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93)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95화(95/185)
너희는 가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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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끼이———
솔개 한 마리가 활공하며 지상을 보았다.
지상,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는 들판.
살랑이는 보리밭을 짓밟고 두 개의 군대가 대치했다.
한쪽은 제르마니아 왕국군, 다른 한쪽은 서드렛 공작군.
왕위를 지키려는 쪽과 왕위를 찬탈하려는 쪽의 대치.
그 가운데 한 남자가 말을 타고 구릉 위에 올랐다.
“수가 많군.”
그는 턱을 쓸며 공작군을 살폈다.
대열을 펼친 군사는 족히 40,000명에 달해 보였다.
“늑대교가 봉기를 일으켰다고 하지 않았나? 수가 많이 줄었어야 했을 텐데 그닥 줄어든 모양새가 아니야.”
그는 갸웃하면서 다시 공작군을 살폈다.
몇 번을 새어도 수가 변함이 없었다.
첫 보고에서 추정한 규모가 몇이었더라?
‘6만. 늙은 서드렛 공작과 젊은 서드렛 공작의 군대가 별 충돌 없이 합쳐졌다고 했으니까. 둘을 합치면 거진 6만 명에 달했겠지.’
한데, 6만에서 4만이라?
2만 명이 줄었으니 많다면 많이 준 셈이지만.
늑대교 신자가 몇 명인지 따져보면 반도 줄지 않은 거다.
심지어 수도에 도착하기까지 여러 전투를 치르지 않았나?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데.”
추기경이 못해도 3배수의 격차가 날 거라 호언장담했거늘.
이탈자가 저리 없을 만큼 배교도가 많았다고?
“아니면 봉기를 주도할 사제를 몽땅 죽였을지도 모르겠군.”
뒤따라 구릉에 오른 가신이 말을 받았다.
“그랬다가는 천벌 받을 겁니다.”
“천벌은 이미 내리지 않았나?”
그, 틸리 백작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가 말하는 천벌이란 키루나에서 일어난 일을 가리켰다.
호르비드가 키루나의 시민을 절멸시키고자 했으나 젊은 서드렛 공작이 이를 막아냈다고.
“호르비드 님도 저자를 어찌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
“백작님, 말씀 조심하십시오. 듣는 귀가 많습니다.”
틸리는 어깨를 으쓱였다.
“듣건 말건 사실은 사실이지.”
“어휴···.”
가신의 한숨에 틸리는 피식 웃었다.
“신의 징벌을 막다니. 분명 위업이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위업을 이룬 것이야.”
한낱 사제조차 대영주가 쉬이 건드리지 못하는 세상이다.
혹여 사제가 신의 이름을 빌려 영주에게 벌을 내릴까 봐.
그런데 사제를 넘어서 신에게 징벌을 받다니.
그도 모자라 징벌을 이겨내다니?
이것이 과연 인간이 할 수 있는 업적인가?
“하지만 그뿐이죠. 징벌을 어떻게 막았는지는 몰라도 징벌은 끝난 것이 아니잖습니까. 신의 분노를 산 시점에서 결말은 정해졌지요.”
“음, 그건 그렇지.”
틸리는 제르마니아 왕국군을 보았다.
이단에 맞서기 위해 국왕과 추기경이 소집한 군대.
그 수가 대충 보아도 서드렛 공작군의 두 배가 넘었다.
“정말 많군요. 9만 명이라고 했던가요? 제 평생 이렇게 많은 수가 한자리에 모일 줄은 몰랐습니다.”
“서드렛도 제르마니아의 봉신이란 것을 생각하면, 순수하게 제르마니아의 역량으로 13만이 넘는 군대를 동원한 셈이지.”
“나라의 피해가 막심하겠군요.”
틸리는 고개를 주억였다.
“양측 다 단기 결전을 뜻에 두고 끌어모았으니 전투는 오늘 하루에 끝나겠지만··· 전투로 인한 사상자는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니까.”
제르마니아 영내에서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간 상당수가 난데없는 내전을 치르기 위해 몽땅 동원된 상황.
왕국군이 압승해도 최소 4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국가적으로 봤을 때 절대로 적지 않은 피해다.
“대체 왕위가 뭐라고 욕심을 내는 걸까요.”
가신은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그러게 말이다.”
분명, 왕위는 값지다.
그러나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할 정도냐고 묻는다면,
적어도 그는 절대 아니라고 망설임 없이 답하겠지.
“하물며 승산조차 없는데요.”
와아아아아아———!
환호성이 터졌다.
왕국군의 대열 앞을 지나는 무리.
호르비드를 상징하는 대형 성물을 든 기사들.
일백에 달하는 그들은 호르비드의 가호를 받은 기사였다.
신의 가호를 받은 자로 구성된 교국의 기사단이었다.
“뭐, 더 볼 것도 없겠습니다.”
승패가 뻔한지라, 가신이 쯧쯧 혀를 찼다.
“전대 공작이 바보도 아니고 얌전히 왕위가 넘어오길 기다린 이유가 뭐였겠습니까. 이리될 것을 뻔히 알았으니까. 그러니 참고 기다린 거 아닙니까?”
틸리는 고개를 저었다.
“무엇이 저 젊은 영주를 여기까지 몰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황제의 저주 때문일지도요.”
“저주라··· 소문 말이냐?”
“예. 그 요상한 소문요. 그게 사실이라면 말이죠.”
그는 저주에 관해 돌고 있는 소문을 떠올렸다.
에다르가 이 나라에 당도한 이래 돈 온갖 소문 중 하나.
저주에 관한 소문은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늑대교가 저주를 퍼트리고 있다는 내용이었으니.
“—하여 저 젊은 영주가 분노해서 신전을 파괴하고 저주를 해소했다는 터무니없는 내용이었습니다만,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 정도 관계는 있어야 할 것 같지 않습니까?”
가신의 확신에 찬 물음에 틸리는 침묵했다.
늑대교가 이단으로 지목하고, 멸절이란 징벌을 내리고, 수백 년간 출정하지 않은 기사단까지 보내는 것을 보면 분명 둘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
그것도 아주 큼지막하게.
“듣는 귀가 많다고 했던 게 누구였지?”
가신은 입을 다물고 시선을 피했다.
“이쪽은 더 깊게 생각하지 마라. 위험해.”
틸리는 가신에게 경고하고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가신에게 한 경고는 자신에게 한 경고이기도 했다.
그도 깊게 생각할수록 마음 한 편이 불안했으니까.
소문이 그의 믿음을 흔들기 때문에.
혹여 사실이면 어쩌지, 하는 의심 때문에.
그는 소문을 깊게 생각할수록 젊은 영주에게 마음이 이는 것을 느끼고 생각을 멈추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야.’
도대체 왜 제르마니아의 왕위를 노리나,
도대체 왜 교국이 이리 극단적으로 대응하나,
도대체 왜 서드렛의 가신들이 이단자를 따르나,
무엇 하나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온통 소문에 소문을 거쳐 추측으로 나돌 뿐.
‘4만. 저 많은 무리가 공작이 이단으로 지정되었음을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들은 신이 두렵지 않은 것인가?’
그는 절도 있게 도열한 공작군을 보았다.
그곳에서 두 사람이 말을 타고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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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사 안에 앉아 있던 나는 심한 두통에 관자놀이를 눌렀다.
키루나에서 빛을 발한 이래 두통이 끊이질 않았다.
그나마 미열과 현기증은 사라진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괜찮으십니까?”
칼리오페가 곁에서 조심스레 속삭였다.
“좀 더 쉬시는 게···.”
“그럼 지휘는 누가 하고?”
“저희가 하겠습니다.”
그녀의 단호한 말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아서라. 너희를 못 믿는 것은 아니나, 지금은 내가 해야 한다.”
연초를 꺼내 입에 물었다.
정오도 되지 않았거늘, 벌써 네 개째.
평소 하루 한 두 개비에 불과했음을 생각하면 참 과했다.
하지만 이렇게 피지 않으면 두통이 너무 심한지라.
막사를 너구리 굴로 만들면서 나는 목을 주물렀다.
– 몸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습니다.
솔개, 그리프의 패밀리어가 막사 안에 내려앉았다.
“몸은 문제없다.”
문제가 있다면 영혼이지.
나는 말을 삼키고 그리프의 뒷말을 기다렸다.
– 오크들이 국경을 넘었습니다.
“꽤 과감하군.”
나는 눈매를 좁혔다.
어지간하면 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대의제의 압박이 생각 이상으로 강한 모양이다.
– 부족은 검은 태양. 지노릭이 이끄는 오크입니다. 수는 전에 말씀드렸듯이 17만을 넘었으며 국경을 넘은 것은 1만 마리 정도입니다.
1만 마리.
우그다쉬의 부족과 맞먹는 숫자.
예전이었다면 전면전으로 여겼겠지.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소개령은?”
– 이미 내렸습니다. 인명 피해는 없습니다. 하지만 도시는 새로 지어야 할 것 같군요.
“인명 피해만 없으면 된다. 도시는 몇 번이고 만들 수 있어.”
– 예. 대평원 전역에 소개령을 내렸고 올리머스에서 농성할 계획입니다. 따로 지시하실 말씀 있으신지요?
나는 검지로 턱을 쓰다듬다가 말했다.
“없다. 그쪽 지휘는 네게 맡기겠다. 올리머스에서 나를 기다리되 필요하다면 나와서 솎아내도 좋다.”
– 알겠습니다. 혹시, 저희가 맞선다고 전면전으로 이어진다거나 그런 일은 없겠죠?
“걱정 마라. 놈들은 우리와 결판을 내기 위해 내려온 것이 아니야.”
오크는 멍청하지만 답이 없는 멍청이는 아니다.
내가 놈들과 공멸하고도 남을 힘이 있음을 안다.
따라서 나를 과하게 자극하지 않을 터.
“전면전을 생각했다면 전부 다 넘어와야지. 왜 일부만 넘었을까. 어정쩡하게.”
– 선발대 아니겠습니까.
“선발대로 1만 마리를?”
내게 짓밟힌 우그다쉬가 그 정도였는데.
부족장 지노릭이 그것을 모를까.
“선발대가 아니다. 대의제의 압박에 못 이겨서 공격하는 시늉만 하는 거야. 되려 우리가 맞서서 피해를 내준다면 놈이 좋아하겠지.”
– 좋아한다고요?
“대의제에 열심히 싸우고 있다고 변명하면서 말 안 듣는 부족을 남의 손으로 처리할 수 있을 테니.”
– 그것참··· 돼지 주제에 머리 좀 쓰는군요.
조금 규모가 큰 국지전이다.
분명 대의제가 오크들에게 요청했겠지.
귀쟁이와 난쟁이가 대치 중이니까.
저들을 대신해서 나를 도발하도록 말이다.
“우리가 제르마니아에서 패하거나 시간을 끌면 나머지도 넘어오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역량을 경계해서 넘어오지 않을 거다.”
– 알겠습니다. 그럼 기존 계획대로 움직이겠습니다.
솔개는 그리프와 연결이 끊기자 탁자 위의 땅콩을 물었다.
나는 녀석을 쓰다듬어 주면서 늙은 가신을 보았다.
서드렛의 노신, 헬무트.
“군의 상태는 어떻지? 이탈자가 더 늘었나?”
“아닙니다. 어제 이후로 이탈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이전에 나는 누아딜과 암살조를 호출했었다.
그 이유는 늑대교 사제를 사냥하기 위함이었다.
늑대교가 황제의 저주를 퍼트리고 있었고, 후방 교란을 목적으로 봉기를 일으킬 위험도 예상되었으니까.
그리고 예상은 맞았다.
서드렛 공작위를 계승한 직후, 늑대교 사제가 신도를 선동하여 봉기를 일으켰다는 보고가 속속 들어왔다.
암살조가 움직였어도 워낙 영역이 넓고 사제의 수가 많은 탓에 군의 절반에 가까운 수가 봉기 진압을 위해 이탈했다.
한 번의 싸움도 없이 수만 명의 전력이 감소한 셈.
그러나 이 정도는 양호했다.
‘봉기가 일어나지 않은 영지가 절반이 넘는다는 뜻이니.’
암살조를 미리 보내지 않았다면 대평원에서 동원한 군사만으로 제르마니아 전체와 맞닥뜨려야 했으리라.
“봉기로 인해 이탈하겠다는 자는 막지 마라. 전투에서 이겨도 영지가 무너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알겠습니다.”
부우————
뿔 나팔 소리가 울리고 라헬이 막사로 들어왔다.
“게하르드가 도착했어요.”
나는 막사를 나와 후방에 출현한 대규모 군대를 보았다.
룬드링겐, 뢰제네, 왈로키아, 여러 깃발을 휘날리는 군대.
게하르드를 선두로 말을 탄 네 사람이 막사 앞으로 왔다.
“폐하. 북부 왈로키아 총독부에서 용병 8,000. 지금 도착했습니다.”
게하르드는 말에서 내려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 숙였다.
“이쪽은 12,000명이에요. 더 동원할 수 있었지만, 영내에 소요에 대비해야 해서.”
그 뒤로 율리아 뢰제네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근위병 200명이 전부네. 실상 전투에 도움은 안 될 거야.”
왈로키아의 국왕 파베 쿠스로르프는 헛웃음을 지었다.
“내 평생 제르마니아 땅을 밟게 될 줄은 몰랐군.”
끝으로 나는 파시메아를 보았다.
“대평원에서 징집병 1,000명. 화포는 14문. 화약은 충분하지 않아. 장기전은 피하는 게 좋을 거야.”
“회전은 이번 한 번으로 끝이다.”
나는 네 사람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게하르드, 율리아, 파베, 파시메아. 모두 내 부름에 따라 주어 고맙다. 미안하게도 쉴 시간도 없을 것 같군. 바로 시작해야겠어.”
이들이 동원한 수가 도합 21,000명 남짓.
늑대교 봉기로 군에서 이탈한 수와 비등한 수.
이로써 내게 60,000여 명의 군사가 손에 들어왔다.
“게하르드. 즉시 진형을 갖추고 공격을 준비하라.”
“알겠습니다. 폐하는 어찌하시겠습니까?”
나는 정면에 있는 왕국군을 보았다.
후발대가 도착하자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오겠다. 파시메아, 따라와라.”
안장 올라 들판으로 말을 몰았다.
칼리오페와 파시메아가 뒤따랐다.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궁금증을 채워 줘야지.”
“궁금증?”
“나는 그리프의 세작으로 하여 온갖 소문을 퍼트리면서 내 목적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서드렛의 연회에 참석한 이들은 나를 알지만, 그러지 못한 이들은 나를 모른다.”
안다고 해봐야 사생아, 패륜아 정도겠지.
“저들은 궁금할 거야. 내가 왜 서드렛에 만족하지 않는지. 무엇 때문에 교국이 나를 이토록 적대하는지. 그리고 서드렛과 뢰제네, 이들이 이단이 된 나를 왜 따르는지.”
나는 그것을 고할 것이다.
서드렛 공작의 가신들 앞에서 고했듯이.
“의미가 있을까?”
“글쎄, 모르겠군.”
세상엔 서드렛 공작, 이벨라와 같은 이들이 널렸으니.
그들은 진실을 들어도 인정하지 않고 반발하겠지.
“그런데도 나는 말하고 싶다. 저들이 모르는 진실과 잘못된 착각을.”
대치한 두 군대의 한 가운데에서 나는 말을 멈추었다.
파시메아가 마력을 일으켜서 내 목소리를 높였다.
“됐어. 시작해.”
십만에 달하는 적의 무리가 오직 나를 보았다.
나는 목을 한 번 어루만지고 턱을 치들었다.
“나는 에다르. 에다르 룬드링겐이다. 서드렛의 적법한 계승자이며, 오로코 대평원의 영주, 북부 왈로키아의 변경백, 대의제의 아홉 번째 자리를 가진 자다.”
왕국군에서 웅성거림이 들렸다.
“자신을 인간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들어라.”
나는 오른손을 펼치고 머리 높이로 들었다.
“너희는 가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