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94)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96화(96/185)
올후스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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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제르마니아의 국왕, 크리스티안은 인상을 찌푸렸다.
들판 한가운데에서 에다르가 말 안장에 올라 고했다.
너희는 가축이라고, 마력으로 목소리를 퍼트려서 고했다.
“뭔 헛소리야?”
“가축이라니?”
왕국군의 반응은 크리스티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황당함, 비웃음, 분노, 여러 감정이 섞인 웅성거림.
왕국군 곳곳에서 소란이 일었다.
“지금 생각했겠지. 어떻게 너희가 가축이냐고.”
에다르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가축이란 무엇이냐?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가리켜 가축이라 한다. 내 묻건대, 너희가 가진 땅이 너희의 것인가?”
귀족들은 눈살을 구겼다.
그들은 크건 작건 봉토를 가진 영주.
봉토가 누구의 것이냐 묻는다면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 말하지만, 진정 봉토의 주인이 너희냐고 되묻는다면 그들은 작은 목소리로 답할 것이다.
이 땅이 주인은 위대한 종족이시라고.
“그리고 너희는 오롯이 자유인인가? 너희 위에 인간이 아닌 존재가 주인으로 있지 않고?”
불만을 토하던 목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보아라. 너희는 주인이 있고, 너희가 가진 것은 주인의 것을 빌린 것에 불과한데, 어찌 가축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 너희가 인간이 아니라 가축이라 업신여기는 노예와 너희가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
에다르는 높이 들었던 손을 가슴에 얹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노예가 어찌 이런 부를 누리고 사느냐고. 그런 말을 하는 너, 서드렛이야 말고 가장 부유한 노예가 아니었냐고 말이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서드렛은 가축 중에서 가장 훌륭한 품종이었다. 그런데 보라. 서드렛의 주인이 행한 것을 보아라. 그토록 충절을 바쳤음에도 단 한 순간에 주인은 노예에게 징벌을 내렸다. 대체 왜? 서드렛이 무엇을 잘못 했기에 이런단 말이냐?”
표정을 찡그린 이들이 눈매를 좁혔다.
젊은 서드렛 공작이 왜 이단으로 찍혔는가,
호르비드가 왜 대도시 키루나를 절멸시키려 했는가,
그것은 마음 한 편에서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었으니까.
“바로 진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진실?
듣는 이가 고개를 기울였다.
“황제의 저주가 질병이 아니요, 호르비드의 사제들이 너희를 두려움에 떨게 하여 믿음을 사려는 의도로 그런 것임을 알아챘기에, 진실을 감추고자 서드렛에 징벌을 내린 것이라.”
“거짓말!”
“이놈! 뚫린 입이라고 못 하는 말이 없구나!”
욕지거리가 터졌다.
몇몇은 돌을 던지고,
몇몇은 화살을 쏘고,
또 몇몇은 말을 몰아서 달려들려고 했다.
그들의 믿음이 깊었고, 깊지 않아도 깊다고 주장해야 이단으로 몰리지 않을까, 눈치 보는 자가 가득했으니.
소란은 잦아들지 않고 계속 커졌다.
“너희가 증명을 원한다면.”
에다르의 옆으로 짐마차 한 대가 다가왔다.
짐칸에 실은 것은 네 개의 오크통.
그는 오크통을 가리켰다.
“이 안에 든 것이 황제의 저주다.”
파시메아가 손을 뻗어서 마력으로 오크통을 띄웠다.
네 개의 오크통이 허공에서 넓은 간격으로 높이 떴다.
“너희는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지. 그렇다면 겪어보아라. 이것이 황제의 저주고, 호르비드가 너희에게 내린 포상이다.”
에다르는 반지 낀 오른손을 들었다.
블라드의 영혼이 깃든 반지가 마력을 일으켰다.
오크통 안에 든 기생충이 주인의 마력에 반응했다.
팡, 팡, 팡, 팡!
폭발하는 오크통과 그 안에서 터져 나오는 핏덩이들.
뢰제네 후작령에서 주교가 일으켰던 상황과 똑같았다.
“뭐, 뭐야···?”
핏덩이, 황제의 저주라 불리는 기생충.
손톱보다 작은 기생충 무리가 왕국군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모습이 마치 농작물에 달려드는 메뚜기떼 같은지라.
왕국군은 경악하며 사방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이쪽으로 오잖아!”
“피해! 공격이다!”
그러나 조밀하게 진형을 갖춘 병사가 어디로 도망갈까.
동료 사이에 끼어서 우왕좌왕하는 병사의 피부로 핏덩이가 들러붙었고, 떼어 내려고 손을 뻗기도 전에 스며들었다.
“떨어져! 떨어지라고!”
고통은 즉각 찾아왔다.
“아아아아악!”
왕국군은 고꾸라져 비명을 지르는 이들로 가득 찼다.
오크통 하나에 작은 도시를 멸할 정도의 기생충이 담겼으니.
네 개의 통을 터트린 결과, 왕국군 전체가 저주에 걸렸다.
“너희 안에 있는 것이 황제의 저주다.”
에다르는 블라드의 마력을 다시 일으켰다.
그러자 왕국군에게 스며들었던 핏덩이가 도로 빠져나와 하얀 결정으로 변하며 바스러졌다.
그들을 덮쳤던 고통 또한 사라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터.
“허··· 허억···.”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감쪽같이 사라진 고통.
흙바닥을 긁으며 비명을 지르던 이들은 얼떨떨한 표정과 떨리는 눈동자로 몸을 일으켰다.
“이것을 지금 이 나라 곳곳에 퍼트리고 있는 족속이 바로 늑대교의 사제고, 혈족의 종복이다.”
왕국군은 에다르의 육신에서 발하는 빛을 보았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도 햇빛보다 밝은 빛.
그 빛이 그들에게 닿고 있었다.
“이게, 대체···.”
몇몇 병사는 제 몸을 더듬었다.
그들을 괴롭혔던 고통이 사라졌기에.
조금 전에 그들을 괴롭힌 고통이 아니라, 평생 그들을 괴롭혔던 지병이 사라졌음을 느꼈기에 몸을 더듬는 것이었다.
“너희가 믿는 위대한 종족과 신은 절대 너희의 고통을 덜어주지 않는다. 너희를 고통스럽게 만들어야 너희가 그들을 찾고 매달릴 테니까.”
“그 입 닥쳐라! 배교자야!”
한 사제가 그에게 소리쳤다.
“저주랍시고 벌레를 조종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너다! 어찌 네 악행을 호르비··· 헉!”
노성을 터트리던 사제의 몸이 허공에 떴다.
에다르가 사제를 향해 손을 뻗었다.
블라드의 반지가 일으킨 마력이 사제에 닿는 순간,
육신이 하얀 결정이 되어 바스러졌다.
저주를 일으킨 기생충과 같은 죽음.
이를 본 모두가 숨을 삼켰다.
“아무리 우수한 품종으로 남아도 결국 가축은 가축일 뿐이다. 진실이란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도살당하지. 너희는 이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나?”
파시메아는 에다르의 목소리를 더욱 키웠다.
“너희가 몇 대에 걸쳐 충절을 지켜도 너희는 가축이다. 너희 아버지가 가축이었듯이, 조부 또한 가축이었듯이, 가축에서 해방되는 일은 없다. 주인의 뜻에 따라 언제든 도축될 수 있는 것이 너희다. 너희는 이런 삶에 만족하는 것이냐?”
에다르는 잠시 말을 멈추고 왕국군을 훑어보았다.
“인간은 인간 자체로 존엄을 가진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다시 손을 높이 치들었다.
왕국군 곳곳에서 터지는 비명.
사제의 육신이 바스러지는 광경.
“어찌 인간이 이런 대우를 받으며 살아야 한단 말이냐!”
모든 사제가 하얀 결정으로 변하지는 않았으나, 사제가 벌레와 같은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왕국군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충격이 떠나기 전에 에다르가 고했다.
“나는 가축이 되지 않겠다. 가축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 그것이 왕위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나는 제르마니아의 왕위를 얻고 황제가 될 것이다.”
황제.
서드렛의 저택 홀에서 가신들이 숨을 삼킨 것처럼.
그의 선언을 들은 이들은 숨을 삼키며 어깨를 떨었다.
조금 전의 소란이 황제, 라는 말에 꺼졌다.
“이종족이 인간에게 허락하지 않은 그 자리. 나는 그 자리에 앉아 그들의 명령에 따르지 않아도 인간이 오롯이 설 수 있음을 증명하겠다. 제르마니아를 넘어 왈로키아, 교국, 공화국, 모든 소국을 정복하여 오로지 하나의 인간 국가만 남기겠다.”
수많은 눈동자에 수많은 감정이 뒤섞였었는데.
그 감정들이 이제 하나로 모여지기 시작했다.
바로 경악으로.
“인류가 하나가 되어 가진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이종족 따위가 인간을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다. 그때 와서 감히 누가 인간을 가축이라 여기겠는가?”
그는 말 위에서 경악 어린 눈동자를 내려보듯 보았다.
분명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시선에 닿은 이들이 몸을 움츠렸다.
“지금까지의 인간 역사는 노예의 역사요, 가축의 역사였다. 나는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제르마니아 따위가 아니라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
육신에서 발하는 빛이 더욱 강해졌다.
병사들은 눈이 부셔서 빛을 가리고자 손을 들었고,
사제들은 다급하게 병사들 뒤로 몸을 숨기며 신음을 흘렸다.
빛 앞에서 어둠이 녹아내리듯 살이 녹는 고통을 느꼈으니까.
“따라서 나의 싸움은 종족 투쟁이다. 인류의, 인류에 의한, 인류를 위한 유일 제국을 만들기 위한 인간의 투쟁. 이전까지의 인간 역사는 사라지고 앞으로의 역사는 종족 투쟁의 역사가 될 것이다. 그 위대한 사명에 나 자신을 바치겠다.”
그는 오른손을 뻗어 뒤를 가리켰다.
“나는 키루나에서 고했다. 황제의 아래서 살겠느냐, 공작의 아래에서 살겠느냐. 그곳에서 어떤 답을 들었는지 너희는 알겠지.”
그에게 향했던 주의가 그의 뒤로 향했다.
조용히 대열을 이루고 있는 서드렛의 군사들.
그들은 그의 뜻을 알고 그에 동조한 것이라.
그렇기에 교국의 이단 선고에도 그를 따른 것이라.
“이제 그곳에서 했던 말을 바꾸어 너희에게 고하겠다. 가축으로 살겠느냐, 인간으로 살겠느냐.”
들판에 정적이 내려앉으며 그의 빛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빛이 가라앉자 사제들의 앓는 소리도 사그라들었다.
“······.”
이제 그들은 답을 알았다.
그가 왜 왕위를 노리는가.
교국이 왜 그를 적대하는가.
이 싸움이 단순한 반란이 아니란 것을.
단순한 이단의 발흥이 아니란 것을.
왕국군에 속한 모두가 깨달았다.
둥!
북소리가 울렸다.
둥—! 둥—!
부———!
에다르의 군대가 진군을 개시했다.
대답은 필요 없다는 듯이 그들은 발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