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84)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86화(86/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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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혈족이 일으킨 혼란을 잠재우시고, 아버지께서 성벽에 올라 노예들을 내려다보며 말씀하셨지요. ‘이제 너희는 노예가 아니다.’라고.”
오오, 하는 탄성이 흘렀다.
주둔지 한편에 서드렛의 군사가 무리를 이루어 모여 있었다.
라헬과 그녀를 따르는 권속들이 돌아다니며 모은 이들.
‘아버지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왈로키아 수도가 박살이 난 거 아십니까?’
‘들으러 오시면 오로코 금화 한 닢 드립니다.’
호기심과 물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을 모은 라헬은 대충 나무판자를 얹은 단상에 올라서서 이야기했다.
이야기의 대상은 당연히 그녀의 주인, 에다르였다.
에다르, 라는 사람이 누구인가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대평원으로 보내졌고, 또 어떻게 북부 왈로키아를 정복했으며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 쉬지도 않고 청산유수로 말했다.
“오호.”
“그래서 그다음은?”
연설을 시작할 때 그녀의 앞에 모인 사람은 일 백 명 남짓.
5만의 군사 중에서 한 줌도 되지 않는 숫자였다.
그러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조금씩 수가 붙었다.
권속들이 계속 돌아다니면서 참석을 유도했고, 라헬이 목청을 높이며 떠들어대는 통에 흥미가 돋은 이들 등이 입담에 혹해서 엉덩이를 깔았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일 천이 넘는 관중이 자리 잡았다.
짝짝짝—
“끝까지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헬이 단상을 내려온 뒤에도 자리를 뜨는 사람이 드물었다.
주변에 앉은 사람과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혈족을 이겼다는 건 좀··· 믿기 어렵군.”
“맞아. 종복은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지만, 혈족은 블라드 폐하의 친자식이 아닌가?”
“그 말이 사실이었다면 블라드 폐하가 가만있지 않으셨을 텐데.”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는 것과 사실이라고 믿는 것은 다르니까.
그들 중에서 이야기를 사실이라 믿는 사람은 드물었다.
라헬이 각색을 해서 상대의 급을 낮추었음에도 그랬다.
‘라에라곤, 우그다쉬는 그냥 엘프, 오크로, 블라드는 혈족 정도로 낮추는 게 좋겠지. 사실 그대로 말하면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할 테니까.’
라헬은 속으로 쓰게 웃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한숨을 푹 쉬고 병사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은 사실이죠.”
라헬은 이야기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에게 끼어들어서 그들이 이해 못 하는 상황을 해설했다.
“생각해봐요. 대평원에 여태껏 인간 영주가 존재했었나요? 에다르 님이 대평원에서 영주로 지금도 활동하는 건 이종족이 허가하지 않으면 불가능하잖아요?”
“그렇지?”
“북부 왈로키아 연합군이 오크 무리한테 공격받았다는 이야기, 들은 적 없어요?”
“듣긴 했지···?”
“왈로키아의 수도에 종복이 대규모 봉기를 일으켰단 거 알죠? 여태까지 종복이 그런 적 있어요? 누가 주도했다고 생각 안 들어요?”
“으음···.”
그들은 결과에 대해서 무어라 반박하지 않았다.
다만, 결과에 이르기는 과정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
‘역시 믿음이 많이 부족하군요.’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제부터 천천히 고쳐나가면 되지요.’
‘그보단 도덕성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기사는 아무래도 귀족이다 보니···.’
서드렛 공작의 군대는 서드렛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다양한 집단에 불과하기에 그 안에도 여러 계층이 있었다.
그중 이 자리에 모인 사람을 크게 나누면 기사와 용병.
기사는 공작과 봉토를 두고 계약 관계를 맺은 귀족.
용병은 공작에게 봉급을 받고 복무한 자유민.
따라서 이들이 이야기를 듣고 취하는 태도도 각기 달랐다.
“노예가 어떻게 인간이 될 수 있지?”
“신전의 허락도 없이 노예를 해방한 건 과해.”
귀족은 지배 계층이었기에 이를 깨부순다는 것에 반발심이 있었고, 노예를 가축으로 보기에 가축을 인간으로 만든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징집병이 노예 출신이란 것을 알았을 때, 그토록 충격받은 것이었다.
인간이 가축에게 패하여 도망간 꼴이니까.
‘귀족 계층은 차후에 확실히 손을 볼 필요가 있겠어.’
라헬은 그들의 반응을 차가운 눈빛으로 지켜보았다.
반면에 용병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노예를 인간으로··· 징벌이 두렵지 않으신 건가.”
“자비가 깊으신 분이군.”
“대평원에 이주하면 세금이 면제라고?”
용병 대부분은 귀족과 노예 사이에 있는 자유민 출신이었다.
노예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가졌으나 동질감도 있었다.
그들 역시 귀족의 지배는 받는 계층이었으니까.
노예 해방이나 이주 정책 등에 꽤 호감을 보였다.
이처럼 관점의 차이가 있는 두 계층이었으나 공통점도 있었다.
“맨몸으로 거의 일국을 이룬 것이 아닌가. 역사상 누가 이런 업적을 이루었지?”
“과연, 황제를 칭할만해.”
과장이 들어갔어도 에다르가 쌓은 업적은 사실 그 자체.
오로코 대평원의 대영주, 북부 왈로키아의 정복자, 소도모라에서 발생한 종복의 봉기를 진압한 것이나, 서드렛 공작의 기사대를 패퇴시킨 것이나, 과정은 믿기 힘들어도 결과는 또렷이 존재하는 업적이었다.
군중 사이에서 에다르의 업적에 대한 칭송이 이어졌고, 라헬과 여러 권속이 바구니를 들고 돌아다녔다.
“오늘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선물이라 생각하고 받아주세요.”
“목걸이?”
태양을 형상화한 듯한 금목걸이.
군중들은 깜짝 놀라 목걸이를 받았다.
몇몇은 휘어보고 몇몇은 깨물어 보고 그것이 진짜 금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다시 놀랐다.
군중의 수가 몇인데 전원에게 금을 준다고?
“에다르 님의 상징을 목걸이로 만든 겁니다.”
“음···.”
당연히 거절하는 사람이 없었다.
에다르에게 호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황금이라서.
족히 금화 서너 잎은 만들 법한 크기였는데 거절할 리 있나.
누구도 목에 걸지 않았지만 주머니에는 넣었다.
“어둠이 내리면 빛을 찾으세요.”
라헬은 그 모습을 보면서 속삭였다.
풀밭에 모인 이들이 하나둘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구릉 위에서 앉아 기지개를 켰다.
“자매님,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그녀는 면죄부 판매원, 카라마조프가 건네준 차를 마시며 생각했다.
‘오늘 대충 2,000명 가까이 들은 것 같네. 입소문 타면 내일은 더 올 거고. 대충 열흘 정도면 한 번씩 다 듣지 않을까?’
라헬은 뿌듯함을 느꼈다.
근래 기분이 많이 가라앉았던 그녀였다.
뢰제네 후작령에서 일어났던 일이 그녀를 갑갑하게 했다.
신을 위해서 동족을 파멸로 이끄는 주교의 모습.
에다르가 그녀도 그리될 수 있다고 지적했던 것.
‘형제자매들이 싫어할 일은 피하고··· 아버지에게 도움 되는 일을···.’
오늘 그녀가 한 일은 그런 고민이 필요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에다르를 찬양하면 그만이었으니까.
덕분에 묵은 갑갑함이 많이 풀렸다.
‘이대로 쭉 갔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겠지.’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도시 키루나를 보았다.
‘80만의 대도시. 왈로키아의 수도 소도모라보다 거대한 도시. 사실상 제르마니아의 수도보다도 더 큰 도시.’
이런 도시를 가진 서드렛 공작의 권세란 어느 정도일까.
‘서드렛 공작의 권세가 왕에 버금간다는 것은 단순히 영지가 크다는 이야기가 아니야. 왕위를 노릴 정도로 따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도 있지.’
군사의 수만 봐도 답이 나왔다.
공작 홀로 5만 명의 군사를 모을 수 있을까.
무리한다면 못할 것은 없겠으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저 5만의 군사는 공작의 세력권에 있는 귀족들의 집합이었다.
‘북부 왈로키아의 귀족들이 고리대까지 취하면서 끌어모았던 군사가 2만 명. 반면에 공작은 그런 무리를 하지 않고도 5만 명을 모으고 유지까지 하고 있어.’
제르마니아는 분명 규모로 보면 인간 최대의 국가다.
그러나 제르마니아의 국력이 수십만 명을 동원, 유지할 정도인가, 라고 묻는다면 그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공작의 권세가 어느 정도인지 보이지 않나?
‘아버지가 서드렛을 노릴 만하지. 서드렛에 뢰제네를 포함한 국경 영주까지 합하면, 사실상 제르마니아의 3할··· 아니 4할가량의 직간접적인 세력권이 넘어오는 셈이니까.’
여기서 조금만 더 세력을 넓히면 과반을 넘게 된다.
‘진짜 순식간이네.’
차를 홀짝이는 그녀에게 사념이 흘러들어 왔다.
‘라헬, 아버지께서 준비를 갖추라 하셨습니다.’
‘때가 왔군요.’
도시에 무수히 많은 호르비드의 신도들.
이들이 늑대교의 주도로 봉기할지도 모른다는 위험.
에다르는 이를 경계하여 권속에게 주의를 일렀다.
‘준비 태세가 내려왔다는 건 봉기 위험이 있다는 것.’
걱정은 들지 않았다.
대도시에 봉기가 일어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지만, 이 자리에 있는 권속의 수가 300명이었고, 징집병도 있었다.
여기에 서드렛의 군대도 보조가 될 터.
‘무엇보다 아버지가 계시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라헬은 문득 고개를 들었다.
도시 위에 낀 먹구름으로 다른 먹구름이 일었다.
“저건···.”
그녀는 먹구름에 어린 마력을 읽었다.
비가 아니라 마력을 먹은 구름이란 것을 깨달았다.
보통의 구름은 태양을 가려도 빛을 옅게 하는 것이 고작.
그러나 저 구름은 빛을 삼켜서 지상에 빛이 내리지 않게 했다.
어둠이 빠른 속도로 도시와 그 주변을 덮어가고 있었다.
“집결!”
“무장 챙기고 한곳에 모여!”
이상을 눈치챈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주둔지에 남은 권속들이 소리치며 징집병을 모았다.
도시를 덮은 어둠이 주둔지까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얼른 주둔지로 달렸다.
달리는 그녀의 그림자가 쫓아오는 어둠에 먹혔다.
그녀가 주둔지에 도착한 순간 그녀 또한 어둠에 먹혔다.
“······.”
일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갑작스레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 터라.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입을 다물고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하나 없었고 오로지 어둠만 가득했다.
“들리나요?”
라헬이 중얼거렸다.
“들려!”
“다 옆에 있는 거 맞지?”
그녀는 안도했다.
그녀 홀로 어디로 날아갔거나 하는 일이 아니라서.
사념으로 주변에 있는 권속들과 상황을 주고받았다.
‘시야를 차단하는 것 같은데.’
누군가 마법을 주창해 손에 빛을 만들었으나 보이지 않았다.
‘다른 감각은?’
‘시각만 빼고 멀쩡해.’
상황을 파악한 권속들은 징집병에게 지시했다.
“권속 외에 아무도 움직이지 마세요!”
“각자 움직일 때는 목소리를 내라!”
징집병은 겁먹지 않고 명령에 따랐다.
노예였을 적에 이보다 더한 두려움도 많았기에.
잠시 빛을 잃는 정도로 벌벌 떨지 않았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크악!”
멀리서 비명이 들렸다.
비명의 주인은 권속, 징집병이 아니었다.
서드렛의 주둔지에서 군사들이 지르는 비명이었다.
“뭔가, 뭔가 공격하고 있어!”
“물지 마!”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도 났다.
비명이 이어지고 피 냄새가 잔잔한 바람을 타고 풍겼다.
“히이이익!”
“떨어져! 붙지 말라고!”
라헬은 눈에 힘을 주며 시야를 되찾으려고 애썼다.
들리는 소리로 보아 누군가 병사들을 습격하고 있을 터.
적이 누구고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대응할 것 아닌가.
그러나 시야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쪽에도 온다!”
곧 라헬이 있는 곳으로도 습격자가 찾아왔다.
그녀는 시야를 잃었어도 다른 오감이 남아있었다.
기분 나쁜 웃음소리, 지독한 피 냄새···
냉철하게 철퇴를 들어 상대를 후려쳤다.
파삭!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나고 뜨거운 핏물이 튀었다.
라헬은 자세를 바로 하고 다시 감각에 집중했다.
다다다다—
다가오는 소리가 아까보다 많아졌다.
‘상대는 약해. 하지만 이래서는···.’
시야가 보이지 않으면 쉬이 움직일 수 없었다.
지키는 것은 가능해도 그 이상은 무리였다.
권속만 있다면 모를까, 평범한 인간인 징집병도 있으니까.
어둠 속에서 흩어졌다가 난전이 일어나면 대응할 수 없었다.
라헬은 이를 악물었다.
‘내 몸만 지키는 것은 의미 없어.’
사방에서 들리는 비명이 그녀를 괴롭게 했다.
꽈악···
그녀는 목걸이를 쥐었다.
에다르가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기를 바라며 그녀가 만든 상징.
차가운 금속에 불과한 목걸이가 어쩐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버지···.’
그때, 성물에서 은은한 황금빛이 발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