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104)
낭선기환담-103화(104/600)
낭선기환담 – 103화
촉산으로.
하지만 그 말이 왠지 해룡궁으로 가자는 말과 같아 보이는 것은 왜일까.
산군은 영 마뜩찮다는 눈빛으로 촉만대인과 촉문경을 흘겼다.
[나와 그 몰염치한 자를 같은 취급할 셈이더냐! 이, 이런 육시랄!]“저 또한 대사부님과 같은 의견이오! 아무리 그래도 그놈들과 같은 취급 하는 건 너무하셨소!”
언짢은 기색을 내비친다.
하지만 산군은 말이 없었다.
그저 지그시 바라볼 뿐.
[이놈이 그래도!? 촉산의 위세를 듣지 못했더냐! 촉산의 도사는 협과 의를 중시하여 선인을 목표로 한다!도둑놈들이나 할 짓은 하지 않아!]
“옳소 옳소! 어디 그런 시정잡배들과 같은 취급을 한단 말이오!”
문경은 내심 찔렸으나 얼굴에 철판을 깐 듯 말했다.
옆에서 촉산의 대사부가 말하는데 어찌 머뭇거리고 있을까.
하지만 산군은 콧방귀를 뀌었다.
“일 없습니다.”
촉산에서 대인의 육신을 만드는 일이나 이곳에서 귀수산을 찾는 일이나 오래 걸리는 건 매한가지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곳이 낫다.
‘뒤통수 맞는 일은 없을 테니.’
[헹! 네 마음대로 해보거라! 귀수산이 뭐 동네 뒷산 같은 줄 알더냐? 몇십 년이 걸려도 못찾아 눈물 콧물 짜며 애원해도 알려주지 않을 테다!]“그럴 생각이었습니다.”
담담히 말하고는 촉문경을 보았다.
그리되면 당연히 촉문경이 함께 동행할 이유가 없어지니 묻는 것이다.
“전 애초에 대사부의 시신을 거두러 왔던 몸입니다. 육신은 육사의 복충이 먹어버렸으니 화령(和靈)이라도 모셔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단령 다음의 경지, 화령.
단령은 내단에 영각이 깃든 것에 불과한 반면 화령은 내단과 완전히 융합된 상태를 말한다.
그렇게 되면 내단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여 사람의 형상이 된다.
실체가 없는 단령과는 달리, 내단을 몸으로 삼아 형체 또한 완연하다.
촉만대인의 화령은 검집에 갇혀있는 상태이기에 저런 영체의 모습이다.
하지만 검집에서 빼낸다면 화령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대인의 화령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내줄 수 있습니다.”
[날 죽일 셈이냐? 화령의 몸이라 해도 육신이 없다면 버티지 못한다!지선이 되어 화신을 이루지 못했는데 어찌 화령의 몸으로 나가겠느냐!
내단과 혼의 완전한 합일이 화령이라지만, 그렇다 해도 아직은 여물지 않은 아이와도 같으니 안 될 말이지!]
귀찮은 노인네다.
“화령을 담을 보패나 기물은 없는 겁니까?”
“안타깝게도… 미처 상정하지 못했기에 수중에 그런 보물은 없습니다.”
[그러니 날 축산에 데려다 주거라!]“싫습니다.”
산군과 촉만대인은 그 뒤로도 한참을 입씨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평행선을 달리니 진전되지 못했다.
[이런 벽창호 같은 놈을 보았나!]“그 건에 관해서는 더 할 말이 없으니 들어가 머리나 식히시지요.”
[집어넣기만 해봐라 네놈을….]쉭.
혜연을 공정강에 집어넣은 산군은 한결 편안한 낯이었다.
촉문경은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무례하다며 윽박지를 수도 있었으나 그의 신통이 평범치 않으니 함부로 대할 수도 없었다.
“정말로 온 바다를 뒤져가며 귀수산을 찾을 것입니까?”
줄곧 가만히 있었던 장천이었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산군도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귀수산이 어디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고 낭선마냥 떠돌아다니니 말이다.
“절충안으로 이건 어떻습니까.”
“말해보시오.”
“촉만대인은 육신을 원합니다. 그 때문에 촉산에 가자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육사는 축산에 가고 싶지 않으니 이곳에서 적당한 육신을 찾으면 되는 문제 아닙니까?”
“옳거니! 그러면 되겠소!”
촉문경 또한 무릎을 탁! 치며 혜안도 이런 혜안이 없다며 호응했다.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촉만대인은 본래 태선 최후경의 경지에 있던 분이요. 저희가 찾는 육신으로 만족할지는 모르겠군요.
게다가 새로 찾을 육신은 어디서 찾는답니까. 이 허허벌판에서요.”
산군은 슬쩍 마차 창을 턱짓했다.
그의 말대로 어느새 기령차는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 지르고 있었다.
몇 개의 섬이 보이기는 하지만 이런 곳에서 태선이 만족할만한 육신을 찾기가 어디 쉽겠는가.
“그건 그렇겠군요….”
그렇다고 평범한 범인의 시신을 가져다가 사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최소 비선이나 환선 급의 육신을 찾아야 할 할 것이다.
“임시로 강시의 몸을 빌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육사가 강시술에 조예가 조금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산군은 강시술에 조예가 깊지 않다.
그랬다면 귀율이 호시탐탐 자기 목을 노리고 있지도 않았을 터.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모르긴 몰라도 촉만대인은 정순한 목 속성 영력의 소유자입니다. 목 속성은 특히나 사기에 영향을 쉽게 받으니 안 될 말이죠.”
고개를 내저으니 촉문경이 말했다.
“그럼 적당한 영수나 영충은….”
“저리 자존감이 강한 분이신데 영수나 영충의 몸은 줘도 싫다 하시겠죠.”
“끄응….”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니 애가 타기만 했다.
“일단 조금 쉽시다.”
제 일처럼 고민해주는 장천과 촉문경을 보니 내심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기는 하나, 사내들끼리 이리 지내본 적이 오랜만이라 속도 없이 기분이 들떴다.
“적당한 섬이 있으니 저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고민해보죠.”
“예, 모두들 격전을 치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피로가 쌓이셨으니 그러는 게 나을 듯합니다. 쉬다보면 번뜩이는 지혜가 튀어나올지 모르지요! 하하!
혹시 술이 한잔 고프시면 저 촉문경을 찾아주십시오! 다른 건 몰라도 고민을 달랠 명주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니 어려워 마시고요!”
그 뒤, 적당한 섬에 내려앉은 일행은 뿔뿔이 흩어져 휴식을 취했다.
작은 섬이었으나 영기가 흐르는 산은 존재했기에 눈치 볼 것 없이 거처를 만들어냈다.
당연히 산군은 여러 금제를 겹겹으로 쌓아 놓았고, 환진까지 설치하여 개미새끼 한 마리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만족스럽게 환진을 살피던 산군은 자신의 몸을 감싼 위주호연갑을 툭툭 두들겼다.
그러자 갑주가 돌연 움찔거렸다.
“언제까지 그리 있을 게냐. 그러고 있는 동안 네 심력이 소모되는 걸 안다.
환진 속에서 적당히 휴식을 취해라.”
온화한 음성으로 타이르자 산군의 갑주가 돌연 거대한 지네 머리로 탈 바꿈되며 스르륵 빠져나왔다.
위주호연갑은 단순한 둔갑이 아니다.
그 때문에 갑주로 변하고 있는 동안에는 적잖은 심력이 소비된다.
의식이 연계되어 있는 산군과 탐화오공이었으니 어느 정도 피로가 쌓여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잘해주었다. 네 덕분에 앞으로 내 앞길을 여명이 비추는 듯 하니 이 고마움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탐화오공은 끼익끼익거리며 산군에게 몸을 비비적거렸다.
삼백 장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의 지네가 애교를 부리는 꼴이었다.
평소라면 귀찮아했을 산군이지만 이번만큼은 받아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앞으로 위주호연갑의 덕을 톡톡히 볼 테니 무엇이든 예쁘지 않으랴.
흐뭇한 얼굴로 탐화를 쓰다듬고는 산군은 석실로 들어섰다.
탐화는 석실로 들어오지 못해 낑낑거리다 이내 환진 속으로 사라졌다.
“얻은 것이 많지만 잃은 것도 많군.”
류곡자로 만든 청옥을 다 잃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청옥들 전부를 폭발시켜 버렸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폭발로 인해 방어용 보구인 자색 호리병도 망가져 버렸다.
‘탐화가 위주호연갑을 이뤘을 줄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을.’
하지만 후회한들 어찌하리.
산군은 작게 한숨 쉰 후, 공정강에서 얻은 것들을 늘여놓았다.
그제야 산군의 얼굴이 피었다.
“가가경과 칠선보구 중 하나인 오경비파. 그리고 주귀통춘의 등껍질!”
벌써부터 마음이 풍족하다.
촉만대인의 본선법패라는 가가경은 그 날카로움과 신통이 나무랄 데 없는 보물! 모르긴 몰라도 웬만한 보구들은 전부 가가경에 썰려버릴 것이다.
다만, 본선법패라는 것이 주인의 몸에서 오랜 기간 배양한 물건이라 사용하려면 적잖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게다가 촉만대인이 도로 달라고 할 수도 있는 물건이지.”
그렇다고 내줄 산군이 아니지만.
잠시 고민하던 그는 입꼬리를 올리고는 검지에 상처를 냈다.
이내 그의 정혈이 송글송글 맺히자 그것을 가가경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회색의 대낫이 몸을 부르르 떨며 저항하는 듯 보였다.
“너도 곧 날 주인으로 받들게 된 것이다. 미리 힘 빼지 말고 순종해라.”
그것과 더불어 산군은 입에서 푸른 화염을 뿜어내며 가가경을 괴롭혔다.
한참을 그리하던 그는 피식 웃으며 가가경을 허공에 띄워놓고 중얼 거렸다.
“주인 닮아 자존심도 강하군.”
마음에 든다.
가가경을 뒤로한 그는 오경비파를 꺼내들어 응시했다.
그 음색의 신묘함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자는 모를 것이다.
적합한 음공을 하나 익혀 사용한다면 필히 적잖은 도움이 될 터.
‘하지만 목신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잘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아니다 싶으면 귀율에게 주거나 그마저도 아니면 초아에게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잘 어울리겠네.”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비파가 퍽 어울릴 것 같았다.
돌아갔을 때 선물로 주면 아주 좋아할 것이다.
백발을 늘어뜨리며 비파를 튕기는 초아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처럼 산군의 마음에 잔잔히 떠올랐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몇 달이나 됐다고 새색시 생각이 나는 건지. 헛웃음이 다 나왔다.
‘잘 지내고 있겠지.’
그 뒤, 주귀통춘의 등껍질을 꺼냈다.
위주호연갑보다는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도 강도가 상당한 귀물이라는 건 변함없다.
애초에 등껍질은 제련하여 만든 것도 아니고 순수한 등껍질 자체다.
물론 살아생전의 주귀통춘이 각고의 노력으로 이룬 산물이겠으나, 산군에게는 그저 쓰임 좋은 물건일 뿐.
“구환도나 가가경에 녹여 넣어도 나쁘지 않겠어. 주귀통춘의 강도라면 쉽게 부러지지 않을 테니.”
고개를 주억이며 주귀통춘을 살핀 산군은 여러 흠집이 난 등껍질을 보며 고민했다. 그러다 돌연 손을 펼쳐 은색의 검을 불러냈다. 은은한 은빛이 반짝이는 항보사인검이었다.
“흠….”
잠시 고뇌하던 그는 사인검을 다시 거두며 고개를 저었다.
항보사인검은 다른 불순물은 없이 항보신목으로 만들었기에 의미가 있다.
이것에 주귀통춘을 넣어보았자 다른 의미가 없다.
“차라리 내 몸에 넣는 게 낫겠군.”
위주호연갑이 있다지만 사람 일이 어찌될지 모르는 것이지 않던가.
만일을 기해 나쁠 것은 없을 터.
“구환도나 가가경에 넣으면 강도는 늘어나나 날이 무뎌지지…. 정말로 내 몸에 넣어버리는 것도 괜찮겠어.”
식마합일 구결이 있다.
마음먹고 넣는다면 정말로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걸리는 것은 그의 몸속에 자리하고 있는 장충지태.
그의 경지가 올라가는 것과 함께 장충지태 또한 성장한다.
장충지태가 성장한다는 말은 육체의 강도 또한 성장한다는 뜻.
“끝도 없겠군.”
산군은 고개를 저으며 이번에 얻은 물건 중 가장 귀한 것을 꺼냈다.
단연, 천양지보 혜연이었다.
[이놈!!]“하아….”
다만 귀찮은 것이라면 그 속에 봉인되어 있는 촉만대인이라는 것일까.
[노인 공경도 모르더냐, 네놈은!]“귀 안 먹었습니다. 뭐 이리 소리를 지르고 난리십니까.”
[화령의 모습으로 전음도 못 하는데 그 속에 처박아두니 화병이 나겠다! 다시는 공정강 속에 넣지 말거라!]“내 물건 내가 마음대로 한다는데 뭘 자꾸 이래라 저래랍니까!”
[그, 그런데 이놈이 따박따박 말대답하는 것 좀 보소!]“아오! 내가 공경 안 했으면 대인은 진즉에 살아 있지 못했을 겁니다!”
[흥! 그까짓 겁박에 굴할 것 같으냐. 네놈이 날 해하지 않는 이유 또한 익히 알고 있느니라.]“저도 모르는 이유군요.”
또 무슨 헛소리를 하나 싶어 심드렁한 낯으로 반문했다.
하지만 무시하던 촉만대인의 말은 산군의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네놈이 어찌 용뇌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을 사용할 길이 없어 그러는 것이겠지! 큼! 본좌를 촉산으로 데려다 놓던가! 아니면 육신을 만들어주던가! 둘 중 하나를 해주면 용뇌를 활용할 방법은 물론! 귀수산을 찾을 수 있는 방도를 일러주마!!]용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