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89)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91화(91/185)
깨진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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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탑에서 빛이 터졌다.
도시에서 가장 높은 첨탑.
그곳에서는 모든 것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첨탑에서 빛이 발하자 도시 전역에 빛이 내렸다.
솨아아아아——
마치 비가 내리는 듯한 소리.
도시를 덮은 어둠이 빛을 받고 눈이 녹듯 녹아내렸다.
해가 진 뒤의 어둠이 아니라 마력이 만든 어둠이었기에.
에다르의 영혼이 발하는 빛을 받자 소멸하였다.
“······.”
칼리오페는 에다르와 함께 첨탑에 있었다.
그의 등 뒤에 서서 그가 영혼의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았다.
강렬한 황금빛이 사방으로 퍼지며 그녀의 눈에 담겼다.
그러나 햇빛을 볼 때와 달리 눈이 아프지 않았다.
빛은 빛이나 영혼에서 발하여 영혼으로 보는 것이었기에.
도리어 빛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편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신이시여···.”
그 빛을 받는 도시, 그리고 그 밖에 있는 이들.
어둠이 녹으면서 그들의 상처 또한 녹아내렸으니.
경이에 놀라 부복하며 위업에 기도를 올렸다.
기도는 에다르의 영혼에 닿고 빛은 더욱 밝고 넓게 내렸다.
칼리오페는 그 모습을 보며 언제나처럼 표정을 굳혔다.
“······.”
그것은 언제나와 같은 표정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언제나와 같은 냉철함이 아니었다.
불안감이 마음 한 편에 어렸다.
‘당신께서는 신이 되시겠지요.’
에다르, 그의 주인은 점점 인간을 벗어나고 있었다.
애초부터 주인의 영혼이 권속, 인간과 다름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처음 생명을 받은 그 순간부터, 그녀는 알고 있었다.
에다르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인간이 가질 수 없는 격을 가졌음을.
‘하지만···.’
하지만 신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신으로 추앙받는 인간이 되리라 생각했다.
인간이되 신으로 추앙받는 것은 가능했으니까.
그것을 바란 사람 중에는 그녀도 있었다.
‘나는 당신께서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인간의 신이 아니라.’
그러나 인간을 넘어 신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추앙받는 인간을 넘어서 신 그 자체가 되지 않기를 바랐지.
그것을 바라는 권속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만약, 당신께서 정말로 신이 되신다면.’
우리를 어찌할 것인가.
그녀는 그것이 궁금했다.
‘신이란 고고한 존재.’
언젠가 그의 육신이 바스러지고 영혼만 남는다면,
영혼이 육신이란 껍질을 벗고 나와 오롯이 서게 된다면,
신이 된 에다르의 곁에 그녀와 형제자매의 자리가 있을까.
인간의 신께서 그녀를 필요로 할까.
그녀는 권속이었다.
가진 것은 충절이요, 바라는 것은 애정이니.
주인에게 그녀가 필요하지 않는 때가 그녀의 삶의 끝이었다.
“칼리오페.”
그녀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걱정할 것 없다. 나는 너희를 버리지 않는다.”
그 말에 그녀는 걱정이 어둠처럼 녹아내림을 느꼈다.
에다르는 여전히 등을 돌린 채 땅을 내려다보았을 뿐.
그러나 그녀는 그가 미소 짓고 있음을 알았다.
“너희는 언제나 내 곁에서 나와 함께 할 거다.”
영원히.
그의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걱정을 놀리는 듯한 웃음이었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옅게 볼을 붉혔다.
“나는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 너희에게 내 곁을 지킬 의지가 있는 한, 너희는 나와 함께 굳건한 장벽이 되어 인류를 수호할 것이다.”
에다르는 난간으로 걸어갔다.
난간 앞에서 팔을 뻗고 입을 열었다.
“키루나에 있는 인간은 내 말을 들어라.”
잔잔한 목소리.
그러나 도시, 그 밖 주둔지에 있는 이들에게도 들렸다.
“나는 에다르. 에다르 룬드링겐. 서드렛의 자손이었으나 추방되었던 자. 그러나 이제 너희 앞에서 어둠을 거두었으니, 너희는 나를 무엇으로 보겠느냐.”
부복한 이들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첨탑을 올려다보았다.
지상에서 어둠이 사라지고 먹구름이 걷히고 있었으니, 걷힌 먹구름 사이로 해가 고개를 내밀어 첨탑을 비추었다.
“오늘 이 자리에 어둠이 내렸음을 너희는 알 것이다. 그것이 누구의 악의였음을 너희는 아는가?”
호르비드.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모를 수 없었다.
그의 신도들이 그들을 공격했으니까.
도시를 불태우고 무너뜨렸으니까.
어둠 속에서 오직 그들만이 빛을 보았으니까.
“하면, 호르비드가 너희에게 왜 그러했다고 생각하느냐. 너희의 믿음이 부족해서? 아니면 너희가 죄를 지어서?”
에다르는 주먹 쥔 손을 당겼다.
“나는 밝히겠다. 너희가 여태껏 거짓된 신을 믿어왔음을. 너희가 믿었던 것은 신이 아니라 그저 늑대다. 사람의 말을 하는 늑대가 거짓을 고하며 너희를 현혹했으니. 내가 너희에게 진실을 밝히는 것이 두려워 너희를 죽이려 한 것이라.”
그의 목소리를 듣는 자 중에 떨지 않는 자가 없었다.
혹여 호르비드의 진노가 다시 내리지 않을까 겁먹어서.
눈을 질끈 감고 고개 숙이며 바들바들 떨었다.
그러나 어둠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늦은 정오의 햇빛이 도시를 완전히 덮었다.
“이런데도 너희의 헛된 믿음을 지키겠느냐. 너희를 그저 시험에 빠뜨린 것이라고 믿을 테냐. 그렇다면 가라!”
에다르는 일갈했다.
땅이 진동했고, 시민들은 깜짝 놀라 다시 부복했다.
“거짓된 믿음은 이 땅에서 더는 허락되지 않는다. 나는 서드렛의 주인으로서, 왈로키아의 주인으로서, 대평원의 주인으로서, 인류를 대표하는 자로서 인간이 아닌 것을 섬기게 하지 않겠다.”
에다르의 빛이 점점 잠잠해졌다.
빛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은은하게 몸을 감싸고 있을 뿐.
햇볕 아래에서도 그 빛을 볼 수 있었다.
“따라서 너희가 나를 믿고자 한다면, 거짓된 신이 내린 질서를 버려라. 이 세상에 내린 질서 또한 거짓이니까.”
목소리도 단호하지만 온화하게 변했다.
“나를 믿는 너희에게 첫 번째 명을 내리겠다. 노예는 인간이다. 더는 인간 중에서 인간이 아닌 자가 없으니, 다시는 인간을 사고팔지 마라.”
에다르는 몸을 돌리고 첨탑을 내려왔다.
그가 도심을 걷기 시작하자 군중이 모였다.
군중은 그를 보기 위해 모였다가 그를 보자 엎드렸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도 그의 영혼이 발하는 빛을 보았으니.
감히 무어라 말하지 못하고 고개를 조아렸다.
“아버지.”
라헬이 그를 맞이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서드렛 공작의 저택.
정문에서 많은 무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헬과 권속이 맨 앞에서 섰으며 그가 오자 고개를 숙였다.
그는 권속 중에 숨어 있는 산상노인 누아딜을 보았다.
누아딜은 시선이 마주치자 찡긋 눈웃음을 지었다.
“주인님.”
에다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 뒤의 무리를 보았다.
권속 뒤로 포진한 무리는 징집된 해방 노예들.
한쪽 무릎을 꿇고 가슴에 손을 얹어 묵도했다.
“거룩한 분이시여.”
그리고 노예의 뒤, 무리의 마지막은 서드렛의 군사들.
그들은 멍하니 에다르를 보며 서 있을 뿐이었다.
그때, 한 가신이 앞으로 나왔다.
“헬무트.”
“서드렛 공작님.”
가신 중에 가장 신뢰받는 노가신이 무릎을 꿇었다.
두 손에 공작위를 상징하는 검과 반지를 얹고 올렸다.
“저희는 황제의 아래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제르마니아를 취하고 제국을 손에 넣으십시오. 에다르 님.”
에다르는 반지에 묻은 피를 보았다.
미처 닦지 못한 서드렛 공작, 스베인의 혈흔이리라.
혈흔을 손가락으로 매만져 닦고 오른손 중지에 꼈다.
뒤이어 검은 칼집에서 뽑아 얼굴 앞에 세웠다.
“인류의 주인, 에다르 룬드링겐 폐하 만세!”
누아딜이 외쳤다.
인류의 주인, 룬드링겐, 폐하, 그 단어에 몇몇이 놀랐다.
그러나 곧 표정을 굳히고 창과 칼을 높이 들었다.
“에다르 룬드링겐 만세!”
“황제 폐하 만세!”
공식적으로 그는 제르마니아의 왕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왈로키아의 왕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황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