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86)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88화(88/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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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에서 대주교가 어둠을 부른 직후, 칼리오페는 눈을 감았다.
어차피 눈을 떠도 보이는 것은 없으니까.
눈을 감고 시각을 제외한 오감에 집중했다.
예배당을 가득 채운 짙은 혈향, 신전 밖에서 들여오는 비명, 피부를 훑는 정체 모를 마력까지, 그녀의 감각을 흔드는 자극이 이어졌다.
그러나 칼리오페는 언제나처럼 차분하게 기다렸다.
“칼리오페.”
가장 기다리던 목소리.
그녀는 보이지 않는데도 주인의 곁으로 돌아갔다.
그 자리가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하고 바라는 자리.
그녀의 차가운 심장이 아주 조금이지만 빠르게 뛰었다.
“모두 내 주위로 모여라.”
흩어진 권속들이 에다르의 곁으로 모였다.
보이지 않아도 권속은 사념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들은 서로가 가까이에 있음을 알고 오로지 앞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혹여 무언가 달려들까 경계했다.
– 흐흐흐흐흐······
비웃음이 뇌리에 울렸다.
대주교 고틀로프의 웃음이었다.
– 빛의 소중함을 깨달으셨습니까?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당신들이 우습게 여기는 빛의 존재가. 당신 곁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칼리오페는 제단을 보았다.
제단이 보이지 않아도 마력의 흐름은 느껴졌다.
수천 명의 신도가 죽어 제 영혼을 대주교에게 바쳤으니.
대주교의 마력은 혈향보다 진하게 감각을 자극했다.
드드드드드···
마력이 요동치며 그 주변에 진동을 일으켰다.
대주교가 발한 어둠을 부르는 마법을 유지하기 위해서.
영혼은 비명을 지르며 저가 품은 마력을 뽑아내고 있었다.
– 어둠은 사라지겠지요. 하지만 그때가 되면 당신이 가져야 할 모든 것도 사라질 겁니다. 당신은 이 땅에 오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어리석은 소리군.”
– 어리석다고요? 당신이 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그저 서드렛의 충절을 다시 세우는 것으로 끝났을 텐데?
“너희가 얼마나, 어떤 충절을 바쳐도 너희는 버려진다. 너희가 바라는 영원의 왕국은 없다. 티아마르의 힘이 사그라들고, 로드가 죽는 그 날에 너희의 역할은 끝이다.”
– 흥, 거짓말로 나를 현혹하지 마십시오!
마력을 담은 목소리가 터졌다.
거센 바람이 칼리오페를 때렸다.
바람을 탄 핏물이 그녀를 적셨다.
“현혹은 내가 아니라 네가 믿는 거짓말쟁이들이 했지.”
에다르는 낮게 웃음을 흘렸다.
“그 증거로 이것은 진정한 어둠이 아니다.”
어둠 속에서 빛이 나타났다.
– 무슨···.
에다르에게서 황금빛이 나타나 주변을 밝혔다.
– 아니··· 어떻게···.
“너희가 거짓된 어둠을 만들었는데, 내가 빛을 만들지 못 하리라 생각했나. 너희가 만든 어둠은 그저 눈을 가린 것에 불과하다. 영혼이 발하는 빛은 가려지지 않아.”
에다르는 손을 칼리오페의 어깨에 얹었다.
빛이 칼리오페를 타고 그녀를 감쌌다.
뒤이어 그의 발아래서 가지처럼 빛이 뻗으니, 다른 권속 한 명 한 명을 타고 올라 감쌌다.
– 당신은···.
에다르는 어둠 속에 있는 제단을 향해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참으로 부드러웠으나 한편으로 슬픈 미소였다.
“거짓에 속아 죄를 짓다가 진실을 깨닫는 것만큼 처량한 것은 없지.”
에다르는 앞으로 걸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어둠이 물러났다.
어둠은 예배당 밖으로 도망치며 신전 내부가 드러났다.
수천 명의 신도가 죽고 흘린 핏물로 가득 찬 예배당 바닥.
굳은 핏물이 그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길게 달라붙었다.
마치 에다르를 붙잡으려는 듯이.
그러나 그의 걸음은 조금도 늦춰지지 않았다.
“추하구나. 고틀로프.”
제단 위에 엎드린 대주교를 에다르의 빛이 비쳤다.
– 날 보지 마십시오.
대주교 고틀로프는 전신이 녹아내린 늑대의 모습이었다.
털은 빠지고, 피부는 흐물흐물하게 내려앉고, 검붉은 종기가 전신에 자라 구멍에서 고름을 흘렸다.
“너 스스로 원한 모습이 아니냐.”
어둠을 만드느라 주제넘은 힘을 쓴 탓이리라.
신도들의 영혼으로도 모자라 제 육신마저 바쳤으니.
가까스로 생명의 불길이 붙어 미약한 숨을 내쉬고 있을 뿐.
– 다가오지 마!
대주교는 앞발을 휘둘렀다.
에다르에게 닿기 전에 칼리오페가 쳐냈다.
잘린 발은 바닥을 구르고 순식간에 말라 비틀어졌다.
–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라! 너는 신이 아니야! 너는 가짜야! 호르비드시여! 저를 유혹하지 마옵시고 저를 거짓에서 구원하소서!
대주교의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호르비드가 주교 보울러 앞에 나타났듯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에게 관여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호르비드가 사납게 일렁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으나 화를 내는 것이라.
에다르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냉소를 지었다.
그가 발하는 빛이 호르비드가 발하는 어둠을 밀어냈다.
호르비드는 저항했지만 나약하게 지워질 뿐.
본체가 아닌 일부 따위로 그를 어찌할 수 없었다.
“이번이 두 번째다.”
에다르는 고개를 저었다.
– 호르비드시여···.
대주교는 호르비드가 사라지자 흐느꼈다.
주교 보울러와 다르게 호르비드가 사라져도 모습이 인간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보석에 영혼이 남아 그에게 힘을 주고 있었으니까.
영혼이 가진 마력으로 제 몸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
“네 죄가 무겁다.”
에다르는 엄숙하게 고하고 칼리오페에게 턱짓했다.
그녀는 대주교의 앞에 섰다.
– 이 땅에 어둠을··· 거짓된 빛을 벌하도록 제 영혼을··· 호르비드가 아니더라도, 내게—
그때, 대주교의 이마에 박힌 보석이 붉은빛을 터트렸다.
붉은빛이 찰나에 반짝였다가 사라지고 어둠을 내뿜었다.
대주교가 만든 어둠과 달리 그것은 에다르의 빛을 밀어냈다.
“······!”
칼리오페가 깜짝 놀라 주춤한 사이에 에다르가 손을 뻗었다.
그녀를 뒤로 물리고 칼을 빼앗아 바닥에 내리찍었다.
퉁!
화아악!
칼끝에서 일어난 새파란 불.
불은 앞으로 퍼지며 밀어닥치는 어둠과 부딪혔다.
“에다르 님!”
칼리오페는 주인의 이름을 불렀으나 다가가지 못했다.
호르비드와 다른 마력이 에다르와 부딪히고 있었고, 사방으로 튀는 마력이 신도의 시신에 깃들어 기묘한 변화를 일으켰다.
우득, 우드득—
마력이 깃든 시신이 속이 뒤틀리는 소리를 내며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살을 찢고 기묘한 괴물을 낳았다.
사람과 같이 두 발로 섰지만, 비늘이 있었고, 혓바닥은 무릎까지 내려왔으며 눈동자는 주먹보다 컸다.
끄륵··· 끄르륵···
칼리오페와 권속들은 저 기묘한 괴물을 경계했다.
그들의 주인을 위협하는 어둠이 낳은 괴물이니까.
당장 달려들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끄륵?
그러나 괴물은 잠시 갸웃할 뿐.
그들과 싸우지 않고 주변을 살피다가 벽을 타고 올랐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를 리 없는 칼리오페가 소리쳤다.
“막아!”
권속은 괴물을 뒤쫓았다.
괴물은 강하지 않아서 권속에게 손쉽게 잡혔다.
그러나 수가 너무 많아서 대부분 신전을 빠져나갔다.
시신의 수가 수천이었으니 괴물의 수도 수천.
수천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도시에 퍼졌다.
“추격할까요?”
“에다르 님은 내가 지키겠다. 추격해.”
그녀는 권속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주인의 곁에 섰다.
보석이 만든 어둠은 괴물을 만든 즉시 사라졌다.
칼날이 뿜은 불길도 어둠이 사라지자 사그라들었고.
대주교와 보석 안에 가득 했던 영혼이 가진 불꽃도 꺼졌다.
하지만 도시에 드리운 어둠은 괴물과 함께 남아 있었다.
“에다르 님.”
칼리오페는 검을 바닥에 찍은 채 움직이지 않는 주인을 불렀다.
에다르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허리를 곧게 폈다.
“호르비드, 멍청한 것.”
그는 먼지처럼 바스러지는 대주교를 보며 중얼거렸다.
“놈은 저가 무엇을 했는지도 모를 거다.”
에다르는 옷에 손을 넣어 펜던트를 꺼냈다.
눈을 형상화한 펜던트 가운데에 눈동자로 박힌 보석.
푸른 빛을 내는 둥근 보석이 맹렬하게 진동했다.
펜던트를 쥐고 있는 손에 건 반지와 함께.
‘티아마르의 영혼이 담긴 보석.’
칼리오페는 보석의 정체를 떠올렸다.
에다르는 보석과 반지를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오만한 족속이 그녀를 지배할 수 있으리라 믿고 접근했지. 하지만 지배당하는 것은 그들이야. 그녀가 왜 변절했는지, 그것을 알지 못하니까.”
표정을 굳히고 깨진 창밖을 보았다.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첨탑으로 가자. 도시에 있는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도록, 등대가 될 수 있는 크고 높은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