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77)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79화(179/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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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군.’
카르카스는 지상의 전투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가짜는 가짜일 뿐인가.’
에테모스가 들으면 격분할 평이나 사실이었다.
‘알레온이 만든 하이엘프 따위에 비하면 낫다. 허나···.’
원본이 된 권속에 비하면 손색이 많았다.
– 카르카스!
– 어머니를 흉내 낸 가짜!
표본을 몇 개 가져가 볼까, 고민하던 차에 와이번이 달려들었다. 다섯 마리의 와이번이 그를 포위하며 날아들었다.
– 가짜? 내가?
카르카스는 마력을 부려서 작은 게이트를 열었다. 게이트는 에테모스의 사육장과 연결되어 날벌레를 뱉어냈다. 메뚜기 떼가 우스울 정도로 빽빽하게 무리를 이룬 벌레가 와이번을 향했다.
와이번은 브레스를 뿜어서 벌레를 태웠으나 수가 너무 많았다. 상당수의 날벌레가 와이번에게 달라붙었다. 물론, 달라붙어도 벌레 따위가 이빨과 침으로 비늘을 뚫을 수 없는 노릇.
하지만 와이번은 당황해서 벌레를 떼어내고자 파닥였다.
– 한심하군.
카르카스는 비웃음과 함께 브레스를 내뿜었다.
화아아아악—!
그가 뿜은 숨결은 와이번의 브레스와 급이 달랐다. 그의 육신은 로드였으니까. 브레스가 부채꼴로 퍼지면서 다섯 마리의 와이번을 휩쓸었다.
– 캬아아아아악!
브레스는 몸에 들러붙은 벌레와 함께 비늘마저 녹였다.
– 누가 누구보고 가짜라고?
비늘을 녹인 열기는 살을 녹이고, 와이번은 날개마저 잃은 채 지상으로 추락했다. 카르카스는 그들을 향해서 브레스를 다시 토했다.
지상에 있던 인간과 드워프도 그 불길에 녹아내렸다.
‘에테모스의 인간이나, 티아마르의 드래곤이나, 가짜는 가짜일 뿐이군. 아무리 잘 만들어도 진짜를 이길 순 없나.’
그는 뒤엉키는 마력의 흐름을 느꼈다. 그가 자연스레 흘리고 있는 마력이 밀려나고 있었다. 그 못지않은 마력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 늦었군.
티아마르가 제 무리를 이끌고 날아오고 있었다.
– 오랜 잠에서 깨어난 기분이 어떤가, 티아마르.
두 마리의 용이 허공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 패배자가 무슨 낯짝으로 돌아왔지?
그녀의 사념에 짙은 혐오가 깔렸다.
– 패배자? 네가 승자인 것처럼 말하는구나.
– 적어도 네겐 진 적 없어.
– 그런가?
카르카스는 웃음을 지으며 그렇다면, 이라고 덧붙였다.
– 이 몸은 어떻지? 너를 이긴 유일한 존재가 네 아비지. 한데, 이 몸을 내가 가졌는데 어찌 생각하느냐? 사랑하는 딸아?
누군가를 따라하며 카르카스가 도발했다.
– 버러지가···.
티아마르가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가슴이 부풀면서 열기가 끓었다. 마찬가지로 카르카스도 숨을 들이켜면서 브레스를 토하고자 했다.
그러나 멈추었다.
마력의 흐름이 또다시 바뀌었으니. 두 거체가 흘리는 마력이 만나 충돌하는 가운데, 티아마르도 카르카스의 것도 아닌 세 번째 마력이 둘 사이에 감돌았다.
두 마리의 용이 숨을 삼키고 고개를 내렸다.
스스스···
지상에서 아지랑이가 피었다. 카르카스가 게이트를 열었을 때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세상 어느 곳과 연결된 게이트에서 마력이 흘러나오고, 한 인간이 건너왔다.
– 네 아비의 후계자군.
빈정대면서 두 가지의 눈으로 그를 보았다. 육신의 눈으로 그를 보자 그저 한 명의 인간이 보였다. 영혼의 눈으로 그를 보자 너무 밝아서 상이 보이지 않았다.
‘음···?’
카르카스는 순간 당황했다.
‘뭐지?’
에다르는 두 마리의 용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눈 덮인 대지에 섰다. 차디찬 겨울바람이 그를 감쌌지만, 정작 추위를 느끼는 것은 그들이었다.
그가 품고 있는 마력, 누군가의 심장이 품고 있던 마력, 정제되지 않아 옛 느낌을 품고 있는 마력이 새어 나왔으니까.
무너지지 않았다. 그저 사라졌을 뿐.
카르카스가 에다르를 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이질적이었다. 분명 육신의 눈은 이전과 똑같은 인물이라고 하는데, 영혼의 눈은 첫 번째와 두 번째가 다른 인물이라고 한다.
‘로드?’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에다르에게서 느껴지는 로드의 분위기였다. 카르카스는 로드의 육신을 덮어 썼기에 알았다. 에다르가 발하는 마력이 로드의 마력이라고. 언뜻언뜻 로드의 기운이 흘렀다.
다른 하나는 에다르의 거대한 영혼이었다. 처음 보았을 때도 큰 영혼이었으나, 카르카스가 눈에 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왜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이리 변할 수 있지?’
첫인상은 로드의 후계자다웠다. 알레온이 인간을 다시 굴복시키지 못하리라 보았다. 그러나 그뿐이었지. 티아마르와 비교하면 약하다고 보았는데 이젠 아니었다.
에다르의 영혼이 카르카스와 티아마르를 압도하고 있었으니.
사아아, 하고 들릴 리 없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해일이 태풍과 함께 밀려드는 감각이 일었다. 인간의 황제가 자연스럽게 흘리는 마력이 너무도 거셌다.
‘설마···.’
카르카스는 에다르가 변한 이유를 깨달았다.
‘로드의 심장을 가진 거냐.’
그렇지 않고 이런 힘을 가질 수 없을 터.
심장을 어떻게 얻었냐고 으름장을 놓으려다 멈추었다. 티아마르가 에다르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카르카스를 앞에 두고도 그에게 온 정신이 쏠렸다.
그녀도 에다르의 변화를 모르고 있던 것이라. 그 반응을 보자 카르카스는 흥분을 가라앉혔다. 꾀가 떠올라 그녀에게 사념을 흘렸다.
– 놀랍군.
티아마르가 눈동자만 카르카스에게 향했다.
– 네가 인간을 부린다고 보았는데 착각이었어.
– 무슨 소리지?
– 모습을 보아하니 부려지는 쪽은 너였군.
– 내가 부려지고 있다고?
– 저 마력 앞에서 달리 드는 생각이 없는가.
그녀는 심장에 관해서 모른다고 카르카스가 판단했다.
‘알고 있다면 이토록 당황할 리 없지.’
그녀가 당황한 이유는 그와 같을 터. 카르카스는 그를 잡기 위해서 손을 잡은 두 세력을 이간질할 꾀를 품고, 사념을 이어 보냈다.
– 자기가 키운 존재에게 먹힌다, 익숙한 일이지.
티아마르가 그를 노려보았다.
– 닥쳐.
– 감당할 수 있을까.
– 네가 따질 게 아니야.
– 네 반응만 보아도 안다. 저 인간은 이미 네 손에서 벗어났군.
그녀 주변에 아지랑이가 피었다. 끓어 오르는 감정을 따라 마력이 움직이는 것이라. 흉흉한 기세였으나 카르카스는 속으로 웃었다.
– 착각에서 깨어나라. 네가—
– 그만.
그때, 카르카스의 사념이 끊어졌다. 목소리가 벽에 막힌 것처럼, 사념이 티아마르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동시에 에다르가 발한 사념이 그의 뇌리에 울렸으니.
– 같잖은 짓 하지 말도록.
‘사념을, 읽은 거냐?’
그는 또 한 번 놀랐다.
티아마르에게 보낸 사념을 에다르가 읽고 끊었다. 어떻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답은 없었다. 그도 불가능하고 시도조차 한 적 없던 일이었으므로.
“티아마르.”
에다르는 대지에 서서 두 마리의 용을 올려다보았다. 높디높은 하늘 위에 있는 두 용이 개미 같은 인간의 시선에 움찔했다.
“나를 보러 온 것이냐, 네 원수를 보러 온 것이냐.”
– 알아. 말하지 않아도 아니까, 명령하지 마.
티아마르가 이를 드러냈다. 눈동자의 떨림이 멎었다. 겉으로도 보이던 혼란이 사라졌다. 기껏 흔들어 놓았던 마음을 바로잡은 것이라.
이제 그녀의 눈동자에 남은 감정은 적의였다. 제 아비의 육신을 덮어쓴 괴물을 향해 시선을 보내다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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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의 용이 맞붙었다.
양측이 내지르는 포효에 숲이 떨고 나무를 덮은 눈이 떨어졌다. 날갯짓이 만든 바람은 잠시 멎었던 눈바람을 다시 불게 했고, 그 여파로 봉우리 곳곳에서 눈사태가 일었다.
잠시 멈추었던 전장 위 하늘에서 카르카스와 티아마르는 서로를 물어뜯었다. 오리칼쿰으로 만든 칼날로도 감히 자르기 어려운 비늘을 이빨로 뚫고 발톱으로 찢었다.
– 크아아아악!
– 아버지의 육신을 가졌다고 드래곤인 줄 알아?
그들은 상대의 날개를 찢어서 지상으로 떨어뜨리고자 했다.
– 떨어져라! 패륜아야!
티아마르가 카르카스의 왼쪽 날개를 물고, 그는 그녀의 오른쪽 날개를 물었다. 허공에서 뒤엉킨 채 상대의 날개를 뜯었다.
쿵!
공중전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한쪽 날개를 잃은 두 마리는 지상으로 추락하고, 그 충격으로 눈사태가 다시 일었다. 그러나 거센 눈사태도 용을 쓸어내지 못했다. 눈의 폭포를 맞으면서도 서로 피 묻은 주둥이를 휘둘렀다.
촤악!
비늘과 함께 살이 뜯어지자 피가 튀었다.
화아아악!
티아마르는 가슴에 뚫린 구멍으로 심장을 드러낸 채 브레스를 토했다. 카르카스는 장기가 흘러내리는 가운데 브레스를 내뱉었다.
브레스가 맞부딪혔으나 어느 쪽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대신 사방으로 튀면서 멀찍이 떨어져 있던 병사들에게 피해를 줬다.
“이쪽으로 떨어진다!”
“피, 피햇!”
곧 숨을 멈추고 날개 잃은 두 마리의 용은 뱀처럼 싸웠다. 서로서로 몸을 밧줄처럼 꼬아서 독 없는 이빨을 드러내며 물고 뜯을 뿐. 불멸자이기에 죽지도 않았다.
– 너는 나를 죽일 수 없다, 티아마르.
– 너도 마찬가지야.’
스르륵, 치유되는 몸을 보면서 서로 조소했다. 내장이 흘러나오던 상처조차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나았다.
–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은 하나다. 영원히 싸우는 것. 너는 네 운명에서 도망치지 않기를 바라지.
카르카스는 다시 자란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솟구치고, 티아마르가 그 뒤를 따랐다. 두 거인이 사라진 지상에 잊고 있던 전쟁의 불길이 솟았다.
“형제들아!”
눈사태에 휘말린 권속이 하나둘씩 눈 밖으로 나왔다.
“아버지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권속은 눈에 파묻혀 허우적대는 적을 사냥했다. 눈의 폭포에 전신이 부러지고, 용의 불길에 몸과 갑옷이 녹아내렸지만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죽여라! 인간이 아닌 모든 걸 부숴라!”
눈사태가 휩쓸고 지나간 봉우리에서 드워프는 무력했다. 화약은 눈과 섞이고, 땅딸막한 신장은 눈에 파묻혔으니까.
“이··· 이, 원숭이 놈들이!”
말은 드세도 행동은 뒤따르지 못했다. 밭작물을 거두듯 칼날을 휘두르면 뎅겅, 최후를 맞이할 뿐이었다.
그나마 권속을 본떠 만든 괴물은 나았다. 권속이 눈에서 나올 때 그들도 눈 밖으로 나와 맞섰다.
“우리는 황제 폐하의 징벌이다!”
“······.”
권속이 함성을 지르며 무구를 휘두를 때, 에테모스의 가짜 인간은 침묵과 함께 무구를 휘둘렀다.
퍼억!
“흥!”
그러나 어디까지나 맞섰다는 소리다.
“가짜는 가짜지.”
가짜 인간은 권속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나마 수가 많기에 개인의 모자람을 수로 메꾸려고 했다. 권속 한 명을 상대로 대여섯 명의 인간이 붙었다.
“벌레가 수가 많다고 인간이 되더냐!”
“카리오! 폐하 앞이라고 멋 부리지 말고 대열을 지켜!”
권속은 천천히 적을 밀어내면서 산을 올랐다. 하늘에서 두 마리의 용이 격전을 벌이고, 그들이 만든 불의 비가 내렸어도 진격은 멈추지 않았다.
드드드드···
격한 마력의 흐름이 연이어 일었다.
땅과 하늘에서 옛 신이 나타났다. 그들의 우두머리, 카르카스가 숙적과 싸우는 마당에 그들이 뒷짐을 지고 있을 리 없으니. 만전을 기하여 결전을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
봉우리가 흔들렸다.
눈사태가 일었을 때보다 격했다. 산을 덮은 눈이 이미 수차례 흘러내린 탓에 눈사태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대신 산사태가 일었다.
에테모스가 만든 괴물이 봉우리를 넘어 내려오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수가 무척 많았기에 헤아릴 수 없었고, 하늘에서도 에테모스의 날벌레가 구름을 대신하여 빛을 가렸다.
어둠 속에서 달려오는 괴물은 검은 파도와 같았다.
– 집결!
각 연대의 연대장이 사념으로 호령했다.
권속들은 입을 다물었다. 언제나 사념을 주고받을 수 있는데도 굳이 말을 주고받는 이유는 주인에게 있었다. 그들의 창조주가 인간으로 살기를 원했기에, 피조물 또한 인간을 흉내 냈다.
그러나 위급한 순간이었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
– 적이 폐하 앞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막아라.
– 보병대는? 뒤로 물려야 하지 않겠어?
– 요나스가 같이 싸우겠다는군.
– 그럼 그러라 해. 그들도 의무를 다해야지.
긴장감은 없었다. 그들의 주인이 함께하고 있었다. 목숨보다 중한 존재가 그들 곁에 있는데 무엇이 두려울까. 다만, 주인에게 때가 묻지 않도록 적의 앞을 막아섰을 뿐이다.
“물러나라.”
허나 결의는 짧았다. 그들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투지를 내리고 길을 열었다. 황제가 권속과 인간이 만든 벽을 지나서 파도 앞으로 걸어나갔다.
사박, 사박
파도의 진군에 땅이 울리고 있는데, 눈 밟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권속과 인간 그리고 옛 신, 모두가 황제의 모습을 보고 듣고 있었다.
영원한 싸움을 벌이는 두 존재를 제외한 모두가 그의 행동에 몰두했다.
“······.”
황제는 눈 위에 떨어진 검을 쥐었다. 끝이 부러지고, 날이 휘고, 이가 빠진 검이었다.
재료도 미스랄이나 오리칼쿰이 아니라 그저 철에 불과했기에 고쳐서 쓸 가치조차 없는 검이었다. 그러나 황제는 오른손으로 자루를 잡고, 왼손으로 날을 쥐어서 아래에서 위로 쓸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이가 빠진 검이라도 손을 베였을 터.
“내가 너를 고쳐주리라.”
그러나 그는 황제였다.
날이 곧게 서고 이가 돋아났다. 장인의 손에 막 탄생한 검의 모습이었다. 칼등에 은은하게 황금빛의 물결이 일어났다. 그리고 칼날에 희미하게 푸른 불꽃이 맺혔다.
황제는 검을 역수로 쥐었다. 칼자루를 두 손으로 감싸고 얼굴 앞까지 들었다.
후, 하고 긴 호흡.
전신에서 아지랑이가 피었는데 색이 있었다. 칼등의 물결과 같은 황금이었다. 그의 내면에서 솟구치는 마력이 검으로 전달되는 모습이었다.
“······.!”
황제가 검을 높게 들었다가 내리찍었다.
퍼걱—
날이 눈 덮인 지면을 찔렀다.
“사라져라. 죄 많은 자야.”
그의 육신에 빛이 터져 나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볕보다 밝은 빛이 발하였다. 그리고 칼이 박힌 대지에서도 균열이 발했다.
쩌적, 쩌적, 소리를 내며 황제가 발하는 빛과 같은 색의 금이 검은 파도를 향해 뻗어 나갔다.
처음에 검에서 시작되었던 금은 고작 다섯 개에 불과했으나, 가지가 뻗어 나가듯 금에서 또 다른 금이 이어졌다.
——! —, ——!
———!
파도에서 무어라 외침이 들렸다.
그러나 황제는 괴물의 저주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제 영혼에서 마력을 끌어냈고, 로드와 그의 동족이 남긴 힘을 쏟아냈다.
지면에서 뻗어 나가는 황금빛 금이 봉우리 정상까지 도달했다. 황제의 위치에서 수백 미터는 더 올라야 했을 고도까지 거미줄보다 촘촘하게 금이 이어졌으니.
펑——
금이 갈라지면서 그 아래 품고 있던 황금빛이 솟구치고, 그 위에 있던 괴물을 덮쳤다. 화산 폭발로 용솟음치는 마그마도 이와 비교하면 같잖으리라.
봉우리가 폭발했다. 산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저 사라졌을 뿐.
“······.”
황제는 검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이제 그가 있는 장소가 정상이었다. 그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없었다. 본디 봉우리였던 흔적이 마치 분진처럼 잘게 부스러져 하늘하늘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