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109)
낭선기환담-108화(109/600)
낭선기환담 – 108화
동해 앞 바다의 이름 모를 작은 섬.
“여기다! 놈이 이곳에 있다!”
주변을 이 잡듯 뒤지던 해족들이 둔광을 번득이며 날아갔다.
콰아아앙!!
산 봉우리가 박살나며 해족들 수십이 여기저기로 비산했다.
그 사이로.
푸른 빛줄기가 비호처럼 달아났다.
“쫓아라!”
“저기다, 저놈이다!!”
쏜살같이 비행하는 푸른 둔광 속의 사내는 산군이었다.
세 달이 지났으나 놈들은 아직도 그를 쫓고 있었다. 처음에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거리를 유지했으나 그도 슬슬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놈들은 수백의 해족들이다.
게다가 지원을 요청했는지 괴상한 다른 해족들 또한 모여들었다.
덕분에 그를 쫓는 해족의 수가 네 자릿수를 넘어가자 상황은 급박해졌다.
쯧.
자신을 쫓는 이들을 보며 혀를 찼
. 그러자 그의 곁에서 나타난 귀율이 가가경을 내던졌다.
휘리리리릭!!
섬뜩한 소음을 동반하며 날아간 가가경이 쫓아오던 빛줄기 셋을 찢었다.
척!
부메랑마냥 돌아온 가가경을 잡은 귀율은 거친 숨을 토해냈다.
산군과 마찬가지로 귀율 또한 잦은 전투로 인해 꼴이 말이 아니었다.
머리는 산발이었으며 전신이 상처 투성이였다.
‘숫자 앞에 장사 없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장기적으로 추격전을 벌였다. 놈들의 피로 바다를 물들일 정도였으나 너무 많다.
산군의 영력 또한 무한하지 않다.
그리고 그의 정신력도.
세 달 동안 도망다니며 한숨도 잠을 자지 못해 정신적으로 피로했다.
위주호연갑으로 인해 몸은 상처 하나 없지만 영력은 바닥은 드러냈다.
품에 손을 넣은 산군이 산삼 몇 뿌리와 영초를 꺼내 우걱우걱 씹었다.
그때였다.
돌연 측면에서 거대한 삼지창이 회색빛을 번득이며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는 수십의 비검이 비룡처럼, 위에서는 붉은 거검이 낙뢰처럼 떨어져 내렸다!
“율아!”
산군의 일갈과 함께 가가경이 다시금 날아갔다. 동시에 그의 품에서 검푸른 등껍질이 튀어나왔다.
콰가가가가가각!!
콰아아앙!!
주귀통춘이 격하게 진동했다.
그 탓에 풍압이 휘몰아치며 주변에 자리하던 구름을 날려버렸다.
삼지창 또한 막아냈으나 귀율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주귀통춘을 거둔 산군이 주위를 살피며 귀율을 불러들였다.
“잠시 쉬거라.”
크르르!
으르렁거렸으나 전과 비교하면 명백히 힘이 빠져 있었다.
상처 입은 짐승의 울음과 같았다.
이 상황에 귀율의 부재는 크나큰 타격이었으나 어쩔 수 없다. 더 하다간 완전히 귀율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산군은 자신의 주위를 포위한 해족들을 살피며 크게 숨을 내뱉었다.
‘쉽지 않군.’
그들을 놀리듯 축지술을 펼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동해 전역에 거대 진법을 발동해 축지를 막아버려 이제는 사용할 수도 없게 되었다.
‘영력도 아껴야 하니까….’
한 손에는 가가경.
한 손에는 구환도를 든 산군은 심기 일전하여 짙은 살기를 내뿜었다.
“쳐라!!”
수백의 해족들이 작살을 내던졌다.
수백 개의 작살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동시에 예의 삼지창과 붉은 거검이 다시금 날아왔다.
“하아아앗!!”
기함성을 내지르며 발을 굴렀다.
단숨에 거검을 구환도로 쳐올린 산군은 가가경으로 삼지창을 튕겼다.
쏟아지는 작살들을 갑주로 막아내며 놈들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헛”
최악!
해족들의 머리가 솟구치며 피분수가 일었다. 둔갑이 풀리며 본신이 드러난 거대한 해수들이 떨어졌다.
“지금이다!”
놈들을 베고 있는데 머리 위로 촘촘한 그물과 수십 개의 사슬이 쏟아졌다.
찌이이익!!
가가경으로 그물을 베었다.
촤라라라락!
몸에 감긴 사슬이 그를 구속했다.
“끌고 가라!”
어느새 거대한 교룡으로 변한 해족들이 맨몸으로 쏟아졌다.
그와 함께 바다로 떨어져 내렸다.
풍덩!!
바닷물이 하늘 높이 튀어올랐다.
물거품과 함께 바닷 속으로 가라앉자 대기하던 해수들이 포위했다.
별의 별 놈들이 다 모였다.
해룡족의 교룡.
교인족, 도극경족.
‘인어랑… 범고래인가.’
그 밖에도 문어부터 시작해 바다 속 해수들은 모조리 모여들었다.
수백 종의 해수들이 산군 하나를 잡겠다고 온몸을 불사르고 있었다.
대체 언제쯤이면 끝이 날까.
바닷물은 짭조름했고.
숨은 점점 막혀왔다.
동해의 3대 해족.
그리고 동해의 해수들 전부가 적.
온 세상이 그를 쫓는 듯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투였다.
하체는 물고기.
상체는 인간과 흡사한 교인족이 입을 벌리며 음공을 자아냈다.
물속에서 공명하듯 퍼져나갔다.
그것은 이내 산군의 몸을 휘감고 그의 영력을 동결시켰다.
그와 동시에 아래쪽에서 거대 조개가 입을 쩌억 벌렸다.
조개 입안은 온통 뾰족한 가시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터엉!
조개의 입이 닫혔다.
[긴장을 놓지 마라! 저놈에게 도륙당한 해족 수가 기백을 넘어선다!] [이번만큼은 놈이라도 어쩌지 못할 겁니다. 동편(仝片)의 사슬과 교인족의 음공, 게다가 무언가를 가두는 것은 따라올 자가 없다는 신혜합(蜃溪始)의 입 속으로 들어갔습니다!]자신만만한 교인족 처녀와는 다르게 해룡족, 지도의 표정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곁에 있는 지래, 지파 역시 다르지 않았다. 세 달 간 놈을 쫓으며 물 먹은 것이 한두 번이던가.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 모릅니다! 환진과 금제를 설치해 놈을 완전히 포박해라!] [신혜합도 함께 말입니까?] [어쩔 수 없다. 함께….]그때였다.
툭.
투두둑!!
거대 조개, 신혜합의 껍데기에 쩌저적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막아! 당장 막아라!!]사내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두려움.
그것은 전염되듯 주위에 몰려 있던 해수들의 낯에도 떠올랐다.
교인족이 키우는 신혜합과 음공, 도극경족의 동편에도 놈은 저항한다!
‘정말 동급 육사가 맞는 것인가?’
이해 못할 광경이었다.
콰앙!
조개껍데기가 터져나갔다.
산산조각 나 비산하는 신혜합 사이로 사내의 인영이 떠올랐다.
해족들의 목울대가 고저를 그렸다.
신혜합과 함께 동편 또한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다, 다시 한번…!]교인족 여인이 말을 마치기도 전.
산군의 몸에서 시꺼먼 액체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문어의 먹물 같기도 한 액체.
그것은 하후미농의 담즙.
바다속에서 터져 나온 담즙은 순식간에 일대에 퍼져나갔다.
[꺄아아아악!!]해족은 바다속에서 호흡한다.
담즙이 함유된 바닷물을 마시면 어찌 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될 일.
모여들었던 수백의 해족들이 도망치다 몸을 비틀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단숨에 수백 마리의 해수들이 죽어 버리거나 몸이 녹아내렸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이런!]지도가 곧장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바닷물이 와류를 일으켰다.
담즙은 천천히 와류에 빨려들어갔으나 이미 많은 해수들이 죽은 뒤다!
[큭큭큭.]섬뜩하게 웃는 산군은 곧장 푸른 빛줄기로 변해 솟구쳤다.
[젠장! 지래! 지파! 합일(合一)한다!] [존명!] [존명!]해룡족 삼형제가 입을 달싹이며 쉼없이 주술을 외우고 수결을 맺었다.
본신인 교룡의 모습으로 화하며 똬리를 틀어 거대한 호신막을 펼쳤다.
한편.
비행하는 산군의 낯빛이 어두웠다.
그 이유는 위주호연갑.
탐화오공 때문이었다.
틈틈이 탐화의 기력 관리를 해주었다 생각했으나 상태가 좋지 않다.
갑주의 모습을 하는 것 자체가 심력과 영력을 낭비하는 것이다.
지금도 무리를 하고 있었는데, 앞전의 담즙으로 전부 소비했다.
[상황이 영 좋지 않구나 껄껄!]남의 일인 것마냥 지껄였다.
“멀었습니까?”
[여기서 조금이다. 분발해 보거라.]동쪽으로만 세 달.
아무 이유 없이 온 게 아니다.
“할 수 없지.”
산군은 위주호연갑을 해제했다.
삼백 장에 이르는 거대 지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탐화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주술을 외우며 손을 펼쳤다.
그러자 탐화의 몸이 번득이더니 시꺼먼 안개로 변해 손아귀로 모였다.
안개는 이내 작은 구슬로 변했다.
‘본래 쓰던 게 없으니까 불편하군.’
지금의 공정강에는 넣을 수 없다.
그러니 구슬로 만드는 것이다.
본래 영수나 영충을 부리는 자들은 이런 식으로 관리한다.
[저기다!!]산군을 향해 수십 개의 빛줄기가 날아들었다. 잠시 그들을 눈대중한 산군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영결의 경지로 잘도….’
도포를 휘날린 산군이 둔술을 펼치며 그들을 유인했다.
푸른 빛줄기 하나를 수십 개의 빛줄 기가 따라붙었다.
마치 살아있는 유성을 보는 듯했다.
그때였다.
한참 영결들과 술래잡기를 벌이고 있던 산군이 바다속을 응시했다.
심상치 않은 기류가 범람한다.
돌연 먹구름이 하늘에 드리우고, 바닷물이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바다 위로 와류가 불어 닥치며 광풍을 자아냈다.
영결 해족들을 맨주먹으로 때려눕히던 산군이 가가경을 꺼냈다.
촤악!!
단숨에 영결들을 죽여버리자 바닷물이 용오름처럼 솟구쳤다.
퍼엉!
그 속에서 3개의 머리를 단 교룡이 입을 쩌억 벌리며 나타났다.
[해룡족의 비전통술인 삼두해룡응(三頭海龍凝)이라니!!]세 마리의 용이 하나로.
그 기세는 영겁과 다를 것이 없다.
때가 좋지 않았다.
하필이면 탐화를 집어넣은 때에.
하지만 누구를 탓할까.
이제와 저런 합일통술을 보이는 것 또한 이제껏 힘을 뺀 놈의 계략일 터.
단순히 머리가 세 개로 변한 것이 아니라는 듯 삼두해룡은 엄청난 영력을 내뿜으며 대기를 떨리게 만들었다.
그순간.
바닷물이 솟구치며 단숨에 해룡으로 변해 쇄도했다.
그 수가 무려 삼십!
바닷물이 변한 해룡 하나하나가 어마어마한 크기임은 물론, 담긴 영력 또한 정순하기 짝이 없다.
“쯧!”
거칠게 혀를 찬 산군이 가가경을 냅다 내던졌다.
휘리릭!
광풍을 동반하며 날아간 가가경이 해룡들과 부딪쳤다.
콰아아앙!!
광풍이 불어 닥치고 해룡이 비산했다. 입꼬리를 끌어올리려던 산군이 멈칫하며 탄식했다.
“만만히 볼 때는 아니군.”
[네 것이 아니라고 막 쓰지 마라!]촉만대인의 호통을 무시했으나 상황이 좋지 않다.
해룡을 향해 내던진 가가경이 어느새 작은 물방울로 변해 봉인됐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이대로 있다가는 보물들을 하나하나 뺏길 터.
[이제 네놈도 끝이다! 그동안 허투루 동족의 피가 흐르게 둔 줄 알았더냐!]삼두해룡이 광소하며 말했다.
[네놈의 자랑인 위주호연갑 또한 이제는 없는 걸 보니 영충의 영력이 다했나 보지? 강시의 사기 또한 느껴지지 않음은 물론, 네놈의 영력 또한 한줌 모래와 같다!!]놈의 말이 사실이다.
무시할 수 없는 통찰력이다.
귀율과 탐화는 힘을 다했다.
그것은 산군 또한 마찬가지.
거기다 가가경이 봉인 당했다.
애초에 다른 속성의 보패였고, 완전히 연화시키지도 않아 제대로 된 힘을 낼 수 없는 무구였다.
남은 것이라곤 주귀통춘의 등껍질과 구환도뿐이다.
하지만 이 또한 통하지는 않을 터.
놈의 기운은 영겁과 흡사했으니.
‘기세등등하네.’
삼두해룡은 물론.
그 곁에 모여드는 수백의 해수들과 하늘에 떠오른 해족들.
그들 전부가 산군의 죽음을 바랐다.
산군은 그들을 한참 바라보다 삼두해룡을 향해 물었다.
“어째서 해왕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거지. 그렇다면 진즉에 날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의아하던 것이라면 그거다.
어찌하여 영겁 육사들이 쫓지 않나.
해왕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나.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면 산군도 이토록 오래 추격전을 벌이지 못했을 것이다.
[홍! 동해의 삼왕분들은 외국을 상대하기 위해 귀물을 찾으러 가셨다!게다가 고작 네놈 따위를 위해 손을 빌릴 것도 없지! 그렇지 않은가!]
그런가.
산군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좋은 답변이다.”
그리 말하며 품에서 검집을 꺼냈다.
쿵.
주변의 대기가 일변했다.
산군의 몸에서 강력한 영력이 피어오르며 아지랑이가 일었다.
융전가단을 터트린 것이다.
폭발적으로 치솟는 영기의 압력에 대기가 짓눌리듯 압박됐다.
[뭣… 그러해도 마찬가지다! 이제와 영력을 채운다 하여 뭐가 달라질까!]강대한 영력.
그것을 검집에 쏟아 부으며 말했다.
“해왕이 없다면 걱정할 것도 없지.”
혜연회검에 치열한 영력이 퍼졌다.
오묘한 기운이었다.
따스하기도 섬뜩하기도 한 것.
눈부신 빛과 함께.
혜연회검의 칼자루가 나타났다.
“가두었던 인연을 재로 만들어.”
이제껏 없었던 칼자루.
그것을 뽑으니 은은한 검명이 사지를 구속하듯 옥죄어 왔다.
“하늘이 갈라지고”
검을 높게 들었다.
“바다가 갈라지니.”
스윽.
검을 아래로 그었다.
일순, 소음이 잡아먹힌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정적 속.
사내의 음성이 퍼져나갔다.
“그것이 혜연회검이더라.”
직후, 동해가 갈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