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24)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26화(26/185)
아침이 되면 나는 말을 몰고 북동쪽으로 달렸다.
동행하는 권속은 칼리오페와 이동 중에 생성한 권속 한 명.
호위를 추가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호위가 몇 명이건 칼리오페가 날 지키지 못하면 아무도 못 지키느니라.’
내 말에 칼리오페의 볼이 옅게 붉어졌다.
반면에 사념은 무섭게 요동쳤고.
“······.”
하루 꼬박 달려서 라고아에 도착했다.
올리머스는 내 영지의 중앙에 있었고, 라고아는 북동쪽 끝에 있었다.
회색 산맥이 시작되는 곳, 그 아래에 있는 작은 개척촌이 라고아였다.
라고아의 규모는 내가 막 올리머스에 도착했을 때와 비슷한 규모.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올리머스만 보다가 라고아를 보니 느낌이 이상했다.
기껏 만든 기반을 모조리 잃고 새로 시작한 느낌이랄까.
‘할 일이 정말 많군.’
이를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모든 영지를 균등하게 개발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되고.
그러나 이렇게 극단적으로 낙후되어서는 안 된다.
올리머스와 라고아, 두 마을의 간격은 말을 타고 하루 거리였다.
그 사이에 무엇이 있었나?
아무것도 없었다.
‘이 사이로 군대가 지나가도 모르겠어.’
산이나 강이 있다면 모를까, 평야 그 자체였다.
충분히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인데도 공터로 있었다.
이렇게 공터가 많다는 것은 관문을 활짝 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대의제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리가 작정하고 습격하면 난감해.’
권속이 있어도 수가 몇 없으니까.
적이 사방팔방 분산해서 촌락을 습격한다면 막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벌써 우그다쉬처럼 대의제를 무시하는 놈이 나오는 마당이다. 서둘러 이주를 늘려야 해. 기존의 개척촌을 키우고, 정착할 수 있는 토지에 새로 정착도 시키고. 밀도를 높여야 이 공터가 사라지지.’
전생이었다면 몇 세대에 걸쳐 이루어야 했을 과정.
내게는 수많은 회차를 거치며 누적된 미래의 지식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할 기반도 저기에 있었다.
나는 저 앞에 보이는 라고아보다 더 멀리에 있는 회색 산을 보았다.
“오오··· 영주님···.”
라고아의 입구에 들어서면 촌민들이 고개를 숙이고 엎드렸다.
내가 지평선에서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나와서 주시하던 그들이었다.
산을 점거한 몬스터 탓에 불안했던 것일까.
가구가 몇 되지 않는데도 여럿이서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영주라는 것을 알자 굳은 표정을 풀고 안도했다.
“누가 대표냐.”
“소인입니다.”
촌장을 자처한 남자가 일어섰다.
“키슬러에게 이야기 들었다. 산의 출입을 막는 몬스터가 있다고.”
“그것이··· 몬스터가 아니라 오크와 고블린입니다.”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가진 지성으로 폭력과 성욕을 푸는 것만 몰두하는 괴물들.
오크, 고블린 따위가 문명인 취급 받는 세상이라니.
“놈들이 산에서 보이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지?”
“보이기 시작한 것은 꽤 되었습니다.”
촌장은 산을 가리켰다.
“저기 보이는 골짜기 너머에서 고블린이 자주 보였습니다. 다행히도 공격성은 띠지 않았기에 저희가 조심하면 문제가 되지 않았지요.”
“출입도 막지 않았고?”
“예. 골짜기를 저희 쪽까지 넘어와서 산의 출입을 막은 것은 최근입니다.”
“마을 습격한 적은?”
“아직까진 없습니다.”
인간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몬스터가 오크나 고블린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올리머스가 놈들의 습격으로 비참한 꼴을 겪지 않았나.
그런데 인간을 보고도, 인간을 가까이 두고도 방치하다니?
“외부인이 온 적 있나?”
“예? 예··· 상납 때문에 가끔 방문이 있습니다.”
상납. 나는 눈매를 좁혔다.
“사실, 외부에서 오시는 분들이 종종 말씀하셨습니다. 자신들 덕분에 습격당하지 않는 것이라고요.”
“과연.”
‘이곳을 방치한 것은 상납을 위한 거점이었기 때문이었나.’
우그다쉬에게 상납을 내는 협력자들의 경유지였기 때문이겠지.
오크나 고블린이 야만적이라 해도 적 아군을 구분할 줄은 알았으니까.
‘외부인은 핀토의 상단이겠군.’
이전 회차에서 우그다쉬와 거래를 튼 인간은 언제나 핀토 뿐이었다.
애초에 핀토가 대상인이 된 이유부터 우그다쉬와의 거래를 독점한 덕이었다.
‘라고아에서 올리머스 그리고 투란으로 이어지는 교역로를 만들려 한 건가.’
게하르드를 통해 대화할 때, 핀토가 말했었다.
올리머스를 중계할 것이라고.
‘이게 그 황금의 길이 되는 것이었군.’
전생의 실크로드처럼, 이전 회차에서 강철안개 부족과의 교역로를 황금의 길이라고 불렀다.
그 길을 독점한 것이 핀토고, 그가 대귀족의 작위를 살 수 있던 원천이었다.
‘이번엔 내가 독점할 테니 귀족이 되지 못해서 아쉽겠어, 핀토.’
내심 그의 미래를 비웃으면서, 나는 촌장에게 손짓했다.
“산으로 올라가겠다.”
촌장을 안내인으로 삼아 회색 산을 올랐다.
회색 산은 이름답게 색이 바랜 식물이 자랐다.
눈이라도 맞은 것처럼 풀이고 나무고 옥빛을 잃었다.
‘티아마르가 내뿜는 기운이 여기서 내려앉기 때문이지.’
색이 바랜 이유를 떠올리며 아직은 티아마르의 힘이 건재함도 떠올렸다.
깨어나면 재앙이지만 힘을 가진 채 자고 있으면 내게 득이 되는 묘한 존재.
티아마르가 건재하다면 대의제는 인간의 영역을 넘보지 않는다.
‘독도 쓰기 나름이란 말이 이럴 때 쓰이는군.’
티아마르는 독보다 더 무서운 위험물이지만.
나는 실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촌장의 뒤를 따랐다.
그 순간, 촌장과 거의 같이 걷던 칼리오페가 걸음을 멈추었다.
“······.”
“왜 그러십니까?”
“조용.”
칼리오페가 손을 들어서 촌장의 입을 막고 주변을 살폈다.
이에 내 뒤에 선 권속도 경계하며 옆으로 바짝 붙었다.
나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으나 칼리오페의 시선을 따라갔다.
저 앞의 잿빛 수풀이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살랑였다.
곧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뒤따랐다.
수풀에서 나온 것은 고블린 무리였다.
【Lv. 5】
【Lv. 7】
【Lv. 3】
“인간.”
길고 뾰족한 코와 귀, 눈 그리고 작은 키.
피부는 녹색이고 이빨은 날카로우며, 벌어진 입으로 침을 질질 흘렸다.
행동은 고장 난 태엽 인형처럼 키킥, 떨면서 눈웃음을 지었다.
“왜 왓나, 인간.”
“처음 본다.”
“거레. 한다?”
칼리오페가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거래, 라는 말을 듣고 내려앉은 내 감정을 읽은 것이라.
나는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한 뒤에 앞으로 나섰다.
“거래하러 왔다. 족장은 어디 있지?”
“한다! 거레!”
“인간! 여자!”
“나, 인간 좃다. 맛있.”
무리가 어깨를 달싹이며 요란하게 키드득거렸다.
인간 노예는 어디 있냐, 내가 먼저 고른다, 인간은 맛있다,
같잖은 소리를 지껄이는 고블린들을 손을 들어서 입 다물렸다.
“너희 것들 말고. 족장에게 안내해라.”
그 말에 고블린은 훅훅 숨을 내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인간을 보여달라, 배가 고프다, 먹고 싶다, 또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내가 별 반응 없이 내려다보고 있자 이내 잠잠해졌다.
“으으음··· 알아따. 따라와라!”
고블린 무리는 인간, 인간, 노래를 부르며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올랐다.
나는 촌장을 라고아로 돌려보내고 권속들과 함께 고블린의 뒤를 쫓았다.
“져기다.”
고블린이 안내한 곳은 산채였다.
골짜기 너머에 목책을 두른 진터가 있었다.
골짜기가 천연 가림막이 되지 않았다면 감출 수 없었을 규모.
목책에 벌레 먹거나 색 바랜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최근에 지은 것이었다.
나는 목책을 따라 걸으면서 안쪽에서 새어 나오는 분주한 소리를 들었다.
깡, 깡―
그리고 목탄을 태우는 냄새와 하늘로 오르다가 침엽수에 막히는 연기까지.
‘터를 완전히 잡았군.’
임시로 지은 주둔지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멈춰라. 누구냐.”
산채 입구에 다다르면 웃통을 벗은 오크가 막아섰다.
【Lv. 20】
라에라곤이 죽인 도린 백작의 기사가 21레벨.
제르마니아 기준으로 하급에 속하는 레벨이었다
그와 고작 1레벨 차이의 이 경비병도 전사 중 하급에 속했다.
그렇다면 인간과 오크의 무력 차이는 별거 아니지 않을까?
아니다. 숫자가 다르다.
인간은 기사보다 약한 병사가 존재한다.
하지만 오크는 전사보다 약한 전사가 없다.
모든 오크는 성년이 되면 이 경비병 수준의 전사가 되므로, 성년에 이르지 않은 오크를 제외하면 모두 인간 기사에 버금간다는 뜻이었다.
‘오크 부족 하나의 인구는 작으면 몇백, 많으면 몇만. 인간으로 치면 그만큼의 기사가 있는 셈이다.’
투란 같은 척박한 소영지에서 21레벨은 손꼽히는 강자였다.
오크는 그런 강자가 수백 명 모여야 소규모 부족에 불과했다.
‘인간과 이종족의 격차란, 너무 높지.’
그것이 산맥 너머의 세상이었다.
“상인!”
“상인?”
고블린의 대답을 들은 오크가 나를 살폈다.
“멍청한 쪼꼬미. 이 인간은 상인이 아니다.”
“상인? 아니다?”
오크는 어벙하게 되묻는 고블린을 걷어차고 나를 노려보았다.
“왜 왔지. 인간.”
“거래.”
잠시 고민하다가 오크는 곧 코웃음을 치며 길을 열었다.
인간 따위 들여보낸들 무슨 문제냐는 비웃음이었다.
“들어가라.”
산채 내부는 밖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번잡했다.
좁은 공간에 목제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건물 사이사이로는 온갖 종족이 분주하게 지나다녔다.
“빨리 움직여라!”
오크, 고블린 외에도 리자드맨이나 트롤 같은 몬스터도 보였다.
그러나 내 시선을 끄는 종족은 그사이를 지나는 인간들이었다.
“쉬지 마라!”
나는 짐을 나르는 인간들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들은 누더기를 입었고 온몸에 때가 묻거나 딱지가 졌다.
얼굴은 핏기없이 파리했으며 눈 밑은 움푹 파였고 손목은 뼈가 드러났다.
누적된 피로와 굶주림이 선명한데 쉬지 못하고 겨우겨우 걸음을 떼었다.
나는 그들이 인간 노예, 라는 것을 알았다.
‘사냥당했거나 팔렸거나.’
팔과 다리에 어떠한 구속구도 없었으나 저항하는 기색은 없었다.
인간의 눈은 죽은 자와 같았고 숨은 언제라도 끊어질 것처럼 미약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여성 노예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
내 시선을 알아챈 남성이 걸음을 멈추고 나를 보았다.
공허하게 풀린 눈동자가 나와 허공에서 만났다.
흐릿하고 초점이 없는 눈이었다.
짜악—!
채찍이 날아들어 그의 등살을 찢었다.
“아악!”
고꾸라진 그의 등에서 피가 튀었다.
“쉬지 말라 했다!”
채찍을 쥔 오크가 성을 내며 남자를 걷어찼다.
남자는 바닥을 구르다가 건물 벽에 부딪혀 멈추었다.
컥컥거리며 막힌 숨을 토하고 몸을 웅크리며 달달 떨었다.
오크는 그 모습에 화가 더 치솟는 듯 팔을 높이 들었다.
“그만!”
내 외침에 오크는 채찍을 막 휘두르려던 자세로 멈추었다.
“뭐냐, 인간.”
오크는 험상궂게 일그러뜨린 얼굴을 내게 향했다.
【Lv. 62】
나는 녀석의 레벨을 보면서 목소리를 깔고 답했다.
“남의 집에서 하는 짓이 꼴사납구나.”
“남의 집?”
놈의 의문을 무시하고 나는 말을 이었다.
“네 아비를 불러와라. 바구쿠.”
바구쿠, 라고 불린 오크는 채찍을 버리고 쿵, 쿵, 센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칼리오페가 나와 바구쿠의 사이로 나가 막아섰다.
“누구냐, 인간. 어떻게 나를 알지?”
나는 그 물음도 무시했다.
“거래하러 왔다.”
“거래? 너 내가 아는 상인이 아니다.”
“거래를 상인만 하나.”
칼리오페를 지나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바구쿠 앞에 섰다.
내 키가 녀석보다 머리 하나는 높았기에 나는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이 땅의 주인이다. 그리고 인간을 대표하지.”
모두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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