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71)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73화(73/185)
신을 믿은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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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뢰제네 후작가로 향했다.
이유는 말했듯이 뢰제네 후작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뭔가 허전한 느낌이네요.”
수녀 라헬은 뒤따르는 군사를 보며 아쉬운 소리를 했다.
영내에 동행한 군사는 권속 일 백, 징집병 오백.
나머지는 국경 너머에 잠시 대기시켰다.
“아무리 방문 목적이라도 너무 적다고 생각해요.”
“아니, 이 정도가 적당하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애초부터 후작가에 갈 때는 지금 인원만 데려갈 생각이었다.”
“왜요?”
왜기는, 서드렛 공작을 도발하기 위해서지.
“도발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진다. 하나는 서드렛 공작이 위협을 느끼고 세력을 최대한 많이 모으게 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동원한 군사의 수가 많아야 한다.
“죽으라고 내쫓은 자식이 고작 몇십, 몇백 이끌고 돌아와 봐야 얼마나 위협을 느낄까.”
징집병 6,000명은 공작에게 위협을 주기에 적당한 숫자였다.
제르마니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서드렛을 위협하는 숫자.
“제르마니아가 그렇게 강한가요?”
“강하다기보단 잔가지와 가시가 너무 많지.”
왈로키아와 직접 연관된 족속은 기껏해야 모기 몇 마리.
그것도 이제 막 수도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새끼 모기였다.
그러나 제르마니아는 복마전이란 말이 어울리는 나라였다.
“인류는 스스로 문명을 세우지 못했다. 이종족이 저들의 계획을 위해서 만든 온실이지. 따라서 인류가 두 번째로 세운 국가라는 말은 단순히 역사가 깊다는 뜻이 아니다.”
“그만큼 이종족과 연관이 깊다는 소리겠군요.”
“그래. 애초에 제르마니아는 인간이 만든 국가가 아니야. 이종족이 설계하고 만든 것을 빌려준 것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이 주변에 이종족이 보이진 않는 것 같은데요.”
피식 웃었다.
“대놓고 다니진 않지. 티아마르의 기운이 거의 사그라들었어도 제르마니아엔 그녀의 기운이 조금 남아있다. 이종족은 이 땅에 오는 것 자체가 불쾌할 터.”
나는 하지만, 이라고 덧붙였다.
“분명 깊은 연관이 있다. 대의제의 약정이 우스울 정도로.”
왈로키아에서 블라드가 저지른 짓을 보듯 대의제는 무너지고 있었다.
제르마니아는 대의제가 멀쩡하게 굴러가던 때에도 대의제가 공식적으로,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여 영향을 미치던 나라였다.
나는 지금 모기가 뿌린 독을 지우러 가지만, 이 땅에 벌어지고 있는 일은 모기 따위보다 더 많고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그러니 귀찮더라도 가시 하나하나를 쳐내며 접근해야 하지.”
“지금 눈앞에 있는 가시는 뢰제네 후작에게 붙어 있는 모기겠네요.”
“글쎄. 모기뿐일까.”
라헬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어찌 되었건, 6천이란 숫자는 제르마니아 전체를 자극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애매한 규모지.”
허나 서드렛은 아니다.
“서드렛을 위협하기엔 충분해. 군사만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까지 있으니까.”
좋든 싫든 나는 서드렛의 피를 이었다.
이를 이용하면 제르마니아의 귀족들은 내 귀환을 침략이 아니라 집안 다툼으로 여길 것이고, 내 위협은 온전히 서드렛 공작 한 명에게 집중될 터.
공작으로선 오로지 자신만 노리는 도적 떼가 출현한 느낌이 아닐까.
“둘은 공작이 나와 충돌하게 하는 것. 기껏 나와 공작이 군사를 모았는데, 서로 대치만 하고 끝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
후작의 영내로 소수의 군사만 동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내가 군사를 온전히 갖추고 있으면 망설임이 생길 테니.
“공작이 아무리 많은 군사를 이끌고 와도 말이다. 상대적으로 몇 배에 달하는 규모라도, 절대적인 수치에서 6,000명은 절대 적은 수가 아니다.”
싸워서 이겨도 피해가 적을 수 없는 숫자다.
또한, 대규모 회전에 대한 입방아도 오를 테고.
어느 쪽이건 서드렛이 반길 상황이 아니었다.
권세가 아무리 높아도 제르마니아의 귀족 중 한 명에 불과하니까.
“한데, 나는 지금 몇 명이나 이끌고 있지?”
“다 합치면 겨우 600명 정도네요.”
“라헬, 네가 말했지. 너무 적다고.”
라헬은 아, 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군사 대부분이 국경 밖에 있어도 공작에겐 똑같이 위협적일 거다. 뢰제네가 성문을 열어준 시점에서 나와 싸울 의지가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니까.”
공작이 보기에 내 군사가 600명으로 감소한 것이 아니라 600명의 별동대로 보이겠지.
이는 율리아 뢰제네와 나 사이의 거래로 진실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후발대가 선발대와 합류하기 전에 선발대를 잡고 싶어지지 않을까?”
“미끼네요.”
“감칠맛 있는 미끼지.”
공작은 유혹을 꽤 느낄 거다.
“나는 뢰제네 후작의 저택에 머물 거다. 공작이 세를 모을 시간을 넉넉하게 주기 위해서. 그래야 나를 더욱 우습게 볼 것이고, 군사를 나눈 나를 잡고 싶어 할 테니.”
나는 어디까지나 서드렛의 자격으로 조국에 돌아온 것뿐.
군사를 이끌고 왔으나 그마저도 국경 밖에 두었고.
그런 나를 공격한다면··· 누구의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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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다르.”
나는 회상에서 깨어났다.
옆에 말을 탄 율리아가 턱짓했다.
“군사는 여기 주둔시키세요.”
“음.”
라헬은 손을 들어서 군사를 세웠다.
징집병의 양옆으로 뢰제네의 군대가 갈라졌다.
그들은 내 병사들을 포위하는 형태로 임시 주둔지를 설치했다.
일 없을 거라고 약속은 했지만, 약속은 약속일 뿐이니까.
율리아는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경계를 붙였다.
“얼마나 머무를 거죠?”
“왜?”
그녀는 내 어깨너머를 보았다.
우리의 뒤 행렬에 화려한 마차 한 대가 쫓았다.
“읍! 으으으으읍—!”
마차 안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내 둘째 동생, 하랄 서드렛이었다.
손 부상을 치료한 직후에 포박해서 마차에 가두었다.
“이 상황이 오래되면 나도 곤란해요.”
“서드렛이 너와 내 관계를 의심할 거라 보나.”
“그럼 아니겠어요? 성문을 열어주고, 제 아들을 포박하고, 저택에 초대까지 했는데.”
이마를 부여잡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오래 묵힌 답답함이 절로 느껴지는 한숨이었다.
“당신 진짜 거짓말이면 가만두지 않아요.”
“걱정하지 마라. 나는 인간에겐 거짓말하지 않아.”
‘인간에게는.’
나는 속으로 웃으며 앞을 보았다.
뢰제네 후작가의 중심 도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도시의 이름은 자우리츠, 인구가 10만에 달하는 대도시.
도시에 가까워지면서 나는 검지에 낀 반지가 떨며 반응하는 것을 알아챘다.
‘역시나 그렇군.’
반지를 반대손으로 가리고 라헬을 보았다.
그녀는 자우리츠를 보면서 우와, 하고 감탄을 터트렸다.
“10만? 나름 크네요.”
“나름? 인근 영지에서 여기보다 큰 도시는 없어.”
율리아 뢰제네는 라헬의 말을 정정하면서 으쓱였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왈로키아의 국경 도시는 1만이 넘는 경우가 드물지.’
왈로키아는 대평원이 개방되기 직전까지 오크, 고블린 등 저급한 이종족들이 자주 국경을 넘어 약탈을 해왔으니까.
대평원이 개방되고 인간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완충지대, 라는 이름의 제물이 만들어진 뒤에야 국경이 안정을 갖추었다.
반면에 제르마니아는 왈로키아보다 서쪽에 있었고, 그 덕에 오크나 고블린이 거주하는 동부와 거리가 벌어져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거기에 국경 전체를 성벽을 두를 정도로 국력을 갖추었기에 국경 인근에서도 대도시가 형성될 수 있었다.
‘뢰제네 후작가는 국경 영주 중에서 가장 세가 높은 가문이다. 후작이란 명칭부터 본래는 국경 전역을 통치하도록 내린 것이니.’
여러 세대를 거치며 상속 등으로 분할되었을 뿐.
국경 인근 영주들은 뢰제네 후작가를 시조로 두었다.
자우리츠는 후작가와 시작을 함께 했기에 그 영향이 남았다.
그래서 뢰제네 후작가와 그 분가들에 일종의 작은 수도로 여겨졌다.
율리아가 자부심을 가지는 것도 당연했다.
“그래도 올리머스보단 작네요.”
움찔
라헬이 무신경하게 툭 던진 말에 율리아가 반응했다.
“올리머스가 어디지?”
목소리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대평원의 중심 도시예요. 엄청 크죠.”
“거기 인구가 여기보다 많다고?”
“인구가 아니라 크기요. 크기.”
라헬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동시에 웃는 소녀의 얼굴을 했다.
“올리머스는 아버지께서 설계하신 계획도시거든요. 소도모라보다 크게 계획했어요. 인구가 모자라서 여기저기 빈 곳이 많긴 하지만··· 이 도시보다 열 배 이상 클걸요?”
“열 배?”
하, 하고 율리아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것참 대단하네.”
얼굴과 목소리에 불신이 가득했다.
“진짜라니까요?”
율리아의 이런 반응은 당연했다.
상식적으로 대평원 전체 인구가 몇이나 될까.
내가 부임하기 이전의 오로코 대평원 전체 인구 말이다.
부임 직후에 대의제로부터 주변 영토를 얻었을 때가 5천 명.
대평원 전역에 퍼져 있을 개척민을 다 합쳐도 몇 배 안 될 터.
아무리 많아도 총합이 몇만이 안 된다는 소리다.
‘누가 믿을까, 한 해가 지나지 않아 10만 단위로 늘었다는 것을.’
라헬이 한마디 해달라고 눈치를 보냈다.
내가 말한다고 그녀가 믿을까?
나는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도시에 들어서자 반지가 손으로도 막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떨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