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74)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76화(76/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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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며칠에 걸쳐서 도시를 정화했다.
도시 곳곳에 숨은 종복을 잡고 늑대교의 신전을 털었다.
신전은 종복과 황제의 저주로 불리는 기생충이 득실했다.
광장에서 부순 오크통보다 많은 오크통이 숨겨져 있었다.
“국경을 아예 지워버릴 셈이었나?”
보고를 받은 뢰제네 후작은 혀를 내둘렀다.
오크통 하나로 작은 도시를 초토화할 수 있건만.
기생충을 가득 채운 통이 스무 개가 넘었다.
‘왜지? 왜 이렇게 기생충을 늘린 거지?’
나는 의문을 품었다.
기억에 없는 행동이었다.
이토록 많은 기생충이 사용된 적 있었나?
후작의 말 그대로 국경을 무인지대로 만들 양이었다.
내 기억에 그 정도로 황제의 저주가 만연한 적은 없었다.
‘미래가 바뀌었군.’
주교가 종복들과 주고받던 서신도 발견했다.
왈로카에서 산상노인 누아딜이 보낸 서신보다 최근 것.
거기에 이전 서신에 드러나지 않은 음모가 담겨 있었다.
‘인간의 수를 줄이려는 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황제의 저주를 퍼트릴 수 있을까.
그에 관한 논의가 서신에 담겨 있었다.
구체적이거나 치밀하지는 않다.
그러나 상당히 광범위했다.
‘당장은 제르마니아에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왈로키아를 비롯한 주변 국가, 인간 세력권 전체에 기생충을 퍼트릴 방법도 논의했고.’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나마 이제 막 시작 단계군.’
다행스럽다면 다행스럽게도.
제르마니아에서 계획을 주도하던 이가 주교 보울러였다.
그리고 기생충을 양식하는 장소도 이곳, 자우리츠였고.
둘 다 내가 해결한 문제였다.
‘빨리 뿌리 뽑지 않으면 곤란하겠어.’
계획은 이미 시작되었다.
주교 보울러를 잡았다고 끝이 아니다.
일부 사제와 종복이 주도한 일이 아니니까.
‘이런 짓을 벌일 수 있는 것은, 대의제뿐이다.’
황제의 저주를 만든 것은 블라드다.
그러나 저주를 퍼트리고 있는 것은 종복과 사제다.
호르비드의 늑대교는 블라드가 독단으로 조종할 수 없다.
‘늑대교를 세운 것은 대의제니까.’
블라드가 늑대교에 투사 가능한 힘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 일부에 불과한 힘으로 이런 일을 벌인다?
왈로키아에서 대놓고 약정을 어겨 놓고?
‘블라드가 아니라 대의제의 뜻이다.’
대의제의 합의가 물밑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홉 번째 자리를 가진 나를 무시하고 말이다.
같은 자리에 있어도 같은 대우는 없었다.
‘이전에는 없던 움직임. 인간을 몰살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상 지역은 내가 이동하는 경로와 그 주변.’
뻔하지 않나.
내게 넘겨줄 바에는 잿더미로 만들겠다는 속셈이다.
내가 제르마니아를 노리고 있음을 알고 손을 쓴 것이다.
‘이 악랄함, 이 과감함. 이래야 대의제지.’
아직은 견제다.
티아마르의 영향력이 남아 있으니까.
제르마니아에 직접 세력을 투사하지는 않을 터.
하지만 간접적으로 나를 죽이거나 방해하려고 하겠지.
바로 대리전이라는 방식으로.
‘늑대교와 종복이 손을 잡았다. 다른 종족의 노예를 자처한 이들이 손을 잡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있나?’
모든 귀족이 이종족의 노예는 아니다.
사제와 종복은 호르비드와 블라드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지만, 그 외 종족에게 상납을 바치는 귀족은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왈로키아의 대귀족 마젠킨 공작과 후고 백작이 똑같이 이종족을 섬기는데도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다툰 것처럼 말이다.
사제, 종복이 아니라면 자신의 이득이 되는 선에서 충성을 바치는 봉건적 관계에 가까운 것이 귀족과 이종족의 관계였다.
이종족에게 충성하는 것이 너무 달콤했기에 충성의 깊이가 깊어도 너무 깊었을 뿐.
‘뢰제네 후작이 바로 그런 경우고. 그랬기에 희생양이 되어 저주를 받고 기생충 양식장까지 만들어진 것이겠지.’
내가 조금만 늦었어도 후작은 죽고 도시 또한 멸망했으리라.
‘이대로는 제르마니아가 멸망한다. 이 나라의 많은 인간도 몰살당하겠지. 이종족에게 영혼이라도 바칠 듯 충성한 이들 외에 누구도 살아남지 못해.’
나는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그렇다고 제르마니아 전역을 나 혼자 들쑤셔 봐야 이종족이 입에 꿀 바르고 한 말에 휘둘릴 뿐.’
수백 명의 권속과 수천 명의 징집병으로 왈로키아보다 광대한 제르마니아에서 어떻게 대의제의 영향력을 뿌리 뽑을 수 있을까.
‘침략자로 여겨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
침략자로 여겨지면 저항받을 것이고, 이종족의 도움을 갈구하며 더 깊게 충성을 바치는 이들을 만들 뿐이겠지.
이종족은 수 대에 걸쳐 충성을 바친 주인님이고, 나는 본가에서도 쫓겨나 경쟁국의 봉신이 된 침략자에 불과하므로.
이종족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퍽이나 믿겠다.
‘대의제에게 완전히 넘어가지 않은 인간을 포섭해야 해.’
이종족이 직접 제르마니아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니까.
대의제의 영향력은 이종족에게 충성하는 이들의 활동이다.
따라서 이 싸움은 나와 대의제의 대리전에 가깝다.
나는 대리인을 내세우지 않고 직접 싸워야겠지만.
‘호르비드의 신도, 혈족의 종복, 그 외 이종족들의 자발적 노예. 그들이 대의제의 영향력을 투사하는 존재다. 내가 제르마니아에서 상대해야 할 적이다.’
이들이 현실을 깨닫지 못하거나 상황을 지켜보는 인간을 하나하나 포섭하여 나를 견제하고 계획을 달성하기 이전에, 나는 역으로 제르마니아에서 세력을 모아 맞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얻어야 하는 것이 서드렛.’
서드렛은 내게 가장 명분이 있고, 실리가 있는 존재니까.
제르마니아의 왕에 버금가는 권세가 서드렛을 내 것으로 만든다면 그만큼 적이 줄어드는 것이요, 대의제에 맞설 세력이 거대해지는 것이니까.
‘목적은 처음과 똑같다. 그러나 과정을 더 과감하게 바꿔야겠군. 귀족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설득할 시간이 없어.’
잠시 고민했다.
서드렛을 내 것으로 만들면서,
다른 귀족 모두를 빠르게 포섭할 방법을.
“건국제가 기회라고 생각하네.”
나는 상념에서 깨어나 고개를 들었다.
후작은 서신을 내려 놓고 말을 이었다.
“자네가 내 딸에게 말했지. 자네에게 왜 지금 제르마니아에 왔냐고 묻는다면, 건국제에 참여하기 위해서 왔노라, 답하겠다고.”
“그랬지요.”
“건국제는 제르마니아의 모든 귀족이 참여하는 행사니까 말이야. 의무는 아니나 귀족이라면 참여하지 못하거나 안 하는 것이 자존심에 상하는 일이지.”
과연.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하나하나 찾아가서 설득할 시간이 없다면 모두 모이게 하면 된다. 그 말씀이시군요.”
“그래. 자네가 말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관건이지만.”
나는 피식 웃었다.
“그거라면 문제없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던 이유가 이 세 치 혀 덕분이니까.”
후작도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부우————
뿔 나팔 소리가 울렸다.
둥— 둥—!
뒤이어 거친 북소리도 울렸다.
라헬이 객실 문을 열고 나를 보았다.
그녀의 사념을 읽고 나는 저택 밖으로 나갔다.
성벽 위로 향하는 동안 나팔과 북소리가 점점 거세졌다.
도시는 공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소란이 일었다.
“······.”
반면에 성벽 위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모두가 도시의 정면,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름 더위가 찾은 정오였고,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저 멀리 있는 지평선에서 빛이 반짝였다.
그 빛은 힘을 머금은 것이 아니요, 반사된 빛이었다.
도시를 향해 걸어오는 인간이 걸친 무구가 비추는 빛.
그 빛의 수가 군단이니 수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서, 서드렛! 서드렛입니다!”
황금색 독수리 두 마리가 얽혀있는 깃발.
금실로 수놓은 거대한 깃발이 바람에 휘날렸다.
깃발은 그 어떤 무구보다 빛을 강하게 받아 황금빛을 내었다.
감시탑에서 이를 발견한 병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부우————
다시 나팔 소리가 길게 이어지고 흙먼지가 일었다.
반짝이는 빛무리 사이에 먼지가 일며 달려왔다.
그들은 기사대였다, 수천의 기사가 말을 몰았다.
“서드렛이 온다!”
누군가 소리쳤다.
“도망쳐! 도망치라고!”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그들 앞에 보이는 것은 지평선만이 아니었다.
지평선과 도시 사이에 임시로 지은 주둔지가 있었다.
세 개로 나뉜 주둔지, 그 안에 있는 나와 뢰제네의 병사들.
좌우에 있는 주둔지에서 병사들이 뛰쳐나왔다.
“성문 열어! 얼른!”
“빨리 오라고!”
성벽 위에서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외쳤다.
도망치는 뢰제네의 병사들과 성문 사이의 거리,
도망치는 뢰제네의 병사들과 달려오는 기사 사이의 거리,
두 거리 중 더 빠르게 좁혀지는 것이 기사와의 거리였다.
“저, 저저멍청이들!”
“왜 가만히 있는 거야!”
한편 가운데 주둔지는 고요했다.
누구 하나 도시를 향해 시선을 향하지 않았다.
그들은 각자의 무장을 챙기고 주둔지 앞에 도열했다.
그 수가 고작 500에 불과하여 너무도 초라했다.
드드드드드——
어찌나 많은 말이 땅을 박차는지 대지가 울렸다.
멀리서도 말이 일으키는 진동이 성벽까지 느껴졌다.
말은 도시와 가까워질수록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내 병사들과 가까워지자 랜스를 겨누었다.
“끝났군···.”
누군가가 안타까움이 사무쳐 중얼거렸다.
수천에 달하는 기사를 어찌 수백의 보병이 막을까.
랜스에 닿는 순간 육신을 찢겨나가 형체도 알 수 없으리라.
누구 하나 그러한 미래를 떠올리지 않는 자 없었으니.
“······.”
땅을 울리며 돌진해오는 적 앞,
권속들은 두려움 없이 오직 제 주인의 명을 기다리고,
해방 노예들은 청동으로 만든 대포를 겨누었다.
그리고 그들 맨 앞에 방랑기사 칼리오페가 홀로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