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45)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47화(47/185)
###
‘대단하군.’
게하르드는 서류를 보던 시선을 에다르에게 돌렸다.
에다르는 피로가 역력한 눈빛으로 서류를 보았다.
그리고 그 앞에 그리프가 일어서 설명을 이어갔다.
“···따라서 리프냑, 소드마크, 뉘르텐, 이 세 개척촌을 집중적으로 개간하여 곡창지대로 만드는 것을 제안합니다.”
“흠.”
에다르는 자리에 일어서서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지도에 그려진 세 개척촌을 대조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허가한다. 이행에 필요한 인력은 차후에 보고하고, 그 외에 필요한 요소는 보고 하지 않아도 좋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라헬. 예배당 증축이 필요하다고?”
“예. 아버지께서도 아시다시피···.”
게하르드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찌푸린 것은 그뿐이 아니라 몇몇 권속들도 그와 같았다.
도면을 꺼내 에다르에게 내민 수녀복 차림의 권속, 라헬.
그녀가 해방 노예, 라는 광신도들을 주도하기 때문이었다.
권속 중에 에다르를 신으로 여기는 이들은 적잖았지만.
라헬은 그중에서도 광신이라 부를 정도로 드센지라, 그녀를 좋아하는 권속은 같은 신도들 밖에 없다 보아도 좋았다.
‘엉성하군.’
그래서 라헬이 내민 도면을 보며 게하르드는 비웃음을 지었다.
목제 건물의 건축도였는데, 전문가가 그린 것 같지 않았다.
군단장으로서 진지 구축에 이골이 난 그가 보기에 참 엉성했다.
아마도 그녀가 직접 구상한 것이리라.
‘저래서야 짓다가 무너지지.’
팔짱을 끼고 한소리 할까, 고민하던 차.
에다르가 도면을 검지로 톡톡 치면서 말했다.
“이렇게 올리면 천장이 지탱되지 않아 내려앉는다.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기둥과 내력벽을 더욱 촘촘하게 붙여야 하느니라.”
“그런가요?”
“음. 보아라.”
에다르는 흑연을 쥐고 도면을 덧그렸다.
도면에 없던 토대를 깔고, 골조의 자재를 표기하고, 서까래와 장선도 더하는 등··· 게하르드가 보기에 도면을 새로 그리는 수준으로 바꾸어 놓았다.
“와···.”
“자. 됐다. 나머지는 그리프와 상의해서 짓도록 해라.”
‘역시.’
게하르드는 고개를 주억였다.
‘지혜의 끝을 알 수 없는 분이다.’
누구라도 한 번쯤 멈칫하는 순간이 있을 텐데, 그들의 주인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기가 아주 어려웠다.
마치 정확한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막힘 없이 답을 내었다.
게하르드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충정이 굳건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쯤 했으면 개척지는 된 것 같군. 게하르드.”
“네, 폐하.”
에다르가 눈살을 약간 찌푸렸다.
폐하, 라고 부른 것이 내키지 않은 것이라.
‘신으로 추앙받는 것은 허락하시면서 참 특이하시군.’
물론 게하르드는 그 이유를 알았다.
권속과는 더욱 가깝게 지내기를 원해서 그런 것이라고.
그러나 게하르드는 군단장이란 직업에 걸맞은 성격이었다.
만들어질 때부터 에다르를 황제라고 칭하지 않았나.
그는 제 주인을 친족처럼 대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에다르가 몇 번이나 지적해도 실수인 척 대응했고, 에다르 또한 그것을 알기에 크게 지적하지 않고 넘어갔다.
“북부 왈로키아의 현황에 대해 총독부에서 보고합니다.”
게하르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북부 왈로키아의 인구는 아직 파악 중입니다. 이전 영주들이 보유한 자료의 상당수가 고의로 파손되거나 누락이 많아서 인구 조사를 새로 시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범인은 영주 혹은 그 가문의 일원이었다.
대평원에서 전멸한 소식을 접하자마자 귀물을 챙겨 달아나면서 청야전술처럼 행정을 마비시켜 놓고 도망쳤다.
“쉽지 않겠구나. 북부가 아무리 척박해도 몇십만은 될 터. 행정을 복구해도 한동안 업무가 어렵겠어.”
몇몇 권속이 감탄을 터트렸다.
몇십만이라, 대평원의 수십 배가 되는 인구였다.
수천 명의 해방 노예를 정착시키느라 고생한 것이 엊그제였는데, 전체 인구의 몇십 배가 되는 인구를 정복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어휴. 저 중 몇 명이나 대평원으로 이주하려나요.”
그리프가 한숨을 쉬며 투덜거렸다.
척박한 북부에서 포화 상태에 달한 인구다.
조금만 자극해도 쉽사리 이주를 택할 농민이 많을 터.
그리고 그 수는 해방 노예와 비교 못 할 정도로 많겠지.
“지난 몇 달간 늘어난 인구보다 이번 달에 받을 이주민이 더 많을 것 같구나.”
북부 왈로키아의 행정이 복구되고 이주 정책이 시행되면 그리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프는 그것을 알기에 저리 반응하는 것이었다.
“곡물 저장고를 더 늘려야겠군요.”
그 말에 에다르는 말 없이 미소로 답했다.
고생이 뻔하다고 이주를 안 받을 수는 없지 않나.
성장에 지리적 한계가 있는 북부 왈로키아.
모든 것이 넘치지만 인구가 없는 오로코 대평원.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는 뻔하디뻔하다.
“그 문제는 총독부에 맡기겠다. 다음.”
“다음은 토지 현황입니다.”
올리머스 전도 위에 다른 지도를 얹었다.
북부 왈로키아 전역이 그려진 지도였다.
지도에 온갖 색깔로 영역이 칠해져 있었는데, 그중 붉은색으로 칠한 영역이 전체 영역의 3분의 2나 되었다.
게하르드는 이 영역들을 검지로 뺑 두르면서 말했다.
“이 영역은 장부에서 소유주가 확인되지 않은 땅입니다.”
“목초지, 산림, 농지. 가릴 것 없이 전부 다군.”
“네.”
에다르가 미소를 지었다.
소유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은 마치 누락된 것처럼 들린다.
행정이 주먹구구로 이루어진다지만 이만큼 누락이 가능할까?
‘그럴 리가. 전부 짜고 치는 거지.’
누구보다 악착같이 세금을 거두는 족속이 영주.
영주가 자기 영지의 지주를 모른다고?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간 거다.
‘빨간색 외의 영역은 정식으로 세금을 내는 땅. 나머지는 사적으로 면제받은 땅.’
정식으로 ‘이 땅은 세금을 거두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면 차후에 문제 소지가 다분하니까, ‘누구 땅인지 모르겠네요. 나중에 조사할게요.’라고 어물쩍 넘어간 것이었다.
“땅을 소유한 자들에게 포고는 내렸나.”
“물론입니다. 이전 영주와 어떤 계약을 맺었건 땅을 소유했으면 찾아와 보고하라고 알렸습니다. 기한도 충분히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남은 것입니다.”
“몰수해라. 몰수해서 농노에게 분배해라.”
“무상으로 말입니까?”
에다르는 고개를 저었다.
“토지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은 오로코 대평원에 한정한다.”
게하르드도 동의했다.
오로코 대평원이나 북부 왈로키아나 주인은 에다르.
그러나 에다르는 대평원을 개발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대평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인구라는 것은 말이 필요 없었다.
그렇기에 이주를 위해 온갖 혜택을 주고 있었는데, 북부 왈로키아에 대평원과 같은 대우를 한다면 이주민이 올까?
“소유주가 확인되지 않는 땅은 모두 몰수하고, 그중 농지는 기존의 그 지역에 살고 있던 농노에게 값싸게 매각해라.”
“알겠습니다. 다만, 일을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겁니다.”
“손이 모자라더냐?”
게하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권속을 추가로 보내주겠다만··· 음, 그걸로도 부족하겠군.”
에다르는 주먹에 턱을 괴고 잠시 고민했다.
“기존에 행정을 맡던 이들을 다시 고용할까 합니다만.”
“음? 아, 그랬지. 북부 귀족이 사멸했어도 행정을 맡던 계층은 많이 남아있겠구나. 네 뜻대로 해라. 그들을 다시 부르고 점진적으로 쓸만한 이들만 남겨라.”
“봉급은 현물이나 토지로 지급하면 되겠습니까?”
“아니.”
에다르는 단호하게 손을 저었다.
“봉급은 무조건 화폐로 지급해라.”
“화폐로 지급하면 예산 소비가 꽤 큽니다.”
“라고아 광산의 채굴량을 늘리겠다. 예산을 새로 편성하거라. 행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 계산하고 그 외 예산도 더해서 보고해라. 그만큼 지원해줄 테니.”
토지를 지급하는 것은 극히 예외라고 에다르는 말했다.
“굳이 이러시는 이유가?”
“봉건제도를 해체할 거다. 군주가 가신에게 땅을 주고, 가신은 땅의 대가로 봉사하는 관계는 내겐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