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31)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33화(33/185)
“시체는 묻지 말고 태워라. 흙이 아깝다.”
“배꼽에 심지를 꽂으면 일주일은 타겠습니다.”
산드로의 시신을 보면서 그리프가 농을 던졌다.
농담이 정말 그럴싸하게 들릴 기름진 체구였다.
“잘못 태어난 녀석이다.”
“예?”
“사람이 아니라 돼지로 태어났어야 했지.”
“오··· 농담도 하실 줄 알았군요.”
나는 칼리오페가 살벌한 눈짓으로 그리프의 입을 다물리는 것을 보며 물었다.
“너희 중에 오크를 상대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되더냐.”
“스무 명 정도 됩니다.”
“승마는?”
“당연합니다.”
“모두 무장시키고 게하르드와 힐데도 호출해라.”
“전쟁입니까?”
그리프가 장난기를 지우고 실눈을 떴다.
“핀토의 아들이 왔다는 것은 최후통첩이나 다름이 없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내 영지를 무력으로 노릴 생각이 없다는 증거지.”
이제 전쟁은 미룰 수 없다.
우그다쉬는 바구쿠의 죽음을 확인했겠지.
핀토의 아들이 내게 왔다는 것은 핀토 본인이 우그다쉬에게 갔다는 뜻이기도 하고, 핀토가 우그다쉬와 만나는 이유는 노예 매매 밖에 없으니까.
‘매매 대금을 충당하려고 바구쿠에게 상납을 재촉하는 순간. 그때가 바구쿠의 죽음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바로 지금이었다.
그리프가 패밀리어를 하늘로 날렸다.
“이다음은 어떻게 할까요?”
“산맥을 넘어가야겠다.”
그리프가 입을 모았다.
“회색 산맥을요? 저 너머는 대의제의 영향권이잖습니까.”
“동시에 우그다쉬의 본거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지.”
나는 이전 회차의 기억을 되새겼다.
대평원을 점거한 우그다쉬가 내륙을 침공하던 그때.
우그다쉬의 공세가 어떻게 진행되었나 또렷이 기억했다.
“우그다쉬는 오크다. 오크를 상대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우두머리의 목을 치는 것.
“오크는 우두머리가 있으면 엄청난 결집을 보이지만, 우두머리가 죽으면 모래알보다 못한 조직력을 가지지. 서로 우두머리가 되려고 다투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즉 우그다쉬를 죽여서 와해시키시겠다는 겁니까?”
나는 다 피운 연초를 바닥에 떨구고 지르밟았다.
“아니. 흡수할 거다.”
“예?”
그리프가 눈을 껌뻑였다.
“우그다쉬를 죽이고, 우그다쉬가 모은 무리를 복종시켜서 북부 영주들과 공멸시킬 것이다.”
“오크를 복종시켜요? 북부 영주는 또 무슨?”
그리프가 눈동자를 소리가 날 것처럼 굴렸다.
“우그다쉬, 핀토. 나는 놈들을 지긋지긋하게 상대해봤다. 두 놈이 어떤 식으로 나를 노려올지 뻔해, 그리고 그 해답도 뻔하지.”
우그다쉬, 강철안개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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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에 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었다.
소문이 일어난 장소는 투란이었고, 처음에는 황금이 아니었다.
영주가 죽었고, 그를 죽인 자가 엘프였다는 소문이 시초였다.
‘엘프가 도린 백작을 죽였다고? 엘프가 왜?’
소문을 접한 이웃 영주들은 매우 놀라 몸을 움츠렸다.
도린 백작과 가신이 몽땅 죽어서, 영지가 무방비로 놓여있었음에도 감히 건드릴 엄두를 못 냈다.
‘놈들이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려는 것은 아니겠지···?’
북부인은 대평원이 개방되기 직전까지 이종족에게 시달렸었다.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기에, 혹여 도린 백작의 죽음이 그 시절이 돌아오고 있단 신호가 아닐까 우려했다.
‘도린 백작령을 뺏고 싶지만··· 지금은 방비를 굳혀야 한다.’
성벽을 보수하고 해자에 물을 채워 경계를 굳혔다.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안도했다.
엘프, 이종족이 다시 내려오는 일은 없다고.
확신이 들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제 핀토는 누굴 후원하지?’
도린 백작령은 엘프와의 관계를 모르니 건드릴 수 없었다.
그 대신 존 도린 백작이 죽어서 붕 뜬 핀토의 황금을 노렸다.
존 도린이 북부에서도 빈곤한 영지를 가졌음에도 북부의 맹주라고 자만할 수 있었던 막대한 황금이 뒷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도린은 죽었고 황금만 남았다.
황금은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인가?
‘죽은 백작의 동생 놈과 계약을 이어 갈 리는 없다. 그 상인 놈은 실패자와 또 손을 잡을 성격이 아니니까.’
북부 영주들은 핀토의 성격을 아주 잘 알았다.
그들은 누구보다 핀토의 관심을 받고 싶어 했다.
북부에서도 촌놈이었던 존 도린이 맹주가 된 꼴을 보라.
또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맹주가 되기를 원치 않았다.
‘상인 놈이 가진 황금··· 그것만 얻을 수 있다면.’
핀토는 영주가 아니요, 귀족도 아니었으며, 그저 상인이었다.
개인의 무력도 보잘것없어서 반드시 앞잡이가 필요했다.
그들이 눈치 보고 있는 사이에 또 다른 소문이 들렸다.
– 개척지에서 투란의 물자를 엄청나게 사들이고 있다.
– 투란은 물자 대금으로 금을 덩어리째 받았다.
– 성벽을 짓는다고 인부도 찾고 있다더라. 품값은 평시의 4배.
‘개척지 주제에 어떻게 그런 돈을?’
북부의 관심은 도린, 핀토를 거쳐 개척지로 모였다.
애초에 핀토에 매달린 이유가 황금 때문이었으니.
황금이 개척지에 있다면 핀토가 대수랴.
‘엘프가 개척촌에 부임한 영주를 돕는단 소문이 사실이었나···!’
엘프가 도린 백작을 죽인 이유가 대평원을 침공해서가 아니라, 개척촌에 부임한 영주를 공격하다가 화를 입었다는 뒷말도 있었다.
영주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왜냐면 엘프는 인간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으니까.
사람도 아니요, 애완동물조차 아닌데 어찌 인간을 두둔하랴.
하지만 황금이 개척지에서 흘러오는 것을 보니 달라졌다.
‘핀토. 그 상인 놈이 처음 나타났을 때와 똑같은 전개다.’
이름 모를 평민 나부랭이가 평원을 넘고 산맥을 넘어서 금은보화를 가져왔을 때를, 북부 영주들은 기억했다.
‘엘프가 개척지의 영주를 돕고 있는 것이렷다.’
하지만 왜?
왜 엘프가 인간을 돕는 것인가?
오크처럼 번식을 목적으로 인간을 사들일 족속이 아니었다.
북부 영주들이 고민하며 상황을 주시할 때,
“아니요. 다 헛소문입니다.”
핀토가 단언했다.
“헛소문?”
핀토의 소집에 응해서 한자리에 모인 북부 영주들.
그들은 눈을 껌뻑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 누구도 올리머스의 영주를 돕지 않습니다.”
“요정님께서 도린 백작을 죽인 것도?”
“예. 다 헛소문. 거짓입니다.”
핀토는 주먹으로 탁자를 퉁퉁 쳤다.
“여러분 우리는 장대한 거짓말에 속은 겁니다. 저 대평원에 자리 잡은 애송이가 보물을 독차지하려고 도린 백작을 죽이고 우리를 속인 것이지요.”
“······.”
“그리고 보물은 광산입니다.”
핀토는 검지로 탁자에 펼친 지도를 찍었다.
검지 아래 올리머스, 라고 표기된 촌락이 있었다.
검지를 올려서 그 위에 있는 산맥을 동그라미 그렸다.
“이 산 전부가 황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산맥 전체에 걸친 금맥?”
“믿을 수 없군!”
회의장에 허, 하는 탄식이 흘렀다.
“사실입니다. 제가 섬기는 분이 누군지 잊으셨습니까?”
찰나에 불신이 감돌았으나 곧 믿음으로 바뀌었다.
핀토가 섬기는 자가 오크의 대족장이란 것을 모두가 알았다.
“우리를 부른 이유는?”
“존 도린이 죽었잖습니까? 그럼 누군가 자리를 대신해야지요?”
“흠.”
“본래 이 광산은 우그다쉬님의 것. 그러나 올리머스의 애송이가 광산 관리자를 죽이고 보화를 약탈했습니다. 투란에 뿌리고 있는 황금이 그것이지요.”
핀토는 주먹을 쥐었다.
“저는 그분의 분노가 인간 모두에게 향하기 전에 놈을 죽이기를 원합니다. 아니. 죽이지 말고 살려서 데려오세요. 놈의 영지에 있는 인간도 싹 다 잡아들이세요. 가장 큰 성과를 낸 분과 독점 거래를 하겠습니다.”
끝말에 영주들의 눈이 빛났다.
그들은 침묵했으나 뜻은 통했다.
군을 모아야 한다, 가진 모든 것을 털어서라도.
이 경쟁에서 이긴 자가 북부의 주인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