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83)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85화(85/185)
###
[다음 사용까지 남은 시간: 5시간 59분.]대신전에 도착했을 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칼리오페와 권속 여럿을 이끌고 정문에 섰다.
마침 예배중이라 찬송가가 문밖에서도 선명하게 퍼졌다.
어두운 바다 위에 등대와 같이—
만민에게 규율을 내리신 당신의 거룩함이—
“끔찍하군.”
무심코 나는 중얼거렸다.
칼리오페가 나를 보며 사념으로 흥미를 보였다.
내가 속내를 생각 없이 드러내는 것은 드문 일이니까.
“등대를 부순 것이 저것이고, 저것이 내린 규율이 인간을 옥죄고 있는데 이를 찬송하고 있으니 끔찍하지 않을까.”
나는 품에서 연초 갑을 꺼내어 연초를 입에 물었다.
권속이 연초에 불을 지피고 나는 깊게 빨고 연기를 내뱉었다.
‘확인했습니다. 대주교가 안에 있습니다.’
신전에 잠입한 권속이 사념을 보냈다.
그는 산상노인 누아딜 휘하의 암살조였다.
권속 중에서 존재를 감추거나 외형을 바꾸는 등의 특별한 재주가 있는 극소수의 권속은 누아딜 아래서 암살조, 라는 편제로 활동을 했다.
그들 다수는 이미 제르마니아 국경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나, 누아딜을 비롯한 몇몇은 내가 급하게 거두어 도착한 즉시 대신전을 수색하도록 지시했다.
‘누아딜이 직접 수색했나?’
‘아닙니다. 누아딜은 도시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외부에 다른 손님이 있는 것 같다고, 확인 중입니다.’
도시 바깥에?
나는 눈매를 좁혔다.
‘대주교가 교국에 다녀온 것은 사실입니다. 당시에 동행한 서드렛의 자손과 도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수상한 점은?’
‘품에 무언가 들고 있더군요.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품에 무언가를 들고 있다라.
나는 기억에서 몇 가지 의심되는 물건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것들은 시기적으로 등장하기 너무 이른 것들.
턱을 쓰다듬으면서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대주교를 죽일 수 있나?’
‘불가능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지.”
칼리오페는 거대한 정문을 열었다.
목재로 된 정문은 그 높이가 다층 건물보다 높았다.
높은 것은 정문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그랬다.
호르비드의 신전은 웅장함을 근본으로 삼으니까.
신도에게 위압감을 주어 자존심을 굽히도록 설계했다.
‘꾸미지 않고는 지배할 수 없는 나약한 것.’
나는 비웃음을 지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신전은 출입구를 지나는 순간부터 예배석이 이어졌다.
예배석은 서드렛 공작의 저택 홀보다 넓은 공간을 차지했다.
수천 명이 빼곡하게 앉아 찬송가를 불러도 될 정도로.
나의 힘이시여 모든 나라를 벌하소서—
당신의 규율을 벗어나는 모든 자를 벌하소서—
그리고 실제로 그러고 있었다.
제단 위에서 사제가 두 팔을 양옆으로 벌리며 노래하고, 그에 맞추어 수천의 신도가 목청을 높여 따라불렀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큰 노랫소리를 들으며 나는 제단으로 향했다.
““예배 중입니다.””
““물러나십시오.””
수도사들이 앞을 막아섰다.
얼굴은 미소를 띠었으나 목소리는 단호했다.
“대주교를 보러 왔다.”
““대주교님은 지금 부재중이십니다.””
““대주교님은 아무나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수도사들은 수가 늘어나 우리를 포위했다.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한 걸음씩 다가왔다.
한 명 한 명이 인간답지 않게 체격이 컸다.
머리는 밀고 민머리에 기묘한 문신을 새겼다.
나는 문신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옴을 보았다.
“대주교 고틀로프가 이미 도착했음은 알고 있다.”
흠칫
“나는 서드렛의 에다르. 아니, 에다르 룬드링겐이다. 그에게 가서 전해라. 내가 너를 보고자 하니 얼굴을 비추라고.”
수도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동시에 신전을 가득 채운 노랫소리도 끊겼다.
신도들의 고개가 나를 향해 돌았고, 수천 개의 눈동자가 오직 나를 보았다.
“칼리오페.”
쿵!
칼리오페가 발바닥으로 바닥을 찍었다.
신전이 흔들리고 천장에서 먼지가 후두두 떨어졌다.
수도사와 신도는 균형을 잃고 휘청였으나 곧장 자세를 잡았다.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격정이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이를 드러내고 눈을 치켜뜨며 달려들듯 몸을 떨었다.
“예의가 없으신 분이군요.”
그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를 포위한 이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젊은 사제가 눈웃음을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그가 대주교 고틀로프입니다.’
신도 속에 몸을 숨긴 권속이 사념을 보냈다.
대주교가 되기에 너무도 젊어 보이는 청년.
내 기억에도 없는 인물인지라 나는 눈매를 좁혔다.
“예의? 사람의 마음을 홀려 이성을 멀게 하는 주제에 예의를 따지는 것은 우습지 않나?”
“홀리다니요. 올바른 것을 가르쳐 준 것입니다.”
나는 다 핀 연초를 지르밟았다.
“인간은 이종족보다 열등하고, 열등하기에 노예로 살아야 하는 운명이란 것이 올바르다고?”
“노예가 아니라 백성이지요. 보십시오. 당신의 가문 서드렛이 어디 노예와 같습니까? 당신의 선조가 충절을 지킨 결과가 어땠습니까? 그 권세가 왕에 버금가는데, 어찌 노예와 같습니까?”
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 잘난 충절을 지키기 위해 희생된 인간이 몇인가?
“슬퍼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그런 운명을 타고난 겁니다.”
“인간에게 정해진 운명은 없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로 삶을 정하지 그깟 신 따위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깟 신, 이라는 말을 듣고도 대주교는 싱긋 웃었다.
“역시! 불신자다운 생각입니다. 개도의 여지가 없군요!”
“······.”
“당신이 저를 찾은 이유도 알고 있습니다. 저를 죽일 셈이지요? 호르비드 님의 대계를 막으려는 것이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수도사와 신도들이 품에서 단검을 꺼냈다.
흉흉한 살기를 뿜으며 언제든 내게 달려들 기세인지라.
칼리오페를 제외한 권속들이 내 주변에 넓게 포진했다.
“아무런 긴장도 드러내지 않는군요. 당신도 아시는 겁니까? 당신이 죽지 않으리란 것을.”
대주교가 하하하, 웃음을 지었다.
그는 품에서 주먹만 한 보석을 꺼냈다.
붉은빛이 감도는 보석은 원뿔처럼 한쪽이 뾰족했다.
나는 보석이 흘리는 기운에서 호르비드의 존재를 느꼈다.
저것이 그가 교국에 다녀온 이유였으리라.
“고틀로프. 네 손에 든 것이 뭔지 알고 있나.”
“그럼요. 알고 있지요. 제 손에 호르비드 님이 계심을.“
저것은 일부다.
블라드의 반지와 티아마르의 보석처럼.
호르비드의 일부가 담긴 보석이다.
“그것으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보나.”
“제가, 우리가 당신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애초에 당신을 노릴 생각이 없었습니다.”
신도들이 단검을 제 목에 겨누었다.
“저 따위가 당신을 노려봐야 소용없으니까. 우리는 당신을 노리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것을 노리겠습니다. 당신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바로 인간.
인간을 몰살하겠다.
내 뇌리에 귀로는 들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호르비드시여, 저를 굽어살피소서.”
대주교는 보석을 이마에 찔렀다.
본보기
대주교 고틀로프.
그가 보석을 이마에 박는 순간, 칼리오페가 바닥을 박찼다.
십여 걸음의 거리가 한순간 좁혀지고 섬광이 번뜩였다.
서걱!
번뜩임은 그녀의 칼이 칼집에서 나와 반사시킨 빛이었으니.
섬광이 사라진 직후에 대주교의 목에 긴 실선이 그어졌다.
툭!
예배당을 구르는 대주교의 머리.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며 이마에서 떨어진 보석.
대주교의 육신은 고꾸라지고 잠시 떨다가 움직임이 멎었다.
생명의 불길이 꺼진 것이라.
“······.”
그러나 칼리오페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대주교의 피를 머금은 보석을 향했다.
보석의 붉은빛이 점점 밝게 발하여 마력이 흘렀으니까.
그녀는 이것이 끝이 아님을 확신한 것이라.
피시시시시——
보석이 진동하며 표면에 묻은 대주교의 피가 끓었다.
피 증기가 일고, 아지랑이는 붉은빛을 내며 일렁였다.
촉수? 눈매를 좁힌 나는 아지랑이를 그리 평했다.
색을 받은 아지랑이가 정말로 촉수와 같은지라.
슉!
촉수가 대주교의 머리로 단숨에 뻗어 나가고, 칼리오페가 즉각 반응하여 칼을 다시 휘둘렀다.
“······!”
허나 칼날은 허공을 벤 것처럼 촉수를 지나치고, 촉수는 대주교의 머리와 그의 육신에도 들러붙었다.
“쿨럭!”
잘린 머리의 감긴 눈동자가 번뜩 뜨이며 기침을 토했다.
“오오오···!”
수도사와 신도가 환희했다.
그들이 보기에 죽은 자가 살아났으니까.
죽음을 내쫓는 기적을 목도한 것이니까.
“대주교께서 다시 일어나셨다!”
“호르비스께선 죽음도 벌하신다!”
대주교의 육신이 일어나 머리를 잡고 목에 도로 얹혔다.
비틀거리는 육신은 머리를 얹자 변화를 시작했다.
뢰제네 후작령에서 주교 보울러가 그랬듯이.
그의 육신은 인간을 탈피하여 늑대가 되었다.
【Lv. 84】
“좀 더 크군.”
차이가 있다면 두 발로 서고 머리에 보석을 박았을 뿐.
나는 피식 웃으면서 칼리오페에게 턱짓했다.
그녀는 늑대 인간이 된 대주교에게 쇄도했다.
– 호르비드 님의 영광을 보십시오!
후욱—!
대주교가 발을 내리쳤다.
칼리오페는 이를 피하면서 그의 아래로 파고들었다.
– 헛···!
놀란 소리와 함께 물러서려는 그를 그녀는 칼을 올려 찔렀다.
푸욱, 목 깊이 박히는 칼날 소리가 어찌나 시원하게 들리는지.
이 순간에 대주교가 두 번째 죽음을 맞이했노라고.
나는 확신했다.
촤악—!
뿌리까지 박힌 칼은 그대로 팔을 휘둘러 뽑아냈다.
프스스스스——
그러나 첫 번째와 달랐다.
칼날이 베고 지나가 반쯤 잘린 목.
목의 상처가 피 거품이 일며 아물었다.
– 호르비드께서 제게 죽음을 허하지 않으셨으니!
“죄인을 벌하소서!”
“징벌하소서!”
대주교의 외침에 신도가 따라 부르짖었다.
두 번이나 삶을 되찾는 기적.
그러나 나는 보았다.
신도 중에서 목이 잘린 자를.
대주교의 목이 잘림과 동시에 그의 목이 잘렸음을.
‘영혼을 제물로 바친 건가.’
목 잘린 신도의 시신에서 나오는 영혼.
영혼은 허공으로 뜨다가 뒤로 끌려갔다.
마치 목덜미에 낚싯바늘이 걸린 것처럼, 급류에 휩쓸린 사람처럼 두 팔을 허우적대다가 대주교의 이마에 박힌 보석에게 삼켜졌다.
그리고 대주교의 상처는 말끔하게 치유되었다.
“더러운 짓을 하는군.”
– 아름다운 희생이지요!
대주교는 웃으면서 반박했다.
칼리오페는 계속해서 녀석을 공격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녀석은 영혼을 먹고 회복했다.
육체에 어떤 상처가 나도 신도의 영혼이 상처를 치유했다.
신도들이 대주교를 위해 희생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으니까.
“호르비드시여! 저를 데려가소서!”
“제 영혼을 당신에게 바치나이다!”
살아 있는 신도는 영혼을 바치려고 아우성쳤다.
죽어 영혼이 된 신도는 뒤늦게 후회하며 허우적대다 먹혔다.
나는 이 상반되는 광경을 보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들이 직접 겪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것이니.
– 더! 더! 더! 더 많은 믿음을!
싸움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어느 한 쪽도 지치지도 다치지도 않았으니까.
대주교의 공격은 칼리오페에게 닿을 리가 없었고,
칼리오페의 공격은 신자의 희생으로 바로 고쳐졌으니까.
하물며 양 쪽 모두 피로를 느낄 정도로 나약하지도 않았다.
챙!
대주교는 칼리오페의 칼날을 쳐서 그녀를 뒤로 물렸다.
간격이 벌어지고 잠시 공격이 멈추자 길게 한숨을 뱉었다.
– 역시 안 되겠군요.
죽은 신도의 수가 수십에 달했다.
그만큼 대주교가 죽거나 다쳤다는 의미.
그러나 칼리오페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둘 사이에 압도적인 격차가 또렷했다.
– 애초에 당신들을 이기리라 생각 안 했으니까.
대주교는 손을 옆으로 뻗었다.
수도사들이 이에 반응하여 소리쳤다.
“대주교님께서 우리를 원하신다!”
“때가 왔다! 영원의 왕국으로 가자!”
수도사와 신도들이 단검을 고쳐 쥐었다.
푹!
그리고 제 목에 일체의 망설임 없이 찔렀다.
수천 명의 목숨이 사라지고 영혼이 대주교에게 향했다.
보석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빛을 발하며 반짝였다.
– 하하하하하하하!
대주교는 크게 웃었다.
웃음이 너무 커서 신전이 떨렸다.
– 보이십니까! 믿음이 만든 힘이!
나는 눈매를 좁히고 그를 보았다.
【Lv. 89】
확실히 레벨이 크게 올랐다.
하지만 그래도 칼리오페의 상대가 아니다.
‘힘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군.’
나는 보석이 발하는 빛과 함께 이명도 들었다.
그 이명은 보석이 삼킨 영혼이 지르는 비명이었다.
거짓된 신에게 속아 저를 바친 어리석은 영혼의 비명.
영혼이 보석에게 나가고자 발버둥 쳤다.
쩌적···
아주 작게 균열이 가는 소리.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으나 나는 눈으로 들었다.
보석이 억누르고 있지만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으니까.
갈라지는 균열이 자연스레 내 뇌리에 소리를 전했다.
그리고 균열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소리도.
“같잖은 짓으로 힘을 길러봐야 의미 없다. 네가 한 짓은 오래 가지 못해.”
– 같잖은 짓이요? 무언가 착각하고 계시는군요.
대주교는 이마에 손을 얹고 미소를 지었다.
– 저는 당신을 죽이려는 게 아닙니다. 말했잖아요?
마력이 거칠게 요동쳤다.
보석에 갇힌 영혼의 비명이 더욱 격해졌다.
그들이 품은 힘을 대주교가 끌어 올리는 것이라.
– 이 세상에 빛이 없다면 어떨까요.
손을 번쩍 들자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권속들이 내 주변으로 떨어지는 추락물을 쳐냈다.
– 암흑시대를 살았던 인간에게 빛을 내려준 것은 호르비드 님.
먹구름 낀 하늘에 또 다른 먹구름이 끼었다.
그것은 비를 먹음은 먹구름이 아니었다.
대주교가 발하는 마력을 머금은 먹구름.
구름이 하늘을 덮으면서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태양이 내리쬐는 빛을 가리어 어둠을 만들었다.
– 감히 호르비드 님을 배신한 자에게 빛을 빼앗겠습니다. 이 도시의 파멸을 본보기로 삼아, 당신의 유혹에 흔들리는 자들에게 믿음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죄인 지 똑똑히 보여주겠습니다.
칼리오페가 달려가 대주교의 목을 베었다.
하지만 먹구름은 흩어지지 않고 계속 모여들었다.
대주교의 잘린 목이 웃음 소리와 함께 저주를 흘렸다.
– 어둠 속에서 죄를 깨닫고 공포에 사로잡혀라.
구름이 태양을 가리는 순간, 이 땅에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