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56)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58화(58/185)
입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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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자를 곁에 두었군.”
공작은 내 곁으로 복귀한 파시메아를 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눈웃음을 지었다.
아가톤은 그와 비등한 상대였으니까.
그런 상대를 일격에 죽인 그녀가 놀라울 테지.
하물며 공작은 인간 중에 손꼽는 강자가 아닌가.
“무슨 관계지? 정말 자네의 가신인가?”
눈초리에 경계의 빛이 가득 차 있었다.
“제 스승님이십니다.”
“스승?”
공작은 눈을 껌뻑이며 파시메아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자네보다 어려 보이는데.”
공작은 으음, 소리 내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스물 남짓의 나이로 자신과 비등한 강자를 이겼다고?
그런 재능을 가진 인간이 존재하나?
고민이 뻔히 보였다.
“으, 으음···.”
걸음마를 뗄 때부터 천재로 불렸던 공작이다.
그조차 평생 수련을 이어가며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 노력과 재능을 압도한 존재라?
흰머리가 자욱한 세월이 인정하지 못할 터.
“그렇군. 내 무례를 용서하시오.”
공작은 파시메아를 향해 가볍게 묵례했다.
자신보다 강자요, 자신보다 연로했다고 짐작한 것이라.
삽시에 파시메아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지고 사념이 온갖 감정을 토했다.
‘미안하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뿐이었다.
칼리오페가 슬쩍 오른손 검지로 제 입꼬리 한쪽을 올렸다.
파시메아의 사념이 읽기 힘들 정도로 격하게 뒤엉켰다.
“공작님, 이제 어찌하시겠습니까.”
“애송이, 아니 후고 말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백작이 이대로 물러날 것 같지 않습니다.”
“흠.”
공작은 후고가 나간 출입구를 노려보았다.
자존심을 굽히고 굴복했다면 공작은 받아들였을 것이다.
고집은 세도 강경한 성격은 아니고, 혈족이 왈로키아에 얼마나 관여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반항하던 젊은이를 혼내주었다는 선에서 만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후고는 도망갔다, 굴복 없이.
‘나 혹은 공작이 공세를 시작했다고 여겨서 도망을 택한 거지만, 공작은 그걸 모르지.’
후고의 가장 강력한 패, 아가톤이 죽은 것,
마젠킨 공작이 후고의 암살 사주가 적힌 서찰을 보인 것,
같은 시간대에 혈족의 숨은 거점이 공격받은 것까지.
후고가 과연 냉철한 판단을 내리기 쉬울까?
‘냉철하게 판단하고 굴복했어도 상관없었어. 대체할 방법은 많았으니.’
영리한 토끼는 굴을 여럿 파둔다지?
연초로 손등을 툭, 툭, 치다가 주머니에 넣었다.
‘내가 북부를 통째로 삼키고 권속의 수가 수백에 달했어도, 왈로키아 전역을 정복하고 유지하기엔 모자란 감이 있다.’
강철안개 부족을 이용해서 북부 왈로키아의 귀족을 문자 그대로 소멸시킨 것과 동급의 사건을 일으키지 않는 한, 왈로키아의 귀족 대다수는 살아남을 터.
살아남은 귀족이 순순히 항복할까?
‘내가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며 영주들을 봉신으로 둔다면 순종하겠지. 허나 나는 말했지. 봉건 제도를 해체하겠다고.’
내 나라에 귀족은 필요 없다.
인간 위의 인간을 두지 않을 것이다.
당장은 내가 영주요, 왕으로 군림하더라도.
모든 업적이 끝난 뒤에 나는 옥좌에서 내려올 것이다.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귀족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다. 그리되면 왈로키아 전역이 반란으로 덮이는 것과 뭐가 다르냐.’
파시메아가 한숨을 쉬었다.
화가 조금 누그러든 모습이었다.
‘뭐, 그러면 우리가 온종일 두더지 잡기 해야겠네.’
수백에 불과한 권속이 사방에서 저항하는 귀족을 잡아야 한다.
저항도 보통이 아니라, 제르마니아를 비롯한 인간 국가들의 지원을 받을 것이고, 대의제 또한 뒷공작을 가할 것이 분명한데.
누란지위, 층층이 쌓은 알의 위태로움.
그야말로 무게가 늘어나 한계 달한 상황이다.
‘우그다쉬와 같은 요행을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짓.’
따라서 조금씩 혹은 큼지막하게 힘을 갉아먹어야 한다.
공작과 백작의 대립은 아주 좋은 수단이었다.
‘본래라면 후고가 이겨야 하는 싸움. 모기의 지원을 받는 후고가 난쟁이의 어정쩡한 지원을 받는 공작을 이겨야 하는 싸움을, 내가 뒤집은 거다.’
이를 위해 혈족의 거점을 습격해서 불태웠다.
아가톤만 죽여서는 균형이 맞지 않으니까.
거점에 있는 혈족과 종복도 처리해서 균형을 맞추려 했다.
‘대체 몇 명이나 끌고 온 거야? 영지는 어떻게 하고? 나나 칼리한테 맡겨도 충분하잖아.’
‘말했지. 아가톤은 모기가 가장 아끼는 새끼라고.’
파시메아가 살짝 입을 벌렸다.
‘혹시 모기가 온다는 소리야?’
‘글쎄.’
‘대의제의 약정이 있는데?’
혈족이 괜히 혈족이냐.
블라드가 그토록 아끼는 족속.
감정에 휘둘려 들이닥쳐도 이상할 것 없었다.
그리고 이 꼴을 보면 이미 약정은 의미가 없지 않나?
‘블라드의 근간은 인간이다. 저가 인간을 버렸다고, 인간을 초월했다고 말하여도 놈의 근본은 인간이다. 귀쟁이나 난쟁이가 천 년을 사는 것과 인간이 천 년을 사는 것은 감정적으로 다르지.’
장수종은 시간의 흐름에 둔감하나 인간은 고작 몇 년, 혹은 몇 달 부대낀 것으로도 깊은 유대를 느끼고 때로는 평생의 짝을 결정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블라드에게 수백, 수천 년을 함께한 혈족은?
‘혈족이 다른 종족보다 인간 세계에 깊게 뿌리 내린 것도 블라드가 제 자식에게 무르기 때문이지.’
‘자식 농사 망했네.’
거기에 파시메아는 레벨은 90이되 전투에 특화된 권속이 아니라는 점도 내가 다른 권속을 동원한 이유였다.
그녀 홀로 거점에 있을 혈족 다수와 상대하는 것은 위험이 컸다.
‘흥.’
파시메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틀린 말은 아니라 입술을 삐쭉 내밀 뿐이었다.
‘그래, 그러니 아가톤에는 못 미치지만 인간보단 강한 혈족과 종복을 사냥하기 위해서 그리프와 게하르드가 필요했다.’
상황은 공작에게 급격하게 기울었다.
후고에게 주어진 패는 몇 남지 않았다.
‘상황이 공작에게 기울어버린 지금, 공작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고.’
혈족의 거점까지 부순 줄은 몰랐어도.
자신과 비등하던 아가톤이 죽었다는 것은 아니까.
후고에게 가장 중요한 무력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을 터.
감히 자신에게 이빨을 세운 애송이를 가만두지 않겠지.
공작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죽여야지.”
눈에 힘이 들어갔다.
“감히 내게 이를 세워? 죽여야지.”
허리춤에 멘 칼집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즉각 후고의 저택으로 달려가 목을 벨 기세인지라.
나는 손을 들어 공작을 막았다.
“백작은 공과 같은 대귀족입니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흥, 공작은 코웃음 쳤다.
“그깟 놈이 내 상대가 된다고 생각하나?”
“그 뒤에 혈족이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지요.”
“혈족? 으음···.”
공작은 인상을 찌푸리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비록 인간의 탈을 쓰고 있으나 혈족은 인간이 아니었다.
대의제의 여덟 종족 중 하나에 속하는 흡혈귀.
그 흡혈귀의 황제가 친자식으로 여기는 존재.
공작이라도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상대였다.
‘설령 대귀족이라도 이종족과 맞서는 것은 거부감이 강해. 종복은 핀토와 같은 이종족의 하수인으로 여겨져서 거부감이 없지만, 혈족은 아주 달라.’
후고를 죽여야 작금의 상황이 해결된다.
그러나 후고는 혈족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공작은 혈족의 개입을 막으면서 후고를 죽여야 했다.
“···회담을 해야겠군.”
“회담이라면 대귀족 분들과?”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칼집에서 떼었다.
“우리 중 과반이 동의하면 귀족 의회를 긴급 소집할 수 있다. 긴급 소집된 의회는 만장일치가 아니어도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지.”
“무슨 안건을 고려하시는지?”
“이를 통해서 애송이를 공적으로 선포하겠다. 그러면 왈로키아 전체가 애송이의 적이 되니 혈족도 쉬이 개입하지 못할 거다.”
“과연.”
짐짓 납득한 투로 호응했다.
‘뭐가 과연이야. 그냥 후고란 놈하고 똑같이 뒷배를 부르면 되는 거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별 도움이 안 될 거다. 기껏해야 구두 경고를 모기에게 날리는 정도겠지.’
‘왜?’
‘너는 이웃집 아이가 개미집을 밟고 있다고 아이의 부모와 싸울 것이냐?’
개미로 여기기엔 조금 큰 세력이지만.
대의제나 이종족의 시선은 그와 다르지 않을 터.
로드는 죽어가고 있고, 귀쟁이와 난쟁이는 다투고 있다.
혈족이 날뛰어도 멈추게 할 의지나 힘 있는 존재가 없었다.
‘파시메아, 네가 말한 방법은 공작도 고려했을 거다.’
생각을 하고도 택하지 않은 것이다.
나와 같은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공작은 고타바와 교류를 했었지. 외부 정세가 이상하게 흘러간단 것 쯤은 쉽게 눈치챘을 거다.’
그렇기에 자구책을 통한 해결을 택한 것이라.
‘허나, 후고가 공작의 의도를 모를 리 없어.’
후고 또한 대귀족.
잔머리는 공작보다 비상한 녀석이었다.
공작이 택할 선택지를 모를 리가 없었다.
‘후고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하루.’
지금 즉시 후고를 제외한 대귀족이 모인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귀족 의회가 내일 오전에 열리게 된다.
아주 낮은 확률로 긴급 소집이 불허되어도 길어야 며칠 뒤.
나 때문에 귀족 의회가 소집되어 며칠 뒤 열리는 상황이니까.
그렇다면 남은 시간 동안 후고는 어떻게 할까?
‘귀족 의회가 열리는 것을 가만 보지 않는다.’
귀족 의회가 열리면 후고의 필패니까.
‘왜?’
‘투기장에서 목격자가 많았잖느냐.’
‘아.’
‘거기에 공작과 백작이 명목상 똑같은 권한을 가진 대귀족이라도 의회에 속한 귀족에게 미치는 둘의 영향력은 전혀 다르지.’
개인의 무력이 왈로키아에서 제일가고, 노회한 귀족으로 귀족 의회를 주도한 공작과 젊고 오만하며 자기주장이 강한 백작 중 누가 더 의회의 호감을 샀을지는 뻔하지 않나?
거기에 후고를 제외한 대귀족들이 호응할 것도 당연하다.
‘영지로 도망가는 건··· 안 되겠네.’
의회를 버리고 영지에서 군을 모으면 왈로키아 전체를 상대해야 한다.
혈족이 대의제를 무시하며 날뛰어도 대국 하나와 전면전을 벌일 정도로 눈치 없이 굴지는 않지.
그리되면 혈족의 지원 없이 후고 혼자만의 역성혁명이고, 공작이 바라는 최상의 결과다.
‘그러므로 후고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공작을 죽이는 것. 의회가 열리기 전에 공작을 죽이고 소도모라를 통제에 넣는 것이 일발 역전의 기회다.’
나는 공작 주변에 서 있는 기사들을 보았다.
【Lv. 41】
【Lv. 46】
【Lv. 43】
【Lv. 39】
공작은 공작대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
후고가 공작을 죽이기는 정말 쉽지 않겠지.
‘마찬가지로 공작이 후고를 죽이기도 쉽지 않겠고.’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내가 할 일은 이제 지켜보는 것뿐.
강철안개 부족과 북부 연합군을 공멸시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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