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105)
낭선기환담-104화(105/600)
낭선기환담 – 104화
‘용뇌가 있다고?’
산군은 어안이 벙벙했다.
촉만대인은 확신을 갖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리 자신할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귀물을 가졌다면 그가 모를 리 없다.
[네놈 사정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검령도로 향하는 것 자체가 원대한 대의를 위함일 터. 그러니 절충하여 본좌가 쓸 육신을 가져온다면!]귀수산의 행방은 물론, 용뇌를 사용할 방도를 내주겠다는 뜻!
산군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대인의 위명을 생각해 그동안 가만히 있었으나…. 지금은 저희 둘밖에 없지요. 한데, 그런 거래를 제가 응할 것이라보십니까? 막말로 지금 당장 대인의 화령을 멸할 수도 있는데요.”
[흥! 그리된다면 네놈은 십 수 년을 허비해 귀수산을 찾고 용뇌를 취할 방도를 알아내야 할 터! 검령도에 가는 것도 시간이 촉박한 네가 아니더냐?너처럼 명석한 놈이 그런 협잡질을 해보아야 아무 소용없도다!]
용뇌가 있다는 건 확정 사항이다.
대체 무엇을 보고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촉만대인이 허투루 흰소리를 하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교섭하는 수밖에 없나.’
협박이 통하는 상대는 아니다.
그렇다면 그의 말대로 새로운 육신을 찾아주어 거래에 응하는 방법뿐.
적잖은 시간이 걸리겠으나 완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그뿐이다.
‘어쩔 수 없지. 이참에 인연을 맺어 놓으면 후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짧은 시간이지만 그가 본 촉만대인은 최소한 악인으로 보이진 않았다.
“좋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어디 한번 기탄없이 말해보십시오! 제 능력이 닿는 한에서는 열심히 찾아보겠습니다.”
[옳거니! 당연히 그리 나와야지!]촉만대인은 희희 웃으며 자신이 만족할 만한 육신을 일러주었다.
첫째는 최소 환선급의 육신.
둘째는 목 속성에 정통한 자일 것.
셋째는 되도록 젊고 여인의 몸일 것!
“예? 여인의 몸이요?”
[왜 그러더냐. 뭐 잘못됐나?]“뭣 하러 여인의 몸이 필요합니까?”
[남자로는 살아봤으니 여인의 몸으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황당한 말에 산군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지그시 응시했다.
[이놈이! 사람을 엽색꾼으로 보느냐!]“아닙니까?”
[아니다, 이 개잡놈아! 그 또한 본좌가 익힌 통술 탓이니라!]산군은 미심쩍다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영 믿지 않는 것 같자, 촉만대인은 분통을 터트리며 말했다.
[본래! 본좌가 익힌 통술은 일인계승의 독문통술이다! 사부되는 이가 본래 여인이었기에 독문통술 또한 여성의 몸에 맞춰져 있었지! 하지만 난 사내였고 그 때문에 내게는 잘 맞지 않았어!]그렇기에 이참에 여인의 몸으로 갈아타 더 강고한 신통을 보유하기 위함이라는 소리였다.
“예, 알겠습니다. 엽색(獵色)이라니 참. 나이도 드실 만큼 드신 분이 참 독특한 취향이십니다, 그려.”
[아니래도!!]그 뒤로도 산군은 잘 걸렸다 싶어 한참동안 엽기적인 행위를 일삼는 변태라며 골려 먹었다.
이틀 뒤.
하후미농에서의 격전 탓에 정신이 피로했던 탓인지 산군은 이틀을 꼬박 내리 잠만 잤다.
기분 좋게 기지개를 펴며 일어난 그는 품에서 회색 돌멩이 하나를 꺼냈다.
이것은 예전.
그가 수월산맥 근처를 지나다 진명수목을 발견했을 때 얻은 돌이다.
평범한 돌은 아니라 생각해 가져왔으나 지금까지 정체를 알 길이 없어 가지고만 있던 돌이다.
산군은 그것을 허공에 띄워 수결을 맺어 법문을 쏘아 보냈다.
입으로는 쉼없이 주술을 외우다 돌연 푸른 청염을 뱉었다.
그렇게 한 시진이 흘렀을까.
회색 돌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산군은 기뻐하며 더 가열차게 봉악청화를 뿜었다.
그러자 돌이 완전히 녹아내리며 영롱한 빛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색과 붉은색, 녹색이 한데 어우러져 현묘한 빛이 찬란했다.
산군은 더없이 기뻐하며 반짝이는 돌을 보며 희색이 만연했다.
“용뇌!”
그렇다.
이것이 바로 용의 뇌가 보석으로 변했다고 전해지는 용뇌인 것이다!
범인이 먹으면 만병이 낫고, 수명이 올라가 무병장수 할 수 있다는 그것!
그뿐이랴.
도를 닦는 도사가 취하면 즉시 막혀 있던 벽을 깨부수고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고작 그것뿐이겠느냐.비록, 네가 가진 용뇌가 완전한 것이 아니라지만 그렇다 해도 용뇌는 용뇌! 본선법패에 스며들게 해 제련한다면 영성이 깨우쳐질 것이고, 더 나아가 그것으로 보패를 만든다면 능히 용의 힘을 부릴 수도 있을 것이야!]
인계에서도 최상위 권에 속하는 보물 중에 보물이요, 기연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걸 몰라보고 있었다니….’
진즉 알았다면 더 좋았을 것을.
그렇다면 그가 지나왔던 길을 좀 더 간편하고 쉽게 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한들 어찌하리.
이미 지나간 일이요, 이제는 추억으로 부르는 과거의 기억일 뿐이다.
[본좌의 추천으로는 아직 네 수행에 고비가 온 것이 아니니, 본선법패를 만들어 넣는 것이 어떠냐. 영성을 띠어 자아를 갖게 된다면 더 강력해질 것이 틀림이 없으니 나쁠 것이 없다.본선법패가 오래토록 배양해낸다면 영성을 띤다고는 하지만 그게 천 년이 지나 그리 될지 만 년이 지나 그리 될지는 천운에 달렸으니, 용뇌를 이용해 만드는 것도 나쁠 것이 없지!]
본선법패란 도를 닦는 이의 분신.
연화한 보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물건이다.
술자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는 것이 바로 본선법패!
그 본선법패에 영성이 깃들면 더 강력한 신통을 부릴 수 있는 것은 물론, 법패 자체가 홀로 수련을 하기도 할 테니 단연코 영성을 깨우는 게 좋다.
‘나쁠 것 없지.’
어차피 사월제항이 있다.
적당한 크기의 용뇌는 언제든지 복제하여 사용할 수도 있을 터!
적당한 때에 하나를 먹어 수행에 힘 쓰고, 나머지는 본선법패에 넣어 영성을 깨우는 것이다.
그리하면 일석이조.
앞으로 용뇌를 이용해 갖가지 보물에 영성을 만들어낸다면 그가 가진 모든 보물이 한층 더 강력해질 것이다.
이참에 촉만대인에게 용뇌의 사용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귀율에게도 용뇌를 사용한다면 안 그래도 발아된 영성이 싹을 틔워 지성까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리 된다면 귀율에게는 삼귀의 독문통술인 파천마격을 전수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탐화오공 또한 마찬가지.
고개를 주억인 산군은 마음을 굳힌 듯 촉만대인을 보며 말했다.
“본선법패에 넣겠습니다.”
[그렇지! 살다보면 길(吉)이 오기도! 흉(凶)이 오기도 한다지만, 길이 왔을 때 그 길을 온전히 휘어잡지 못해 팔자가 박복한 이들이 천지에 널렸다.아무튼 잘 생각했다.
그리 하는 게 후일을 생각해봐도 네게 필히 도움이 될 테니!]
산군은 흡족한 미소로 용뇌를 바라보다 품에 넣었다.
“한데, 문제가 있습니다.”
[무어냐. 도와주기로 했으니 거리낄 것 없이 말해도 좋다!]촉만대인은 제 일이라도 되는 듯 활기차게 말했다.
“제게 본선법패가 없습니다.”
[…뭐?]문제라면 그거다.
산군은 아직 본선법패가 없다.
이제 영명 초경인 산군이다.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은 했으나 마땅한 것이 없어 피일차일 미루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본선법패로 만들 수는 없지 않던가!
류곡자로 만든 청옥을 본선법패로 만들어 볼까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하후미농에서 전부 폭발시켜 버렸으니 마땅한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사기가 가득한 구환도를 본선법패 삼을 수도 없다.
본선법패는 자기 속성과도 연관이 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서로 상응해 수행이 한결 원활할 테니 말이다.
[우라질.]어이가 없는지 욕지거릴 내뱉는다.
산군도 할 말이 없어 입맛을 다셨다.
“가가경을 본선법패 삼을까….”
혹시 몰라 말해봤으나 돌아오는 것은 귀 따가운 호통이었다.
[정순한 목 속성의 본선법패다! 네놈이 쓰면 쓸수록 망가지기밖에 더하겠느냐? 설마 본좌의 가가경에 정혈을 뿌리거나 한 것은 아니겠지!?]뜨끔.
“아무 일 없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다. 가가경을 건드릴 생각은 이내 지워버려라! 본좌가 육신을 되찾는 순간 가져갈 테니!]“뭘 맡겨놓은 양 그러십니까. 가가경은 제가 손에 넣은 겁니다. 가져가고 싶으시면 응당 제 값을 치르셔야겠죠!”
구렁이 담 넘어가듯 말하자 단호하게 일갈했다. 능글맞기가 천년 묵은 구렁이와 다를 바 없었다.
[쳇, 귀여운 구석이 없는 놈이로다.]“한번 귀엽다가는 코가 베어가도 모르겠습니다. 이 참에 확실히 말해두죠. 가가경을 되찾고 싶으시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주셔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주지 않을 테니까요.”
주거니 받거니 하던 산군은 상황을 받아들이고 석실을 나섰다.
본선법패가 없는 걸 어찌하랴.
때가 된다면 용뇌를 넣어 만들면 그 만인 것이다.
‘검령도로 들어가 화란의 혼을 깨울 때 필요하게 될지도 모를 테니.’
아쉽기는 했으나 급할 건 없었다.
본선법패가 아니라도 산군에겐 강력한 보구들이 많은 편이다. 가가경을 완전한 자신 것으로 만들 수는 없겠으나 써먹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터.
게다가 무엇보다 위주호연갑이 있는데 무서울 게 무엇이랴. 웬만한 태선이나 영겁도 두려울 것이 없는데 말이다.
‘일단은 검령도다.’
그것을 위해서는 먼저 촉만대인의 육신을 대신할 것을 찾는다.
지금은 그것이 먼저다.
그때였다.
꺄아아아악!
마음을 굳힌 산군이 석실을 나섰을 때 웬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이건.’
밖으로 나서니 웬 꼬마아이가 탐화오공에게 위협받고 있었다.
몸을 덜덜 떨며 움직이지도 못하고 겁에 질려 울먹였다.
“아, 지린내.”
실금까지 지린 건지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분명히 침입자는 바로 공격하라 했을 텐데 탐화오공은 겁만 주고 있었다.
가지고 놀고 있는 듯 하다.
탁!
-끼잉!
때려봤자 원체 단단해 아프지도 않겠지만 혼나는 건 알고 있나 보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넌 누구냐.”
심드렁하게 묻자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아이는 두손이 발이 되게 빌었다.
“저, 저는 오륜도에 살고 있는 총마루라고 합니다! 서, 선사님, 제발…!”
이름 한번 특이하다.
아니.
이름뿐만이 아니다.
외양 또한 남달랐다.
귀는 길고 뾰족했으며, 눈은 비취색이고 등에는 작은 날개까지 있다.
마지막으로 머리에는 두 개의 더듬이와 흡사한 것도 자라 있었다.
그리고 목에는 흰색의 사슬.
가만히 바라보던 산군은 꼬마를 일으키고 물었다.
“혼아혈이더냐?”
“예? 호, 혼아혈이요?”
처음 듣는 단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 보기엔 영충과 인간의 혼아인 듯한데… 모르더냐?”
“저, 저는 잘… 아! 어, 어머니라면 알고 있을… 앗!”
말실수를 하기라도 한 듯 제 입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틀어막는다.
피식 웃은 산군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겁낼 것 없다 말했다.
“너희 모녀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 맹세하마. 단순한 호기심일 뿐이고 이 또한 인연이니 말이야.”
“저, 정말이시…죠?”
인자한 낯으로 끄덕이니 긴 속눈썹을 깜빡거리다 우물쭈물 거린다.
“네가 정 껄끄럽다면 묻지 않으마.”
“아, 아니요…. 그, 그렇지는 않아요. 선사님은 나쁜 분 같지 않으니까….”
그리 말한 총마루라는 아이는 엉거 주춤 일어나 자기 바지를 보고는 울상을 짓다 산군을 이끌었다.
“이쪽으로 가면 어머니가 계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