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111)
낭선기환담-110화(111/600)
낭선기환담 – 110화
[하! 날 죽인다더니?]“무, 무슨 그런 섭하신 말씀을 저 같은 놈이 어찌 그럴까요! 애초에 저는 사, 상황을 보러 온 것이지 대인을 해할 마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웃기는 놈이군. 사람도 아닌 내게 대인이라니. 네가 생각해도 우스운 말 아니더냐? 아니면 놀리는 건가?]그러자 만호가 이마를 지면에 박으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어, 어찌 그런 무례를!! 저지르겠나이까!! 소인이 부족하여 그런 것이니 제발 한줌의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씨익.
산군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도선 놈의 보패로 상처 입을 몸뚱이는 아니다. 하지만 놈이 작정하고 공격했다면 산군은 피할 길이 없다.
혹여나 윗줄의 도사라도 데려왔다간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사흘을 내리 운기했으나 영력은 모여들지 않고, 몸도 회복되지 않았다.
온몸이 저릿저릿해 몸을 움직이긴커녕 고개를 들기도 벅차다.
아무리 경지가 높아봐야 이리 중상을 입은 상태라면 어찌할 방도가 없다.
그나마 알던 놈이 다가와 살았다.
놈이 아닌 다른 놈이었다면 회유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산군은 당장 구배지례라도 올리겠다는 듯 벌벌 떠는 놈을 다독였다.
[됐다. 그래도 낯선 땅에서 알던 놈을 만나 반가우니 용서하도록 하지.]“가, 감사합니다.”
만호는 슬쩍 고개를 들어 산군을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오체 투지한 채였다.
[그럼 그건 됐고, 내가 궁금한 게 몇 개 있으니 아는 대로 답해봐라.]“여,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내 산군은 몇 가지를 질문했고, 만호는 성실히 답변했다.
그것은 동국과 관련된 것이었고, 동해와 동국의 상황.
그리고 동국의 도계 판도.
마지막으로 영기에 관한 것이었다.
“예, 이곳은 영기의 밀도가 낮아 보통 방법으로는 수행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 어찌 수행을 하지?]“그나마 다른 곳보다 나은 것이 사기가 농후하다는 것인데, 그 때문에 온갖 괴기가 흘러넘치는 곳이지요. 아무튼 그러하여 동국은 사기를 영력으로 치환하는 비술이 발달했습지요.”
사기를 영력으로!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그 비술만 터득할 수 있다면 산군 또한 단숨에 내상을 치료할 수 있다.
[그럼 너도 알고 있겠군. 그 구결을 말해보라.]기쁜 마음으로 말했으나 만호는 낯빛이 어두워지고 눈을 피했다.
왜 그런가 하니.
“저도 알지 못합니다….”
[뭐?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사기를 영력으로 치환하는 비술을 모른다면 어찌 수행을 쌓을까!
산군이 노기를 일으키자 만호가 몸을 벌벌 떨며 고했다.
“이 비술은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저 같은 놈에게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럼 어찌 수행하고 있지?]“다, 달마다 영석을 지불하는 형식으로 그들이 펼쳐낸 진법이 있는 영산에서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산군은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그 영산에는 다른 도사들도 많겠군.]“예….”
그리되면 산군이 그곳으로 향할 수도 없다. 영력 한줌 모으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둔갑을 하란 말인가!
[귀찮아졌군, 뭐 이런 곳이 다 있는 건지 나참…. 네놈은 왜 이런 곳에서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이냐?]영석을 지불하며 수행하다니.
산군이 있던 지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게, 저 또한 어쩌다 보니 이곳으로 흘러 들어온 터라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방곡으로 갈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뭔가 미심쩍었으나 그러려니 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영기가 희소하다고는 하나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대로 운기하여 열흘 정도 지난다면 거동은 가능하다.
‘너무 오래 걸려.’
그 사이에 다른 강력한 도사나 영수가 오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
뭣하면 해족이 쫓아오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던가!
산군은 고심하다 만호에게 입을 벌려 혓바닥을 내밀었다.
“이건…”
[공정강이다. 받아라.]“가, 감사…”
[주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 영석이 있을 테니 전부… 아니, 3할만 꺼내라.]고개를 주억인 만호가 신식을 불어 넣어 공정강을 살폈다.
그곳에는 온갖 진귀한 영초와 선단, 그리고 요수들의 부산물이 있었다.
어마어마한 기운의 보물들은 물론, 온갖 금은보화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만호는 힐긋 산군의 눈치를 봤다.
녀석은 몸을 움직이기 어려우니 도망치는 것 정도는 가능할 터.
약속된 선단 또한 공정강에 있으니 이것만 갖고 달아나면….
[달아날 생각은 말아라. 그 공정강은 나와 멀어지면 즉시 터져버리는 금제가 새겨져 있으니까.]“정말입니까?”
물론 거짓말이다.
그런 것 따위 있을 리가.
하지만 만호는 흠칫하며 공정강을 유심히 살펴봤다.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의심하지는 않는 듯했다.
“꺼, 꺼내겠습니다.”
이내 공정강에서 영석을 꺼내니 순식간에 산처럼 쌓여 올라갔다.
해변가의 절반을 뒤덮을 정도였다.
[3할만 꺼내라 하지 않았나?]“사, 삼할을 꺼낸 것입니다.”
[아….]별로 쓸 일이 없다 보니 어느새 그렇게 많이 쌓였던 모양이다.
하기사.
해족들을 죽일 때, 공정강이 나오면 저도 모르게 손을 뻗던 산군이다.
사용한 적이 딱히 없었으니 그 수가 어마어마하게 쌓였으리라.
‘잘됐지 뭐.’
영기가 희박하니 영석의 영기라도 뽑아 내상을 달래야 함이 옳았다.
공정강을 쓰지도 못할 정도로 영력이 없었으니 이것으로 됐다.
산군은 공정강을 돌려받고 영석의 영기를 뽑아 치유하기 시작했다.
* * *
동국이라 불리는 거대한 섬나라.
그곳의 서쪽 끝자락에는 겨우겨우 명맥이 유지되는 문파가 하나 있다.
이름하야, 후고파(煦高派).
후고산에 자리를 꿰찬 약소문파였다.
하리(蝦裏)산맥, 일곱 개의 영산 중 하나로 영맥이 그리 좋지 않은 곳이다.
그 때문에 후고파에는 제자들 또한 쉽게 들어오지 않았고, 덕분에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후고파의 문주는 일찍 세상을 떠 종주의 여식인 후고보(煦高保)가 어린 나이에 문주가 됐다.
그녀의 경지는 비록 비선이었으나, 잠재력을 생각하면 그릇은 충만했다.
하지만.
같은 산맥의 약소 문파인 해눈파(海嫩派)가 호시탐탐 후고파를 노렸다.
그 탓에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일이 태반이었고, 그 탓에 후고파의 제자들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그런…곳이지요.”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 설명하던 만호는 연신 산군의 눈치를 살폈다.
산군은 그러거나 말거나 듣는 둥 마는 등 연신 주변을 살폈다.
그는 아직 본신의 모습이었다.
두 개의 뿔을 지닌 거대한 범.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낯짝이니 만호는 근심이 깊었다.
‘대체 선단은 언제 내줄 요량이지.’
주된 관심사는 그것이었다.
공정강을 살필 때, 갖가지 선단을 지니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선단은 물론, 본적도 없는 해괴한 선단까지 들고 있는 걸 보면 거짓은 아니다.
수량 또한 넉넉하니 정말로 자신에게 선단을 내주는 게 큰일은 아닐 터.
“크흠, 이, 이곳입니다!”
[음]산 전역에 펼쳐진 진법으로 사기가 영기로 바뀌어 숨통이 트였다.
산군은 주변을 휙휙 둘러보다 만호가 거처로 쓰고 있는 수련동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 좁다.]그가 들어서기엔 너무 좁았다.
거동할 수는 있게 됐으나, 아직 영력을 사용하기엔 부담스러운 산군이다.
막대한 영석으로 영력은 충당했으나 그의 몸은 내상으로 얼룩져 있다.
영수가 아니었다면 이리 움직이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좁다니까? 넓혀.]그러니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
“예? 아, 아….”
만호는 그 생각을 못 했다는 듯 한참을 멍하니 있다 뒷머리를 긁적였다.
“움? 만호 도사. 아니 그 범은 대체 무엇인가? 기골이 장대하고, 기운이 아주 대차게 사납군! 새로 삼은 복수라도 되는 겐가?”
그때 마실 나온 듯 뒷짐지고 걸어오는 대머리 노인이 살갑게 물었다.
“아! 어, 어… 그럼! 이 몸이 누군가! 만호 아닌가, 만호! 당연히 복수지!”
만호는 허허 웃으며 산군의 몸을 손바닥으로 툭툭 두들겼다.
산군이 무심하게 응시하자 만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렸다.
“허허, 하긴! 복수가 아니고서야 요수가 저리 얌전히 있겠나! 그것 참 신기하군, 두 개의 뿔을 지닌 범이라… 어디선가 들어본 거 같기도 한데 말야.”
“크흠, 내 수련상에 벽이 생겨 이놈으로 그 벽을 뚫어볼 요량이니 뭐, 그리 알게나. 잘 키운 복수 한 마리가 열 도사보다 낫다지 않나! 껄껄껄!!”
“허허, 그래. 어찌 잡았는지 몰라도 아주 장군감이군 그래! 정순한 불의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잘만 키우면 아주 요긴하게 쓰겠어, 껄껄!!”
산군은 시시콜콜한 대화를 듣자 짜증이 샘솟았다.
마음 같아서는 앞발차기로 모두 날려버리고 빨리 내상을 치료했음 했다.
-어서 썩 꺼지라고 해.
그래서 전음을 보냈다.
그러자 만호가 몸을 움찔하며 뒤를 보더니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어서 썩 꺼지게!!”
헛.
진짜 그대로 말할 줄이야.
“뭐, 뭣? 노망이 났나 왜이래!?”
-빨리 꺼지지 않으면 머리에 침을 놓아 고슴도치로 만들어주겠다고 해.
“노, 노망은 네놈이 났겠지! 난 빨리 수행하고 싶어 머리가 근질거린다고! 어서 썩 꺼지지 않으면 그 대머리에 침을 놓아 머리털로 만들어주겠네!”
‘이거 재밌네.’
이놈 은근히 말 잘 듣는다.
다음엔 뭘로 놀려볼까 했으나 급격한 회의감에 빠져 들었다.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응? 뭔가.”
“크흠! 자네 상태가 영 좋지 못한 듯하나! 문파에서 내려온 공문은 줘야겠지! 애초에 이걸 주려 왔으니까 말야!”
“음! 천천히 읽어보겠네!”
이름 모를 노인은 사라지고 만호는 공문을 살펴보다 슬쩍 뒤를 돌았다.
[복수라고 잘도 떠들더구나.]“아, 아니 그게….”
[괜찮다. 상황이 이리 됐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지. 신경 쓰지 마라.]하지만 신경 쓰지 말라는 것치고는 은근하게 발을 동동거렸다.
빨리 움직이라는 무언의 표시!
만호는 곧장 작업에 착수했다.
“눈썹이 휘날리도록 움직여 보겠습니다! 금방이면 되니 기다려주십시오!”
[기대하마.]만호는 발에 땀나게 움직여 수련동 크기를 겨우 확장했다.
반 시진이 걸렸으나, 도선치고는 빨리 준비한 편이었다.
산군은 넓어진 수련동에 들어가 적당한 자리에 몸을 깔고 엎드렸다.
죄다 부서 버려서인지 먼지가 자욱하고 지저분했다.
‘어쩔 수 없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지금은 그 보다 내상을 치료하는 게 먼저다.
영력은 보충했으나 이곳저곳의 혈도가 엉망진창이다.
‘내상에 좋은 약초와 단약이 있으니 몇 년이면 완쾌할 수 있다.’
그러나 몇 년이라는 게 문제다.
산군도 영명에 올라 고계 육사로 한 발 내딛고 있는 터라 한번 내상을 입으면 쉽게 치료하기 어렵다.
그에게 내상이란 몸 속의 영혈과 단령이 상처 입었다는 뜻. 치료는 할 수 있었도 시일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도 해야지.’
도선이 쓰던 수련동이라 영기의 질도 형편없고 방비도 없다.
마음 같아서는 고계 금제와 환진을 설치하고 싶었으나 그럴 여력이 없다.
놈을 시켜할 수도 있으나 도선 수련동에 그런 고계 금제를 설치하면 의심 받을 것이 뻔하다.
‘검령도로 가는 길이 이리 험난해서야 화란을 볼 면목이 없구나.’
잠시 그녀를 추억하며 피식거리던 산군은 이내 정신을 바로 잡았다.
* * *
후고산 중턱.
대머리 노인이 전음부를 들며 입을 달싹이다 날려 보냈다.
“경전에서 읽은 적이 있다 했지. 두 개의 뿔을 지닌 범! 쌍각부호(雙角符虎). 만호 놈에게는 유감이지만… 보고는 해야 하는 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