 탄약 수송함도 막 도착했습니다.”
“좋아. 그럼 계속 쏘라고 해. 아끼지 말고.”
투폭함은 다른 말로 박격포함이라고 불렀다. 다른 군함과 다르게 갑판에 박격포를 설치한 특수함이었다. 일반적으로 측면에 평사포를 달고 사격하는데, 투폭함은 박격포와 인화성 물질을 채운 포탄을 사용했다.
화르르르···
고작 6척에 불과했으나 효과는 확실했다. 도심에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일었다. 사방이 바다라서 물이 모자라지 않을 터. 그러나 불은 쉬이 진압되지 않았다.
퉁, 퉁—
콰광!
원정 함대의 포격은 3일간 이어졌다.
“9연대는 항만을 점거하고, 4연대는 산란장으로.”
수송선이 내린 보트가 섬을 향했다.
원정 함대는 함포를 단 군함을 제외하고도 71척의 수송선이 있었다. 수송선에 탑승한 병력은 약 21,000명. 출항 당시에 30,000명에 달하는 병사가 있었지만, 전투 손실 및 거점 주둔 등으로 상륙에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이 격감했다.
이들 중에서 권속의 수는 1,442명에 불과했다.
“이번엔 피해가 적었으면 좋겠군요.”
부관이 우려를 표했다. 3일 동안 포격으로 피해를 주었어도 한 나라의 수도요, 상대는 이종족이었다. 이전까지 점령한 거점보다 더 큰 피해가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괜찮아. 이번엔 쉬울 거야.”
호레이쇼는 도시 하늘을 날고 있는 한 마리 바닷새를 보았다.
“언제나처럼 보병대는 4, 9연대가 상륙지를 확보한 뒤에 보내.”
“알겠습니다.”
권속이 탑승한 보트가 섬 가까이에 도달하자 물밑에서 나가와 아종이 달려들었다. 손을 뻗어서 권속을 잡거나, 보트 바닥에 구멍을 내는 등 저항했다.
푸욱!
“저리 꺼져!”
부질없는 짓이었다. 나가의 여왕이 정예를 이끌고 육지로 나가지 않았나. 그들 모두 죽은 지금, 섬에 남은 전력은 약하디약했다.
섬의 수비대는 막무가내로 보트에 달라붙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보트에 손도 닿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나가가 부지기수. 권속은 창을 작살처럼 내질러서 나가와 그 아종을 처리했다.
“비린내 나는 놈들이.”
하다못해 숫자라도 많으면 모를까. 한 나라의 수도, 라고 해도 애당초 수가 많지 않은 종족이었다. 비전투원 투성이에 숫자마저 불리하니 승패가 뻔했다.
타당! 탕!
“비겁한 원숭이···!”
“정정당당하게 싸워라!”
다른 종족처럼 화약 무기를 도입했다면 어땠을까. 이토록 허망하게 밀리지 않았을 터다. 패하더라도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패했겠지.
그러나 나가는 화약 무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가의 거점은 바다 한가운데 있었고, 물에 젖은 채 생활하는 일이 많은 종족이었으니까. 화약 무기를 휴대하기 곤란한 환경이었다.
조금이라도 습하면 못 써먹을 무기, 그들이 보기에 화약 무기는 가치가 높지 않았다. 인간이 나포한 함선에 대포를 올려서 이종족의 군함을 격파하는 꼴을 보고서야 평가가 달라졌지만, 너무 늦었고.
그 결과가 이 꼴이었다.
“너희의 여왕은 죽었다!”
4연대의 연대장이 소리쳤다. 그는 도심 중앙 광장에 있었다. 그의 연대가 광장에 모인 수비대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그는 목청을 높였다.
“우리 아버지께서 너희의 거짓된 신을 벌하셨다! 그러니 같잖은 저항하지 말고 투항하라! 그러면 내 자비를 베풀어서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주마! 하하하하!”
“허튼소리!”
조롱에 성이 난 나가가 활을 쏘았다.
“원숭이가 누굴 모함하는 거냐!”
연대장은 맨손으로 잡은 화살을 부러뜨리고 다시 소리쳤다.
“그렇다면 불러 봐라! 네깟 놈들의 어미를 불러서 살아 있다고, 너희 곁에 있다고 증명해봐라! 그러면 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 아니냐?”
그러나 당연하게도 대답은 없었다. 나가가 제 어머니의 이름을 불러도, 목청이 찢어지라 간절하게 불러도 대답은 없었다.
“그, 그럴 리가···.”
나가들은 몸을 떨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너희가 어머니라 부르는 잡신이 왜 대답하지 않지? 어미가 죽었거나 너희를 버린 거 아니냐? 내 말이 틀리냐?”
“아, 아니···.”
반박하려는데도 목소리가 떨렸고 말이 끊어졌다.
“아니라면 불러서 보여봐!”
나가의 얼굴에 절망이 내려앉았다.
그들은 언제라도 도망칠 수 있었다. 사면이 바다여도 그들은 나가였으니까. 육지보다 바다가 활동하기 편한 종족인데 도망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곳은 어머니의 성소다··· 원숭이 따위가···.”
“원숭이? 우린 적어도 아버지가 멀쩡히 계시는데.”
연대장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봐라.”
마침 그 위에 홀로 날고 있는 바닷새가 빛을 발하였다. 그 빛은 그리 강렬하지 않았기에 도시에 있는 누구도 별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나가들이 깨닫기에, 충분했다.
“내 아버지는 저기 계시다. 너희는 어떻지?”
“우리는···.”
“어미 없는 뱀보단 아비 있는 원숭이 낫지.”
연대장이 적을 비웃었다.
“그나마 네깟 것들이 다른 족속보다 나은 점은 옛 신이란 놈의 힘을 받지 않은 거지만, 그것도 너희가 거부한 게 아니라 아버지가 막으신 거잖아? 고마운 줄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들.”
나가들이 도망칠 수 있는데도 도망치지 않은 이유, 바로 수도가 여왕의 보금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머니로 섬기는 존재의 터였기에 지키고자 했는데.
그들의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혹은 그들을 버렸다면.
보금자리를 지킬 이유가 있는가?
“이, 이럴 수 없어! 거짓이다! 거짓이야!”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가는 무의미하게 권속에게 달려들고, 사실을 받아들인 나가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놈들은 내버려 둬.”
호레이쇼는 기함에서 보고를 받고 쯧쯧 혀를 찼다.
“혹시 인간 노예가 도시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 확인해 보고, 도시는 부숴버려. 이딴 곳 점령할 가치도 없으니까 철저하게 부숴. 우리가 떠난 뒤에도 누구도 돌아오지 못하게.”
만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한 종족의 수도였던 도시가 끝을 맞이했다. 그러나 도시의 주인은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호레이쇼는 원정 함대를 여럿으로 나누어서 나가의 거점을 동시다발로 공격하고 점령했다. 수도 점령 이후에 세력이 크게 꺾인 나가는 분산된 함대 전력에도 손쉽게 사냥당했다.
만약 그 옛날 누군가 했던 우려를 받아들였다면 달랐을 터.
심해에 거점을 마련했더라면 재기의 발판이 되었겠지. 그러나 이들은 그러지 않았고, 그 대가를 치렀으니. 오크, 고블린의 뒤를 이어 또 하나의 종족이 끝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