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52)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54화(5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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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젠킨 공작은 접객실에서 에다르를 맞이했다.
에다르의 가신들은 방에서 대기시키고 독대했다.
두 사람 사이에 둥근 식탁을 두고 주전부리를 올렸다.
“저녁을 먹기엔 이르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낫겠지.”
공작은 곰방대를 입에 물고 히죽였다.
“자네도 피우나?”
“많이 피지요.”
“좋군. 이 맛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
에다르 또한 시종이 지핀 연초를 피우며 끄덕였다.
두 사람이 피우는 연초에 접객실이 곧 연기로 찼다.
“선물은 잘 받았네.”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에 들고말고. 젊은 친구가 감각이 있어.”
“감사합니다.”
“내게 먼저 연락한 것도 그렇고. 중앙에 관심이 많구만?”
“귀족으로서 어찌 아니 그렇겠습니까?”
공작이 하하, 웃음을 지었다.
선물은 당연히 황금을 가리켰다.
북부 왈로키아를 점거한 이래로 수차례 상납을 보냈다.
왈로키아의 대귀족인 그도 놀랄 만큼 많은 양의 황금.
다른 누구도 포함하지 않고 마젠킨 공작에게만.
공작은 그 점이 썩 마음에 들었다.
“같이 보낸 직물도 괜찮았어. 품질은 무난했지만 예상되는 가격이 상당히 낮더군? 나름의 수요가 있을 것 같은데, 그걸 노린 건가?”
“예. 공작님이 허락해주신다면 면세 특권을 받아서 팔아볼까 합니다.”
“음, 면세라. 그건 쉽지 않을 텐데.”
공작은 짐짓 눈살을 찌푸리며 힐끗 에다르를 보았다.
에다르는 웃으며 안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내 탁자에 올렸다.
보랏빛과 은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금속 재질의 목걸이.
공작은 찌푸렸던 눈살을 풀고 탄사를 흘렸다.
“오리칼쿰!”
그리고 에다르에게 묻지도 않고 냅다 집어 살폈다.
“정말 멋진데. 여기 새긴 문자는 뭐라 적혀있나?”
“우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고대어로 저의 이름과 축복을 새겼다더군요.”
“자네 이름? 흠.”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저 또한 듣기만 한 거라 진짜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공작님이나 다른 분이나 다 똑같지 않습니까?”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대어를 아는 것은 극소수였다.
인간 중에는 기껏해야 교국의 고위 사제나 가능할까.
혹은 제르마니아의 왕족이라면 익혔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쓰이는 곳이 없는 언어이니.
“그래, 그렇지.”
탐욕 가득한 눈빛으로 목걸이를 만지다가 주머니에 넣었다.
주겠다고 말 한마디 안 했지만 당연하다는 태도였다.
에다르는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그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내게 부탁하려는 게 그건가? 면세 특권?”
표정은 전보다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적극적이지 않았다.
마치 성에 차지 않아서 조금 더 달라고 보내는 투였다.
에다르는 등을 뒤로 물리면서 두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그냥 다른 의원분들과 자리를 마련해주십사, 하는 것이지요.”
“과연.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공작은 품에 손을 넣고 꼼지락거렸다.
목걸이가 마음에 든 듯 입술이 자꾸 히죽히죽 올라갔다.
“어험··· 자네도 알겠지만, 자네를 부른 목적은 별것 없어.”
“그렇습니까.”
“자네를 이상하리만치 싫어하는 애송이가 있어서. 녀석이 자네를 잡아야 한다고 아우성 쳐서 말이야. 영 내키지 않지만 그대로 둘 수 없으니 부른 거지.”
“그자의 이름이?”
“후고. 후고 차이켄 백작.”
“후고?”
으흠, 하고 이맛살을 찌푸리는 에다르.
그 반응에 공작은 갸웃하며 물었다.
“혹시 아는 사이인가?”
“예. 이전에 한 번 본 적 있습니다.”
“오호.”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냐고, 시선으로 물었다.
에다르는 망설이는 듯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정확히는 그자가 아니라. 그자의 주인이지요.”
“후고의 주인? 그게 무슨 소린가? 그는 대귀족—”
“혈족이라고, 아십니까?”
움찔
공작은 입가의 미소를 지우고 자세를 바로 했다.
“알지. 황제 블라드의 피를 직접 받은 흡혈귀들 아니냐.”
블라드는 흡혈귀 중에서 가장 강대하고 오래 산 자.
힘과 세월로 엘프, 드워프와 맞먹는 제국을 건국한 존재.
그리고 혈족은 블라드가 직접 피를 내린 친자식 같은 존재.
블라드의 피를 먹고 강대한 힘을 계승한 제국의 황족.
“후고라는 자는 혈족의 종복입니다.”
“후고가, 혈족의? 그럴 리가.”
미심쩍다는 투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알기로 후고는 엘프와 끈이 닿아 있었다.
후고 개인이 아니라 차이켄 백작가 대대로.
그런데 혈족, 아니 흡혈귀와 연관되었다?
‘엘프, 드워프, 흡혈귀 세 종족은 암묵적으로 서로에게 관여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나?’
규정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암묵적인 관행.
세 종족이 실질적으로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기에.
서로의 이해가 충돌하지 않기 위해서 영역을 구분하고 있었다.
‘게다가 혈족의 종복이 된다는 것은···.’
종복은 혈족에게 피가 빨리고 노예가 된 존재를 일컬었다.
공작은 대귀족 후고가 아무리 이종족이라도 누군가를 주인으로 섬긴다는 것이 선뜻 이해 가지 않았다.
“믿기 힘들군. 그냥 조금 연이 닿아 있는 정도 아닌가?”
“확실합니다.”
에다르는 자신과 후고의 관계를 설명했다.
대평원에서 금광을 확보한 뒤로 후고가 접근했고,
북부 점령지를 인정해주는 조건으로 상납을 요구했으며,
이를 거부하자 블라드와 그 혈족을 언급하며 위협했다.
···라는 이야기였다.
‘산맥 전체에 걸친 매장량, 이라고? 엄청나군.’
매장량을 들은 공작은 속으로 꽤 놀랐다.
수차례 상납으로 채굴량이 많겠구나 추측은 했다.
북부 귀족들이 뭉쳐서 대평원을 노리기도 했었고.
하지만 금맥의 규모가 이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대평원의 정보는 왈로키아에서 접하기 어려운 것이라.
소문으로 접해야 했기에 과장이 섞였다고 판단했다.
‘오크가 밀어닥친 것도 그렇고. 핀토 그 천민 놈이 북부의 촌놈을 선동해서 싸운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무식하게 큰 금광 하나 때문이었나.’
헛웃음이 나왔다.
북부에 오크가 출현하고 귀족이 몰살당했다고 했을 때, 소도모라에서도 온갖 억측이 난무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사건의 원인이 금광 하나뿐이라고 예상한 귀족은 없었다.
기껏해야 여러 원인 중 금광의 비중이 크다, 정도였지.
‘후고가 탐낼만해. 나라도 매장량을 알았다면 먼저 접근했을 거야.’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에다르 쪽에서 먼저 접근했지만 말이다.
공작은 탐욕으로 눈빛을 내며 이야기를 들었다.
“그 뒤로 저는 몇 번이나 암습을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혈족과 연관되었고, 그것이 후고가 사주한 것임을 확인했지요.”
암습, 이란 말에 공작은 표정을 굳혔다.
“입증할 수 있나?”
에다르는 품에서 반지 두 개를 꺼냈다.
반지를 받은 공작은 그 가운데 각인을 보고 끄덕였다.
“인장 반지군. 후고 백작의. 하지만 이런 반지는 아무런 증거가··· 음?”
흠칫, 다른 하나의 각인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홀슈타인 황가의 인장 반지입니다.”
주머니에 넣은 목걸이와 똑같이 보랏빛과 은빛이 도는 외형.
인간이 제련할 수 없는 오리칼쿰으로 만든 인장 반지였다.
공작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것을 어떻게?”
“제가 홀로 대평원에 자리 잡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으음.”
말을 삼켰다.
에다르는 뒷배의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공작 또한, 아니 모든 대귀족은 이종족을 뒷배로 두고 있었기에 에다르의 주장을 의심하기 어려웠다.
그들 즈음 되는 인간이라면 깊냐 얕냐 차이일 뿐, 이종족과 얽히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
그러지 않고서는 대귀족이 될 수가 없었었으니까.
‘북부와 싸울 때 오크를 동원했다고 했지. 이놈을 돕는 건 오크겠군.’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드워프와 끈이 닿아 있는 그는 가소롭게 들렸다.
오크란 이종족 중에서도 급이 낮은 족속이 아니었나.
‘혈족의 반지를 훔칠 정도라면 꽤 도움을 준 것 같은데. 직접 위험을 막아줄 정도로 대단하진 않나 보군. 나한테 도움을 구하는 것을 보니.’
이종족보다 자신을 높게 쳤다는 것에 기쁘면서도 참으로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허나 이거론 부족해. 두 반지가 같은 장소에서 나왔다면 어느 정도 연관성은 입증되겠지만, 그것까지 증명할 방도는 없잖아.’
쯔쯔, 혀를 차면서 후고의 인장 반지를 살피는 공작에게 에다르가 여섯 개의 서찰을 넘겼다.
서찰을 받고 공작은 시큰둥하게 내용을 확인하다가
“···이 무슨?”
이전보다 더 크고 매섭게 눈을 떴다.
에다르는 누가 들을세라 조용히 그리고 엄숙하게 말했다.
“후고가 혈족에게 보낸 서찰입니다. 공작님을 죽여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지요. 아시겠습니까? 후고가 노리는 대상은 저 하나가 아닙니다. 공작님도 노리고 있습니다.”
공작은 서찰을 꽈악 쥐어 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