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57)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59화(59/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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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오게.”
가신들에게 지시를 내린 공작은 내게 턱짓했다.
“혹 무슨 일인지 여쭈어봐도?”
“왈로키아의 봉신이 되겠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작위를 내려주지. 따라오게.”
공작은 나를 데리고 귀빈석으로 향했다.
투기장 귀빈석에 취기로 비틀거리는 국왕이 있었다.
웩웩거리며 음식을 토해낸 왕은 공작을 보자 반겼다.
“오! 나의 유일한 충신. 마젠킨!”
토사물을 손에 묻힌 채 다가오자 공작은 슬쩍 몸을 피했다.
국왕은 속보로 다가오다가 발을 헛디디고 넘어지려 했다.
그것을 시녀가 옷깃을 잡아 간신히 도로 세웠다.
‘꼴불견이네.’
파시메아의 사념에 나는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재밌는 인간이지.’
‘재밌다고? 저게?’
“어이쿠, 어질어질하구만.”
“과하게 드셨습니다, 전하.”
“이리 흥이 겨운데 안 마실 수 있나.”
국왕은 흐흐, 웃으며 공작과 이야기하다가 문득 나를 보았다.
“너는 뭐냐?”
천박한 어투와 토사물 냄새에 파시메아가 인상을 구겼다.
나는 그녀를 가리고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에다르 룬드링겐이라 합니다, 파베 쿠스로르프 전하.”
내 정중한 예법에 국왕은 콧방귀를 끼며 되물었다.
“에, 뭐?”
“에다르 룬드링겐이라 합니다.”
“아··· 엘다. 그래!”
취기에 머리가 돌지 않아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국왕은 혼잣말을 구시렁거리다가 풀썩 의자에 앉았다.
방석 여러 겹을 얹혀 놓아 푹신한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곧 머리를 뒤로 젖히고 거하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쯧.”
그 꼬락서니에 공작은 혐오를 띠며 말했다.
“이해하게. 먹고 노는 것밖에 모르는 돼지야.”
“전하 앞입니다. 공작님.”
공작은 코웃음 쳤다.
“전하?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이 녀석을 전하로 생각하지 않네. 귀족으로 대우하기도 아까운 반푼이지.”
힐끗
시녀가 공작의 눈치를 봤다.
나는 그녀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흠칫 놀라며 조심스럽게 자리를 비켰다.
‘이때도 취급이 나빴군.’
시간대가 한참 뒤였던 이전 회차에서도 파베는 국왕 대우를 받지 못하는 무능한 인간이었다.
내란으로 직할령 상당수를 잃어 힘이 없는 것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이 무능하고 게으르며 더러워서 누구 하나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
【Lv. 27】
보라, 이것이 대국의 임금이 가질 레벨인가?
무력이 절대적인 위세를 부리는 세상에서.
그는 너무 무능했고 또 게을렀다.
‘의외로 인성까지 썩은 작자는 아니다만··· 이래서야 마젠킨의 비호가 사라진 뒤에 후고에게 왕위를 빼앗길 수밖에.’
“나 외에 누구도 이 녀석을 왕으로 대하지 않아.”
공작은 단언했다.
왕에게 존중을 보이는 것은 겉모습뿐.
잠에 빠진 국왕 앞에서 모욕적 언사를 내뱉는 것을 보라.
공작은 국왕을 그저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이용했다.
‘공작이라면 지금 바로 왕위를 찬탈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하지만 공작은 노회한 귀족이었다.
‘왕위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어.’
이미 왕이나 다름없는 권세를 누리고 있지 않나.
귀족 의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뿌리며 그 일원으로 남는 것,
무능한 왕으로부터 왕위를 빼앗고 의회와 척을 지는 것,
어떤 것이 편하고 실리가 있을지는 뻔하다.
‘후고처럼 의회 전체를 압도할 후원자를 가졌다면 모를까.’
잠시 잠에 빠졌던 국왕은 번뜩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역겨운 냄새는 여전했지만, 눈은 이전보다 이지를 띠었다.
취기가 사라진 대신 두통이 남은 듯 이마를 어루만졌다.
“으음··· 내가 오래 잤나?”
공작은 이전에 보인 혐오는 온데간데없는 자상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닙니다. 전하.”
“오, 미안하게 됐네. 공작.”
국왕은 꿀물을 마시고 주변을 살피다 문득 나를 보았다.
“자넨 누군가?”
나는 세 번째로 말했다.
“에다르 룬드링겐입니다.”
“에다르? 흠.”
국왕은 배를 긁적이면서 하품을 했다.
“이 자를 데려온 이유가 뭔가?”
“전하, 북부에 관해 이야기는 들으셨습니까?”
“거지새끼들이 뒈지고 웬 놈이 차지했단 말은 들었지. 과연, 이 자가 그 웬 놈이군.”
거지새끼, 웬 놈, 천박한 어투에 공작은 크흠, 헛기침했다.
“그렇습니다. 이 자의 이름은 에다르 룬드링겐. 제르마니아의 공작 서드렛의 장남입니다.”
“제르마니아?”
국왕은 나를 노려보았다.
“그 돼지 창자 같은 새끼의 자식이 내 땅을 점거했다고?”
“정확히는 사생아고 절연 당한 자식입니다.”
“사생아에 절연?”
노려보던 눈빛이 이채를 띠었다.
“좀 더 자세히.”
손짓하며 가까이 오라 하고 몸을 앞으로 당겼다.
나는 국왕 앞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이야기를 풀었다.
기억을 떠올리기 이전까지 에다르란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나.
그리고 개척촌으로 추방되고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
거짓을 여럿 섞고 과장으로 포장해서 두 사람에게 말했다.
“호오, 참 재밌게 살았군.”
국왕은 직전에 보였던 적대감을 지웠다.
적대감은 연기였던 것처럼 사라지고 흥미만 보였다.
내가 풀었던 이야기를 곱씹으면서 제멋대로 고개를 주억였다.
“그래서 이젠 후고 놈을 피해서 공작에게 온 것이고?”
“그렇습니다, 전하.”
“좋아, 아주 좋아.”
박수를 치며 크게 웃었다.
“후고의 적이고 공작의 사람이면 짐의 사람이기도 하지!”
뒤에 서 있던 시녀에게 손짓했다.
“너를 짐에게 보였다는 것은 작위를 주라는 의미겠지. 안 그런가, 공작?”
“그렇습니다.”
“한데, 의회의 승인은 받은 건가?”
공작은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그 태도에 국왕은 웃으며 시녀에게 서면을 받았다.
“이 나라에서 작위 수여는 의회의 승인을 요구하지. 하지만 유일하게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임의로 작위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어.”
국왕의 시선이 공작을 향했다.
“본인의 권세를 대놓고 자랑하는구만. 그런데 말이야···”
국왕은 볼살을 긁적이며 끄덕끄덕하다가 물었다.
“공작 못지않게 강한 것 같은데, 품을 수는 있고?”
“······.”
찰나였으나 파베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가 사라졌다.
‘마냥 멍청이는 아닌가 봐?’
무능한 돼지나 다름이 없던 모습이 정반대의 분위기를 흘리자 파시메아가 흥미를 띠며 사념을 보냈다.
‘말했지. 재밌는 인간이라고.’
공작은 눈빛을 받고 움찔했다가 코웃음을 쳤다.
“저는 마스바흐의 마젠킨입니다, 전하.”
“음음. 그렇겠지. 내 실언했어.”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듯이 시치미떼며 국왕은 허허, 웃었다.
시녀가 국왕에게 서면을 건넸다.
“무슨 작위를 주면 되겠나? 영지만 보면 후작은 줘야겠는데.”
공작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다가 답했다.
“백작으로 하시지요.”
“백작? 너무 낮잖나.”
“그는 제르마니아인입니다. 또한 북부가 넓다 하나 인구는 빈약하니 알맹이가 작지요. 그러니 백작이 적당해 보입니다.”
“흐음.”
국왕은 갸웃하다가 말했다.
“그래도 백작은 멋이 안 나. 차라리 변경백으로 하지. 마침 북부 끝에 자리 잡았으니 국경 아닌가. 칭호에 딱 맞는군.”
“음···.”
공작은 눈살을 구기고 침묵했다.
명백한 항의였지만 국왕은 모르는 척 싱글거렸다.
“펜 줘봐.”
깃털 펜을 쥔 국왕은 서면을 읽었다.
아니, 읽다가 어디에 서명하면 되냐고 시녀에게 물었다.
시녀는 말없이 서면 하단 빈 곳을 손가락을 짚었다.
국왕은 작대기 두 개를 쫙쫙 긋고 내게 넘겼다.
“자네도 서명해.”
나는 던지듯 넘겨받은 서면을 읽었다.
내용은 거창하게 적혀있지만 작위를 수여한다, 는 의미였다.
서명을 마치면 국왕은 시녀에게 검을 받았다.
내 어깨와 머리에 칼등을 대고 작위를 수여하려는 의도였겠으나, 수전증으로 칼이 미친 듯이 떨어서 꼴사나운 광경이 연출되었다.
“젠장, 이 망할 몸뚱이.”
욱해서 검을 내동댕이치고 빈 술잔을 도로 쥐었다.
그리고 술잔으로 내 어깨 좌우를 치고 번쩍 들었다.
“자넨 이제 변경백이야. 룬드링겐.”
국왕은 시종에게 술잔을 넘겼다.
시종은 술잔에 포도주를 따르고 먼저 한 모금 마셨다.
‘작위를 이렇게 준다고?’
근본이 없는데, 라고 파시메아가 사념을 보냈다.
사념에서 어처구니없다는 투가 팍팍 느껴졌다.
‘동족을 팔아 세운 나라다. 근본이 있을 리 없지.’
나는 피식 웃으면서 공작을 보았다.
공작은 쯔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전하, 소신은 먼저···.”
“각하!”
그때, 다급하게 공작가의 기사가 다가왔다.
꽤 오래 달린 듯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숨을 헐떡였다.
공작은 표정을 굳히고 물었다.
“무슨 일이냐?”
“트렐라 후작과 로프스카 백작이 죽었습니다.”
“뭐?”
트렐라와 로프스카.
일곱 명밖에 없는 대귀족에 속한 두 사람.
그들의 죽음을 보고 받은 공작은 눈을 부릅떴다.
동시에 포도주를 시음한 시종이 피를 토했다.
“커헉!”
카펫에 떨어진 술잔에서 검붉은 포도주가 쏟아졌다.
“독!”
나는 한 걸음 물러나며 눈매를 좁혔다.
‘시작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