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82)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84화(184/185)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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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났다.
가문에서 추방당한 한 남자가 일으킨 전쟁이 끝났다.
오로코 대평원을 넘어 원정을 떠났던 군대가 일 년이 조금 지나 귀환했다. 가장 먼저 전몰장병이 고향에 도착했다. 전투에서 사망한 병사의 시신이 그 어떤 귀환병보다 먼저 가족에게 보내졌다.
각 거처의 관리는 전몰장병을 위해 시외 국유지 중 가장 비옥한 땅에 그들을 안장했다. 작은 마을의 경우 하루, 큰 도시의 경우 사흘에 걸쳐 죽은 자에 대한 추도가 이어졌다.
– 더는 전쟁이 없으리라.
그리고 마지막 추도가 끝났을 때, 뇌리에 목소리가 울렸다.
– 전쟁은 끝났다. 인간과 인간의 전쟁, 인간과 이종족의 전쟁, 인간과 신의 전쟁, 모든 전쟁이 끝났으니 이제 인간은 자유다. 생명권을 위협받는 일도 없음이라.
목소리는 제국 전역,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인간에게 들렸다. 혼란이 일었다. 정체 모를 존재가 머릿속에서 소리를 내고 있었으니까.
놀란 시민이 관청과 교회를 찾았다. 누군가 그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관리와 사제에게 고했다. 그러자 권속은 웃으며 답했다. 그분이 황제시라, 당신께 직접 말씀하시는 거라고.
– 페레스, 너의 아버지는 훌륭한 자였다.
아시나, 라는 도시의 소년 페레스는 몸을 떨었다.
지난달에 열세 번째 생일을 맞이한 소년은 아버지의 무덤 앞에 있었다. 아버지가 전몰장병으로 귀환하고 사흘이 지난 날이었다. 슬픔이 심장을 찔러서 피 대신 눈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황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 너의 슬픔에 공감한다. 나 또한 소중한 이를 잃은 적 있기에.
페레스는 몸을 떨었다.
황제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는 사실에, 황제가 자신을 굽어살피고 있다는 사실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고작 열세 살이라도 황제의 위대함을 모를 수 없었다.
소년은 권속이 만든 마을에 살았고, 권속이 마을을 이끌고 있었으며, 권속에게 교육을 받았다. 마을에 병이 돌았을 때, 작물을 망쳤을 때, 옛 신의 피조물이 습격했을 때도 권속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 때문에 소년과 또래는 권속을 더할 나위 없이 대단하게 여겼는데 그들을 만든 황제를 어찌 여길까.
어른은 황제가 신이라 했고, 권속은 저마다 달리 말했으나 페레스는 황제가 인간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가 학교에서 배우기로 황제는 인간을 구하고, 제국을 만들고, 그의 자손으로 하여 세상을 지배하도록 했다. 소년, 인간이 그런 업적이 가능한가?
– 이종족과 옛 신을 상대로 물러나지 않는 용기를 보인 네 아버지에 대한 칭송은 입이 마르도록 해야함이 옳다. 허나, 나는 하지 않겠다.
황제는 소년만이 아니라 제국 전역에 있는 전몰장병의 가족에게 고했다.
– 그는 자신의 행동과 결과를 보였다. 거기에 감히 내가 어찌 그를 평할 수 있을까. 다만, 내가 그를 죽음에서 건지지 못한 것이 슬플 뿐이라.
페레스는 흐르는 눈물로 하늘을 보며 물었다.
“폐하는 신이잖아요. 아버지를 살려주실 수 없나요?”
– 죽음은 그 자체로 끝이다. 영혼은 육신에서 나온 순간 생전의 기억을 잊어버리지. 오로지 옛 신이라 불렸던, 스스로 태어난 존재만이 자신을 유지했다. 인간은 그러지 못하기에 죽음이란 것이 존재하는 것이고.
“하지만···.”
– 그러나 나는 그의 영혼이 삶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축복할 것이다. 다음 생을 찾도록 길을 인도할 것이다. 안치된 이들의 영혼은 걱정하지 마라.
보이지 않는 손이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나는 네 아버지를 대신 할 수 없지만, 너를 지켜보겠다. 너뿐 아니라 전쟁에서 자신의 용기를 드러낸 존엄한 자의 유족을 내가 보증할 것이다. 그러니 슬픔을 풀고 가거라.
다시 일주일이 지나 슬픔이 조금 풀어지자 귀환병이 고향을 찾았다. 슬픔은 잠시 가라앉고 개선식 속에서 기쁨이 일었다. 더는 세상에 전쟁이 존재하지 않았고, 인간에게 적이 없었으므로 인간의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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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은 어색한 표정으로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중년인이 프록코트를 입고 있었다. 무릎까지 오는 기다란 코트에 조끼, 넥타이, 심지어 실크 햇까지.
그야말로 신사였다.
“으음···.”
평생 아내를 위한 선물 외에 옷을 산 적도 입은 적도 없는 몸이었다. 그는 장인이었기에 항상 때 탄 작업복을 걸치고 있었지, 이런 벼슬아치나 입는 예복을 걸칠 일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부터 몇 달 동안 이렇게 입어야 했다.
“오, 정말 잘 어울리네요.”
“그렇습니까···?”
재단사가 딜런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깨가 넓으셔서 맵시가 좋아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난데없이 여행을 떠나게 된 덕에 아내 손에 이끌려서 옷을 맞추었다. 재단사는 잘 어울린다고 말했지만, 그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동료들이 내 꼴을 보면 놀리겠군.’
꼴값한다고 웃지 않을까. 아니, 거꾸로 부럽다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여행은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이 수두룩했으니까.
‘횡단 열차라···.’
철길이 전국에 깔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초에 대륙 횡단 여행, 이란 이름으로 여행 상품이 나타났다. 열차를 타고 제국 전역 관광지를 거치는 내용이었다. 상품이 나온 직후부터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돈이 있어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사람이 천지였다.
여행 가격이 비싸지 않았기에 더 그랬다. 딜런도 돈을 조금 모으면 갈 수 있을 정도로 쌌기에 몇 번이고 추첨을 넣었다. 여행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아내를 위해서였는데 운 좋게도 당첨되었다.
“어, 어때요···?”
탈의실에서 아내 마야가 나왔다. 말을 더듬고 볼에 홍조를 띤 것이 그녀도 그와 같은 심정이라. 그는 아내가 쑥스러워하지 않도록 짙은 미소를 지었다.
“어울려.”
마야는 딜런에 비하면 가벼운 차림이었다. 근래 유행하는 여성복은 치마폭이 넓었지만, 유행을 따라가면 객실에 들어가기가 난감했다. 그래서 그녀는 폭이 좁은 롱스커트를 입었다.
“그, 그래요?”
“응. 좋아. 정말 어울려.”
“당신도요···.”
두 사람은 서로 어색함을 감추면서 미소 지었다.
“가, 가요.”
아내는 딜런의 손을 잡아 역으로 향했다.
부——
열차가 하얀 연기를 조금씩 조금씩 내뱉으며 정차해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지라 신기할 리 없지만, 한 번도 탑승한 적 없기에 긴장이 되었다.
“크네요. 이걸 타고 가는 거죠?”
역에 딜런 부부와 같은 이들이 많았다. 그들도 부부와 같은 모습이었다. 새 옷을 차려입었고, 긴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했다.
“탑승자십니까? 표 검사 하겠습니다.”
역 직원들이 열차 출입구 앞에서 목청을 높였다. 그의 앞으로 사람들이 줄을 섰고, 한 명 한 명 기차표를 보인 뒤에 탑승했다.
“우린 몇 번이죠?”
“잠시만··· 14번이네.”
기차표에 표기된 객실 구분이 침대칸이었다. 당연했다. 횡단 열차잖나. 시종착역의 거리가 13박 14일이라고, 딜런은 신문에서 본 적 있었다.
‘13박 14일··· 노선이 계속 확장 중이라고 했지.’
쉬지 않고 달렸을 때 이야기다. 딜런 부부가 타는 횡단 열차는 역마다 멈추어서 관광을 해야 하므로 그 기간이 수 배로 들었다. 그가 받은 휴가가 넉 달이었다.
‘옛날 같았으면 꿈도 못 꾸었을 텐데.’
딜런은 헛웃음을 지었다. 인류 제국이 건국되기 이전에는 휴가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가 도제로 지내던 시기에는 장인에게 노예처럼 굴려졌고, 개척촌 올리머스에 왔을 때는 이종족의 노예로 부려졌으니.
‘폐하께서 오신 뒤로 훨씬 나아졌지만···.’
힐끗.
아내를 보았다.
싱글벙글 웃고 있으며 열차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녀를 보자 가슴이 따끔따끔했다. 오크, 고블린 무리에게 잡혀가 고초를 겪던 시절이 생각났기에.
‘다 지난 과거야. 지금은 이렇게 행복하니까.’
그녀는 이종족의 노예로 부려지며 몸과 마음 모두 부서졌다. 당시에 노예가 된 모두가 그랬다. 딜런이 그나마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있던 이유는 그나마 기술이 있는 노예였기 때문이었다. 그조차 없는 인간의 처지는 끔찍했지.
그래도 부부는 운이 좋았다. 두 사람이 잡혀간 장소에서 살아남았던 이들 모두가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머지않아 황제가 찾아와 악을 벌하였으니.
가축이 된 노예는 구함 받았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저거 봐요! 동물도 싣고 있어요.”
“서커스라도 하나?”
마음이 무너져서 제 이름도 잊어버렸던 그녀였다. 팔과 다리는 힘줄이 끊어져 기어 다녀야 했기에 누군가 곁에서 보살펴 주지 않으면 혼자 살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상처를 견뎌냈다.
잘린 팔다리는 상처조차 남기지 않고 나았으며, 고통스러운 과거를 떠올려도 그저 과거가 그러했다고 넘길 수 있게 되었다.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그녀의 상처를 짐작할 수 없을 터.
‘인간은 부서질 순 있어도 패배하진 않는다.’
딜런은 권속이 그에게 했던 말을 되새겼다. 그 권속은 라헬, 이라는 이름의 수녀였다. 이제 수녀가 아니라 공교회의 교황이 되었고, 그가 감히 만날 수도 없는 존재가 되었다.
꾸욱···
목에 건 공교회의 성물을 쥐고 눈을 감았다.
“어머?”
누군가 지른 감탄에 딜런은 눈을 떴다.
노신사가 직원 앞에 섰다. 차림새가 고풍스러웠다. 다른 객인과 분위기가 확 차이 날만큼 잘 갖추어 입은 노인이었다. 그러나 시선을 끌어당긴 이유는 차림이 아니라 종족에 있었다.
“엘프?”
노신사는 엘프였다.
길고 뾰족한 귀가 노신사의 종족을 알렸다.
주름이 자글자글하여 설마, 하는 사람도 있었다. 엘프를 본 사람은 꽤 되지만, 늙은 엘프를 본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엘프도 늙냐고 물으면 글쎄, 라고 답할 사람뿐이지.
“엘프, 맞겠죠?”
“그런 것 같은데 어떻게 엘프가?”
이색 손님의 출현으로 잠시 소란이 있었다. 곧 잠잠해졌다. 신기하게 바라볼지언정 그 이상의 감정은 없었다.
“저분들이 가만 계시는 거 보면 괜찮겠지.”
“흠···.”
이종족은 업을 치렀다. 인간 외 종족은 멸망했다. 극소수 생존자가 있었으나 문명을 유지할 정도가 아니었다. 너무 적어서 종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 터.
그들은 인간이 없는 외지를 하사받고, 그곳에서 남은 생을 보내거나 혹은 황제의 보장 아래 인간 사회에 섞여 살다가 죽기로 했다.
‘폐하께서 보장한 존재인가.’
노신사가 그런 존재이리라.
오히려 황제가 보장했다는 점이 인간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종족과 혈투를 벌인 황제가 보장한 존재라니.
“아이도 있네요.”
노신사의 오른편에 손녀 또래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노신사의 손을 꼬옥 잡고 다른 손으로 막대 과자를 들고 있는 아이였다. 모자를 쓰고 있지 않아 드러난 귀는 평범했다.
‘저 아이는 엘프가 아니네.’
늙은 엘프와 여자아이.
참 기묘한 조합이었다.
“들어가십시오.”
역 직원이 노신사와 여자아이 옆으로 몸을 비켰다. 그러나 노신사는 열차에 오르지 않고 직원을 마주 보았다. 딜런은 아주 잠깐, 직원의 표정이 바뀌었다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았다.
“아, 실례했습니다. 표 확인하겠습니다.”
기차표 확인을 깜빡한 것이라.
딜런은 눈매를 좁혔다. 노신사 바로 직전 손님은 확인했으면서 왜 노인에게 확인하지 않았을까. 직원은 권속이었다.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신의 사도로 추앙받는 권속 말이다.
그런 존재가 저리 단순한 실수를 했다고?
“에··· 에룬님, 확인했습니다.”
“고맙네.”
노신사는 직원의 어깨를 한 차례 두드리고 열차에 올랐다.
‘뭐지?’
무언가, 이상한 느낌.
기시감이라고 해야 할까, 기억이 떠오를 듯 말 듯 했다.
“마야?”
딜런은 아내를 불렀다.
그녀는 멍하니 노신사와 여아를 보고 있었다.
“······.”
몇 번이나 이름을 부르자 그녀가 그를 보았다.
“예?”
“왜 그래?”
“아, 그게···.”
딜런이 등을 돌린 사이에 여자아이가 계단에 오르면서 고개를 돌렸다. 마야와 소녀의 시선이 허공에서 만나고, 소녀는 노신사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서 검지로 입을 가렸다.
마야는 눈을 크게 떴다가 한 차례 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아니에요,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