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107)
낭선기환담-106화(107/600)
낭선기환담 – 106화
“왜 그걸 지금 말해!”
해룡족의 지도는 헐레벌떡 둔술을 펼치며 빛줄기로 화했다.
그 곁에 지래와 지파가 따라붙었다.
“해장들은 뭘 했다더냐!”
화가 주체가 안 되는지 분기를 터트리며 지래와 지파에게 역정을 냈다.
“해룡의 병사들이 금제가 깨지는 걸 느끼자마자 달려갔다 합니다!”
“그래? 다른 연락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결 풀어진 표정이었으나, 그것은 셋째 지파의 말에 다시 구겨졌다.
“그, 그게…. 먼저 달려간 해병들은 물론, 해장들도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우뚝.
“놈들의 경지는?”
“아직 돌아온 자가 없어서….”
모른다는 소리였다.
지도가 지래를 향해 손을 올리려는 순간. 지파가 외쳤다.
“영겁의 육사였다면 곧장 전음을 보냈을 겁니다! 그러지 않았다는 건….”
영겁 육사는 아니라는 뜻.
영겁 육사거나 적의 숫자가 많았다면 전투를 치르기도 전에 전음부를 보내 상황을 전달했을 터!
그 많은 인원이 단번에 썰려 나가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몇이냐.”
“예?”
“몇이나 출발했냐고!”
“해, 해장 셋과 해병 2부대!”
영명 다섯과 영결 스물넷.
전음부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은 최소 적의 숫자가 다섯 이하라는 것. 게다가 놈들의 경지 또한 최소 영명.
‘그게 가능한가….’
영명 육사라도 영결 열을 한 번에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 오합지졸도 아닌, 해룡의 해병들이다.
간단히 당했을 리 없지 않은가!
“이번 일이 잘못되면 너희들이나 나나 아버님께 죽은 목숨이다, 아느냐!!”
“알고 있습니다!”
“예!”
쯧.
혀를 찬 지도는 다시 빛줄기로 변해 하늘을 가르며 날아갔다.
그리고 잠시 뒤.
그 뒤를 수백의 해족들이 뒤따랐다.
* * *
한 시진 전.
의논을 마친 산군은 장천에게 호박 빛의 돌을 던져주었다.
“이미 안에 담긴 것은 전부 옮겼네.
그것이면 되겠지.”
살아 있는 것을 담을 수 있는 공정강.
인계에서는 몇 없는 보물이다.
내주는 것이 불안했지만 다른이라면 몰라도 장천은 탈의 부법주.
속된 짓을 하지 않을 자임은 분명하다. 탈에 소속된 인물은 믿을 수 있다.
“육사는 어쩌실 겁니까.”
“지척에 가까이 왔으니 내가 막지.”
신단수와 호접량충의 혼아들을 옮기는 것에도 시간이 걸릴 터.
누군가는 그들을 막아야 한다.
‘어차피 신단수와 호접량충의 혼아들은 백산에 머무르게 됐으니 내 것이나 다름이 없다.’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것이 첫째요, 둘째는 그들을 옮기는 공정강과 해족을 막는 이가 바로 산군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유 없는 호의는 없는 법.
그들의 사정이 딱하다 하더라도 신단수가 아니었다면 산군도 이리 자처하여 돕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단수로 인해 이로워질 백산과 그것으로 생길 이득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내하고도 남았다.
게다가 해족들을 상대하는 것쯤이야 해왕들이 나서지 않는 이상은 딱히 무서울 것도 없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하하! 누굴 걱정하시오! 육사의 강함은 우리가 잘 알지 않소! 하후미농에서도 그렇고, 또… 천양지보도 가지고 있으니 놈들쯤이야!”
촉문경이 곁에서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장천은 근심이 가시지 않는 듯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대법주의 명 때문에 그러나?”
흠칫.
장천은 혼아들과 대법주의 명령 사이에서 고민하는 듯했다.
산군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머리 털 하나를 뽑아서 건넸다.
“이것이면 날 찾아올 수 있겠지.”
그 말만을 남기며 스르륵 사라졌다.
“가시죠. 육사가 벌어주는 시간을 헛되이 만들면 안 될 겁니다.”
비장한 낯의 장천과 촉문경은 즉시 둔술을 펼치며 날아갔다.
잠시 뒤.
허공에 떠오른 산군은 그윽한 눈으로 구환도를 바라보다 그것을 던졌다.
즉시 구환도가 짤랑거리며 칠흑 같은 귀무를 뿜어 사방을 뒤덮었다.
검은 구름 같은 귀무를 보며 산군은 하나 둘, 솟아나는 악귀를 응시했다.
그때.
정면에서 둔광 수십 개가 나타났다.
팟!
둔광이 사라지고 나타난 사내들은 산군도 낯이 익은 자들이었다.
“네놈은!!”
“아는 자인가?”
해장 하나가 산군을 아는 듯했다.
살펴보니 이전에 지솔을 찾아 나섰던 그 성격 급한 해장이었다.
해장들은 입을 달싹이며 전음으로 대화하며 탐욕의 눈빛을 흘렸다.
천양지보 이야기를 한 듯했다.
해장 다섯과 해병 스물 넷.
그들에게 혼아들이 중요하기는 한 듯 단번에 많은 육사들이 왔다.
“말은 필요 없겠지! 저놈을 죽이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리노라!”
“우오오오오오!!”
단번에 해병 수십이 둔광을 뿌리며 달려들었다.
그 즉시.
산군은 눈을 번쩍 떴다!
괴비여각의 세 번째 눈.
단숨에 환계가 펼쳐졌다.
팟!
화르르르륵!!
풍경이 뒤집어졌다.
단숨에 지면에서 푸른 불기둥이 하늘을 꿰뚫을 듯 치솟았다.
“우아악!!”
달려들던 해병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떨어져 내렸다. 고작 영결의 경지로 산군의 환계를 버티기란 요원했다.
“전음부가 발동하지 않습니다!”
환계 속에서 전음부가 될 리 없다.
“같잖은 수를 쓰는군.”
해장 중 하나가 팔을 펼쳤다.
그러자 회색의 곡도가 튀어나왔다.
나머지 해장들도 저마다의 무구를 꺼내며 무장하기 시작했다.
산군은 그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으며 허공으로 스며들었다.
시꺼먼 귀무가 하나로 뭉쳐들었다.
와류를 일으키며 뒤섞이던 귀무는 돌연 수백 장에 이르는 거대한 악귀의 모습으로 화했다.
“만재변악귀(萬災變惡鬼). 난 만악이라 부르기로 했으니 잘 놀아봐라!”
-끼아아아아아악!!
수백, 수천의 귀곡성이 뒤섞여 불협화음을 자아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
“본신으로 변해 막는다!”
“좋아! 자네는 놈을 찾아 죽여주게!”
팟!
콰아아아앙!!
[키아아아아악!!]해장 넷이 본신으로 돌아갔다.
백 장에 이르는 교룡 네 마리가 허공에 나타나 악귀의 몸을 물어뜯었다.
[죽어라!!]교룡 둘은 육탄전을 마다치 않았다.
나머지 둘은 입으로 강력한 물줄기를 뿜어내 악귀의 몸을 뚫었다.
쾅!
콰아앙!!
콰드득!
만악과 교룡들의 격전이 펼쳐질 때.
홀로 남은 해장은 쉼없이 주술을 읊으며 수결을 맺었다.
그의 주위에 기묘한 영기의 빛이 번득이며 방진을 형성했다.
사각형으로 형성된 영기는 꼭 호신막과도 닮아 있었다.
다른 것은 기묘한 법결 문자들이 겉표면에 새겨지고 있다는 것일까.
“환계라도 완전무결하지는 않지.”
환계를 깨트리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작은 구멍을 내는 것은?
그것에 기안하여 만들어진 비술.
‘비록 시간이 걸리는 것이나 놈은 한참 다른 해장들과 격전에 정신이 없을 것이다. 환계를 빠져나가 외부에서 공격한다면 환계는 단숨에 파괴될 터!’
그리 된다면 자신들의 승리다!
한껏 비열한 웃음을 흘리던 해장은 기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형성된 영기의 방진 전체에 법결이 떠올라 형형색색으로 발광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대낮이 극렬하게 회전하며 날아들었다.
“이미 방진은 완성됐다! 그깟 것 막아내지 못할 것도 없….”
콰창!!
“말도 안돼!!”
그가 형성하던 방진이 단번에 깨지며 대낫이 그를 스쳐 지나갔다.
촤악!
“끄아아아악!!”
단숨에 해장의 팔 한짝이 솟구치며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척.
대낫은 이내 소녀의 손에 들렸다.
산군의 강시.
귀율과 가가경이었다.
“이, 이 빌어먹을…!!”
팟! 빛이 번뜩이고 해장이 단숨에 본신으로 변신했다.
백여 장이 넘는 길이의 교룡이었으나 꼬리 부분이 잘려 있었다.
해장이 변신한 교룡은 단숨에 포효하며 입으로 흑빛 비도 수백 개를 쏘아내며 귀율을 쫓았다.
귀율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가가경을 손아귀에 돌리며 비도를 막아냈다.
그러다 이내 힘껏 집어던졌다.
휘이이이익!!
회전하며 날아드는 가가경!
콧방귀를 뀌며 피하려던 교룡은 멈칫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가가경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어디로 날아들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같잖은…! 난 해룡족의 해장이다!!]이내 숨을 들이마시며 입으로 물대포를 쏘아냈다.
쿠우우우우우!!
단순한 물이 아니다.
그가 수백 년간 단련한 정수(精髓).
콰아아악!!
하지만 가가경은 단숨에 수포를 갈라버렸다.
[이럴 수가! 대체 무슨 보물이기에!!]대경실색한 교룡이 꼬랑지를 말고 피하려는 찰나.
척!
어느새 교룡의 머리로 올라탄 귀율이 가가경을 잡아챘다. 이내 섬뜩한 웃음을 흘리며 가가경을 내리쳤다.
[아, 안 돼에에에에!!]촤악!!
교룡의 목이 피분수를 뿜었다.
* * *
같은 시각.
만재변악귀.
만악은 힘겹게 네 마리의 교룡을 상대하고 있었다. 숫자가 숫자다 보니 몸에 구멍이 뚫리고 상처 입어 기운이 약해지고 있는 상태였다.
[이놈은 곧 끝장이다!] [악귀를 잡고 놈 또한 죽이세!] [천양지보는 먼저 찾는 놈이 임자네!]교룡 중 하나가 입을 쩌억 벌렸다.
그러자 송곳니 두 개가 떨어졌다.
은은한 빛을 머금은 송곳니는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거검으로 화했다.
거검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다.
저것이 만악의 머리통에 떨어진다면 아무리 놈이라도 이내 흩어지리라!
[오오! 도와주겠네!]다른 교룡이 입으로 법결을 쏘았다.
그러자 다른 교룡들도 함께했다.
각양각색의 법결이 쏘아지자 거검은 흉포한 기운을 분출했다.
바람을 가르며 무섭도록 떨어지는 거검의 기운에 만악 또한 흠칫했다.
[어딜 가려고!]콰득!
피하려고 했으나 교룡들이 팔다리를 물어뜯어 막아 세웠다.
-캬아아아아악!!
수천의 귀신들이 함께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교룡들은 희색이 돌아 신이 나 물어뜯었다.
콰아아아앙!!
푹!!
-카아아아아아아아!!
이내 거검이 떨어져 내리고 만악의 머리통이 갈라지며 찢어졌다.
[좋았어!]만악은 이내 축 늘어졌다.
귀무 또한 힘을 잃어가는 듯 시꺼멓던 전과는 달리 색이 옅어졌다.
후웅!
묘한 진동과 함께 사라져가던 귀무가 돌연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직후, 푸른 화염이 귀무에 달라붙어 치솟았다. 그러자 이변이 발생했다.
귀무 속으로 사라져가던 만변재악귀가 돌연 핏빛 안광을 폭사했다.
갈라졌던 머리가 하나로 합쳐졌다.
이내 만악이 두 팔을 들어올렸다.
놈의 몸은 활활 타올랐다.
[이런! 공격하게!] [무리야! 저 청염이 너무 매섭네!] [우리와는 상극이야!]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완전히 회복한 만악이 섬뜩한 미소를 흘렸다. 푸른 청염이 전신에서 타올라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죽여라.]사내의 담담한 음성과 함께.
만악의 몸에 타오르던 청염은 그의 투구가 되고 갑주가 되었다.
-끼아아아아아아!!
기분 나쁜 포효.
저도 모르게 멈칫한 교룡들은 정신을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이전과 똑같이 하면 되네! 우리가 힘을 모은다면 별 것 아니지!]하지만 지금의 만악은 달랐다.
돌연 놈의 몸에 잔상이 나타났다.
그러자 만악이 둘이 되고, 이내 넷이 되어 거대한 몸체로 조소를 흘렸다.
[환술이네!]어느새 귀무가 전역을 뒤덮었다.
으르렁거리던 교룡들은 입으로 수증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것이 통하겠는가!
이곳은 산군의 환계 속!
모두 그의 손바닥 안이다.
터억!
네 마리의 만악이 달려들었다.
단숨에 숨어 있는 교룡을 에워쌌다.
[이런!]아연실색해 도망가려 했으나 모두 소용없는 짓.
붙잡힌 교룡은 만악의 두 손에 아가리를 찢기고 혀를 물어뜯겼다.
촤아아악!!
[카아으으크어어억!]그뿐이랴.
만악이 돌연 팔을 들어 올리자, 그것이 두꺼운 촉수로 변해 교룡의 몸을 휘어 감았다.
촉수는 이내 교룡들의 몸에 달라붙어 서서히 전신을 물들였다.
[떠르즈르! 더드져어!!]그것은 작은 악귀들이었다.
악귀들이 따로따로 움직여 교룡을 뒤덮으며 공격했다.
개미 떼가 몸을 뒤덮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곳곳에서 전신을 물어뜯으니 눈깔이 뒤집힐 정도였다.
휘리리리릭!
촤아아악!!
척!
어느새 가가경을 든 귀율이 만악의 어깨에 내려섰다.
수백 장에 이르는 거대한 악귀.
그리고 강력한 낫을 휘두르는 강시.
게다가 주변은 불기둥과 귀무로 뒤덮여 그들은 포위됐다.
해병들은 명을 달리한 상태.
남아 있는 교룡.
해장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곳에 희망은 없었다.
* * *
“어머니 저게 뭐예요?”
총마루가 하늘을 보며 물었다.
“…천벌을 받는 거란다.”
칠흑과도 같은 귀무 속.
그 아래로는 교룡들이 조각조각 찢겨 비처럼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