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28)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30화(30/185)
영주관에 들어가면 가신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피로를 긴 숨으로 내뱉었다.
칼리오페가 내 앞에 꿀차를 두면서 걱정이 담긴 투로 말했다.
“먼저 피로를 풀고 집무를 보시지요.”
“됐다. 일이 있으면 쉬어도 쉬는 게 아니야.”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참석자들을 보았다.
칼리오페, 그리프, 키슬러··· 그 외에 타일러 같은 기술자나 라헬 같은 특별한 업무가 있는 권속도.
그 중 그리프를 보며 까딱, 손짓했다.
올리머스의 규모가 어느 정도 커졌고, 내가 항시 올리머스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그리프를 대리인으로 삼아 업무를 맡겼다.
일종의 집사라고 해야겠지.
‘깨방정이 있는 녀석이라 불안은 하다만, 나름 직업이 학자고 내가 언제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는, 자리에서 홀로 일어나 다른 참석자를 보며 실실 웃고 있는 그리프를 보면서 중지로 관자놀이를 살살 눌렀다.
표정이 ‘봤지? 먼저라고.’ 으스대는지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 큰 녀석이···.’
어째 예상이 어긋나는 일이 없었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문제는 없었나?”
“주인님이 안 계시면 항상 문제뿐이지요.”
그리프가 히죽이며 답하기에 나는 손을 들어 주의를 시켰다.
“에다르.”
“오··· 실례했습니다.”
반응을 보면 실수가 아니라 고의다.
나는 이 자리에 있는 유일한 인간, 키슬러를 보았다.
그는 나와 그리프의 대화를 듣는 내내 덤덤했다.
‘권속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한 것 같은데.’
수도사 출신답게 머리 좋은 양반이다.
거기에 나와 수차례 동행하면서 낌새를 느꼈겠지.
권속이 단순한 가신이 아니라 보다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뭐, 새벽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인간을 보면, 누구라도 사람 같지 않다고 생각하겠지.’
손이 모자라 어쩔 수 없었다.
‘대의제가 인간들과 교류하지 않아 다행이군.’
상호 교류가 활발했다면 며칠 숙박해도 이상하다 여겼을 터.
물론, 그것이 권속이란 생명을 만드는 능력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겠지만, 만약이란 것이 있잖나.
대의제가 내 능력을 알게 되면 찰나의 시간도 주지 않고 몰아칠 것이었다.
그러니 감출 수 있다면 최대한 감추는 것이 옳다.
“먼저, 올리머스의 인구가 1,025명이 되었습니다. 두 달도 안 된 사이에 인구가 5배로 늘었군요. 경이로운 기록입니다.”
그리프가 과장되게 손뼉을 치자 칼리오페를 제외한 모두가 어색하게 따라 했다.
부임한 날의 올리머스 인구가 200명 남짓이었는데, 직후에 이주민을 받고, 바구쿠의 주둔지에서 노예를 해방한 덕에 보통은 있을 수 없는 증가세가 되었다.
“덕분에 움막을 수백 개나 지어야 했습니다만. 뭐··· 지나간 일입니다.”
그리프는 농담처럼 투덜거렸지만, 일반적인 영지였다면 농담으로 끝난 일이 아니었음을 나는 알았다.
‘기존 인구의 4배에 달하는 이주민을 받는 건 자살이나 다름없지.’
권속과 투란이 없었다면 이주민 전원을 올리머스에 정착시키지 못하고 각 촌락에 흩뿌려야 했을 터.
그리고 그마저도 쉽지 않았겠고.
“내가 영지를 순례하기 전에 지시했던 건?”
“농기구 말입니까?
“음.”
“농기구 보급은 순조롭습니다. 노예로 잡혔던 장인들의 솜씨가 좋아서 생산량이 확 늘었습니다. 며칠 내로 목표치에 도달하겠습니다.”
“내가 마을마다 배정한 수량을 기억하나?”
“그럼요.”
그리프는 소매에서 나뭇조각을 꺼냈다.
조각에는 목탄으로 수량을 적어 두었다.
나는 그 꼴을 보고 혀를 찼다.
‘종이도 만들어야겠어.’
목간은 만들기 쉽고 저렴하지만, 부피가 과했다.
전생의 책 한 권을 목간으로 옮겨 쓰면 수레 한 둘이었으니.
소소한 기록용으로 목간 하나 들고 다닐 수는 있어도 규모가 있는 영지의 행정용으로 쓰기는 문제가 많았다.
목간 대신 양피지나 파피루스 혹은 엘프의 것을 쓰는 것은 이전에 말했지만, 생산량과 비용이 만만찮다.
결국, 가격과 수량을 충당하는 것은 종이밖에 없었다.
‘제작 과정은 대강 알고 있으니 시행착오를 몇 번 거치면 만들겠지.’
“일단 농기구는 수량이 되는 대로 마을로 보내라.”
“짐말이 부족합니다만.”
“내가 타고 온 녀석이 있지 않더냐. 녀석을 짐말로 쓰고. 개간은?”
이번에 바구쿠의 주둔지에 있던 노예를 모조리 자유민으로 올리머스에 정착시키면서 농토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땅을 주는 것 자체는 그냥 선을 쭉쭉 긋고 ‘여기까지다’라고 말하면 끝이지만, 대평원의 땅은 절대다수가 미개척지였다.
노예 출신 대부분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았고, 시기적으로 파종을 시작해야 하므로 농기구 하나 쥐여 주고 끝낼 수가 없었다.
‘그랬다간 개간은커녕 굶어 죽어.’
그래서 권속 대부분을 동원해서 개간에 매달렸다.
“마찬가지로 순조롭습니다. 설계해주신 쟁기가 상당히 괜찮더군요. 반복 작업을 안 해도 돼서 품이 많이 줄어서 농민들이 서로 쓰려고 안달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말의 수가 모자랍니다. 쟁기 하나에 최소 2마리의 말이 붙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끌 수 있는 쟁기가 10개가 안 되거든요.”
“그렇겠지.”
내가 보유한 말의 수는 기껏해야 50여 마리.
서드렛에서 끌고 온 짐말과 도린 백작에게서 갈취한 나머지.
그중 20마리는 투란과 올리머스를 오가는 운송 마차를 끌고, 또 몇 마리는 내가 영지 순례를 하면서 몰고 다녔다.
실상 전체의 절반도 안 되는 수가 농사에 쓰였다는 뜻이었다.
“게하르드가 말을 많이 보내주길 기대해야겠구나.”
예상하던 일이라, 게하르드에게 바구쿠의 보화를 보내면서 다음 상납 때 농업용 말을 많이 사두라고 지시해 두었다.
“그 외에 모자란 건? 게하르드가 보낸 상납은 충분하던?”
“아. 말 외에 가축도 좀 더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가축?”
“예.”
그리프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맹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너무 많이 잡았나 봅니다. 사냥을 나가도 허탕 치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더군요.”
맹수를 사냥하는 이유는 영지민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함도 있지만, 식량 확보도 이유였다.
목축이 극단적으로 빈약한 영지니까.
사냥으로 고기를 얻으려고 했지.
“지금 추세라면 조만간 올리머스 주변에서 사냥은 불가능할 정도로 씨가 마를 것 같습니다.”
나는 음, 소리 내며 턱을 쓸었다.
“왜 그러십니까? 뭐 짐작 가시는 거라도?”
“많이 잡아서가 아닐 거다.”
대평원이 얼마나 넓고 오래 방치되었는데.
고작 몇 달 사냥했다고 씨가 마를까.
“그 말씀은?”
“이동을 한 것 같군.”
“이동이요?”
“대의제가 개입한 모양이다.”
나는 파피루스의 모서리를 조금 찢었다.
쪽지에 가축을 더 수입하라, 적고 사인을 첨부했다.
그리프가 쪽지를 받아서 돌돌 말고 솔개의 발에 묶어서 창밖으로 날려 보냈다.
솔개는 게하르드가 있는 투란으로 향할 것이다.
그리프의 패밀리어니까, 그의 마력이 닿는 선까지 날아갈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식으로 투란에 이따금 지시를 보냈다.
“힐데가 전하기를, 맹수가 늘었다더군.”
힐데는 방랑시인이란 직업을 가진 권속.
양치기가 되어 영지를 돌아다니며 이상 현상을 색출하라고 내가 지시한 권속이기도 했다.
나는 순회 중에 그녀를 만나 그간의 경과를 보고 받았다.
그리프가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서 맹수가 줄고 저기서 맹수가 늘었다면, 그건 그냥 사냥을 피해서 도망친 거 아닙니까?”
“그렇다고 보기엔 맹수의 종류가 너무 다양해.”
올리머스 주변에 서식하던 동물은 주로 늑대나 곰이었다.
반면에 힐데가 목격한 맹수는 사자나 표범, 하이에나 같은 서식지가 전혀 다른 것은 물론이고, 독사나 독충 같은 사냥과 연관 없던 동물계도 다수였다.
이는 맹수의 이동이 사냥으로 인한 도주가 아니란 증거였다.
“대의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종족을 괴롭힐 때 쓰는 방법이니라.”
맹수를 풀거나,
작물 전염병을 부르는 식물을 심거나,
수질을 오염시키거나,
이 모든 행위를 고의가 아니라 자연적인 것으로 위장해서.
“거참··· 우리도 어지간히 미움받나 봅니다? 이런 식으로 괴롭히는 거 보면.”
“미움받을만하지.”
원숭이라 여긴 종족에게 제 땅을 뺏긴 셈인데.
“그렇다 쳐도 겁도 많군요. 전면전은 피하고 싶고, 엿은 엿대로 먹이고 싶고. 속내가 뻔히 보입니다그려.”
나는 싱겁게 웃음을 짓고 찻잔을 휘저었다.
“그래도 이 정도는 간을 보는 수준이지.”
자신을 감추고 괴롭힌다는 소리는 달리 말하면, 나를 대놓고 후려치기엔 부담스러운 존재라고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 이대로 두고 보실 겁니까?”
“아니. 너희 중에 눈썰미 좋은 사람을 몇 모아서 힐데에게 보내라. 그러면 알아서 할 거다.”
“맹수 사냥은 이골이 난 친구들로 보내겠습니다.”
“음, 그것도 괜찮고.”
나는 그 뒤로 휴경지에 콩과 식물을 심었다는 것이나, 돼지가 새끼를 몇 마리 쳤다거나, 장인들이 면담을 조언을 구한다 등 자잘한 보고를 구두로 검토한 뒤에 말했다.
“성벽도 짓도록 하지.”
“성벽요?”
되물은 것은 그리프 혼자였으나, 키슬러나 다른 권속의 반응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손이 남질 않습니다만···?”
언제나 무얼 시켜도 까짓거 뭐, 한번 해보죠, 하고 즉답하던 그리프도 곤란하다는 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성벽이란 많은 시간과 물자 그리고 노동력이 필요한 대공사였다.
개간하랴, 순찰하랴, 운송하랴, 온갖 일에 밤낮 구분 없이 권속이 동원되어도 일손이 부족한 것이 지금.
여기에 지금의 모든 작업을 합친 것에 버금가는 새로운 작업을 동시 진행하겠다는 소리니, 욕부터 안 나온 것이 다행이지.
“오크 놈이 쌓아둔 보화를 잊었더냐.”
“아. 그게 있었죠.”
그리프는 손뼉을 쳤다.
“이것까지 너희에게 맡길 줄 알았나. 내가 너희를 과하게 부렸던 모양이군.”
내가 쓴웃음을 짓자 그리프는 입을 달싹였다.
무어라 농을 뱉으려는 투였는데,
“······.”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칼리오페의 서슬이 시퍼런 눈초리에 얼른 변명했다.
“어험, 아무튼··· 인부를 고용하면 해결되긴 하겠습니다만, 여기까지 올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군요.”
“오는 수가 적어도 상관없다. 단 한 명이 와도 값을 크게 쳐주면 소문이 날 테니까.”
물론, 품삯이 오르면 비용 부담이 급격하게 오른다.
성벽 건설 비용은 바구쿠의 보화로도 꽤 부담스러울 터.
하지만 나는 예산이 얼마나 들든 상관없었다.
조만간 라고아 광산의 채굴이 다시 시작될 것이고, 성벽을 건설하는 것에 또 다른 목적이 있었으니까.
“성벽을 짓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인부들을 통해서 소문을 퍼트리는 거다. 올리머스가 부유하고, 그 부유함이 금광에 있다고.”
“으흠, 혹시 이주민을 노리시는 겁니까.”
“그래.”
항상 말했지만, 인구가 턱없이 부족했다.
땅이 넓고 비옥하면 뭐하나, 사람이 없는데.
차라리 사람이 넘쳤다면 확장을 택하지.
“사람이 없으면 확장도 없는 법이다.”
따라서 인구 증가는 영지 개발의 1순위였다.
“여태까지 내가 해왔던 일을 보아라. 그 모든 것이 인구가 늘어날 조건은 갖추기 위함이 아니었더냐?”
5년간의 면세, 식량과 농기구 지원, 토지 무상 대여, 심지어 토지는 미개척지가 아니라 개간까지 하고 넘겨주지 않나.
“저로선 조오금 과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리프의 구시렁거림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베푼다면 크게 베푸는 게 낫다.”
만약 내가 평범한 인간 영주였다면 상상도 안 할 짓이었다.
세금을 받지 않아? 물품을 무상으로? 땅도 개간해주고?
이에 필요한 금전과 인력을 어디서 쥐어짠단 말인가?
호구를 넘어서 이웃 영주에게 나 잡아줍쇼, 하는 꼴이다.
‘하지만 내겐 권속이 있고 금광이 있다. 이딴 짓을 하고도 견딜 수 있다.’
“내륙 지방은 미개척지가 동이 났다. 토지가 있어도 세금이 무거워 체납으로 몰수당하기 일쑤지. 내륙의 농민 처지에서 내 영지에 대해 소문을 듣게 되면 무슨 생각이 들 것 같더냐?”
“흠··· 천국인데?”
칼리오페가 시선을 그리프를 향했다가 눈을 감았다.
사념을 읽건대, 한심해서 보기 흉하다는 것이라.
가만히 앉아 있던 키슬러가 대답했다.
“처음엔 헛소리라고 생각하겠지요. 어떻게 그런 곳이 존재하냐고 말입니다.”
귀족 출신이지만, 개척민으로 산 세월이 길기에 농민의 마음이 눈에 훤하다는 투였다.
“하지만 잊진 못할 겁니다. 농민의 일과는 단순하니까요. 지긋지긋한 농사일을 반복하면서 ‘정말 그런 곳이 있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다가 수확을 마치고 세금을 낸 뒤에, 손에 남은 것이 올해를 빠듯이 넘길 몫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 또 생각나겠지요.”
“이때 이런 생각도 들겁니다. 작년에도 이랬는데, 내년에도 이러겠지. 자신의 인생은 조금도 나아지는 일 없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다가 떠날 거라고.”
“이쯤이 되면 그 사람의 뇌리에 드는 생각은 ‘늦었다.’뿐입니다.”
“늦었다?”
그리프가 호기심을 띄며 목을 긁적였다.
“소문을 들었을 때 바로 떠났어야 했는데.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다른 누가 내 땅을 가져가지 않았을까. 지금 가더라도 내 몫의 땅이 남아 있을까. 라고요.”
키슬러는 찻잔을 기울여 목을 축였다.
“늦었다, 늦었다, 하면서 머뭇거리는 횟수가 차이 날 뿐. 소문을 들은 농민 중에서 탈주하지 않을 농민은 몇 없을 겁니다.”
“그 정도입니까?”
그리프가 갸웃했다.
터전을 버리고 이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데, 그들이 대평원이라는 먼 곳까지 오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영지민 중 아무나 잡고 물어보십시오. 개척민이 되고 싶어서 된 거냐고. 그러면 답할 겁니다. 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개척민이 되기 싫어도 되게 만드는 것이 내륙의 가혹함.
나 또한 농민으로 살았던 회차가 있기에 공감했다.
그리프는 코웃음 치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참 답답하군요. 맞서 싸운다는 선택은 없는 겁니까?”
“힘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지.”
전생이었다면 반란이 터졌을 폭정.
폭정의 주인은 반란을 맞고 교수당했겠지.
그러나 이 세상은 마법이란 신비가 존재하지 않나.
한 명의 힘이 수십, 수백을 압도하기도 한다.
농민이 반란을 일으킨들 농민은 한낱 농민이었다.
“바구쿠를 떠올려 봐라. 놈은 인간에겐 상대할 자가 없는 강자였다. 그러나 여기 칼리오페에게 맨손에 찢겨 죽었지. 농민과 영주의 격차는 그보다 압도적이다.”
그런 격차 앞에서 숫자는 아무리 많아도 무력하다.
그러니 폭정이 견제받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다.
“예. 그 말씀대로 입니다. 이 세상에서 농민이 대우받는 것은 단 두 가지 경우뿐이지요. 농민의 수가 부족해서 한 명 한 명의 몸값이 올랐거나, 영주가 선하거나.”
하지만 인구가 포화 상태에 달한 것이 현재라.
인간의 가치가 낮디낮았다.
너무 낮아서 몬스터에게 팔아버릴 만큼으로.
“이런 상황에서 이곳의 소문이 전해진다면 아주 재밌을 것 같지 않나?”
“여기에 계약 기간을 짧게 잡으면 좋겠군요. 주기적으로 인부가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하면 소문이 잘 퍼질 거 아닙니까?”
그리프가 웃음을 흘렸다.
인부들에게 높은 품삯으로 올리머스가 부유하다는 인상을 주고, 부유함이 금광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려 준다.
이들이 계약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입을 놀릴 터.
“모르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보다, 고향에 돌아온 형제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깊게 받아지는 법이지.”
여기에 고향으로 돌아간 인부가 가족을 데리고 올리머스에 정착하려 한다면 더욱 좋다.
“다만, 소문에 집중하느라 공사에 차질이 빚지 않도록 주의해라. 전쟁이 멀지 않았으니, 반드시 쓰이게 될 거다.”
키슬러가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
“전쟁이 일어날 거로 생각하십니까.”
“일어날 수밖에 없다.”
내게 금광이 있으니까.
그리고 인간에게 황금은 가치가 높으니까.
황금의 유혹은 필연적으로 전쟁을 부른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귀쟁이를 연기하며 투란을 괴뢰화 것이다. 하지만 돌아가는 꼴이 지연 효과가 오래 가지 못할 것 같군.’
상황은 생각보다 안 좋게 흘러가고 있었다.
“핀토는 황금이 필요하고, 우그다쉬는 인간을 금으로 사고 싶어 하지. 거기에 내가 우그다쉬의 아들을 죽이지 않았더냐.”
오크에게 가족이란 무가치하다.
부성애, 모성애란 것이 없는 족속이거든.
따라서 바구쿠가 죽은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아야 하지만···
‘하지만 그 아들이 가지고 있던 것이 금광이라면 말이 달라.’
놈의 자존심과 욕망이 나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