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72)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74화(7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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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습니까, 아가씨.”
저택 정문에서 집사가 허리를 깊게 숙였다.
“이분들은···?”
“에다르 서드렛.”
집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드렛의 도련님이요?”
“성을 붙일 땐 서드렛이 아니라 룬드링겐이라 부르게.”
“룬드링겐?”
율리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굳이 알려주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
그녀는 눈살을 살짝 찌푸린 뒤에 등을 돌렸다.
“아버지는?”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지금 뵙겠다고 말씀드려. 이 사람도 같이 갈 거야.”
“알겠습니다.”
집사는 힐끗힐끗 나를 보았다.
묻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으나 참는 모양새였다.
그도 그럴 것이 추방당한 사생아가 군을 몰고 오지 않았나.
하여 회전을 각오하고 급하게 군을 모아서 갔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손님 자격으로 저택을 방문했다.
그 사생아가 전 약혼자라는 사실을 짚어보면 정말 묘하겠지.
‘어디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 같군.’
집사뿐만 아니라 시종들도 나를 훔쳐보았다.
“아버지, 저 왔어요.”
율리아는 똑똑,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문 너머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었지만, 그녀는 문을 열었다.
퀴퀴한 냄새가 무거운 공기에 섞여 복도로 흘러나왔다.
“아버지?”
“빨랐구나.”
방안 침상에 뼈만 앙상하게 남은 노인이 누워 있었다.
나는 그를 처음 보지만 그가 뢰제네 후작이란 것을 알았다.
“일은 잘 마치고 온 것이냐?”
후작은 천장을 바라보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율리아가 그 옆에서 무릎을 꿇고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천천히, 후작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었다.
눈동자가 율리아를 거쳐 내게 향했다.
“그대는···?”
눈을 크게 뜨다가 질끈 감았다.
“아버지?”
율리아는 후작의 이마를 짚었다.
혹 두통이 일었나 걱정이 감긴 손길이었다.
“아니다. 아무렇지도 않아.”
후작은 자신의 이마를 짚는 율리아를 가볍게 밀었다.
그녀가 앞에서 비키자 눈언저리를 좁히고 다시 나를 보았다.
그는 햇빛이 부신 것처럼 나를 보기 힘들어했다.
정오가 한참 지난 시간이다.
방안에 스며드는 햇빛이 얼마나 될까.
나는 그가 이리 반응하는 이유를 알았다.
‘죽어가고 있군.’
【Lv. 59】
후작은 죽음을 가까이에 두고 있었다.
영혼이 육신에서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라.
내 영혼의 격을 또렷이 느끼게 된 것이었다.
“그대는 누구요?”
공손한 어투에 율리아가 당황했다.
“에다르예요, 아버지. 기억 안 나세요?”
“에다르? 서드렛의 에다르?”
눈을 껌뻑이면서 입을 벌렸다.
내가 그녀의 약혼자였으니 아비인 그도 나를 몇 번 봤을 터.
“그럴 리가···?”
멍하니 중얼거리는 후작의 앞으로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뢰제네 후작.”
“정말 에다르가 맞나?”
“글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르겠군.”
그는 나를 볼수록 혼란을 겪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다오.”
율리아는 국경에서 자우리츠까지 오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고 후작은 쿨럭, 쿨럭, 기침 섞인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전 약혼자를 집으로 데려왔다고? 손에 구멍이 뻥 뚫린 현 약혼자는 대충 방안에 가두고?”
후작은 어이없다는 투로 웃다가 연신 기침을 했다.
“그리고 자네는··· 정말 바뀌었군.”
탁기 없이 또렷한 눈빛이 내게 향했다.
더는 나를 보는 데 부담이 없는 모습이었다.
“다른 존재가 덮어쓴 것처럼 말이야. 안 그런가?”
나는 대답 없이 미소를 지었다.
후작은 뒤이어 말을 하려다가 또 기침을 터트렸다.
상체가 벌떡 일어설 정도로 큰기침에 피가래가 섞여 나왔다.
“아버지!”
율리아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에다르! 당신이 치료할 수 있다고 했죠?”
얼른 치료하라고, 그녀가 소리쳤다.
나는 가만히 서서 후작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먼저 평소에 어떻게 치료했는지 보고 싶은데.”
“보울러 주교님을 모셔와!”
분주한 발소리와 함께 늑대의 신, 호르비드교의 주교 보울러가 들어왔다
【Lv. 31】
주교의 손끝에서 옅은 빛이 발하고 후작의 몸을 훑었다.
빛이 몸에 스며들자 후작의 호흡은 빠르게 안정되었다.
후작은 후우, 하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고맙소. 오늘도 어찌어찌 버틸 것 같구려.”
“아닙니다. 후작님의 스스로의 덕이시지요. 후작님께서 호르비드님의 은총을 받지 못 한다면 어찌 이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나는 인사를 마치고 방을 나가려는 주교 보울러를 붙잡았다.
“잠시, 조금 더 있다 가시지요.”
“실례지만?”
“서드렛의 에다르.”
주교는 일순간 몸을 떨었다.
“예, 예··· 원하신다면···.”
나는 고른 숨을 내쉬는 후작을 살피며 말했다.
“병이 깊으시군요.”
“때가 된 거지.”
“아버지···.”
율리아가 책망 섞인 투로 후작을 불렀다.
후작은 고개를 저었다.
“주교님이 신의 힘을 빌려 내게 죽음이 찾아오는 것을 막고 있을 뿐, 내 육신은 점점 내 것이 아니게 되어가고 있네. 한데, 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이 병이 뭔지는 알고 하는 소리인가?”
“황제의 저주겠지요.”
“그렇다면 더 말할 것도 없지 않나? 내 몸 안에 스며든 그들의 피가 나를 죽이고 있네. 이 피를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은 모든 피의 주인인 황제뿐.”
자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라고 후작이 확언했다.
“글쎄.”
나는 검지에 낀 반지를 보았다.
반지가 영롱한 붉은 빛을 발하며 내게 속삭였다.
– 이 땅에 있는 내 아이들을 지배하라. 그리하여 네가—
“저는 황제에 대해 모르는 게 없습니다, 뢰제네 후작.”
후작은 반지에 새긴 인장을 보고 흠칫했다.
“그것은···.”
“보시다시피.”
나는 눈웃음을 지어주고 후작의 손목을 잡았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손목은 잡는 순간 부러질 듯했다.
“황제의 저주가 실은 병이 아니란 것을 아십니까?”
“병이, 아니라고?”
“예. 황제의 저주는 병이 아니지요.”
기생충이지.
“윽!”
후작은 가슴을 부여잡고 이를 악물었다.
블라드의 영혼 조각이 담긴 반지가 마력을 일으켰다.
마력은 후작의 손목을 타고 안으로 스며들었다.
부글부글···
그러자 내가 잡은 손목 피부에서 거품이 일었다.
거무튀튀한 거품 속에서 걸쭉한 피가 흘러나왔다.
철퍽!
흐르는 피에서 절대 나오지 않는 소리.
피는 젤리처럼 반고체의 형상을 띠며 꿈틀거렸다.
마치 심장이 뛰듯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했다.
“저건···.”
율리아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저주의 정체.”
그리고 내 손에서 빛이 일었다.
블라드의 마력과 전혀 다른 기운인 빛이 후작을 감쌌다.
후작은 빛을 받으며 숨을 고르게 내쉬며 탄식을 흘렸다.
“오, 오오···.”
탈색된 피부에 혈색이 돌고 반쯤 감긴 눈에 뜨였다.
몸은 여전히 깡 말라 기력이 쇠했지만 죽음이 곁에서 사라졌다.
그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아버지?”
율리아가 후작에게 다가왔다.
후작은 그녀의 손을 잡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나를 잡아먹던 기운이 사라졌구나.”
“어, 어떻게?”
후작을 몸 안을 돌던 기생충을 끄집어내고, 기생충이 상처 낸 육신을 회복시켰을 뿐.
“꽤 오래 시달리셨군요.”
나는 여전히 꿈틀거리는 핏덩이를 보며 말했다.
주먹보다 작은 핏덩이는 본래 후작의 몸에 기생한 벌레였다.
후작의 몸에 뿌리내리기 전엔 아주 작디작았을 터.
그것이 후작을 좀먹으며 이렇게 자란 것이었다.
“주교님.”
나는 정중하게 말했다.
주교가 어깨를 크게 떨었다.
눈이 터질 듯이 부풀고 입은 벌어졌다.
그는 내 부름을 깨닫지 못하고 핏덩이를 보았다.
“주교님.”
다시 힘을 주어 그를 불렀다.
그제야 예, 예? 멍청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었다.
“많이 놀라셨습니까?”
“아, 예···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뭐가 처음이신지?”
주교는 입을 닫았다.
나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면서 말했다.
“벌레가 네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처음이겠지.”
“······!”
떨림이 멈추었다.
일순간 숨이 끊겼다.
너무 놀라서 반응조차 못 하는 표정.
나는 미소를 더욱 진하게 지었다.
“나는 이 도시에 오기 전부터 너희의 존재를 알았건만, 너희는 네 주인의 존재를 아직도 알지 못 하는구나.”
“다, 당신은···.”
“꿇어라.”
쿵!
일말의 간격도 없이 주교가 무릎을 꿇었다.
뒤늦게 저항하려고, 일어서려고, 두 손으로 무릎을 짚었다.
그러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 몸이 제 것이 아닌 상황.
혈족도 아니고 종복 따위가 황제의 명을 어떻게 거부할까.
종복이 된 주교가 덜덜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노예가 되기를 청했다면, 이리될 것도 각오했겠지. 안 그런가?”
“어, 어어?”
주교는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게 대체···?”
뢰제네 후작은 입을 벌리고 중얼거렸다.
작금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멍하니 눈을 껌뻑였다.
여태껏 은인이라고 믿은 사람이 범인이었던 셈이니까.
하물며 그 은인은 종교적으로 명망 있는 존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주교님.”
떨리는 목소리로 주교 보울러에게 물었다.
주교는 내 명령으로 무릎 꿇은 채 입을 뻐끔거렸다.
“당신이··· 당신이 아버지께 저주를 걸었나요?”
율리아 뢰제네가 두 주먹을 꽉 쥐고 물었다.
그제야 주교는 고개를 번뜩 들며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내가 어찌 저주—“
“조용.”
내 말에 담긴 힘이 주교의 입을 꽉 다물렸다.
나는 녀석의 어깨에 손을 얹고 속삭였다.
“내 앞에서 거짓말하지 마라.”
주교는 몸을 떨었다.
“말해봐라. 너는 누구지? 누구의 종복이냐.”
“저, 저저저는 추터 님의 조조종복, 보울러입니다.”
입술이 대답하지 않으려고 저항하며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저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찌 감히 저항하겠나.
황제의 영혼이 주는 명령을.
나는 반지 낀 검지를 주교의 이마에 대었다.
“네가 이곳에서 저지른 일은?”
“추터 님께서 국경 영주들에게 저주를 내리라 하셨습니다. 그에 따라 저희는 대상이 있는 영지에 부임하여 대상에게 몰래 저주를 내렸습니다.”
“왜?”
“믿음을 더 키우기 위해서, 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율리아가 중얼거렸다.
“달리 말하면, 더 수월하게 지배하기 위해서지.”
“지배···?”
나는 턱짓으로 바닥에서 꿈틀대는 핏덩이를 가리켰다.
몸 밖으로 나온 핏덩이가 살고자 몸부림치고 있었다.
태생이 기생충이라 몸 밖에서 오래 살 수 없으니까.
죽지 않으려고 기생할 육신을 찾아 꿈틀대었다.
푹!
칼리오페는 단검을 던져 핏덩이를 찔렀다.
쉬익,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이것은 독과 같다. 아무도 모르게 먹일 수 있는 독이지. 네게 일말의 양심이 없다면 이 독을 어떻게 활용할 거냐?”
“······.”
침묵하는 율리아.
라헬이 대신 답했다.
“당연히 자신에게 도움 되는 일에 쓰겠죠. 정적을 암살하거나, 또는 약화해서 통치를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그도 아니면 믿음을 더 강하게 만들거나.”
“믿음을···.”
율리아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네 아버지, 뢰제네 후작이 사제를 부르면 공짜로 달려오던?”
“그야 당연히—“
“그래, 그야 당연히 달려오겠지. 부를 때야 바로바로 와주겠지. 하지만 그 뒤에 너희가 무언가를 주지 않았나? 제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은인이라고 치하하면서. 무언가를 챙겨줬겠지. 안 그런가?”
참 많은 것을 챙겨줬을 거다.
황금, 장원, 특권··· 제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무얼 못 할까?
혹은 저가 사랑하는 부모를 위해 자식이 무얼 못 할까?
율리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어깨를 떨었다.
“그저 믿으라 말만 했다면 믿음은 금방 한계에 달했겠지. 허나, 정말로 낫는 모습이 보인다면 믿음의 수준이 아니게 된다. 그것이 호르비드교가 세상을 지배하는 방법 중 하나다.”
병을 주고 약을 내린다.
병을 내린 자가 자신이란 것을 숨기고.
“사제가 어째서 이런 짓을···.”
율리아 뢰제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이 세계에서 독실하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
그토록 믿었던 존재의 배신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놀랄 것도 아니다.”
율리아가 손을 내리고 나를 보았다.
무어라 반박하려고 입을 열었다.
“흔하디흔한 일이다. 인제 와서 놀라봐야 가증스럽지.”
단호한 어조에 그녀는 흠칫했다.
“너희도 상납이랍시고 인간을 이종족에게 넘기지 않나? 그런데 인제 와서 너희에게 손을 썼다는 것이 놀랍나?”
“그, 그건···.”
“그건? 그건 다음에 무슨 말을 하려고? 노예는 인간이 아니라고?”
나는 냉소를 짓고 그녀를 마주 보았다.
“노예는 인간이 아니라고 누가 말했지? 너희가 믿은 신이다. 신이 노예는 인간이 아니라 했기에 너희는 따르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신이 믿음을 키우겠답시고 저주를 내리면, 그 또한 당연히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인간의 이성을 믿어야지. 만들어진 신 따위를 믿은 결과가 이거다.”
늑대 사냥
주교 보울러의 목덜미를 잡고 일으켰다.
칼리오페가 주교를 받아서 질질 끌고 나갔다.
“무얼 하려는 겐가?”
“몸에 기생충이 있다면 잡아야 하고, 기생충이 널리 퍼졌다면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뢰제네 후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네 무슨 소리를 하는 줄 아는 건가?”
“후작님.”
나는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저는 모르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일이 무엇을 불러올지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는 주교일세. 왕도 감히 벌하지 못해.”
“그럼 황제는 어떻습니까?”
“황제?”
“황제를 죽인 자라면 어떻겠습니까?”
후작은 말문을 닫았다가 이내 뜻을 알아채고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내 반지를 보았다.
반지 가운데 새긴 인장을 보았다.
그가 잠시 잊고 있었던 인장이 가리키는 대상.
그것을 떠올리고 그는 입을 벌리며 손을 떨었다.
“자네···?”
나는 빙긋이 웃었다.
반지에 새긴 황제의 인장, 반지에 흘러나오는 마력, 마력이 일으킨 조화, 이를 알면 바보가 아닌 이상 반지가 진품이요, 내가 죽였다는 황제가 누군지 모를 리 없을 터.
“인간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인간이지. 잡귀 따위가 아닙니다.”
나는 일어서서 저택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