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25)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27화(27/185)
바구쿠는 눈앞의 인간 남성을 올려다보면서 인상을 구겼다.
인간 주제에 인간답지 않게 키가 커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열등 종족이 감히 자신을 내려보는 행태에 주먹을 꽉 쥐었다.
평소였다면 그대로 머리를 뽑아 버렸을 텐데.
사내의 눈동자에서 무어라 말하기 어려운 압박을 느꼈다.
‘기분 나쁜 인간이다.’
숨이 억눌리고 심장은 빠르게 뛰고 몸은 딱딱하게 굳어지는 감각.
본능이 저 인간은 위험하다고, 바구쿠에게 경고했다.
이러한 감각을 자신에게 느끼게 한 존재는 아버지 우그다쉬 밖에 없었다.
인간 주제에 우그다쉬와 동급의 격을 가진다는 것이 믿기 힘들었다.
그러나 본능이 외치고 있었고, 바구쿠는 본능을 무시하지 않았다.
“주인은 무슨 뜻이지. 인간.”
주먹을 풀고 콧김만 내뿜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거리를 벌리자 전신을 압박하던 위압감이 조금은 흐트러진 듯했다.
“말 그대로. 이곳이 내 것이란 의미지. 나는 올리머스의 영주, 에다르다.”
바구쿠는 눈을 번뜩 떴다.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는 이름이었다.
“너··· 대의제를 속인 원숭이냐.”
어찌 모를 수 있을까, 대의제를 엿 먹인 유일한 인간인데.
엘프 왕자가 직할지를 빼앗기고 우그다쉬는 산맥 너머로 쫓겨났다.
우그다쉬의 아들인 바구쿠도 피해를 보아 이렇게 숨어 지내야 했다.
“무슨 거래를 하러 왔지?”
“그건 네가 알 바가 아니다. 네 아비를 불러와라. 우그다쉬의 바구쿠.”
으드득···
바구쿠는 에다르의 무시에 이를 꽉 물었다.
목을 떨며 가래 끓는 소리를 내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우그다쉬는 이곳에 없다. 그리고 여기는 내 땅이다. 할 말이 있다면 나한테 해야 한다.”
“네가 나와 거래를 할 자격이 있다고?”
“당연하다.”
에다르는 웃음을 흘렸다.
바구쿠는 다시 가슴 한편에 욱 솟구치는 분노를 느꼈다.
눈을 마주하면 느껴지는 저 위압감만 아니었다면··· 몇 번이고 죽였으리라.
“그렇다면 안내해라. 이 자리에서 거래를 논하는 무식한 놈은 아닐 테니.”
바구쿠는 킁, 콧김을 뿜고 등을 돌렸다.
인간 노예 상인을 대접하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놈의 취향을 고려해서 넓은 방에 황금을 꽉 채워 두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햇빛을 받은 황금에 잠시 눈이 멀 정도.
바구쿠는 여타 상인들처럼 에다르도 얼굴을 가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황금에 탐욕을 드러내어 자신에게 몸을 낮추리라 생각했다.
‘인간은 단순하다. 크고 빛나면 다 좋아한다.’
그의 짧은 인생에서 만난 모든 인간의 공통점.
대의제를 속인 인간이라도 다를 바 있을까.
놀란 표정을 기대하며 비웃음을 짓고 그를 보았다.
“······.”
하지만 에다르는 덤덤했다.
방을 가득 채운 황금을 보고도 표정 변화가 없었다.
도리어 바구쿠가 그런 반응에 당황했다.
“놀라지 않나?”
“뭐가 말이냐.”
무심코 새어버린 의문을 에다르가 되물었다.
바구쿠는 움찔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답했다.
“너 이 빛나는 돌 싫은가?”
바구쿠가 인간을 열등 종족이라 여기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약한 주제에 강해지려 하지 않고 무가치한 것에 집착하기에.
힘이 있으면 무엇이든 쟁취할 수 있는데, 힘과 상관없는 저깟 물렁물렁한 금속에 집착하는 것이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싫지.”
반면에 저 인간은 인간답지 않게 황금에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상인이란 멍청한 인간들이 번식 노예를 비싸게 팔려고 관심 없는 척하는 것과 달랐다.
눈동자에 혐오를 담지는 않았으나 돌을 보듯이 싱거웠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가? 황금의 가치는 내가 아니라 남이 정하는 것인데.”
에다르는 세공 노예가 만든 목걸이를 들고 살피다가 바닥에 떨구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접객실을 돌면서 보화를 관람하던 그는 손바닥보다 작은 갑을 집었다.
황금으로 만든 상자 안에 담뱃잎을 엮은 연초가 여럿 담겨 있었다.
그중 하나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이건 괜찮군.”
“그거. 좋은 거다. 대의제에서 많이 산다.”
“그랬군.”
바구쿠는 인간 노예를 불러 연초에 불을 지피게 했다.
빨갛게 끝이 탄 연초가 에다르의 호흡에 맞추어 깊게 빨렸다.
후, 내뱉는 연기와 함께 그의 입꼬리가 올라가자 바구쿠는 손을 뻗었다.
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세공품을 탁자 위에 올렸다.
사후 세계를 형상화한 향로, 승천하는 용을 새긴 잔···
“너희 인간이 좋아해서 만들게 했다.”
그 옆으로 두 손 가득 금화를 쥐고 쏟았다.
에다르는 연초를 문 채 금화를 집어 앞뒤를 뒤집었다.
금화의 양면에 인간의 두상과 별 문양이 찍혀 있었다.
“핀토, 우그다쉬의 친구.”
에다르가 두상 위의 문장을 읽고 싱겁게 웃었다.
“놈이 부탁했다.”
“제 이름과 우정을 알리고 싶다고?”
바구쿠가 끄덕였다.
“너 원한다면 너 이름 새긴다.”
“핀토는? 네 친구가 섭섭해할 텐데.”
친구, 라는 단어를 읊조리며 바구쿠는 코웃음을 쳤다.
인간이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지? 그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친구, 라는 단어를 굳이 금화에 박은 것은 그만한 노예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불쾌를 넘는 기쁨을 핀토라는 원숭이가 주었으니까.
“그래. 너희가 생각하는 것이 그렇지.”
에다르가 냉소하자 바구쿠는 발바닥으로 바닥을 퉁퉁 쳤다.
“넌 다르다. 대의제가 인정했다.”
“대의제가 인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지.”
“모든 종족은 대의제에 있다. 대의제는 모든 종족을 대표한다. 인간은 대의제가 인정하지 않는 동물. 하지만 너는 대의제가 인정한 인간. 우리와 같은 명예를 가질 수 있다.”
“명예 오크나 명예 엘프, 그딴 소리군.”
그렇다, 라고 바구쿠가 대답했다.
그리고서 방 한편에 고이 둔 가죽 주머니를 가져와 열었다.
주머니 안에서 보랏빛과 은빛이 조화로이 감도는 팔찌를 꺼냈다.
“이것을 준다.”
에다르는 팔찌를 받았다.
황금으로 만든 세공품을 볼 때와 다른 눈빛.
눈빛이 호감을 나타냄을 눈치챈 바구쿠가 미소를 지었다.
‘귀쟁이나 난쟁이도 이걸 좋아한다. 너도 다르지 않을 거다.’
팔찌에 새긴 문자를 눈으로 읽다가, 에다르는 고개를 들었다.
“이걸 나한테 준다고.”
“그렇다. 너. 나. 거래를 위해서.”
“우정이 아니라.”
“우정도 상관없다.”
우정이라, 에다르는 그 말을 속삭이다가 물었다.
“너와 우정을 나눈 핀토에게도 준 적 있겠군.”
“준 적 없다.”
바구쿠는 딱 잘라 말했다.
희미하게 남은 기억이 그런 것 같다고 속삭였다.
그러나 바구쿠는 굳이 기억을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
에다르를 속이려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굳이 같잖은 인간과의 우정이니 뭐니 떠올릴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에다르는 바구쿠와 잠시 시선을 맞대다가 끄덕였다.
“그렇군.”
“가져가고 싶은 만큼 얼마든 가져가라.”
“마치 네 것인 것처럼 말하는군.”
“무슨 소리냐.”
에다르는 팔찌를 손목에 끼고 답했다.
“이곳의 주인은 나 아니더냐.”
바구쿠가 코가 막힌 웃음소리를 냈다.
“인간. 헛소리 마라. 너 이 땅에 오기 전부터 내 것이었다.”
“대의제도 그렇게 생각할까?”
“······.”
움찔
바구쿠의 움직임이 일순간 멈추었다.
연초가 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정적이 내려앉았다.
“대의제는 내가 이 땅의 주인임을 보장했다. 너는 그것을 무시하고 있고.”
“···대의제가 인정한 주인은 나다.”
“그건 옛날이고. 이제는 아니지.”
쾅!
두툼한 손바닥이 탁자를 내리찍었다.
나무로 된 탁자는 그 한 방에 반으로 쪼개졌다.
탁자 위에 올린 세공품과 금화가 후두두 쏟아졌다.
“너! 나랑 거래하자 했다! 거래에 맞는 대화 해라!”
역정이 뿜어내는 살기가 방을 가득 채웠다.
바구쿠의 눈에 핏발이 섰고 온몸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시중을 들기 위해 멀뚱히 서 있던 노예가 히익, 소리를 내며 엎드렸다.
이렇게 분노가 끓어 오르면 반드시 핏물이 터졌음을 노예는 알았다.
노예는 고개를 수그린 채 힐끗힐끗 바구쿠를 분노하게 한 인간을 훔쳐보았다.
에다르는 그저 연초를 물고 깊게 들이 마셨다가 뱉을 뿐.
바구쿠의 분노는 그에게 어떤 느낌도 주지 못하는 듯 보였다.
“인간 대신 엘프를 주겠다.”
바구쿠의 한쪽 눈썹이 꿈틀꿈틀했다.
“엘프?”
“너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엘프 아니더냐. 인간을 선호하는 이유는 엘프를 닮았기 때문이지. 엘프를 구할 수 있다면 굳이 인간이 필요한가?”
일그러진 표정이 에다르의 말이 이어지면서 천천히 풀렸다.
역정이 가라앉아 감정이 빈 얼굴에 호기심이 뿌리를 내렸다.
“엘프를 노예로 삼을 방법. 궁금하지 않나?”
“······.”
“너희가 귀쟁이를 넘보지 못하는 이유가 장성 때문 아니냐. 나는 거길 넘을 수 있는 헛점을 알고 있다. 네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알려주겠다.”
엘프가 제 영토를 지키기 위해, 국경에 길게 이은 요새를 장성이라 불렀다.
장성은 단순히 성벽을 길게 늘인 것이 아니라 마법을 두른 신비 그 자체였다.
그것을 뚫을 수 있는 종족은 같은 수준의 문명을 이룩한 드워프 정도.
오크나 고블린 같은 대의제에 속하나 급이 낮은 종족은 접근할 엄두도 못 냈다.
‘엘프··· 엘프 노예.’
신이 직접 빚었다고 말하는 엘프의 외모가 머릿속을 스쳤다.
그 순간, 멈출 수 없는 욕정이 일고 몸이 흥분으로 떨렸다.
오크에게 엘프란 그런 존재였다.
탐하고 싶지만 결코 탐할 수 없는 높은 곳에 있는 존재.
그런 엘프를 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게 내가 제시하는 거래다. 받아 들일 마음이 있나?”
바구쿠는 코를 벌렁거리며 거친 숨을 쉬었다.
표정이 수시로 바뀌어 그가 깊은 고민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없다.”
에다르는 연초를 들이 마셨다.
놀라지도 화내지도 않고 눈짓으로 물었다, 왜?
“엘프 강하다. 잡으면 반드시 복수 한다.”
“겁쟁이로군.”
에다르의 비웃음에 바구쿠는 웃음기를 지웠다.
“나는 똑똑하다. 멍청한 짓 하지 않는다.”
바구쿠는 자신의 직감을 지혜라고 믿었다.
우그다쉬의 자식 중 막내에 가까운 그가 가장 강할 수 있었던 이유가 직감을 따랐고, 직감이 항상 맞았기 때문이었다.
위험을 감지하는 것, 감지한 위험을 피하는 것, 약한 것을 찾아 잡는 것 그리고 에다르의 격을 느끼고 물러나게 만드는 것까지 모두 직감의 지시였다.
그리고 이 직감이 엘프는 건드리면 안 된다고 경종을 울렸다.
“엘프 좋다. 하지만 위험해. 인간은 엘프보다 열등하지만 약하다.”
“보복도 없고.”
“인간은 동족을 판다. 복수도 없다.”
바구쿠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웃음을 보면서 에다르도 실없는 웃음을 따라 지었다.
“역시 이렇군.”
그는 절반 남은 연초를 입에서 떼었다.
한숨을 내뱉듯이 연초의 연기를 입 밖으로 흘려 보냈다.
“혹시나 했다만, 몇 회차를 거쳐도 몬스터는 몬스터야.”
“몬스터?”
평생, 인간에게 감히 들은 적 없는 모욕.
난대 없는 모욕에 바구쿠가 당황한 그때, 에다르가 손을 들었다.
“칼리오페.”
장식대처럼 그의 뒤에 서 있던 전신 갑주를 입은 인간 기사가 반응했다.
“찢어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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