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82)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84화(84/185)
아무것도 주지 않겠다
###
“오호통재라.”
마도학자, 그리프는 감탄했다.
올리머스에 있는 영주관, 그곳에 있는 집무실.
그리프는 홀로 상석에 앉아 말린 과일을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과일을 씹고 있는 그의 눈에 어느 광경이 보였다.
에이리크 서드렛이 하랄 서드렛에게 살의를 품는 광경.
서드렛 공작의 저택으로 보낸 패밀리어를 통해서 그는 상황을 관찰하고 있었다.
“질투에 눈이 멀어 종교에 현혹되다니. 역시 답이 없는 집안이구만. 뭐 저런 혈통··· 아니, 이러면 에다르 님도 욕하는 게 되나?”
피식 웃고 패밀리어의 고개를 뒤로 돌렸다.
패밀리어, 솔개의 시선에 도시 중앙에 있는 대신전이 보였다.
먹구름이 대신전 위에 모여들었고 익숙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리프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았다.
“곧 시작하겠군.”
패밀리어와 연결된 시야를 끊었다.
그러자 집무실 책상에 쌓인 서류가 보였다.
본래라면 에다르가 처리하고 그리프가 보조해야 했을 업무.
에다르가 자리를 비운 탓에 그가 영주 대리로 업무를 보았다.
“어휴. 징글징글하게 많아.”
혼잣말을 구시렁거리면서 서류를 집어 들었다.
“올리머스-뢰제네 가도 건설안. 이건 승인.”
“공장에 화재··· 종복의 짓인가.”
“왈로키아에서 참전 요청, 싫어.”
“라고아 광산 생산량 목표 상향. 당연히 승인이지.”
한창 서류를 넘기고 있으면 탕탕, 하고 누가 문을 두드렸다.
하도 거세서 문이 부서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어쩔 거야?”
황금 제작자, 파시메아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또 뭐가 문젭니까.”
그리프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물었다.
“상황이 더럽게 안 좋아.”
“언제는 좋았나.”
구시렁거리자 파시메아가 표정을 와락 구겼다.
“돼지 머리들.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매일 1만 마리씩 늘어난다니까? 진짜 미쳤나 봐. 먹을 것도 없는 황무지에 벌써 12만 마리 가까이 모였다는 게 말이 돼?”
“오.”
그리프는 짧게 감탄하고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리프가 패밀리어로 에다르와 소통하고 있듯이 파시메아를 비롯한 마법사 권속은 패밀리어를 부려서 대평원과 그 주변 영역을 감시했다.
파시메아의 담당 구역은 네루프 평야.
우그다쉬의 강철안개 부족이 주둔했었던 곳이었다.
“누가 뒤에서 화끈하게 지원해주나 보네요. 돼지들 먹는 게 장난 아닐 텐데.”
“귀쟁이나 난쟁이겠지. 어쩌면 모기 새끼들일 수도 있고.”
“뻔하죠.”
“저거 밀고 내려오면 우리끼린 못 막아. 에다르가 와야 한다고.”
“압니다. 그러니까 방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에다르 님한테 보내는 거 아닙니까.”
털썩, 의자에 앉은 그녀는 책상 위에 펼친 지도를 보았다.
지도는 세계 전도였고, 그 위에 여러 표식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프는 말린 과일을 씹으면서 표식 하나하나 가리켰다.
“이게 에다르 님이고, 요건 사이비 광신도, 이건 누아딜 영감님, 이게 힐데의 순찰대······.”
“잠깐만.”
파시메아가 갸웃했다.
지도에 유난히 작은 표식이 여럿 있었다.
그 표식이 가리키는 것은 권속 운송대였다.
북부 왈로키아를 정복하면서 귀족, 상단이 소멸하는 바람에 물류 공백을 채우려고 권속으로 만든 운송대.
게하르드의 총독부가 안정적으로 북부를 운영하면서 자연적으로 상단이 생기고 물류가 안정된 뒤로 운송대는 역할이 축소되었다.
이후 그리프의 직할로 돌려져 제르마니아나 왈로키아 등에서 주기적으로 식량을 매입하거나 북부 산업단지에서 생산하는 섬유를 매각하는 등의 업무를 맡았다.
“운송대가 왜 이리 많아? 언제 이렇게 늘린 거야?”
기존의 몇 배로 늘어난 운송대 표식이 대평원과 제르마니아 사이에 몰려 있었다.
제르마니아에 대규모 물류 공급이 있다는 뜻이었다.
“이번에 늘렸죠. 우리 중에서 비전투 직업인 양반들을 모아서 새로 편제했습니다.”
“왜? 그럴 바에야 무기를 쥐여주고 에다르한테 보내는 게 낫지 않아?”
“아뇨. 지금은 숫자로 싸워야 할 때입니다. 우리 한 둘 보내는 것보다 우리가 백 명은 먹여 살릴 식량과 자금을 안정적으로 대주는 게 더 중요해요.”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
그리프는 말린 과일을 위로 휙 던지고 입으로 받아먹었다.
“얼마 전에 들었죠? 뢰제네 후작령에서 주교가 늑대로 변했다는 거.”
“어. 호로··· 아니 호르비드가 가호인지 뭔지 내렸다며?”
그리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다르 님 말로는 서쪽으로 갈수록, 교국과 가까워질수록 그런 놈들이 무수히 늘어날 거고, 더 강해질 거라더군요.”
파시메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말이 돼? 인간을 이종족 수준으로 만드는데?”
“저도 이해가 안 가서 물어봤습니다만, 가짜 신이어도 신은 신이라던가요.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이 믿는지라. 무시 못 한다고 하더군요.”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르마니아 영역 위로 과일 그릇을 쏟았다.
말린 과일이 제르마니아를 꽉 채우면서 표식도 가렸다.
그리프는 표식을 꺼내서 과일 위에 얹었다.
“지금 상황이 이런 꼴입니다.”
“저 과일은 늑대교 신도를 가리킨 거?”
“맞아요. 그냥 대충 믿는 신도 말고 열성 신도만 추려도 저 정도는 나올 겁니다. 비유하면 라헬이 제르마니아 전역에 서식하고 있는 거예요.”
라헬, 서식, 이라는 말에 파시메아는 헛웃음을 지었다.
“···라헬이 들으면 섭섭해하겠다.”
“못 들으면 그만이죠?”
그리프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언제든 호르비드의 힘을 부여받을 수 있는 미치광이가 일반 신도들에게 식량, 무기 등을 지원받으면서 유격전을 펼친다고 생각해 봐요.”
권속의 숫자는 다 합쳐도 일 천이 안 되었다.
징집병은 동원하면 수만 명은 가능하나 무력이 약한 탓에 신의 힘을 부여받은 열성 신도 하나조차 감당할 수 없었다.
“이게 그냥 우리만 적대하면 그럭저럭해볼 텐데, 얘들 지금 열성 신도 외에는 다 몰살하겠다고 날뛰고 있잖아요. 우리가 몇 명 더해진다고 뭐 어쩔건데요?”
“미치겠네···.”
파시메아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에다르 님이 사이비를 데려간 이유가 그겁니다. 이 싸움은 처음부터 종교 전쟁이었던 거에요. 일반 신도를 개종시키면서 전진하는 종교 전쟁.”
다만, 초기 계획은 규모가 작았을 뿐.
제르마니아의 핵심 도시만 점유할 생각이었다.
뢰제네, 서드렛 등··· 핵심 가문을 포섭하고 점진적으로 늑대교의 영향력을 떨어뜨려서 인구나 자원 같은 기반이 적은 지방으로 확장하려고 했다.
“혈족의 종복이 뭔가 이상한 짓을 꾸미고 있으니까. 그걸 막고 그걸 빌미로 귀족들에게 너희 이런 취급 당하고 살고 싶냐, 하고 회유하고 뭐 그럴 생각이었죠.”
순수한 믿음을 가지고 호르비드를 따르는 사람이 많듯이, 호르비드를 믿는 것이 이득이 되기에 따르는 사람도 많으니까.
에다르가 노린 것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저런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 가능하면 북부 왈로키아처럼 싹 물갈이하고 시작하고 싶었습니다만··· 뭐, 환경에 따라 접근을 달리해야지요. 일단 에다르 님이 왕위를 얻고 통제를 시작하면 손 볼 게 많아서 그렇지 손 보는 건 쉽거든요.”
목을 손목으로 쓱쓱 긋는 시늉을 했다.
“근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잖아.”
“저쪽에서 아주 작정을 하고 있던 걸 어쩝니까. 이대로 두면 제르마니아 사람은 깡그리 흙으로 돌아갈 판인데.”
“으음.”
“그러니 우리도 적의 머릿수를 우리의 머릿수로 잡기 위해서 귀족들을 포섭하고 지원하는 거죠. 여기 뢰제네 후작처럼 우리가 재정 지원만 해줘도 최대한 끌어모아서 싸울 사람이 많을 겁니다.”
“······.”
그녀는 입을 가리고 잠시 고민했다.
“개종시키면서 나간다··· 기존 종교는 늑대교겠고, 우리 쪽 종교는 라헬이 말한 공교회인가.”
“예. 그 황제교, 라고 게하르드가 우기다가 퇴짜 맞은 그거요.”
그녀는 당시에 열성적으로 작명을 주장하던 군단장을 떠올렸다.
에다르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무산되었지만, 거부권이 없었다면 나름 찬성표를 얻어서 공교회가 아니라 황제교가 될 뻔했다.
파시메아는 한숨을 쉬었다.
“에다르는 결국 신이 되겠지.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뭐, 처음부터 알고 계셨겠죠. 다만 취향의 문제였을 뿐.”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취향? 그 인간한테 그런 것도 있어?”
“에다르 님도 사람인데 당연히 취미가 있지요.”
“어··· 난 항상 일하는 것 밖에 못 봤는데.”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반지를 얻은 뒤로 피로를 잘 못 느끼시거든요. 며칠 밤새도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에 행정도 여유가 생겼고. 그래서 남는 시간에 취미를 즐기십니다.”
“그래? 뭐하는데?”
“땅콩 까기요.”
“뭐?”
그녀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눈을 껌뻑였다.
“그냥 땅콩 까고 노십니다.”
“······.”
“처음엔 과일 깎기였어요.”
그리프는 회상했다.
늦저녁에 업무를 마친 에다르가 집무실 한편에 둔 과일 그릇을 가져오더니 가만히 앉아서 과일을 깎기 시작했다.
껍질을 깎은 과일을 칼리오페에게 주고, 칼리오페가 못 먹겠다 싶으니 그리프가 먹고, 그래도 남아서 나눠주고···
“잠깐만, 나눠줬다고?”
“몇 번 먹었잖아요? 칼리가 나눠주는 거요.”
그게 그거였나.
파시메아는 뒤늦게 깨달았다.
“근데 온종일 과일을 깎을 수는 없잖아요. 과일 자체가 부피가 좀 있고, 새벽에 깎으면 누가 먹어요? 아침 되면 말라버리고. 그래서 뭐 땅콩이나 까세요, 하고 드렸죠.”
영주관에 부식으로 땅콩이 왜 그리 자주 나오나 했더니···.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뇌하는 그녀에게 그가 말했다.
“게하르드는 내일 도착할 겁니다. 대포 다 꺼내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