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80)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82화(182/185)
마지막 대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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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그래, 끝이다.
나는 카르카스를 죽였다. 그의 영혼이 내 안에 있다. 삼킨 음식을 녹이듯 흡수하고 있지. 마력이 점점 늘어난다. 일 백이 넘는 옛 신을 받아 들인 덕에 내 마력은 유례없이 비대했다.
신이라 불린 족속이다. 전지전능하진 않아도 강한 존재였고, 그들은 이제 내 안에서 하나가 되었으니. 모든 신을 죽이고, 모든 신의 힘을 가진 나는 어떨까.
“신이라.”
다시 길게 숨을 내쉬었다.
스스스—
입김이 흐르자 주변의 마력이 요동쳤다. 내가 가진 마력이 막대한 탓이다. 별 것 아닌 행동에도 영향이 컸다. 나름 억누르고도 이 정도.
‘이젠 이 모습으로 돌아다니지 못하겠어.’
봉우리에서 내 모습을 드러냈을 때를 떠올렸다.
그 자리에 있던 제국군이 어떤 반응을 보였던가. 영혼이 빠져 나오려고 했지. 본래 있어야 할 장소를 찾은 것처럼, 육신을 버리고 내게 오고자 했으니.
내가 막지 않았다면 제국군은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졌을 거다. 막았어도 그들 내면에 입은 상처가 꽤 크겠지. 똑같은 참상을 막으려면 내 모습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에테모스의 실험실이군.’
나는 도시를 보았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폐광 도시가 있었다. 오리칼쿰의 산지였다가 매장량이 고갈된 뒤에 버려진 도시였고, 거센 바람에 눈발이 휘날렸다.
눈으로 보기에 너무 멀리 떨어진 도시였는데도 나는 보았다. 패밀리어와 의식을 연결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의지를 품으면, 내가 보기를 바라면 볼 수 있었다.
크르르르···
도시에 괴물이 서성였다.
옛 신, 에테모스가 만들고 방치한 괴물이었다. 나는 이 도시가 에테모스가 실험실로 삼은 장소임을 알았다. 그는 항상 이곳을 거점으로 삼았으니 그가 버린 실패작이 그득했다.
——!
—. ——!
———!
괴물은 서로 다투고 있었고, 나는 그 광경을 내려다 보았다.
‘카르카스는 새로운 육신을 찾고자 했나.’
스윽.
그리고 손을 뻗어서 도시 외곽을 짚었다. 나는 거인이었다. 내 육신은 도시에서 멀찍이 떨어 있었지만, 내 의식은 도시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두 팔을 뻗어 감싸면 도시가 품에 안길 정도로 나는 거대한 의식을 발했다. 도시에 있는 족속은 거인의 시선을 느끼지 못하고 연신 싸우기 바빴다.
“무너져라.”
나는 외곽 성벽을 긁어 냈다. 마치 모래성에 깃발을 꼽고 그 주변을 파내는 것처럼 손을 움직였다.
우르르—
외곽 성벽이 무너졌다.
——?
—. ——?
괴물이 소란을 멈추었다. 그들의 목청보다 큰 소음이 터졌으니까. 뜬금없이 성벽이 무너졌으니 당혹스러울 터. 지진도 아닌데 왜 성벽이 무너질까 고민하는 모습이라.
나는 다시 손을 움직였다.
우르르르르···
이제 도심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에테모스의 괴물들아, 너희는 도시를 나갈 수 없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지만 소용없다. 나는 도시를 봉쇄했다. 성문을 닫고, 성벽도 높이 올렸다. 괴물은 성벽이 나무처럼 쑥쑥 자라는 모습을 넋나간 표정으로 쳐다 보았다.
——!
———!
그제야 괴물은 내 존재를 눈치 챘다. 도시를 덮은 마력과 내 시선을 깨달았지. 그들이 보기에 나는 거인이고, 도시가 거인의 손장난에 무너지는 모습일 터.
“사라져라.”
나는 도시 중앙에 손을 올리고 마력을 모았다. 도시가 손을 향해서 압축되면서 괴물이 함께 우그러졌다.
도시는 버려졌어도 그 흔적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제 과거의 모습은 조금도 남지 않았다. 도시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구가 있을 뿐.
그렇게 에테모스의 흔적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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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이트를 열어서 봉우리로 돌아왔다.
봉우리는 고요했다.
옛 신과 그들의 피조물이 죽은 땅은 내가 떠난 뒤에도 침묵이 내려 앉았다. 전투가 끝나고 남은 이들이 권속과 드워프 그리고 티아마르 뿐이었으니까.
권속을 나를 기다렸고, 드워프는 지하로 도망쳤다.
– ······.
티아마르는 로드의 시신 앞에 있었다.
시신, 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했다. 인공 심장이 폭발하면서 육신도 폭발했으니까. 말그대로 파산했다.
눈 덮인 대지에 참혹한 흔적만 남아있다. 티아마르는 그 흔적 앞에 서서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뒤에 내려 앉은 와이번 무리가 눈치를 보냈으나 그녀는 반응하지 않았다.
“티아마르.”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 카르카스는?
“그는 돌아오지 않을 거다.”
그녀는 힐끗 나를 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
– 네 말대로야.
“뭐가 말이지?”
– 영원한 건 없다는 거.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보았다. 맑았다. 구름 한 점 없고 바람도 불지 않았다. 옛 신의 마력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 아버지도 카르카스도 결국 끝이 있었어. 죽지 않기에 만 년이나 가두어야 했던 악도 세상을 영원히 다스릴 것 같던 용도, 이젠 역사가 되었지.
나는 그녀의 모습을 살폈다. 그녀는 용이고, 인간이 아니기에 표정을 알 수 없었다.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사념 밖에 없었다.
사념은 체념을 담았다.
– 이제 뭘 해야 하지?
패기가 없었다. 내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카르카스와 싸울 때와 비교하면 그녀가 발하는 기세가 잔잔했다. 목적을 잃은 것처럼.
– 이제, 끝인가?
그녀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언제나 강대한 적이었다. 대화도 없이 무자비한 적이었는데. 지금 앞에 있는 그녀는 강하지만, 나약한 존재로 보였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 아니라고?
엘프와 드워프가 남았지.
“세계수 아래에 아직 옛 신이 남아 있다.”
– 아, 세계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 그래. 아직은 아닌 것 같네. 아주 조금 해야 할 일이 남았어.
티아마르는 와이번 무리를 이끌고 엘프의 땅으로 넘어갔다. 카르카스와 내가 넘었을 때처럼 엘프의 방벽은 그들에게도 의미가 없었다. 벽이 아무리 높아도 하늘을 가리지 못했으므로.
용들은 엘프의 문명을 멸망시켰다.
‘알레온의 업이군.’
옛 신의 잔재를 불태우기 위함이었다.
그들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종족이 엘프였다. 옛 신의 마력을 조금이라도 받지 않은 엘프를 찾는 것이 힘들 정도로 깊은 관계였다.
알레온이 세계수조차 더럽힌 마당에 영향 받지 않은 엘프가 몇이나 되겠나. 엘프는 종 전체가 변질되었다. 알레온이 그러했듯이 늙고 기괴하게 변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너희의 선택이었지.’
옛 신의 마력은 마약과도 같다. 한 번이라도 받아 들이면 벗어나기 어렵고, 취할 수록 망가진다.
피부가 벗겨지고, 뿔이 자라고, 늙고, 환각에 사로잡히는 등 신이 빗은 종족은 온데간데 없었다. 알레온은 죽기 직전에 이르러 후회했다. 그가 제 종족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너무 늦게 깨달았지.
“세계수를 불태워라.”
티아마르가 세계수를 돌면서 브레스를 뿜었다. 그녀를 따라 와이번 무리도 불을 내뿜었다. 세계수가 마력을 발하여 불길을 막고 꺼뜨리기도 했지만, 잠깐에 불과했다.
금속 긁히는 소리가 났다. 세계수가 지르는 비명이었다.
– 너도 다를 바 없어.
티아마르는 조소하며 숨을 더 크게 내쉬었다.
세계수는 로드가 키운 나무였다. 그를 도와 옛 신과 싸움 엘프를 위해서 만든 선물. 생식 능력이 빈약한 엘프에게 번영의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알레온의 우행으로 세계수는 오염되었다. 더는 엘프를 맺지 않고, 하이엘프, 라는 괴물을 맺었다.
‘본디 세계수는 옛 신의 마력을 정화하고, 정화한 마력으로 열매를 맺어야 한다. 하지만 알레온이 보기에 그 양이 적었을 터.’
나는 불타 쓰러지는 세계수를 보았다.
무수히 많은 영혼이 솟구쳤다. 세계수가 품고 있던 영혼이었다. 본디 엘프를 맺으면 그 안에 깃들어야 하는 영혼이 세계수가 죽자 튀어 나온 것이다.
콰아아아아——
강렬한 회오리 바람이 불었다.
영혼이 쓰러진 세계수를 중심으로 뱅글뱅글 돌았다. 저 아래 뿌리에서 영양분으로 빨리던 옛 신의 영혼도 회오리 속에 섞였다.
– 너희가 가야 할 곳은 저기다.
티아마르는 영혼의 회오리를 내 쪽으로 기울였다.
엘프와 옛 신의 영혼이 나를 감싸며 돌았고, 곧 내게 흘러 들어왔다. 그녀는 그 모습을 지켜 보았다. 막을 수 있을 텐데 그녀는 끝끝내 기다렸다.
엘프도 이렇게 끝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