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98)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00화(100/185)
조언
###
나는 집무실 책상 앞에 서서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책상 위에 펼친 지도는 제르마니아의 전국 지도.
잉크로 찍은 표식이 군데군데 있었다.
“음···.”
팔짱을 끼고 기억을 되짚었다.
제르마니아에 있는 여러 자원 산지.
나는 그곳을 지도에 표기하고 있는 것이라.
잠시 고민하다가 몇 군데 더 표식을 찍었다.
“이대로 파시메아에게 전해라.”
“예, 폐하.”
지도를 돌돌 말아서 전령에게 넘겼다.
“파시메아한테요?”
전령이 나간 뒤에 스카디가 갸웃했다.
“파시메아는 연구, 제조 담당 아닌가요?”
“제조를 위해 필요한 자원 관리도 맡고 있지. 특히 광업은 그리프나 게하르드의 관할지여도 파시메아가 우선권을 가지고 개발한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연구,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최우선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재료가 없어서 연구를 못 하고 제조를 못 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필요하면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도 주었지.”
스카디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것 참, 관계가 복잡하군요.”
“주먹구구식이지. 체제를 정비할 여유가 없었으니.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권한을 주고 예외를 두고, 그런 식으로 반복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군.”
“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네요. 제르마니아, 왈로키아는 기존에 아버지께서 점유하신 영토보다 압도적으로 커요. 지금처럼 운영하시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겁니다.”
“그래. 그래야지. 올리머스에 돌아가는 즉시 개편할 생각이다.”
그녀의 말대로 시급한 문제니까.
“대관식은 어떡하실 건가요?”
“대관식?”
“아버지께서 스스로 황제라 칭하긴 하셨습니다만, 그 자리에 있던 몇몇 사람 외에 제국이니 황제니 누가 알겠어요? 대관식을 열어서 만방에 알리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대관식이라.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제르마니아와 왈로키아, 두 개의 왕위를 취했다.
그리고 제국이 건국되었음을 선포하고 칭제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관식을 치르자고?
“글쎄.”
고개를 저었다.
그깟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대관식을 한다고 대의제가 알아주나?
아니면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지방에서 알아주나.
“두 나라의 행정력은 그리 깊지 않아. 대관식을 치러도 지방에선 내가 황제를 칭했다는 것을 모를 거다.”
제국의 건국과 즉위을 알리는 의도가 부질없다면,
대관식에 남는 의미가 뭐가 있을까.
“선전 효과를 누리는 것 외에 의미를 찾는다면 정통성뿐이다. 허나 내게 무슨 정통성이 필요하겠나. 호르비드가 내 적이고, 대의제도 내 적인데, 어디서 정통성을 끌어오지? 헬무트, 본래 왕관은 누가 씌우는 것이냐.”
서드렛의 노신 헬무트를 보자 그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제르마니아와 왈로키아는 교국에서 대관식을 치릅니다. 교황이 직접 왕관을 씌우고 호르비드와 접견을 하게 되지요. 그것으로 정통성을 부여받습니다.”
“내가 그러길 바라나?”
옆에서 조용히 과일을 깎던 라헬이 말했다.
“제가 아버지께 왕관을 씌워드리고 싶었는데요.”
“왕관은 스스로 쓰는 거다. 누가 씌워주는 것이 아니야. 나약한 족속이나 정통성에 매달리지.”
내가 괜히 두 국가의 왕관과 인장을 없앴나.
내가 원한 것은 단절이었다.
이종족과의 역사적 단절.
“따라서 대관식은 없다.”
“아···.”
물은 것은 스카디였으나 정작 아쉬워하는 사람은 라헬이었다.
“헬무트, 병사들의 분위기는 어떻지?”
“볼멘소리가 조금 있습니다.”
불만? 나는 눈매를 좁혔다.
“약탈을 금하신 것이 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음.”
수도 올후스를 점령한 직후 약탈을 금한 것 말이겠지.
6만에 달하는 군사가 약탈을 시작하면 뻔하지 않나.
약탈이 끝난 뒤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다.
하여 나는 약탈을 금하고 군사에서 멀찍이 주둔시켜서, 포로로 잡은 왕국군을 감시하도록 지시했다.
“이전까지는 직접 싸우지 않고 도시와 요새를 점령했기에 말이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만··· 이번에는 대규모 회전을 치른 탓에 제 몫을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
이곳에 오는 과정에서 점령한 11개의 도시와 요새.
권속의 활약으로 무혈에 가깝게 점령했다.
따라서 병사들이 약탈을 요구할 건수가 없었지.
“몫을 주장하기에는 별 도움이 안 된 것 같은데요.”
스카디가 연초를 물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헬무트도 똑같이 쓴웃음을 지었다.
‘약탈이라.’
이 시대에 약탈은 흔했다.
약탈을 목적으로 전쟁에 참여하는 사람도 많고.
임금이 밀리면 약탈을 약속해서 퉁치기도 하고.
그런 시대니까, 다른 도시도 아니고 수도를 약탈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는 것이 아쉽겠지.
이런 불만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내가 차후에 크게 보상하겠다고 전해라. 조만간 대평원에서 물자가 도착할 테니, 그걸로 보상하도록 하지.”
내겐 금광이 있지 않나?
헬무트는 아, 하고 입을 벌리며 화색을 띠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충분하지 않다면 목을 쳐야지요.”
“또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말하도록. 금전 따위 아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돈으로 마음을 살 수 있다니 얼마나 편한가.
나는 속으로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포로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 내가 그들을 살려둔 이유는 그들이 항복했기 때문만이 아니야.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내가 제르마니아의 왕위를 얻었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제르마니아에 늑대교의 영향이 아직도 남아있고 봉기도 계속되고 있지. 그것들을 모두 진압해야 끝이 나는 거다.”
헬무트는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네가 보기에 군재가 있는 이들을 가려두어라. 포로 중에 내게 가담하는 군사가 있다면 일익을 맡기겠다.”
“네, 폐하.”
“라헬, 너 또한 이들과 함께 움직일 거다. 남아있는 늑대교의 영향을 뿌리 뽑을 때까지.”
“예, 아버지.”
헬무트를 내보내고 라헬이 깎은 과일을 먹고 있으면,
톡, 톡···
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프?”
본디 이 소리는 그리프의 패밀리어가 내는 소리였다.
저가 도착했으니 창을 열어 달라고, 부리로 두드리는 소리.
그러나 지금 창밖에서 부리를 쪼는 새는 솔개가 아니었다.
– 꽤 화려하게 저질렀군. 인간 에다르.
드래곤 로드, 아일레트리오네.
까마귀에 깃든 거대한 도마뱀의 목소리가 울렸다.
– 내가 온 이유는 알고 있겠지.
이유야 뻔하디뻔하지.
대의제를 거슬리게 했으니까.
조만간 대의제가 나를 부르겠다는 것 아니냐.
나는 창문을 열고 녀석을 안으로 들였다.
“대의제가 나를 부른다, 고작 그런 이야기를 전하러 온 것은 아니겠지.”
– 물론 아니다. 대의제가 너를 부르기 전에 만나고 싶었거든.
나를 만나고 싶었다고?
안주머니에서 연초 갑을 꺼내다가 녀석을 보았다.
녀석은 샛노란 뱀의 눈동자로 나를 훑었다.
– 일단, 몸을 빌리고 싶은데.
대기 중이던 권속을 불렀다.
까마귀가 권속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샛노란 눈동자가 본래의 까만 눈동자로 돌아오고, 권속의 눈동자가 노란 뱀의 눈동자로 변했다.
“좀 낫군.”
로드는 얼굴을 쓸고 쿨럭쿨럭 기침을 토했다.
“잠시 걷지.”
난장판인 채 방치되고 있는 왕궁 복도를 걸었다.
로드는 어깨에 까마귀를 앉히고 말문을 열었다.
“영혼이 더욱 밝아졌으나 피곤해 보이는군.”
“그런 것도 보이나.”
“말하지 않았나. 나는 영혼을 볼 수 있다고. 내가 보는 네 영혼은 피곤함에 절어있어. 심지어 주름도 졌군.”
주름이라.
육체 나이가 스물 초인데 벌써 주름이라니.
아니, 내 빙의 이전을 생각하면 주름지는 게 맞나.
나는 여러 잡생각이 떠올라 헛웃음을 지었다.
“눈으로 보면 외모는 고작··· 음, 인간의 나이는 모르겠군. 아무튼 인간으로서 아주 젊겠지. 그러나 영혼은 바짝 쪼그라들어서 피골이 상접한 모양새야.”
“······.”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내 영혼을 볼 수 없으니까.
근래에 끊이지 않는 두통 탓에 내가 무리하고 있음은 알았지만, 그 정도로 심각한 줄은 생각조차 안 했다.
“너무 걱정할 건 없어. 쉬면 돼. 다만, 영혼은 쉽게 치유되지 않을 뿐이라서 조금 오래 쉬어야 할 거야. 왜 그렇게 무리한 건가? 호르비드 때문인가?”
“티아마르의 영향을 깊게 받고 있더군.”
“멍청한 늑대 놈.”
그는 쯧, 혀를 차면서 고개를 저었다.
티아마르의 영향을 받았다, 라는 말의 의미를 잘 알 테니.
“오만이 하늘을 찌른 결과다. 용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제 의무를 저버린 결과가 저거다. 용은 지배당하지 않거늘.”
“블라드도 똑같이 유혹에 넘어간 것 같더군. 알고 있나.”
“잘 알고 있지. 녀석이 약정을 깨고 너를 죽이려 했다고? 그 뒤에 나를 찾아와 추궁하더군. 티아마르의 영혼을 넘긴 것이 나냐고.”
“그래서? 뭐라고 했지?”
“알고 있으면서 굳이 물으러 왔냐고 했지. 그리고 반지는 어디에다 두고 왔냐고. 저 창백한 대가리가 빨갛게 물들더군.”
벌레를 내쫓듯이 손을 휘휘 저었다.
블라드를 이처럼 내쫓았다는 의미였다.
“혹시 지금 가지고 있나? 그것을?”
그것은 티아마르의 영혼 조각을 말할 터.
나는 목에 건 펜던트를 풀어서 그에게 건넸다.
“내가 왜 그걸 네게 맡겼는지 짐작하나?”
“글쎄, 영혼 때문이겠지.”
“맞아. 타락한 영혼은 색이 바래. 라에라곤, 고타바, 블라드··· 내가 티아마르의 영혼을 적출할 때 있던 모든 영혼의 색이 바랬다.”
로드는 펜던트를 살펴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반면에 네 영혼은 아주 밝았지. 그것이 무엇을 뜻할까.”
“타락하지 않았으니까.”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조금 전에 내가 왜 왔냐고 물었지. 나는 네 영혼을 확인하고자 했다. 티아마르의 영혼을 가진 네 영혼이 어찌 되었을까, 정말 궁금했거든. 네 영혼이 순수를 지켰을지, 아니면 타락했을지.”
나는 펜던트 가운데 박은 푸른 보석을 보았다.
로드는 내가 티아마르의 영혼으로부터 자신을 지켰다고 말하는데,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소리였다.
블라드의 반지와 다르게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마력이 흘러나오지도 않고, 대주교를 사냥할 때 딱 한 번 떨림이 있던 것이 전부였으니까.
“그게 당연한 거다. 가망이 없으니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거야. 어딘가의 누구와 다르게 말이다.”
그의 시선이 내 손에 낀 블라드의 반지를 향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게 유혹을 걸고 있는 멍청한 모기의 영혼.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결과를 보니 어떤가. 만족스럽나.”
“만족스럽군. 그러니 네게 조언을 해주지.”
“조언?”
“서쪽으로 더 진출하지 마라.”
서쪽이라, 교국을 말하는 건가.
“서쪽으로 갈수록 티아마르의 영향력이 강해질 거다. 물론 너도 알고 있겠지.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 애의 영향력은 강해. 지금의 너는 감당하지 못한다.”
감당하지 못한다고?
내 기억에서 교국에 진출하는 것이 문제가 된 적은 몇 없었다.
문제가 되었던 것도 티아마르와는 관계없는 일이었고.
한데, 지금에 와서 티아마르가 문제가 된다니?
나는 눈매를 좁혔다.
“너는 이제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티아마르와 가까워질수록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어. 그러니 서쪽으로 가고 싶다면 준비를 갖추어야 해.”
“준비?”
“간단하다. 네 영혼을 더 키우고 더 채우면 돼.”
로드는 걸음을 멈추었다.
복도에 바닥에 나뒹구는 그릇을 집었다.
시종들이 도둑으로 돌변한 난장판 속에서 운 좋게 카펫 위에 떨어져서 깨지지 않은 유리그릇이었다.
“에다르. 네 영혼은 이 그릇과 같다. 그리고 그릇 안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믿음이지.”
“······.”
“너는 이제 막 신과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릇은 크지만, 안이 비었다.”
그릇을 탈탈 털자 먼지가 후두두 떨어졌다.
“아주 빈 것은 아니지. 너를 믿는 인간이 늘어나고 있으니까. 그러나 그릇은 계속 커지는데, 내용물이 차오르는 속도가 늦어. 소모는 많고. 그러니 그렇게 고통받는 것이야. 지금 두통에 시달리고 있지?”
마침 강렬한 두통이 다시 일어서 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낫는 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까 말했듯이 쉬는 것, 다른 하나는 인간들이 너를 믿게 해서 네 그릇에 내용물을 채우는 것.”
그는 펜던트를 다시 넘겼다.
“믿음은 너를 강하게 만들 거다. 그리고 네가 티아마르의 영향을 밀어내고, 네 주변의 타락을 막는 힘이 되기도 하겠지.”
나는 펜던트를 목에 걸고 후,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신이 되라는 소리를 빙 둘러서 말한 거다.
“너는 이미 많은 인간을 살리지 않았나. 그들의 믿음을 사고 영혼을 키우면 되는 거야. 네 영혼은 분명 거대하지. 하지만 그것은 너 개인의 영혼일 뿐. 귀쟁이, 난쟁이, 뱀 따위가 믿는 신에 비하면 너무 작아. 그것들과 이대로 싸울 텐가?”
그는 내 어깨에 살포시 손을 얹고 속삭였다.
“인간의 황제가 되었는데, 인간의 신이 되지 못할 것이 뭐가 있나?”
나는 손을 뿌리쳤다.
“조언은 그게 다인가?”
“하나 더 있다.”
그는 어깨에 앉은 까마귀를 마주 보았다.
“자고로 신이란 옥좌에 앉아서 세상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해.”
까마귀의 눈동자가 노랗게 변했다.
– 너 또한 이전에 경험해봤겠지.
나는 라헬의 몸을 빌려서 서드렛 공작과 공작 부인에게 고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 내가 보기에 그것은 너무 과해. 때로는 나무 위에서 사과를 떨어뜨리듯, 지금 내가 까마귀에 깃든 것처럼, 힘을 뺄 필요도 있지.
권속의 눈동자가 다시 노래졌다.
“대의제가 너를 부를 때까지 영혼의 힘을 조율하는 법을 가르쳐주겠다. 이것이 내가 타락하지 않은 네게 주는 조언이고,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온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