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32)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34화(34/185)
“워··· 기온차가 심하네요.”
“옷 좀 단단히 입지 그랬나.”
“이럴 줄 알았나요.”
그리프와 게하르드의 입씨름을 들으며 나는 입김을 불었다.
회색 산맥을 넘어서자마자 기온이 확 내려갔다.
건조하고 찬 바람이 쉬지 않고 불고 있었다.
오로코 대평원은 봄이 오고 있어서 날이 풀리고 있었건만, 이곳은 도리어 겨울이 찾아올 듯 살을 에는 찬기가 감돌았다.
“쿨럭!”
바람에는 흙먼지까지 섞여서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
그리프가 기침을 하면서 얼굴 앞으로 손을 휘휘 저었다.
“땅이 다 말라버렸군.”
그 옆에서 게하르드가 갈라진 땅을 보며 중얼거렸다.
“비가 그리 자주 내리는 곳이 아니다. 조금 더 동쪽으로 가면 그나마 나아지지만, 북부 왈로키아의 척박함도 이곳과 비교하면 비옥하지.”
“예. 북부는 적어도 풀은 자랐습니다만. 여긴 사막이나 다름없군요.”
“그래,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그 말대로니라.”
그러나 이 지역의 정식 명칭은 네루프 평야.
평야라는 명칭답게 연간 강수량이 높았다.
강수량이 짧은 시기에 집중되는 것이 문제였지.
“1년 중 11개월을 가뭄으로 지내다가 한 번 내리면 1년 치 강수량을 한 달 내리퍼붓지. 그 시기가 지나면 긴 가뭄이 다시 이어지고.”
“한 달이나 말입니까? 흠··· 없던 호수도 생기겠습니다.”
게하르드가 어이없단 투로 웃음을 흘렸다.
나는 네루프 평야에 처음 왔을 때를 떠올렸다.
대평원에서 우그다쉬의 군세를 물리치고 추격에 나섰을 때.
‘자연의 힘을 이곳에서 깨달았지.’
하필 시기가 우기와 겹쳤다.
곧 그치겠거니 싶던 비가 호수가 될 줄이야.
왔던 길이 거대한 호수로 변했던 모습은 잊을 수 없었다.
“그 오크 놈은 왜 이딴 곳에 산답니까? 별난 놈이네요.”
그리프가 모래를 털며 투덜거렸다.
“대평원으로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목이기 때문 아니겠더냐.”
대평원이 인간 문명과 이종족 문명의 관문인 것처럼, 네루프 평야도 오크가 대평원으로 진출할 수 있는 관문이었다.
네루프 평야를 점유하고 있으면 우그다쉬는 대평원으로 진출하기 쉬우면서 다른 부족이 대평원을 오고 가는 것을 막을 수도 있었다.
“놈은 대의제의 약정에 따라 대평원의 진출이 금지되던 때부터 이곳에 정착했다. 약정이 풀리기를 기다리고 기다렸지.”
“대평원을 노린 이유는 인간 때문이고요?”
“그래.”
그리프가 하, 소리 내어 웃음을 지었다.
“인간을 참 좋아하는군요.”
우그다쉬는 별난 오크였다.
다른 오크는 엘프나 드워프의 찬란한 문명에 눈이 멀었는데, 놈은 혼자 대평원 너머에 있는 인간 문명에 눈을 돌렸다.
“놈은 오크답지 않게 꾀가 있어. 목숨을 걸고 귀쟁이나 난쟁이와 싸우는 것보다 같잖은 원숭이를 사냥하기가 쉽고 안전하다는 것을 알거든.”
그래서 대평원의 출입이 허가되기 이전부터 대의제 몰래 척후를 내려보내어 터 잡을 준비를 해두었다.
핀토를 만난 것이 그즈음이었을 테고, 금맥을 발견한 것도 그때였으리라.
‘놈의 판단은 옳았다. 누구보다 먼저 적극적으로 인간 문명을 노린 덕에 플레이 시작 시점에서 오크 중에서 가장 큰 무리를 이루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플레이 시작 시점에서 한참 이전.
놈은 대평원으로 이주조차 하지 못 했다.
금광도 내게 빼앗겼고.
‘이대로 네루프 평야에서 버텨봐야 자멸할 뿐. 비가 내리면 동쪽으로 이동해서 피하고, 모자란 물자는 주변 부족을 털어서 버티고 있지만, 결코 오래가지 못 해.’
우그다쉬가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니 대의제의 퇴거 명령을 무시하고 버틴 것이고. 금광을 관리하던 바구쿠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으니 나를 치려 들 터.’
나는 동행한 권속들을 살폈다.
27명의 권속이 나를 따르고 있었다.
모두 말을 탔고, 소환 당시의 무장을 갖추었다.
무장은 천옷부터 중갑까지 제멋대로.
하지만 이들 중 가장 낮은 레벨이 36.
존 도린 백작이 29였음을 생각하면 상당한 격차다.
‘등급이 오르면서 좋아진 것은 시간 단축만이 아니야.’
[낮은 등급의 권속이 생성될 확률이 감소합니다.] [높은 등급의 권속이 생성될 확률이 상승합니다.]이들 대부분이 게하르드가 생성된 이후에 생성되었다.
권속 생성 스킬의 등급이 2성이 된 이후에 생성한 권속이었다.
1성에서 간간히 소환되던 F 등급의 저레벨이 없었다.
‘숫자만 많아서야 안 되지. 미래를 생각하면 최소 등급이 높아져야 해.’
스킬이 최고 등급이 되면 권속의 최소 등급은 몇이 될까.
또한, 스킬 재사용 대기시간은?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오···.”
그리프가 실눈을 살짝 떴다.
구릉을 넘으면 저 앞에 휘날리는 모래 폭풍이 보였다.
짙은 갈색의 모래가 타원을 그리며 강하게 불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달리는 무리가 보였다.
“저거, 늑대를 탄 거죠?”
“늑대 기병이다. 인간이 말을 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라.”
늑대를 탄 무리는 모래 폭풍 안으로 들어갔다가 반대편으로 빠져 나왔다.
개중 몇몇이 폭풍이 휘말려 하늘로 던져졌다가 땅에 떨어져 뭉개지는 모습이 보였다.
“——!”
오크들이 신이 나 외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놀거리는 없고 머릿수는 차고 넘치는 놈들이다.
목숨을 건 장난은 그 무엇보다 즐거운 놀잇거리겠지.
“호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는 그리프, 흥미를 띠며 턱을 긁적이는 게하르드, 일말의 표정 변화가 없는 칼리오페가 대조되었다.
‘역시 집결이 빠르군.’
나는 기병에서 눈을 떼어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부락을 보았다.
대충 올린 움막이 빼곡했는데, 눈대중으로 보아도 올리머스나 투란은 비교가 안 되는 규모였다.
“어림잡아 7,000마리는 넘어 보이네요. 빨리도 모았군요.”
“바구쿠가 죽었다는 것을 알자마자 모았을 테니까.”
유목 생활을 하는 놈들이다.
한 명 한 명이 전사고 약탈이 일상이지.
오매불망 언제 약탈 나갈까 기다리는 족속.
소집령을 내리자마자 득달같이 모였을 거다.
‘저것도 아직 전부가 아니야.’
“와··· 어떻게 이 거지 같은 땅에서 저렇게 번식할 수 있답니까.”
“핀토의 업적이 아니겠더냐.”
“동족을 이만큼 파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군요.”
그리프의 농담에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저 숫자도 네루프의 척박함과 금광을 본격적으로 가동하지 않았기에 성장이 멈춘 것이었다.
내 기억에 있는 우그다쉬의 군세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에다르 님.”
칼리오페가 정면을 바라보며 나를 불렀다.
부————!
뿔 나팔 소리가 울렸다.
“옵니다.”
무리 중 누군가 우리를 발견한 것이라.
부락에 모래가 일고 늑대 기병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모래 폭풍으로 다시 달려들던 무리가 이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는 말을 멈추고 무리를 지켜보았다.
“어쩌시겠습니까.”
게하르드가 창을 쥐고 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흘렸다.
그리프는 손바닥을 탁탁 털면서 목을 풀었다.
힐데를 비롯한 나머지 권속들은 무장을 챙겼다.
전투를 앞두고 고양감이 일었다.
권속들은 당장 달려들 기세로 고삐를 잡았다.
“칼리오페.”
내 부름에 칼리오페가 말에서 내려 앞으로 걸어 나갔다.
열 걸음 홀로 나가서 왼손을 허리춤 칼집에 얹고 오른손을 내린 그녀는 잠깐 가만히 서서 수백의 기병이 가까워지기를 기다렸다.
그녀가 칼을 잡은 것은 선두에 선 오크의 시뻘건 눈동자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번쩍— 빛이 터졌다가 찰나에 사라졌다.
칼리오페와 기병 사이 갈라진 땅에 수평으로 긴 줄이 그어졌다.
가뭄이 아니라 정말로 땅이 잘린 것처럼.
선두에 선 늑대들이 놀라 앞발을 처박고 멈추다가 고꾸라졌다.
뒤따르던 늑대는 선두와 부딪혔고 곧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오크들은 바닥을 굴렀다가 얼른 정신을 차려서 일어섰지만, 코앞에 그어진 선을 넘지 못하고 멈추었다.
정적이 흘렀다.
“그리프, 내 목소리를 높여라. 잡것들이 들을 수 있게.”
그리프의 손짓에 마력이 일었다.
내 목이 마력에 감기며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너희 중 가장 으뜸가는 자, 어딨더냐.”
오크들은 서로 마주 보다가 조심스레 뒤를 보았다.
뒤를 보면서 거리를 벌려 입구를 열었다.
그 사이로 오크 한 마리가 걸어왔다.
【Lv. 83】
“인간. 너는 누구냐.”
‘역시, 아직 레벨이 한참 낮군.’
본편 시점에서 녀석의 레벨은 92.
외형도 지금보다 상처와 주름이 많아야 하건만.
지금은 본편의 한참 전이니까, 젊고 약했다.
강철안개 부족도 그럭저럭 세력이 있는 부족에 불과했고.
‘그래도 짧은 돼지 놈의 인생으로 치면 중년이다만.’
나는 입꼬리를 높이 끌어올리면서 고개를 까딱했다.
“알고 있지 않나?”
오크는 안 그래도 굳은 표정을 더욱 굳었다.
“···대의제를 속인 인간.”
“그리고 너는 강철안개의 우그다쉬지.”
우그다쉬가 걸음을 멈추었다.
“인간. 여긴 내 땅이다. 왜 왔지?”
“그 또한 알고 있으면서 묻는군.”
“······.”
나는 먹구름 낀 하늘을 보며 말했다.
“다시 장마가 시작되려 한다.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떡하겠나.”
“뭘 말이지?”
“여기 내 대전사가 있다.”
손을 뻗어 칼리오페를 가리켰다.
“너와 나 서로에게 가진 것을 걸고 겨루어, 비가 내리기 전에 일을 끝내자.”
힘으로 모든 것을 정하는 오크의 습성.
그 습성이 만든 전통이 결투였다.
승자가 패자의 모든 것을 가지는 결투.
우그다쉬는 나와 칼리오페를 보면서 인상을 구겼다.
“너는 인간이다. 인간은 사람이 아니다. 나와 싸울 자격도 없다.”
“정말 그런가? 겁먹은 것이 아니고?”
우그다쉬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그러시겠지.”
나는 흥, 코웃음 치고 낮게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이제 아니다. 너는 인간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니.”
뻗은 손으로 주먹을 쥐고 밑으로 내렸다, 내려치듯이.
그러자 권속들이 말을 박차고 달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