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87)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89화(89/185)
인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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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외곽, 빛을 삼키는 안개가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구릉.
구릉 위에 두 명의 엘프가 앉아 느긋하게 도시를 지켜보았다.
“잘 작동하네.”
눈동자가 파란 엘프가 도시와 그 주변에 어린 어둠을 보면서 미소지었다.
“그러게. 잘 될까 싶었는데.”
머리가 검은 엘프가 말을 받았다.
“몇 개 더 만들 수 없나? 난쟁이한테도 써보고 싶다.”
“힘들걸. 늑대가 만들면서 힘을 꽤 쓴 모양이라.”
파란 엘프의 말에 검은 엘프가 혀를 찼다.
“쯧, 아쉽네. 한 방 먹이나 싶었는데.”
“먹여도 별 소용 없어.”
“왜?”
“저거 끽해야 시야를 가리고 환각을 일으키는 거잖아. 걔들 채광할 때 불빛 없이 작업하는 거 몰라? 도시마다 있는 조상신의 가호로 눈감고도 작업하는 애들인데 저게 먹히겠어?”
검은 엘프가 아, 하고 탄식했다.
“그러네. 하긴··· 그렇게 쉽게 풀릴 일이었으면 이 지긋지긋한 대치도 없었겠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엘프와 드워프는 적대적 대치 중이었다.
사룡 티아마르의 봉인이 누구의 잘못으로 손상되었는가, 이를 두고 논쟁이 오가던 중에 감정이 격앙되어 종족 간 대립으로 비화했다.
“왕자도 참··· 성질 좀 죽였으면 좋겠다니까.”
“아직 어리니까. 한창때지.”
사룡은 한때 세계를 멸망시킬 뻔했던 존재였다.
봉인이 깨진다는 것은 재앙이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일.
당연히 책임이 막중했으니 조금이라도 연관된 국가, 종족은 책임을 피하고자 강하게 반발했고, 그 와중에 엘프의 왕자 라에라곤이 과격한 행동을 취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아서 하는 소리야. 이번 일도 굳이 칼을 뽑을 필요는 없었잖아? 티아마르에 뭐 저당 잡혔나, 왜 그렇게 난리래?”
라에라곤은 회의장에서 칼을 뽑았다.
뽑은 칼로 누구를 베거나 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드워프에게 대뜸 책임을 묻고 겁박하는 발언을 이어가는 바람에 상황은 ‘봉인의 손상이 왜, 어떻게 발생했고 누구의 잘못인가?’, 가 아니라 종족 간 자존심의 문제로 변질되었다.
“그냥 난쟁이가 싫어서가 아니었을까.”
“어··· 그럴 수도 있고.”
사실 두 종족은 만 년에 가까운 역사에서 다투지 않은 적이 극히 드물었다.
세계의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종족이었으니까, 이보다 더 사소하게 시작해서 더 크게 번진 사건 사고가 수없이 잦았으니.
따라서 라에라곤이 대뜸 드워프를 겁박한 행위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젊은 혈기를 못 눌렀구먼, 하고 넘기는 정도였지.
“문제는 시기야.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금방 또 흐지부지될 거였는데, 이때를 노려서 원숭이가 날뛰기 시작했단 말이지.”
쩝, 입맛을 다셨다.
“이런 걸 막으려고 대의제가 있는 거잖아. 근데 지금 돌아가는 꼴을 봐.”
세계의 균형을 조율하는 것이 대의제의 역할.
만약 인간 중에서 월등하게 강대한 세력이 나왔다면 혹은 대의제의 계획에 어긋나는 행동을 보인다면 초동에 진압하는 것도 대의제가 조율해야 할 균형이었건마는.
그러나 지금 대의제의 움직임은 역할과 멀었다.
“반대표만 두 개야. 로드하고 모기. 기권표도 두 개고. 우리와 난쟁이. 다들 약이라도 먹고 취했나?”
로드는 티아마르의 힘이 남아 있다고,
블라드는 과도한 개입은 좋지 않다고,
엘프와 드워프는 대치 때문에,
온갖 변명을 대면서 미적지근하게 움직였다.
그 미적지근한 움직임조차 인간에게는 재앙이었지만.
“기껏 한다는 게, 원숭이 대장이 노리는 걸 손에 넣기 전에 지워버리겠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파란 엘프가 코웃음 쳤다.
“우리가 직접 개입할 게 아니면 그 방법밖에 없잖아.”
“답답하네. 요즘 대의제 하는 꼴이 마음에 안 들어. 특히 로드. 죽을 때 되니까 판단력이 많이 죽었어. 티아마르의 마력이 남아 있다며? 이제 거의 안 남았는데?”
검은 엘프는 품에서 손바닥만 한 잎사귀를 꺼냈다.
갓 뽑은 듯이 파릇파릇한 초록 잎에서 상쾌한 향이 났다.
그녀는 잎사귀를 코에 대어 향을 맡고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세계수의 잎사귀였다.
보이지 않는 힘이 엘프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이 정도면 굳이 잎사귀를 가져오지 않아도 괜찮았잖아.”
“뭐··· 들리는 말로는 마력의 흐름만 엉키게 하는 게 아니라니까. 혹시 모르니 조심해서 나쁠 거 없잖아.”
“그건 그래.”
피식 웃으면서 검은 엘프는 도시를 가리켰다.
“원숭이들도 불쌍하네.”
“뭐가?”
“티아마르의 영향 아래 산다는 게 불쌍하다고.”
“원숭이는 마력에 둔감하니까. 그만큼 영향도 덜 받겠지.”
“말이 덜 받는 거지. 쟤들도 뭔가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글쎄.”
파란 엘프는 고개를 갸웃했다.
별 관심 없다는 투로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그것도 이제 끝이야.”
땅을 덮었던 티아마르의 마력이 거의 사라졌으니까.
비옥한 땅을 가축을 위해 버려둘 이유가 없었다.
곧 대의제에 논의가 오갈 것이었다.
이 땅의 금제를 풀 때가 왔다고.
“아, 그래도 조금 아쉽네.”
갸웃하는 동료에게 검은 엘프가 말했다.
“서드렛. 말 잘 듣는 녀석이라 다음 왕위는 얘한테 넘겨줄까, 말도 나왔었잖아. 실제로 혜택을 몰아주기도 했고. 근데 이렇게 가네.”
“왕자가 반드시 죽이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기회는 줬어. 에다르, 그 원숭이가 죽고, 녀석을 대평원으로 보낸 녀석들을 죽이고도 살아남으면 서드렛을 남겨 주겠다, 라고 했지.”
파란 엘프가 하, 소리 내어 웃었다.
그는 손짓으로 어둠을 가리켰다.
“저걸 사용해 놓고?”
“도시 하나 날아가는 게 대순가. 쟤들이 가진 땅이 얼만데.”
파란 엘프는 턱을 쓰다듬었다.
“몇이나 죽을까.”
“몇이나 살아남냐를 따져야겠지.”
그들은 키득대며 내기했다.
그리고 곧, 고개를 들었다.
“잠깐.”
“뭐야?”
도시를 삼킨 어둠에서 흘러나오던 마력이 바뀌었다.
호르비드와 인간의 영혼에서 흐르는 마력과 다른 마력.
엘프들은 그 마력의 주인을 알아챘다.
“티아마르?”
그럴 리 없다고.
멍청하게 중얼거렸다.
아무런 징조도 없었거늘.
티아마르의 마력이 어째서?
“봉인··· 고친 거 아니었어?”
“조금 전까지 우리가 느꼈던 건?”
조금 전에 티아마르의 마력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는데.
지금 느껴지는 마력은 도리어 더 강해진 느낌이었다.
마력에 접한 그들은 현기증을 느껴 이마를 짚었다.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 대의제에 알려야 해.”
등을 돌려서 자리를 뜨려는 이들에게 칼날이 날아왔다.
푹!
“컥!”
파란 엘프가 고꾸라졌다.
뒤에서 날아온 단검이 심장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엘프는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다가 풀썩, 쓰러졌다.
“어느 틈에?”
세 명의 인간이 남은 엘프를 포위했다.
구릉 바로 뒤에 있던 수풀에 숨어 있던 권속들.
권속 중에 산상노인 누아딜이 서 있었다.
“원숭이 주제에!”
엘프는 바로 앞에 있는 권속에게 달려들었다.
권속은 즉각 검을 들어서 그녀의 내리긋는 공격을 막으려 했으나, 엘프는 검과 함께 권속의 몸을 반으로 절단했다.
그녀는 대의제에서 직접 파견한 관측자.
발각 시 목격자를 죽여서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했으니.
그녀는 감히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강자여야 했다.
서걱!
하지만 그것이 고작이었다.
그녀가 한 명의 권속을 죽이느라 만든 틈.
그 틈은 누아딜이 그녀를 죽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누아딜의 단검이 그녀의 목을 뒤에서 베었다.
“······!”
잘린 목덜미를 짚고 엘프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눈을 부릅뜨고 무어라 말하기 위해 입을 벌렸다.
그러나 말 대신 나오는 것은 바람 빠진 소리뿐.
털썩···
엘프는 곧 평야에 쓰러졌다.
누아딜은 그녀의 죽음을 확인하고 도시를 보았다.
어둠이 깔린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서 발하는 빛.
빛을 보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도시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