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90)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92화(92/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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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무실 책상 앞에 앉았다.
“후···.”
손가락 끝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영혼으로 빛을 일으킨 이래 두통이 심했다.
내 가진 것 이상으로 힘을 쓴 모양인지라.
몸이 무겁고 두통에 현기증, 미열까지 났다.
‘한동안 자제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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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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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중지로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상태창을 보았다.
문자가 깨지거나 기존에 문자가 없던 위치에 문자가 생겼다.
‘이름과 레벨 표기가 깨졌고, 특성이 하나 더해졌는데 그 또한 깨져서 알 수 없게 됐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레벨에 변화가 생긴 걸까, 아니면 특성이 더해졌나?
‘분명, 나는 변하고 있다.’
칼끝에서 불을 일으키고,
첨탑에서 빛을 일으킨 것처럼,
레벨, 마력이 주는 힘과는 다른 힘이 더해지고 있다.
그것은 시스템이 표기할 수 없는 것이라.
문자가 깨지는 것은 그 탓이겠지.
‘무력이 높아진 것은 아니야.’
오로코 금화를 세 손가락으로 집어 꾹 눌렀다.
당연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육체가 아니라 영혼.’
나는 로드와 주고받았던 말을 떠올렸다.
–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육체가 주는 감각을 넘어서게 된다는 말을 아나?
– 영혼이 육신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면서 육신에 얽매였던 감각이 개화되는 과정, 말이지.
지금 내가 겪는 변화가 바로 이것이다.
죽음이 가까운 것도 아닌데 말이지.
그 이유는 짐작이 간다.
‘철인, 영혼의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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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당신은 $^$(*&! 되었습니다.
당신의 ^&!*! 의지는 ^&*%$$%
(*(@ 누구든 !)(@@
정신#^?%@ 됩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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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깨진 특성 설명문.
이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검지로 책상을 두드리며 미간을 좁혔다.
“공작님.”
노신 헬무트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피해 보고인가?”
“예. 정확한 수치는 아닙니다. 아시겠지만 피해가 너무 커서··· 확실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겠지. 대략적으로는?”
“추세로 보아 10만에 근접할 것으로 보입니다.”
10만 명.
이번 사건의 부상자를 가리켰다.
나는 다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일단 피해 복구에 중점을 두도록.”
“알겠습니다.”
헬무트가 나가고 나는 연초를 물었다.
‘10만에 가깝다고.’
대평원의 인구가 몇이었나.
‘20만도 안 되지. 한데, 이곳에서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대평원의 인구 절반이 죽거나 다친 셈인가.’
달리 할 말이 없었다.
피해가 너무 커서, 피해가 너무 작아서.
‘우습게도, 적은 피해야.’
대주교 고틀로프가 행한 마법은 일종의 환각 마법이었다.
어둠 속에서 공포와 신앙을 자극해서 사람을 괴물로 보게 하는 환각이었고, 겁이 많을수록, 신앙이 깊을수록 광기로 몰아넣는 마법이었다.
‘호르비드를 믿지 않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다. 하물며 마법이 실존하고 신도 실존하는 세상이지. 믿음의 정도는 지구와 비할 바가 못 돼.’
그런 환경에서 광기에 젖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분명 엄청 큰 피해를 입었는데, 상황을 고려하면 작아.’
이를 고작, 다행, 이라는 말로 퉁 칠 수 있다니.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코웃음 쳤다.
‘내가 어지간히 싫었나 보군. 이렇게까지 한 것을 보면.’
상당한 비용을 소모한 마법이었다.
대주교가 챙긴 보석은 호르비드의 영혼 일부가 담긴 것이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수천 명의 신도가 영혼을 바쳐야 했다.
고작 마법 하나 발동하려고 영혼이 소모품으로 쓰였다.
‘제 영혼을 바칠 정도로 나를 싫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상적인 판단을 못 하는 것인지.’
나는 연초를 물고 서너 번 연거푸 피웠다.
연초를 피운다고 두통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피로는 영혼의 피로니까.
대신 저택을 덮은 혈향이 조금 덜 맡아졌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그 난리가 났던 장소라.
핏물을 지워도 냄새는 진하게 남았다.
‘정상적인 판단을 못 한다고 봐야 해.’
일부라도 영혼은 영혼.
영혼을 소모품으로 쓴다고?
내가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되나?
차라리 판단이 흐려져 내던지고 있다고 봐야겠지.
실제로 그런 추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있었고.
‘호르비드의 마력이 사라진 직후에 나를 덮쳤던 마력.’
내가 칼리오페의 칼끝에서 일으킨 불로 밀어낸 어둠.
티아마르의 마력과 유사하나 그녀의 것이 아니다.
그녀를 감싸고 있는 마력이라고 볼 수 있지.
내 영혼의 빛이 어둠 속에서 권속의 몸을 감싼 것처럼.
그 마력은 티아마르를 감싸고 있는 타락의 원인인 것이라.
‘설정으로 끝난 줄 알았건만, 아니었나.’
나는 기억 속에서 뒷설정을 떠올렸다.
‘티아마르가 타락하게 된 원인.’
“······.”
의자에서 일어나 창밖을 보았다.
도시에 저녁이 찾아와 어둠이 내렸다.
마력이 아니라 자연이 내린 어둠이었는데, 도로에 시민들이 나와 모닥불을 피우고 주변에 뺑 둘러앉았다.
어둠 속에서 겪은 일이 떠올라 무서운 것이라.
‘잠깐 고개를 내민 정도에 불과해. 진정 힘을 투사할 수 있었다면 고작 거기서 끝나지 않았을 터. 분명 대주교의 간절함이 일부 닿은 정도겠지. 호르비드와 신도의 영혼을 가졌으니까. 놈이 좋아하는 영혼의 향기가 놈을 끌어들인 거다.’
나는 다 핀 연초를 끄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래, 아직은 놈이 활동할 때가 아니야.’
아직은.
나는 뒷말을 삼켰다.
똑똑···
라헬이 들어왔다.
“바쁘세요?”
“아니. 무슨 일이지?”
그녀는 땅콩을 한가득 담은 그릇을 책상 위에 올렸다.
“괜찮으시면 이야기나 할까 해서요.”
나는 의자에 손짓하고 땅콩을 집어서 하나씩 깠다.
“주둔지에 있는 군사들은 아버지를 따르기로 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따르지 않고서 무얼 할까.
서드렛 공작은 죽었고, 계승권을 가진 사람은 나뿐.
굳이 따지면 친족이 여럿 남긴 했으나 그들은 의미 없다.
그들이 가진 영향력은 헬무트보다 못하니까.
어찌 감히 내게 공작위를 주장할까.
당연히 가장 먼저 충성을 맹세했다.
“이대로 수도로 몰아치실 건가요?”
“그래. 수도를 점령하고 왕위를 취한다.”
“빠르네요. 제르마니아가 대비 못 하는 틈을 노리신 건가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제르마니아는 이미 대비를 마쳤을 거다. 교국이 호르비드의 영혼을 쓸 정도로 나를 견제하려고 했는데, 소집령 하나 내리지 않았을까.”
“아, 그렇겠네요. 쉽게 쉽게 가나 했는데··· 결국 한 번은 붙어야겠네요.”
“더는 설득으로 싸움을 피할 수는 없을 테니까.”
서드렛의 기사대를 격파한 것보다 더한 모습을 보여야겠지.
“그다음은요? 거기서 끝이 아니겠지요?”
“끝? 시작이지.”
제르마니아가 도시 국가도 아니고 수도 하나 점령당하고 왕위마저 빼앗겼다고 끝일까? 서드렛조차 무수히 많은 직할령과 봉신을 데리고 있는데?
“늑대교 신도와 이종족의 지원을 받은 이들이 봉기할 거다. 그들을 다 잡을 때까지 끝난 게 아니지.”
“두더지 잡기군요.”
“맞다. 쉽지 않고 오래 걸릴 거야. 제르마니아를 정복하는 것 자체는 쉽고 빠르게 끝나겠지만, 아주 작고 귀찮은 일이 한가득 오래 이어질 거야.”
제르마니아는 긴 역사만큼 이종족과 관계가 깊고, 늑대교의 본산인 교국과도 유일하게 맞닿은 국가니까.
수도가 있는 서쪽, 교국이 있는 서쪽으로 갈수록 저항은 거세지겠지.
“그러니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 인간에게서 이종족과의 관계와 신앙을 부숴야 한다.”
“예.”
“나는 제르마니아의 왕위를 얻은 뒤에 바로 돌아갈 것이다. 한동안 제르마니아에 남는 것은 너뿐일 거다. 네 책임 막중한데 할 수 있겠나?”
“제가요?”
“너밖에 없다. 상황이 점점 악화하니까.”
톡, 톡, 톡
나는 창문을 보았다.
솔개 한 마리가 창문을 두드렸다.
– 명령대로 했습니다.
“무슨 명령요?”
“세작.”
나는 세작에게 오늘의 일을 소문내도록 지시했다.
그리프의 세작은 제르마니아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므로, 그들을 통해서 오늘 도시에서 벌어진 일을 낱낱이 퍼트리도록 지시했다.
“오늘 일은 알리지 않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교국이 저렇게 극단적으로 나왔다는 것을 알면 교국을 더 따라야 한다고 할 사람이 늘 것 같은데요.”
“아니, 호르비드가 내게 패했다는 것이 더 놀라울 거다. 신이 벌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내가 벌을 물리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지.”
신앙으로 따르는 사람은 이러나 저러나 태도가 같다.
그러나 이윤으로 따르는 사람은 눈치를 보겠지.
– 에다르 님, 왕위를 얻으시는 즉시 돌아오셔야 합니다.
“심각한가?”
–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밀어닥칠 분위기입니다. 저리 많이 동원해 놓고 아무 일도 없이 해산하지는 않겠죠.
나는 책상을 검지로 톡톡 치면서 잠시 고민했다.
호르비드의 영혼을 사용할 정도로 극단적인 대응.
국경에 집결한 오크가 내려 올 가능성도 낮지 않다.
“네 판단 하에 소개령을 내려라. 올리머스를 제외한 모든 거주지를 비워도 좋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올리머스 하나뿐이다.”
– 알겠습니다.
나는 책상을 검지로 탁탁 치며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게하르드의 위치는?”
– 거의 쉬지 않고 행군 중입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
“수도에서 합류하는 것으로 하지. 그곳에서 기다리겠다.”
게하르드의 군사를 대평원으로 돌릴까 고민도 했다.
허나 돌려봐야 큰 의미가 되지 않을 것이 뻔했다.
그 군사는 왈로키아에서 고용한 용병이 대부분이고 숫자도 내전 중이라 여기저기 수요가 높아서 많이 모이지 못했으니.
하물며 상대가 이종족이라면 사기 저하로 방해가 될 가능성도 컸고.
나는 그리프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 무리하지 마라. 내가 갈 때까지 버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라. 내가 반드시 돌아갈 테니.”
– 걱정 마십시오. 설마 제가 죽겠습니까?
솔개가 끼이끼이 울음소리를 냈다.
나는 피식 웃고서 땅콩을 집었다.
그리고 다시 껍질을 까려던 차,
[대기시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다음 사용까지 남은 시간: 없음.] [권속 생성 스킬을 사용 가능합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하루 4번 있는 권속 생성.
한 번에 권속 4명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다.
대기시간이 초기화되는 즉시 발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흘러가는 시간이 버려지는 시간이다.
‘블라드의 반지가 활력을 불어주지 않았다면 자다가도 일어나야 했겠어.’
나는 속으로 또 웃었다.
앞으로 시간이 더 단축되면 어떻게 될까.
시간 단위가 아니라 분 단위가 된다면?
아무래도 잠잘 시간도 없지 않을까.
‘반지가 있고, 영혼이 커짐에 따라 육신이 내게 미치는 영향도 줄어들고 있다. 조만간 잠을 자지 않는 날도 오겠지.’
인간을 탈피한다는 것은 참 기묘하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그냥 무언가 변해가는 느낌.
육신에 얽매여 있던 한계가 점차 사라져간다고 해야 할까.
‘힘깨나 쓰는 권속이 나왔으면 좋겠군.’
연초 갑에서 새 연초를 꺼내 쥐고서 스킬을 사용했다.
핑—
드물디드문 빛이 터졌다.
사방으로 보랏빛이 퍼졌다가 금빛으로 변했다.
나는 이런 경우는 앞서 두 번 겪었기에 벌떡 일어났다.
내가 깐 땅콩을 먹던 솔개나 멍하니 창밖을 보던 라헬도.
덩달아 놀라면서 원을 그리는 금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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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재상
스카디
Lv. 90
등급: S
특성: [권속], [관리] [관리]
이 특성은 행정, 사법, 경영 등 전문 관리 능력을 가진 자에게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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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한 여성.
그녀는 비딱하게 서서 시뻘건 눈동자로 주변을 훑었다.
솔개, 라헬을 거쳐 나에게서 잠시 멈추었다가 내 손으로.
손에 있는 연초를 보고 그녀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꽤 좋은 걸 피고 계시는군요. 아버지.”
철의 재상, 스카디
나는 내 연초를 탐내며 미소 짓는 권속을 보았다.
‘철의 재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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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재상
스카디
Lv. 90
등급: S
특성: [권속], [관리] [관리]
이 특성은 행정, 사법, 경영 등 전문 관리 능력을 가진 자에게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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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까지 이명에 딱 맞는군.’
나는 상태창을 보다가 그녀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외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큰 키.
나와 견줄 정도로 키가 컸다.
옆에 선 라헬이 애처럼 보일 정도로.
‘전투에 적합하진 않겠지.’
이명과 특성을 보면 전형적인 관료다.
파시메아가 마법을 부릴 수 있어도 전문적이지 못하듯이 S급, 90레벨이란 기반은 분명 어지간한 고레벨을 때려잡을 정도의 힘은 있겠으나, 압도적인 활약을 보이기는 어려울 터.
‘당장 필요한 것은 전투 특화 권속이었지만,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좋아.’
천하를 말 위에서 다스릴 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않나.
제르마니아를 정복한 뒤에 체제를 한 번 엎어야 한다.
그리프, 게하르드, 파시메아, 라헬 등에게 영주 대리나 총독이나 제조 관리 같은 임시방편으로 내린 직무를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나는 봉건제를 해체하겠다고 했다.’
당장은 현실을 이해하기에 서드렛 공작 휘하의 봉신을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내게 여유가 주어진다면 대평원과 북부 왈로키아에서 그러한 것처럼 봉건 영주를 지워버릴 것이다.
그리고 봉건 영주가 사라진 자리에 중앙 정부의 명령과 녹봉을 받는 관료로 대체하여 중앙집권적 관료제를 심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것은 내 구상을 이해할 수 있고,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행정관이 필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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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속 생성 스킬을 사용하여 숙련도를 획득했습니다.] [권속 생성 스킬의 등급이 오릅니다.] [등급: 4성 -> 5성] [스킬 재사용 대기시간이 4시간으로 감소합니다.]————————————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어도 일은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어. 권속 생성도 매일 4명에서 6명으로 늘었고, 그만큼 관리에 적합한 능력을 갖춘 권속도 늘어날 테니.’
나는 철의 재상, 스카디를 보았다.
싱긋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음을 지었다.
머리카락 색처럼 새빨간 눈동자.
마치 뱀처럼, 로드와 닮은 눈동자.
거기에 입꼬리를 올려 웃음을 지으니 먹이를 보는 눈빛이라.
나는 피식 웃으면서 연초를 그녀에게 건넸다.
“한 대 피우겠나.”
“좋지요.”
스카디는 검지에 불을 일으켜 연초를 지폈다.
“마법을 쓸 줄 아는군.”
“조금요. 잘 쓰진 못합니다. 전투엔 가급적 끼우지 마십쇼.”
그녀는 의자를 끌어와 내 앞에 털썩 앉았다.
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으로는 연초를 집고.
상당히 비뚤어진 자세로 나를 보았다.
‘아버지, 이 사람 조금 버릇이 없네요.’
라헬이 눈살을 찌푸리고 스카디의 뒤통수를 째려보았다.
“다 들려.”
흠칫
라헬은 고개를 돌렸다.
시뻘건 눈동자가 그녀를 흘겼다.
뱀이 토끼를 보는 눈빛이 이것과 같겠지.
스카디는 고개를 돌려서 연기를 길게 내뱉고 말했다.
“저는 스카디입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그녀는 연초를 내려놓고 내가 까놓은 땅콩을 집었다.
“철의 재상, 그게 제 이명입니다. 그에 맞게 가진 재주도 관리에 걸맞은 것이고. 아버지께서 영주 혹은 그 이상의 존재이시거나 되기를 바라신다면 저를 중용하셔야 할 겁니다. 안 그러면 꽤 시간을 버리시게 될 테니까요.”
자부심이 뚝뚝 흘러나오는 어투.
라헬이 뒤에서 허, 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아버지는 저를 아시는데, 저는 아버지를 모르는군요.”
나에 대해 말해, 라고 빨간 눈이 번뜩였다.
나도 연초를 내려놓고 시선을 마주 보았다.
“나는 에다르 룬드링겐이다. 꽤 넓고 비옥한 땅을 가진 영주지.”
으음, 하고 스카디가 끄덕였다.
“그리고 곧 인류의 유일한 황제가 될 것이고.”
고개를 끄덕이던 스카디가 눈매를 좁혔다.
“그러면 제가 아주 필요하시겠군요.”
“그래. 나는 네가 필요하다, 스카디.”
“제가 원하는 자리는 아십니까?”
철의 재상이 바라는 자리가 재상 외에 달리 있을까.
스카디가 잔잔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네게 처음부터 그만한 자리를 줄 수는 없지.”
상태창만으로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니까.
“그럼요.”
의자를 바짝 당겨 내 앞으로 왔다.
“제가 어떻게 아버지께 자신을 증명할까요? 제게 큰 일을 맡기기 부담스러우시다면 단순 업무부터 보조하죠. 사무? 법? 재정? 뭐든 맡겨보세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조잡하게 굴 생각 없다. 내가 궁금한 것은 네가 가진 지식과 관점이다. 네가 내가 바라는 역할에 부합하는 인물인가, 그게 중요한 거지.”
스카디가 원하는 자리는 재상.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를 원한다고.
‘처음에는 그리프를 재상으로 삼으려 했다.’
그리프는 내 초기 권속이면서 올리머스 개발에도 큰 도움을 주었고, 대평원 전역을 관리하는 것도 수월하게 처리했으니까.
권속 중에서 능력을 입증했고, 내 뜻을 잘 이해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팔이 짧아.’
녀석이 손 닿는 곳은 거기까지.
업무를 몇 번 맡겨 봤지만 한계가 또렷했다.
게하르드나 파시메아 같은 고위 권속과 조율도 부족했고.
‘마찬가지로 게하르드는 총독보단 군단장이란 이름에 맞게 야전 사령관에 걸맞아. 파시메아는 행정에도 재주가 있으나 연금술이란 특성대로 연구, 제조 같은 분야에 적합하지.’
나는 힐끗, 내 뒤에서 지금껏 조용히 있는 칼리오페를 떠올렸다.
‘칼리는··· 내게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하고.’
라헬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나를 대신하는 존재는 없다고 봐야 해.’
좋게 보아야 각 분야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정도.
‘과연, 철의 재상이 내가 바라는 능력을 갖췄을까.’
나는 깍지 낀 손을 책상에 얹고 말했다.
“먼저 몇 가지 묻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