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33)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35화(35/185)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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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명도 되지 않는 권속이 수천의 무리와 부딪혔다.
그중 셋이 나를 지키려고 물러났으니 실상 24명에 불과했다.
반면에 권속과 맞붙는 무리는 7,000이 넘었고, 맨 처음 권속을 상대한 무리는 기병대였다.
【Lv. 29】
【Lv. 27】
【Lv. 30】
하나하나가 도린 백작과 맞먹거나 그 이상의 강자들.
숫자는 수백, 아니 일 천에 가까웠고 모두가 말이 아니라 늑대를 탔다.
레루프의 늑대는 말처럼 크면서 말보다 높은 가속력을 냈다.
거기에 이빨과 발톱이라는 무기까지.
“죽여라!”
권속과 가까워지자 오크는 고삐를 당겼다.
이에 반응하여 늑대가 뒷발을 박차고 날아들었다.
아가리를 벌리며 길고 뾰족한 이빨을 번뜩였다.
상대가 인간이었다면, 늑대는 말의 목을 물었을 테고 오크는 기사의 어깨를 도끼로 갈랐으리라.
푸욱—
그러나 상대는 권속이었다.
“컥!”
“끄륵!”
창이 오크와 늑대를 꿰뚫었다.
꼬챙이에 꿰인 둘은 박차고 날았던 그대로, 허공에 떠서 자신들을 꿰뚫은 권속을 내려다보았다.
눈동자는 부릅떴고 입은 벌어져 무어라 말하려 했다.
촤악!
권속은 듣지 않고 창을 쥔 두 팔에 힘을 주어 옆으로 휘둘렀다.
충격으로 둘의 몸이 창에서 뽑혀 날아갔다.
“······!”
이를 본 오크들이 놀라 주춤했다.
둘의 무게가 얼마인데, 그것을 들어 던졌다고?
그런 표정이었다.
‘권속을 평범한 인간하고 똑같이 생각하면 안 되지.’
그저 사냥감이었을 뿐인 인간을 떠올리며 달려왔겠지만.
권속은 놈들의 사냥감이었던 인간과는 달랐다.
힘이나 의지, 모두 급이 달랐다.
“같잖은 것들!”
게하르드가 창을 휘두르자 네댓 마리의 오크가 찢겼다.
창에 꿰뚫린 오크는 귀여울 정도로 흉악한 광경.
살점이 덩어리째로 뜯겨 사방으로 튀었다.
게하르드는 녹색의 피로 몸을 적시며 괴성을 질렀다.
“더! 더 와라!”
그 모습에 투쟁심을 잃고 뒷걸음질 치는 오크조차 있었다.
“어휴··· 무식해라.”
그리프가 눈웃음을 지으면서 오른손을 높게 치들었다.
“귀 막으십쇼.”
오른손이 주먹을 쥐자 먹구름이 머리 위로 모여들었다가,
콰광—
주먹을 내려치자 벼락이 내리쳤다.
우리를 포위한 무리 안에 큼지막한 구멍이 생겼다.
그곳은 오크 주술사 무리가 있던 터.
단체 주술을 외워 발동하기 직전에 그리프에게 섬멸되었다.
그리고 주술을 외우던 중에 응축되었던 마력이 술사를 잃고 주변으로 퍼져나가 근처에 있던 오크, 고블린의 육체에 스며들었다.
“컥!”
“수, 움···!”
유독가스를 마신 것처럼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과밀한 마력을 한 번에 받아들인 탓에 육체가 견디지 못한 것.
그나마 숨이 멎은 것은 다행이고 육신이 터지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프는 이를 보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사람은 머리를 써야죠. 무식하게 달려드는 게 아니라.”
“흥! 약해 빠진 놈이.”
그리프의 도발에 게하르드의 움직임이 더욱 거칠어졌다.
수십 배나 많은 적을 상대하면서도 권속은 밀리지 않았다.
되려 밀어붙이는 쪽이 권속이었고, 오크와 고블린은 수를 앞세워서 버티는 쪽이었다.
권속은 수십에 불과하고 무리는 수천이 아닌가.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피로가 쌓여 움직임이 둔해질 터.
공세가 더뎌지는 그 순간을 노리고자 녀석들은 약한 동족을 앞세워 방패로 삼고 포위를 유지하면서 버텼다.
“애쓰는군.”
나는 혀를 찼다.
권속은 피로를 쉬이 느끼지 않는다.
몇 날 며칠 밤을 지새워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 이들이 고작 전투 중에 피로를 느낄까.
당연히 움직임이 둔해지는 일도 없다.
녀석들도 직감으로 깨달았을 거다.
왜지, 왜 지치질 않지? 라고 말이다.
‘이유를 안다고 뭐가 달라지겠더냐.’
나는 고개를 들어서 칼리오페를 보았다.
그녀는 홀로 앞으로 나서서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었다.
권속조차 그녀의 곁에 있으면 휘말려 버릴 파괴력.
한 번의 손짓이 벼락보다 강한 폭발을 일으켰다.
지진이 난 듯 땅이 울리고, 화산이 터지듯 피 분수가 솟았다.
그녀는 이 장소에 있는 누구보다 월등했다.
‘라에라곤, 그 귀쟁이를 상대할 때조차 나를 걱정해서 전력을 내지 못 했겠지.’
내가 뒤에 있는데 저리 싸웠다면 내가 휘말렸을 테니.
“무서워서 가까이 못 가겠네.”
그리프가 슬쩍 고삐를 쥐고 뒤로 물러나면서 농을 던졌다.
칼리오페의 위세에 전투가 더뎌지고 있었다.
내리찍으면 그 어떤 외침과 비명보다 큰 폭음이 터지는데 모른 체하며 싸울 수 있을까.
칼리오페와 가까이 있던 무리는 도망치기 바빴고 멀리 있던 무리는 그녀를 보느라 권속이 심장을 찌르는지도 몰랐다.
간사하게 무리의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우그다쉬도 그녀를 보며 경악했다.
‘그래··· 믿기지 않겠지. 고작 수십 명. 그것도 원숭이 따위가 너희 우월한 문명인을 짓밟는 꼬락서니가.’
점점 더뎌가던 싸움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멈추었다.
모두의 시선이 칼리오페와 우그다쉬를 향했다.
나는 말을 몰아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내 말에 우그다쉬가 흠칫했다.
“네가 한 말이다. 우그다쉬.”
“······.”
“하지만 내가 보기엔 여기 있는 누구보다 겁이 많은 것 같군.”
나는 입꼬리 한쪽을 올리며 우그다쉬를 마주 보았다.
우그다쉬는 으드득, 소리 나게 이를 물며 앞으로 나왔다.
칼리오페가 앞을 막아섰다.
둘 주위로 넓은 공터가 생겼다.
“인간. 나를 화나게 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나는 대답 대신에 낮게 웃음소리를 냈다.
비웃음을 받은 우그다쉬가 도끼를 꽈악 쥐고 달렸다.
칼리오페와 우그다쉬, 둘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까앙—
도끼가 칼날에 맞아 귀를 찌르는 쇳소리가 튀었다.
칼리오페는 우그다쉬의 공격을 여유롭게 받아냈다.
물 흘리듯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벽처럼 받아냈다.
발이 땅바닥에 깊게 뿌리를 내렸나 싶을 만큼 움직임이 없었다.
제 키보다 머리 몇 개 더 큰 오크가 전력으로 후려쳤음에도, 칼리오페는 제자리에 서서 오른손을 움직이는 것 외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깡, 깡— 터엉—!
“상대가 안 되는군.”
대결이 시작된 직후에 내 옆으로 돌아온 게하르드가 평했다.
시시한 것을 본다는 투로 쯔쯔, 소리 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프를 비롯한 다른 권속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고작 1레벨 낮은 라에라곤조차 가지고 놀았던 그녀다. 그때의 10배나 되는 격차가 있는데, 이렇게 압도하지 않으면 말이 안 되지.’
주머니에서 연초 갑을 꺼내어 한 개비 입에 물었다.
그리프가 검지에 불을 일으켜 연초에 붙였다.
깊게 들이마셨다가 후, 길게 내뱉었다.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조금은 지워졌다.
“크아악!”
우그다쉬가 소리를 질렀다.
부질없는 싸움에 화가 일어 공격을 멈추고 제 가슴을 쳤다.
“끝?”
칼리오페는 검을 내려놓고 물었다.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여기 있는 모두에게 들릴 목소리였다.
“끝이 아니다!”
우그다쉬가 발을 굴렀다.
그러자 둘러싼 군중 속에서 몇몇 오크가 덮쳐들었다.
【Lv. 59】
【Lv. 56】
【Lv. 57】
【Lv. 53】
레벨을 보아 부족의 상급 전사.
각기 다른 네 방향에서 달려들었다.
이전에도 여럿 해본 익숙한 움직임.
칼리오페는 몸을 돌면서 칼을 휘둘렀다.
툭, 데구르르—
그리고 호위들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끝?”
칼리오페는 다시 물었다.
“······.”
우그다쉬는 말이 없었다.
녀석은 달려들기 위해 막 상체를 기울인 채였다.
그러나 발을 떼기도 전에 일이 끝났다.
놈은 눈빛에 허망함이 감돌았다.
‘멍청한 놈.’
상급 전사를 이렇게 소모하다니.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행적이었다.
‘차라리 난전 중에 나를 노렸다면 달랐을 것을.’
그랬다면 막을 수 있는 권속은 몇 없었다.
나 또한 목숨이 위험했을 터.
그러나 나는 우그다쉬가 그러지 않을 것을 알았다.
다만, 아주 낮은 확률로 변수가 일었을 수도 있었을 뿐.
결투를 제안한 것은 그런 변수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는데.
‘너는 몇 번을 반복해도 항상 똑같구나.’
입꼬리를 올리고 비웃었다.
말했다시피, 지긋지긋하게 상대해봤으니까.
어떤 식으로 싸움을 걸어올지 뻔하디뻔했으니까.
답안지를 읽고 문제를 푸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풉···
그리프가 실눈을 찡그리며 끅끅 웃음을 참았다.
“저 돼지 새끼, 겁먹은 거 보십쇼.”
“닥쳐라 원숭이!”
우그다쉬의 노성에 그리프는 참지 않고 웃음을 터트렸다.
“돼지보단 원숭이가 낫지!”
“크아아아아악!”
우그다쉬가 다시 달려들었다.
이전보다 움직임이 빨려졌다.
내 동체 시력이 따라갈 수 없는 속도.
영상이 뚝뚝 끊어지는 것처럼 우그다쉬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격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
공격하는 것은 놈인데, 방어하는 칼리오페가 놈보다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움직임을 읽는 것을 넘어서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칼리오페가 하단으로 칼을 내리면 우그다쉬가 그곳을 쳤다.
“훈련하는 것 같군요.”
“흠.”
“전에 그저 싸움꾼이니 뭐니 그랬던 것 같은데. 저걸 보면 무슨 생각 드십니까, 군단장님?”
“내 정정하지.”
그리프가 싱글싱글 묻자 게하르드가 코웃음 쳤다.
“허억··· 헉···.”
한참을 이어진 공방··· 이라기도 뭣한 운동.
우그다쉬는 숨을 헐떡이며 거리를 벌렸다.
놈의 삶에서 이런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누군가에게 압도당하는 굴욕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끝?”
같은 말을 세 번째 던진 칼리오페는 평온했다.
한 방울의 땀도 그녀에게 맺히지 않았다.
숨도, 혈색도, 그 모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우그다쉬의 얼굴에 일순간 절망이 스쳤다.
“——!”
애써 의지를 일으켜서 달려들었지만, 칼리오페는 이전과 다르게 받아주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서걱!
“크헉!”
우그다쉬의 팔이 잘렸다.
고통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도 놈은 물러나지 않았다.
남은 한 손으로 떨어진 도끼를 잡고 칼리오페에게 파고들었다.
그러자 이번엔 종아리 인대를 베였다.
“컥···!”
털썩—
인대가 잘린 다리는 의지로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일어서려다가 주저앉기를 몇 번, 끝내 무릎을 꿇었다.
칼리오페가 칼을 놈의 이마에 대었다.
“그만.”
나는 말에서 내리고 연기를 길게 뱉으면서 놈 앞에 섰다.
“살고 싶나?”
“······.”
나를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떨렸다.
“살고 싶나. 우그다쉬.”
“···살고 싶다.”
오른발을 반걸음 내밀었다.
흙먼지가 묻고 닳은 신발.
“빌어라. 돼지답게.”
우그다쉬는 어깨를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신발을 내려다보다가 재차 나를 올려다보고.
시뻘건 눈동자는 굴욕감에 젖었다.
“살고 싶지 않느냐?”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남은 손으로 피에 젖은 흙바닥을 짚고 몸을 숙였다.
놈은 이마를 내 발등에 맞추었다.
“칼리오페.”
그리고 칼리오페가 우그다쉬의 목을 베었다.
왜?
바닥에 떨어진 목이 표정을 지었다.
오크답게 질긴 생명력으로 아직도 살아 있었으니.
나는 무릎을 꿇고 녀석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왜 널 용서하지?”
용서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 우습다.
놈이 먹고 범하고 죽인 인간이 몇인데.
지금 여기 있는 오크, 고블린 따위가 땅에서 솟았을까.
핀토가 넘긴 인간들에게서 태어났음을 내가 모를 줄 아나.
“나는 너희 더러운 족속을 이 세계에서 절멸시킬 것이다.”
“······!”
우그다쉬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눈동자에 남아 있던 생명이 사그라들었다.
잘린 목은 경악을 내지르려고 눈과 입을 벌린 체.
‘이제 하나가 끝났군.’
내 어깨를 누른 짐 하나가 덜어지는 느낌.
칼리오페에게 농락당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우그다쉬가 별거 아니었다고 느낄지 모르나, 본래는 이리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본편 시작 시점에서 녀석의 레벨은 라에라곤 이상이었다.
세력도 오크들의 왕이요, 귀쟁이조차 위협을 느낄 정도.
그리될 녀석이 이제 막 기지개를 켜야 할 때 당한 것이라 이리 쉽게 처리된 것이었다.
‘이런 기회는 다른 놈들에겐 없겠지.’
라에라곤, 고타바, 블라드···
대의제에서 만난 족속은 성장이 끝났다.
개중에 라에라곤은 부상을 치유하지 못했을 뿐.
세력으로 보면 이미 터줏대감으로 군림하는 족속이었다.
길어야 십여 년동안 평야를 점거한 우그다쉬와 차원이 달랐다.
세력의 크기에서나 개인의 무력에서나, 지금 같은 별동대 수준의 권속으로 어떻게 할 생각은 꿈에서도 불가능한 상대들.
‘이제 시작이다.’
나는 일어섰다.
전투는 잠시 멈추었을 뿐, 끝난 것이 아니었다.
칼리오페와 우그다쉬의 결투를 구경하던 강철안개 무리.
그 수천의 무리가 아직 살아 숨쉬며 나를 보고 있었다.
– 계속하시겠습니까?
사념으로 전투 속행을 묻는 권속들.
나는 고개를 저어 기다리라고 명했다.
우두머리가 없다 하나 그 수가 너무 많다.
저것들이 흩어져 도망친다면 어찌 잡으랴.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야 한다.’
이를 위한 해답은 이미 경험으로 터득했다.
나는 무리에게 우그다쉬의 머리를 들어서 보였다.
“우그다쉬는 죽었다.”
흠칫, 몸을 떤 무리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너희의 우두머리는 나약하고 겁쟁이였으니, 내 권속조차 이기지 못하고 패배하여 보잘것없는 삶을 구걸했다.”
머리를 던졌다.
아직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가 말라 갈라진 바닥에 굴렀다.
“나는 겁쟁이는 필요 없다.”
우그다쉬의 머리를 내려다보던 시선이 다시 나를 향했다.
“나는 강하고 용기 있는 자를 원한다. 너희가 거기에 부합한다면, 나는 너희의 주인이 되어 우그다쉬가 주지 못한 것을 주겠다.”
“···그게 무엇이냐, 인간.”
살아남은 무리 중에 레벨이 가장 높은 오크가 물었다.
“인간을 주겠다.”
놈은 눈을 껌벅였다.
잘못 들었나 되묻는 눈초리.
나는 대답을 반복했다.
“우그다쉬가 주지 못한 인간을 마음껏 사냥하게 해주마.”
무리의 얼굴에 흥미, 갈망 그리고 불신이 어렸다.
그중에서 불신은 오래 남지 않았다.
놈들의 본능에 각인된 욕심이, 여태껏 접한 인간들의 열등함이, 내가 내 동족을 사냥하겠다는 헛소리조차 믿게 했으니.
“······.”
우두머리를 잃은 강철안개 부족은 내가 가진 무력과 내가 약속한 보상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고개를 숙이며 내게 복속했다.
‘귀쟁이가 귀쟁이를 팔아넘긴다고 말했다면 누구도 믿지 않겠지만, 인간이 인간을 판다고 말하면 받아들이지.’
선인이 살인을 예고하면 농으로 받아들이지만, 살인마가 살인을 예고하면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전례가 너무도 많으니까.
이 세계의 인간 역사는 동족을 팔아 시작되었으니까.
‘그딴 역사는 필요 없다.’
나는 말 안장에 올라타 손을 들었다.
“남쪽으로 간다. 그곳에 너희가 바라는 인간이 있으니.”
거짓말은 아니다.
핀토가 모으고 있을 군대가 있지 않겠나.
그 군대는 당연히 인간으로 구성했을 터.
다만, 인간이 아닌 인간으로 구성했을 따름이지.
‘약속대로 인간을 사냥하게 해주겠다.’
그 대신 너희 두 족속이 같이 그 자리에서 멸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