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21)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22화(22/185)
대장간을 나와서 투란에서 기르는 가축, 작물 전반을 확인했다.
그 중 매입할 수 있는 것은 일부 매입해서 챙겼다.
“돈이 모자랄 것 같습니다만.”
“이 정도면 됐다. 나머지는 상납 받으면 된다.”
“상납이요?”
“내가 머저리를 백작으로 만들어주고 용서해주지 않았더냐.”
제레미 도란 백작은 자신이 엘프에게 선출되었다고 착각했다.
또한, 친형 존 도란 백작이 엘프의 땅을 침범해서 벌 받았다고 착각했다.
나는 개척지에 필요한 물품을 그 보상으로 충당하려 했다.
“보상이 아니더라도, 이종족들은 종종 무상으로 상납을 요구하기도 하지. 백작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깃발만 꼽지 않으셨지 다 털어갈 생각이십니까.”
나는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아니. 적당히 해야지. 공물이 과하면 이를 채우려고 그만큼 착취를 해야 하거든. 이 땅도 언젠가 내 것이 될 텐데, 여기서 더 황폐해지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차라리 적당히 받고 모자란 것은 주변에서 사들이는 것이 낫다.”
애초에 내가 투란에게 바란 역할이 그것이었다.
대평원과 내륙 사이의 교역을 중계하는 거점.
‘그에 필요한 재화는 회색 산맥에서 금광을 개발하는 것으로 충당하면 되고.’
그 재정으로 투란을 거쳐서 내륙 지방과 교역을 할 수 있다면,
‘그때부터 영지 개발이 엄청난 진전을 이루겠지.’
다만, 내륙 지방에서도 구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역시 감자나 순무는 없군. 대평원을 넘어가야하나.’
아쉬움을 달래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여우 얼굴을 그린 간판의 술집으로, 1층은 선술집, 2층은 객실이었다.
해가 지는 시간이었기에 1층은 손님이 꽤 되었고 술냄새가 자욱했다.
나는 가운데 자리를 잡고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손님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영주님이 죽었다던데.”
고주망태가 된 남자가 혀 꼬이는 발음으로 말했다.
“평원으로 쳐들어갔다가 요정님의 화를 샀다는군.”
“뭐? 멍청하긴!”
술잔으로 테이블을 탕탕 치면서 괴성을 질렀다.
곳곳에 취한 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기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평원이 요정님들의 땅인 것을 모르는 등신이 어딨어!”
“그러게 말이야. 그나마 용서받아서 망정이지. 아니면 여기까지 요정님들이 왔을지 누가 아나.”
대작하는 남자가 목을 잡고 부르르 떨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몰라! 들리는 말론 평원에 요정님의 가호를 받는 새로운 영주님이 나타났다던데. 우리 영주님이 그걸 무시하고 쳐들어가니까 요정님이 죽였다는군.”
“허헛··· 요정님의 가호를 받아? 말도 안 되는 소리네.”
“하지만 상황을 보면 사실이잖나. 자네도 알지? 영주님이 기사들을 싹 다 끌고 간 거. 그중 누가 돌아왔나?”
“으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테이블에 자리 잡은 손님들은 입을 맞춘 것처럼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평민들이 술에 취해 전 영주를 욕한다, 언뜻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말이 되는 광경이었다.
귀족이라 한들 신을 모욕한다면 평민에게도 욕을 먹지 않나.
존 도린이 요정, 즉 엘프의 땅을 침범했다는 소문도 똑같았다.
이들에게 엘프, 나아가 이종족은 신이나 다름없는 우월한 존재니까.
우월한 존재를 욕보인 멍청한 주인을 욕하고 분노가 자신들에게 튀지 않기를 걱정한다.
‘인간이나 귀쟁이나 난쟁이나. 똑같은 동물에 불과하거늘.’
나는 이들의 뼛속까지 스며든 노예의식에 씁쓸함을 느꼈다.
“소문이 빠르군요. 계획대로 된 것 같습니다.”
“그래, 돌아가는 꼴을 보니 잘 풀릴 것 같구나.”
그리프는 시동이 가져다 놓은 딱딱한 빵을 반으로 쪼개 스프에 찍었다.
“요정의 가호니 뭐니하는 것은 기분 나쁩니다만.”
“명성을 이용하는 거야. 저들에겐 손해 밖에 없지.”
“그 왕자 놈이 알게 된다면 표정이 참 볼만하겠습니다?”
나는 피식 웃었다.
라에라곤이 내가 엘프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소문을 듣는다?
내게 굴욕을 당하고 죽이고 싶어서 이를 갈고 있을 녀석이 어떻게 반응할까.
‘에다르 님.’
그때, 게하르드의 사념이 닿았다.
술집과 영주관이 있는 내성은 그리 거리가 멀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핀토란 이름의 대상인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핀토?’
나는 그리프에게 명했다.
“게하르드에게 패밀리어를 보내라, 지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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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핀토는 이를 갈면서 복도를 걸었다.
이제 막 도린 백작과 이야기를 마치고 나온 참이었다.
“일이 꼬여도 제대로 꼬였어.”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손톱을 물어뜯었다.
존 도린이 원정을 나가 있는 동안 영주관에서 머물며 유흥을 즐기던 그였다.
백작이 돌아왔다는 말에 일이 참 빨라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듣게 된 사실은 존 도린과 가신들이 몽땅 죽어서 머저리 동생만 살아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엘프가 왜 그 지랄을 하냔 말이다···.”
물어뜯던 손톱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피부에 상처가 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픔을 잊을 정도로 머리가 복잡했다.
어그러진 사업과 그로 인한 손실.
손실의 크기는 감당할 수 있었지만 자존심은 아니었다.
일평생 손톱만큼의 손실도 겪지 않은 그였기에 자존심의 상처가 너무 컸다.
“아직 끝난 건 아니야. 아직 기회는 있어.”
백작이 된 머저리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대화를 이어가기에는 머저리는 머저리라 아는 것이 없었다.
그의 형이었던 존과 핀토 사이의 비밀 계약을 전혀 몰랐다.
‘이제 와서 알려준다고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아.’
대신 머저리와 같이 돌아왔다는 남자를 만나기로 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머저리와 동행한 이방인.
그를 본적은 없으나 시종들이 말하기를, ‘머저리가 어려워한다.’
핀토의 직감이 그 이방인이 머저리와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외쳤다.
“핀토 라미레스입니다.”
접객실에 들어가자마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놀랄 만큼 깍듯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게하르드, 라고 백작이 불렀던 남자는 비딱하게 앉아있었다.
답인사도 없이 손짓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핀토는 한쪽 눈썹을 무심코 꿈틀했으나 곧장 감추었다.
‘사업의 가치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감내해주지.’
“이렇게 뵙게 되어···.”
“잠깐.”
인사를 마저 이으려 하자 열린 창으로 솔개 한 마리가 들어왔다.
솔개는 자연스럽게 게하르드의 어깨에 앉았다.
게하르드는 슬쩍 솔개를 보고서 별 반응하지 않았다.
“새를 기르십니까?”
“글쎄.”
모호하고 정중함이 없는 말본새에 핀토는 열이 올랐다.
‘출신도 모르는 나부랭이가.’
턱밑까지 치솟은 열을 억누르며 미소를 진하게 지었다.
그가 표정 관리에 애쓰는 동안 솔개는 어깨에 앉아 가만히 그를 보고 있었다.
주변을 살피거나 지저귐도 없었다.
오로지 정면을 보았고 거기엔 핀토가 앉아있었다.
핀토는 솔개의 눈이 사람과 같다고 느꼈다.
“흠.”
게하르드는 손으로 목을 쓸었다.
목을 가다듬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앉은 자세가 달라졌을 뿐인데, 분위기가 바뀌었다.
사람이 바뀐 것처럼, 무게감이 있었다.
“이야기를 시작하지. 노예 상인 핀토.”
움찔
“저를 알고 계십니까?”
“잘 알지. 역사상 가장 많이 동족을 판 인간 아니더냐.”
핀토는 상냥하게 보이려고 웃고 있던 표정을 굳혔다.
인간을 판다는 것이 대단한 비밀은 아니었다.
인간 매매는 겉으로 쉬쉬할 뿐, 규모가 꽤 크고 흔한 사업이니까.
다만, 게하르드의 말 속에 뼈가 있었고 어투 또한 날카로웠다.
“할 말이 있나.”
‘죄인을 앞에 둔 법관처럼 구는 군.’
다시 미소를 띄며 핀토는 게하르드를 마주 보았다.
허공에서 맞닿고 있는 게하르드의 시선은 어째서인지 다른 사람을 보는 착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감성적인 분이십니다?”
“그렇게 보이나.”
“아. 무례하게 들렸다면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경께서 제 행위를 부당한 것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들리는 지라.”
훗, 하고 게하르드가 웃음을 흘렸다.
“경께선 고기를 드십니까?”
“먹지.”
“말이나 돼지를 사고 판 적도 있으시고요?”
게하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을 파는 것과 개나 돼지를 파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저는 상인입니다. 팔 수 있는 것이라면 팔지요, 그것이 무엇이건.”
보다 적극적으로
팔 수 있는 것이기에 팔았다, 인간을.
그렇게 말하고 핀토는 가식 없는 미소를 지었다.
“과연.”
게하르드는 시큰둥하게 말을 이었다.
“그 일에 보람을 느끼나.”
“보람이요? 글쎄요. 주머니가 두둑해질 때면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핀토는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 다리를 꼬았다.
“경께서 물으시는 게 무엇인지 압니다. 제게 양심이 있냐는 것이겠죠. 이런 이야기 자주 듣습니다. 저만 아니라 저와 같은 물건을 파는 사람이라면 똑같지요. 불쌍하지 않냐, 옳다고 생각하냐··· 딱 잘라 말씀드리면, 저는 모릅니다. 제가 따지는 것은 팔 수 있냐, 없냐 뿐이지요.”
검지와 엄지를 모아 동그라미를 그렸다.
“인간이 이종족에게 팔리는 것은 약하기 때문입니다.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것은 자연의 섭리 아닙니까? 국가 간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이웃 국가보다 약한 소국은 정복당하지요.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족이 열등하기에 노예가 된 것이죠.”
“너는 다른가?”
“저는 다르지요. 비록 육체는 인간이지만, 정신은 다르거든요.”
톡톡,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친 핀토는 목깃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보랏빛이 은빛과 은은하게 감도는 금속 재질의 세공품이었다.
“이게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오리칼쿰으로 만들었군.”
“예. 선물로 받았지요.”
우정의 선물이라면서 핀토는 어깨를 으쓱였다.
고개도 이전보다 추어올리며 자신감을 드러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리칼쿰은 귀하디귀한 금속이었다.
이종족조차 없어서 못 쓰는 금속 중 하나.
인간은 기껏 가져봐야 제련 기술조차 없어 다룰 수 없는 금속.
저토록 섬세하게 무늬가 새겨졌다는 것은 이종족의 손을 탔다는 의미였다.
이종족이 만든 물품이 인간에게 얼마나 값지던가.
이것을 선물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깊은 관계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 선물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열등한 인간과는 다르다고 그분의 인정을 받은 셈입니다. 명예 자격이라고 할까요?”
“기뻐 보이는군. 그 선물은 너를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던가?”
“그럼요. 오직 저와의 우정을 위해 제작된 선물이죠. 보이십니까? 여기 새긴 각인은 고대어로 저의 이름과 축복이 새겨져 있답니다.”
게하르드는 목걸이를 보며 이를 드러내고 낮게 웃었다.
“’산리시가 레미네라에게, 당신의 출산을 축하하며.’”
“······?”
핀토는 눈을 깜빡였다.
“그 목걸이에 새긴 고대어의 뜻이지.”
“무슨···?”
“네 친구의 이름이 산리시 혹은 레미네라인가?”
그제야 말뜻을 이해하고 핀토는 눈을 부릅떴다.
게하르드에게 내민 목걸이를 뒤집어서 고대어를 보았다.
문자를 읽으려 했지만, 고대어를 몰랐기에 읽지 못하고 노려볼 뿐.
고대어를 아는 사람은 이종족 중에서도 드물디드물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묻겠는데, 네 아들은 알에서 태어났나?”
또 무슨 소리냐고, 핀토는 목걸이를 노려보던 시선을 게하르드에게 보냈다.
“뒷면의 문양은 나가의 것이다. 나가는 알에서 태어나지.”
게하르드는 재밌군, 이라고 뒷말을 남기고 싱겁게 웃었다.
핀토는 목 아래에서 벌겋게 열이 올라와 삽시간에 이마까지 붉혔다.
거짓말이라는 단어가 열과 함께 속에서 올라왔다가 목에 걸려 멈추었다.
아니라고 보기에는 게하르드의 태도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고대어에 조예가 있으신지는 몰랐군요.”
“네 친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부하지.”
“당신은 그분을 모를 텐데요.”
“그럴까.”
우그다쉬.
흘려보내듯 게하르드가 나지막이 말했다.
대평원 너머에서 핀토에게 선물을 하사한 오크의 이름.
핀토는 인간 중에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으리라 믿었는데.
그 믿음이 깨어졌기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입을 벌렸다.
“그 이름을 어떻게?”
“글쎄.”
“···듣기로 경께서도 섬기는 분이 있다지요. 그분께 들으셨습니까?”
게하르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입을 다물고 가만히 핀토를 마주 보았다.
핀토는 시선이 그가 감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실례했습니다.”
목을 움츠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경과 제가 서로 따르는 분은 다르더라도 같은 길을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같은 길, 게하르드가 중얼거리자 핀토는 끄덕였다.
“예. 동업 말입니다.”
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펼쳤다.
“만약, 황금으로 이루어진 산이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두루마리는 대평원 전역을 그린 지도였다.
그중에서도 회색 산맥에 초점을 맞추었고 여러 기호가 그려져 있었다.
“회색 산맥 전체에 걸친 매장량.”
핀토는 지도 오른쪽 아래로 손가락을 찍었다.
손가락이 닿은 곳은 올리머스, 라고 적힌 마을 위였다.
올리머스 북쪽은 회색 산맥이 시작되는 부근이었고 광산 기호가 있었다.
“도린 백작이 일을 잘했다면 손에 넣었을 보물이지요.”
“이걸 알려준 게 너인가.”
“서로에게 좋은 제안이었죠.”
“그리고 이젠 나한테 제안하고.”
핀토는 두 손을 살살 비비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는 상인입니다. 무력도 영지도 없고 가진 것은 돈뿐이지요. 그런 제가 혼자서 맛난 것을 먹는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좋게 보이겠습니까?”
“그래서?”
말은 짧으나 많은 것을 함축한 물음이었다.
올리머스가 아니라 게하르드에게 제안한 이유,
금광을 얻은 뒤에 어떻게 캐낼 것인가,
일이 성사된다면 보상은?
“경과 올리머스의 영주이신 에다르 님은 같은 분을 섬기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누구에게 제안하건 같은 분에게 전할 것 아닙니까.”
게하르드가 작게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채굴은 다른 분이 맡아 주실 겁니다. 사실 이 산맥의 주인은 따로 있습니다. 이미 준비를 마친 뒤 기다리고 계시지요. 저희는 그분과 거래를 하는 겁니다.”
“거래라, 나는 팔 것이 없다만.”
“아뇨. 아주 많으시죠. 존 도린 백작은 탈주민을 꽤 많이 받아들였거든요.”
“인간을 팔아서 금을 산다, 라는 것이군.”
목소리가 무겁게 깔리자 핀토는 두 손바닥을 펼쳐서 흔들었다.
“그 옛날에 철검 하나를 사기 위해 열 명의 인간을 팔았잖습니까?”
“그랬지.”
“지금은 그때보다 좋은 세상입니다. 철검이 아니라 황금이고 교환비도 좋지요. 투란은 인간을 공급하고, 올리머스는 중계비를 받고, 어떻습니까.“
눈앞에 황금을 둔 것처럼 신이 나서 말을 붓는 핀토에게 게하르드가 답했다.
찰나의 고민도 없는 대답이었다.
“아니. 하지 않겠다.”
우뚝
핀토가 미소를 지은 채 얼굴을 굳혔다.
“이것이 얼마나 큰 벌이인지 아십니까?”
“알지.”
핀토는 길게 한숨을 뱉었다.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고 타이르듯이 조곤조곤 말했다.
“아니요. 경은 모릅니다. 존 도린 백작은 저 밖에 키우는 양 떼 따위로 벌 수 있는 돈의 두 배를 제게 받았지요. 그것도 매년. 사업이 성공하면 그 세 배를 주기로 약속했고요.”
세 배, 라는 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게하르드가 미동도 하지 않자 눈을 좁혔다.
“그깟 도덕심 때문입니까?”
“아니.”
핀토는 고개를 저으며 허리를 등받이에 기대고 게하르드를 보았다.
“경. 다시 잘 생각···.”
“네가 말하지 않았나. 약하기 때문에 팔리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나는 강자로서 말하지. 더는 내 땅에서 인간이 노예로 팔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
게하르드의 선언에 핀토는 인상을 구겼다.
무어라 말을 하고자 입을 열었다 닫기를 몇 번.
신경질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후회하실 겁니다.”
그리고 접객실을 나가려고 등을 돌리자 게하르드가 말했다.
“조언하나 하지.”
불현듯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어조가 바뀌었다.
따라 읽는 듯이 묘한 어색함이 사그라든 느낌.
그러나 핀토는 감정이 끓어서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올리머스에 가게 된다면 인간을 팔자는 소리 따위 하지 말도록.”
“제가 그것을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합니까?”
게하르드가 눈웃음을 지었다.
핀토는 그 표정에서 비웃음을 읽고 접객실을 나갔다.
복도를 지나면서 입술을 깨물고 분을 억눌렀다.
‘등신새끼! 인간 따위 내가 구하면 그만이야. 올리머스에 영주가 있는 이상 투란은 이 사업에 낄 필요도 없다고. 제 주인을 생각해서 기껏 좋게 대해줬더니 이딴 식으로 나와?’
핀토는 머릿속에서 올리머스의 영주를 떠올렸다.
게하르드와 마찬가지로 만난 적 없으나 상관없었다.
금광, 그것도 산맥 전체에 걸친 매장량.
그것을 보고 침만 흘릴 순진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었다.
게하르드처럼 이종족의 종복이면서 동정심에 얽매이는 놈이 두 명이겠나.
‘만약 똑같은 놈이라도 우그다쉬에게 부탁하면 그만이야. 지가 아무리 싫다 해도 주인이 마음에 들면 그만이지.’
게하르드와 올리머스의 영주, 두 놈의 뒷배가 누구인지 몰라도 이종족이리라.
이종족은 결코 인간 따위를 고려해서 판단하지 않는다.
핀토는 자신이 있었다.
놈들의 주인이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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