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30)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32화(32/185)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은 수풀이 흔들렸다.
수풀을 젖히고 나타난 것은 몇 마리의 오크.
선두의 오크가 돼지 코를 킁킁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저기다.”
선두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산비탈 아래.
목책을 두른 주둔지가 분명하게 보였다.
그들은 바구쿠, 라고 중얼거리고 비탈을 내려갔다.
“······?”
한데, 목책 옆을 걷다가 갸웃했다.
몇 번이고 왔던 장소임에도 이질감이 들었다.
“여기. 이상하다.”
“조용하다? 이런 적 없다.”
분명 채광이 한창이라 시끌벅적해야 할 텐데, 분주함은커녕 어색한 고요가 가득했다.
무리는 뒤늦게 불길함을 느껴서 몸을 숙였다.
혹시 적이 숨어 있을까, 경계심을 띄었다.
소리를 죽이고 주둔지 입구로 향했다.
“······!”
주둔지 입구에 장대가 여럿 세워져 있었다.
장대는 모양을 보건대, 목책을 떼어 박은 것.
그리고 장대 위에 오크가 꽂혀 있었다.
“습격···!”
“적··· 적이다!”
“조용! 조용!”
법석을 치는 무리를 선두가 꽥 소리 질러 진정시켰다.
선두는 불안한 눈빛으로 동족의 시신을 살폈다.
죽은 지 한참 되어 구더기도 말라비틀어졌다.
그러나 얼굴에 비명을 지르던 모습이 선명했다.
“안으로 들어간다.”
“위험하다.”
“들어가기 싫다.”
무리의 반발에 선두는 도끼를 바닥에 퍽, 퍽, 찍었다.
조금 전까지 눈에 어렸던 불안감은 사라지고 분노가 서렸다.
그 사나운 분노가 무리를 향하자 무리는 서로의 눈치를 주고받았다.
“아, 알았다.”
“나. 들어간다.”
목을 움츠린 무리가 선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주둔지 안은 바깥에서 불던 바람조차 끊겨 적막 그 자체였다.
“여기 무섭다.”
“돌아가고 싶다.”
적막 속에서 산 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입구처럼 장대가 곳곳에 세워져 있을 뿐.
오크들의 눈동자는 여느 때보다 심하게 떨렸다.
주둔지 가운데 있는 공터에 도달하자 떨림은 전신으로 퍼졌다.
“대, 대장!”
이곳 또한 장대가 있었는데, 목책을 박은 것이 아니었다.
창을 그대로 박았고, 날에는 머리 하나 꽂아 두었다.
그 목이 무리가 이곳에 온 목적이었다.
“바구쿠···!”
목의 정체를 알고 무리가 비명을 질렀다.
비명은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되어 뒷걸음질 쳤다.
무리를 이끌던 선두조차 더는 막을 수 없었다.
주둔지는 분명 고요만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등을 보이자 무언가 쫓는 느낌이 들었다.
선두도 두려움에 휩싸여 바구쿠의 머리만 챙겨서 도망쳤다.
그들을 주둔지로 보낸 주인이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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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우그다쉬는 바구쿠의 머리를 걷어찼다.
백골이 드러난 머리가 그의 발에 닿지 유리처럼 깨졌다.
“바구쿠우우우우!”
우그다쉬는 죽은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격정을 토했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감정이 끓어오른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바구쿠는 자식 중 가장 강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크에게 혈육이란 언젠가 가족의 등을 노릴 경쟁자였으니까.
“이, 쓰레기 노오오옴!”
분노의 근본은 우그다쉬의 꿈에 있었다.
금광을 점유해서 인간을 사들이겠다는 것이 그의 꿈.
그러나 바구쿠의 죽음으로 꿈이 크게 멀어졌다.
애초에 시작을 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꿈이 막 현실이 되던 참에 멀리 떠나 버려서, 샘솟는 부아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요, 용서! 대장!”
우그다쉬는 바구쿠의 목을 건넨 전사의 머리를 도끼로 쪼겠다.
“나 아무것도 안 했다!”
뒤이어 도망치는 전사의 머리도 쪼겠다.
억울함은 알 바 아니었다.
그는 분노했고, 손에 잡히는 대로 찢고 부수고 다졌다.
죽은 전사가 열이 넘고, 그 시체가 도저히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다진 뒤에야 우그다쉬는 분노를 조금 가라앉혔다.
그러나 눈은 여전히 벌겋게 충혈되어 활화산 같았다.
또다시 분노가 터져도 이상할 것 없는 기세가 부족민을 하나하나 훑다가 그의 앞에 조용히 앉아 있던 인간 남성에게 머물렀다.
그 인간 남성은 핀토였다.
“어떡할 거냐, 인간.”
“뭐뭐, 뭘 말입니까?”
우그다쉬의 으르렁거림에 핀토가 목을 떨었다.
조용히 앉아 있던 것은 그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였다.
수차례 거래를 주고받으면서 우그다쉬의 분노도 몇 번이나 목격한 그였기에, 도망치면 오히려 분노에 휘말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화가 났다. 너는 보상을 해야 한다.”
“보, 보상이요?”
핀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는 인간. 바구쿠를 죽인 것도 인간. 인간은 보상해야 한다.”
헛소리를 들었나, 핀토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러나 곧장 표정을 풀고 과장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낮추었다.
“아! 그 말씀이셨군요!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인간의 잘못은 당연히 인간이 책임져야지요!”
핀토의 입꼬리 끝이 바들바들 떨렸다.
상대가 우그다쉬가 아니었다면 개소리, 라고 외쳤을 요구였다.
‘이, 망할··· 개소리도 작작 해야지···!’
그로서는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보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억울하고 화가 났지만, 누구에게 말할 처지가 못 되었다.
들끓는 화를 누르면서 이런 일이 한두 번이냐, 금광만 얻을 수 있다면 손해가 아니라 투자라고 다독이면서 비굴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 상납 때는 이번의 두 배를! 보내겠습니다.”
가슴을 탕탕 치면서 자신 있게 소리쳤다.
그러나 우그다쉬는 심드렁했다.
“두 배?”
“마음에 안 드십니까···?”
“내 아들 죽었다. 바구쿠의 값은 비싸다.”
우그다쉬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핀토를 노려 보았다.
핀토는 그 눈초리에 침을 꿀꺽 삼켰다.
“두, 두두두배도그냥두배가 아닙니다!”
“흠?”
“공주! 공왕의 딸이 있습니다. 그 년의 미모가 출중하니 정말 마음에 드실 겁니다! 원래 오크와 공주는 어울리는 조합 아닙니까.”
핀토는 다급한 마음에 자기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나 생각도 않고 말을 뱉었다.
한 박자 늦게 깨닫고 헛, 했지만 우그다쉬는 헛소리를 듣고 되려 기분이 풀린 모습이었다.
“공주. 마음에 든다.”
직전의 분노가 연기였던 것처럼 우그다쉬가 웃었다.
반면에 핀토는 내려가려는 입꼬리를 억지로 고정했다.
뜻밖의 지출 탓에 손해가 막중해서 속이 쓰리고 미칠 노릇이었다.
‘빌어먹을··· 그깟 촌놈 때문에 왜 내가.’
올리머스의 영주가 저지른 짓거리에 온갖 감정이 끓었다.
놀람, 당혹, 분노··· 바구쿠와 같은 강자를 죽인 것은 참으로 놀라운 짓이었으나, 그래 봐야 우그다쉬보다 약한 오크였다.
‘돼지 새끼 주제에 화가 났으니 풀어달라는 말을 빙빙 돌리긴.’
공주를 주겠다는 말에 해맑게 웃는 저 꼬락서니를 봐라.
‘비싸게 팔아먹을 년이었는데.’
다시 생각해도 속이 쓰렸다.
“단. 놈은 내가 죽인다. 놈은 나를 모욕했다. 바구쿠를 죽였으니 내가 복수해야 한다.”
핀토는 맞장구치려다가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 물었다.
“그놈을 후원하는 분은 어떡하지요?”
“후원?”
우그다쉬가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우그다쉬님께서 저를 도와주시는 것처럼, 놈도 보살펴 주시는 분이 계시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그게 걱정인지라, 제 아들을 올리머스로 보냈지요.”
올리머스의 영주 뒤에 엘프가 있다고 생각한 핀토였다.
엘프, 그 콧대 높은 종족이 인간을 후원한다니?
믿기 힘든 일이었으나 정황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전대 도린 백작이 엘프에게 화를 입었다는 것, 백작의 뒤를 이은 머저리가 이를 증언한 것, 머저리와 함께 나타나 그를 괴뢰로 삼은 게하르드라는 남자, 대평원에서 갑자기 멈춘 이종족의 인간 사냥까지.
인간 하나가 잘 났다고 이룰 수 있는 행적이 아니었다.
분명 인간이 아닌 누군가가 개입하고 있다고, 핀토는 추정했다.
‘오히려 그래서 좋아. 제깟 것이 반발해봐야 인간이니까. 제 후원자가 하라면 안 할 수 있겠어?’
그의 아들 산드로를 보냈다.
이종족이라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담아서.
바구쿠를 죽인 탓에 사건이 조금 커지긴 하겠지만.
‘영주가 책임을 묻고 죽으면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고. 아니더라도 엘프와 선을 하나 만들어두는 셈이니 손해 볼 게 전혀 없잖아.’
핀토가 싱긋 웃음을 짓자 우그다쉬가 떨떠름하게 반응했다.
“너가 한 말. 이해 못 한다. 놈을 지지하는 놈은 없다.”
“네?”
그럴 리가?
도린 백작을 죽인 엘프는 무엇이고?
“놈은 대의제의 적이다. 대의제를 속였다. 그래서 내 땅을 빼앗았다. 대의제는 모욕당했다. 누구도 놈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의제를 속여?”
핀토는 턱이 떨어질 듯이 입을 벌렸다.
‘그게 가능해? 그 자식 인간이잖아?’
인간이 대의제를 속이고 영지를 빼앗았다?
우그다쉬와 거래하며 많은 것을 알게 된 핀토였다.
대의제가 이종족에게 얼마나 무시무시한 조직인지도 알았다.
그런 대의제에게서 땅을 갈취한 존재가 있단 것, 그 존재가 인간이란 사실이 적잖게 놀라웠다.
“너. 속았다.”
그 이상으로 놀라운 것은 그가 속았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그럴 리가···.”
속지 않았다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가 멈추었다.
그보다 더 중한 일이 떠올랐다.
“그럼, 내가 산드로를 보낸 건···.”
“네 아들 기억한다.”
우그다쉬가 말을 받았다.
“돼지. 죽었을 거다. 내 아들처럼.”
핀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우그다쉬는 핀토의 격정을 시큰둥하게 받았다.
“왜 그러지? 새끼는 또 낳으면 된다.”
“인간은 아닙니다!”
“그래서?”
“······.”
“앉아라.”
주먹 쥔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식을 보기 힘들었던 그가 어떻게 얻은 아들인데.
하물며 열등한 종자를 줄이려고 왕족 노예를 들여 낳게 했다.
우그다쉬에게 주기로 한 공녀와 비교 안 될 비용이 들었다.
핀토에게 돈은 인생의 전부였다.
산드로는 핀토의 인생에서 그것이 가장 많이 든 존재였다.
“나는 남쪽으로 내려간다.”
“······.”
“대의제가 방해하기 전에 놈을 죽인다. 너는 돌아가서 무리를 모은다. 얼마나 모을 수 있지?”
핀토는 숨을 깊게 들이마셔 화를 삭인 뒤 답했다.
“···북부를 모두 동원하면 1만 명은 족히 모을 수 있습니다.”
기사만이 아니라 용병과 농민 징집병까지 포함한 수치.
징집병은 전투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농민 나부랭이였지만.
올리머스와 그 주변 영지의 인구가 만 명도 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숫자였다.
마찬가지로 강철안개 부족도 순수하게 전사만 따지면 만 명도 정도일 테고.
우그다쉬가 이를 드러내며 얼굴을 활짝 폈다.
“좋다. 준비되면 바로 들이닥쳐라.”
“얼마나 모아서 말입니까?”
“전부!”
전부?
핀토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올리머스는 땅은 넓어도 인구는 볼품없습니다. 촌락을 다 합쳐도 몇천도 안 될 겁니다. 한데 굳이···?”
인구가 수천이라고 수천 모두가 무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핀토가 알기로 대장간조차 몇 개의 촌락이 공유하는 영지였다.
그런 곳에서 무장을 해봐야 몇 명이나 싸울 수 있을까.
“놈은 대의제와 싸웠다. 그리고 이겼다. 분명 다른 뭔가 있다.”
“으음.”
핀토는 여전히 과하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 돈이 드는 것도 아니야.’
그리고 영주도 아니었다.
몇을 모으건 그의 돈도 영지민도 소모되지 않았다.
병사를 모으는 것조차 말 한마디면 되니까.
– 저기에 금광이 있다.
핀토가 후원하던 도린 백작이 죽었다.
현재 핀토의 후원은 받는 영주는 북부에 아무도 없었다.
그 빈자리를 얻어서 북부의 군주가 되고 싶은 자는 많다.
여기에 금광까지 덤으로 얹어주면 누가 거절하랴.
“알겠습니다. 최대한 모아보겠습니다.”
“나는 여기 오래 비울 수 없다. 네 무리가 놈을 공격하면 나도 간다.”
우그다쉬는 지도를 흙바닥에 펼치고 올리머스를 가리켰다.
“놈의 모든 부락을 흩어져서 공격한다. 놈은 수가 부족하다. 막으려면 수를 나누고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놈이 병력이 분산되고 체력이 떨어졌을 때를 노리는 거군요.”
“그렇다. 너의 무리가 놈을 유인해라.”
미끼가 되라는 말에도 핀토는 불만 없이 끄덕였다.
지도 위에 올리머스, 라는 글자를 보자 삭인 화가 다시 끓었다.
‘내 아들, 산드로를 조금이라도 건드렸으면···.’
제발 죽여달라고 빌게 할 것이라고, 핀토는 이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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