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126)
낭선기환담-125화(126/600)
낭선기환담 – 125화
화교룡의 굴에서 화기를 듬뿍 먹고 자라야만 발아한다던 용염삼!
모든 화신통 도사들이 바라마지 않는 영삼 중에 영삼이다.
“용염삼뿐만 아니라, 일을 무사히 마친다면 값을 매길 수 없는 검 또한 범 사제 것이 될 테니 나쁘지 않지!! 어떠한가?”
수상하다.
제련을 도와주는 것으로 용염삼을 내준다니 더욱 그랬다.
하지만.
‘용염삼의 유혹이 너무 크다.’
화교룡의 기운을 머금은 산삼이다.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그 효능이 기가 막힐 정도다.
‘용뇌를 먹기에는 아깝지.’
영명 중경에 있는 산군으로서는 용뇌를 지금 취하기에는 아까웠다.
영겁에 오를 때가 머지않았으니 아껴둠이 옳았다.
‘용염삼으로 용염단을 만들어 먹는다면….’
선단으로 만들어 먹으면 화신통을 익힌 산군에게 더 없이 좋다.
사월제항으로 복제하면 단번에 영명 최후경은 물론, 운이 좋다면 영겁까지도 가능할 정도다. 더군다나 마땅한 선단도 없던 참이었다.
거절하기엔 대가가 너무 크다.
‘천겁을 치룰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영겁은 늦춰야겠지. 그렇다 해도….’
얻고 싶었다.
필히 얻어둬야 하는 영삼이다.
게다가 여러 경전을 탐독했을 때, 영겁에게 효험 좋은 선단의 배합법도 알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용염단이다.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됩니까.”
그러자 대감이 씨익 웃으며 품에서 붉은 목갑을 던졌다.
“미리 받게 자네의 경지가 더 높아질수록 좋지 않겠나.”
봉악청화로 단번에 부적을 불태우고 목갑을 열었다.
열자마자 살갗을 이는 열기가 사방으로 퍼지고 불꽃이 치솟았다.
불꽃은 교룡의 형상을 한 채로 달아나려는 듯 솟구쳤다.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 허공에서 탐화가 나타나 홱 잡아챘다.
“앗 뜨거!”
그리 말하며 울상을 지었으나 용염삼을 놓지는 않았다.
산군이 받아 목갑에 넣자 호호 손을 불며 열기를 식혔다. 산군 탓에 화기에 익숙한 탐화가 뜨겁다고 할 정도니 확인해볼 것도 없다.
‘진품이야.’
게다가 이리 난리를 피우는 걸 보니 터럭만큼이지만 영성도 꽃피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산삼 위쪽에는 마침 열매도 몇 개 맺혀 있었다.
‘배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산군이 지닌 화염도 특출난 것이니 봉악청화를 깃들여 삼을 하나 키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잘됐네.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자네가 도와준다면 준비를 해야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군! 다음 비상의 날이 오면 다시 만나세!!”
대감은 그리 말하고는 붉은 빛줄기로 화해 사라져버렸다.
산군은 얼떨떨했으나 용염삼을 얻었으니 도로 무를 수도 없었다.
다음 비상의 날은 100년 뒤.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네.’
검령도라 도망갈 곳도 없다.
검술을 대성하여 검령화야(劍靈和惹)의 경지를 이루지 못하는 이상은!
“일단은 방해꾼이 사라졌으니….”
용염삼을 공정강에 넣은 산군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스르륵 하강했다.
건곤주 밑은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지만 손을 휘젓자 가볍게 사라졌다.
안개 밑에는 울창한 수풀이 펼쳐져 있어 바닥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나무 꼭대기에 내려선 산군은 도포를 휘날리며 탐화에게 명했다.
“탐화야 한 마리만 잡아와라. 먹으면 안 된다. 더러운 거다.”
“응!”
경전을 살펴보고 있으니 이내 비명 소리가 들리며 탐화가 돌아왔다.
“잡아 왔어!”
“그대로 잡고 있거라.”
놈은 인간과 흡사한 모습의 구부였는데, 양손이 없고 대신 검이 붙어있는 기괴한 형태였다.
산군은 곧장 만극일검을 일으켰다.
이내 구부의 머리 옆에서 나타난 만극일검이 놈을 찔러 들어갔다.
찔렀다기보다는 그냥 통과했다.
‘살상력이 없는 건가.’
이상하다는 듯 있자 이내 놈의 머리가 기괴하게 비틀리다 축 늘어졌다.
“죽은 게냐?”
“어… 응. 죽었어, 주인님!”
고개를 갸웃거리며 구부를 단령금정으로 살펴보자 기이한 점이 보였다.
머리 부근에 기의 흐름이 난도질당한 듯 잘려져 있었다.
‘그렇군. 기의 흐름을 자른다라….’
생각해보니 그렇다.
실체가 없는 검이니 실체가 있는 것을 베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죽을 이유는 없는데… 구부라서 그런 건가?”
구부의 탄생비화는 조금 비참하다.
먼 옛날 검령을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실험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그 결과가 낳은 것이 바로 구부이다.
많은 생명들이 제물로 죽어나갔다.
그렇기에 귀신에 가까운 존재다.
검령이 되지 못한 이도저도 아닌 것들을 딱하게 여긴 이가 구원 받지 못한 존재라며 구부라 부르게 되었다.
“애초에 살아있을 수 없는 것들이니 그럴 수도 있겠어.”
산군은 자신을 덮치려는 구부들 몇몇을 만극일검으로 상대하고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실체가 없는 것을 베는 검.
만극일검.
“도사들을 상대할 때는 또 다르겠지만 틈을 만들 수는 있겠어.”
구부들처럼 죽이지는 못하겠지만 틈을 보이게 할 수는 있을 터.
찰나의 틈이겠으나 그 잠깐으로 생사가 결정되는 곳이 도계다.
게다가 수행을 하면 할수록 만극일검은 더 강력해질 것이다.
‘6성에 오르면 잠시나마 실체를 가질 수도 있다니 나쁠 것 없지.’
산군은 잠시 고민하다 1년 정도는 구부들을 사냥하며 수행하기로 했다.
막 1성에 오른 만극일검이었고, 만 개의 검을 모두 다루는 것은 지금의 그로서도 버거웠으니 말이다.
“그놈이 여기서 뭐를 얻었더라.”
기연의 주인공께서는 이 구부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기연을 얻었었다.
“구부령이었던가.”
구부들의 왕쯤 되는 놈들이다.
총 네 마리가 있는데, 각자의 구역에서 왕 노릇을 하는 걸로 안다.
놈들에게 내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강함은 태선에 필적한다.
산군이라도 위험한 놈들이었으나 딱히 걱정할 것은 없었다.
“탐화야.”
“응?”
“맛있는 거 먹고 싶지 않더냐.”
“응! 맛난 거!”
“이쪽이 북쪽이니, 쭉 남하하다 보면 맛난 것들이 보일 게다.”
“먹어도 돼?”
“그놈들이라면 얼마든지.”
* * *
사사삭.
수풀을 내달리는 비선 하나가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고 있었다.
콰아앙!
“크하하하! 도망가는 꼴이 쥐새끼와 다를 바 없는데 도사라 칭하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더냐!”
“닥쳐라 개놈아!”
흰머리가 성성한 비선은 소리치며 답했으나 눈물이 흘러나왔다.
‘괜히 육사를 따라와서는…!’
그는 산군 일행 중에 제일 먼저 검령도로 들어간 만호였다.
처음엔 어리둥절 했으나 새로운 검술은 그를 개안하게 할 만큼 뛰어난 것이었기에 기뻤다.
수련에 몰두하느라 30년이 훌쩍 지나간 것도 몰랐다.
그렇다.
만호는 너무 몰랐다.
건곤주 밑에 이런 괴물이 도사리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말이다.
새로운 검술을 시험해볼 요량으로 베어 넘겼다.
그것만이었다면 괜찮았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흥이 돋아버린 것이다. 검진도 펼쳐 보고 검기도 날려 보다 보니 이목을 끌게 된 것은 당연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이 꼴이다.
대항하는 것도 어려운 경지의 차이.
태선과 동급이라는 놈이다.
그런 놈에게 찍히게 될 줄 몰랐다.
쥐며느리도 몰랐을 것이다.
‘젠장, 젠장!’
지금 살아있는 것도 다 놈의 유희의 하나일 뿐이다.
다른 검도자들은 도망가기 바빴다.
그를 도울 이는 없다.
있을 리가 없었다.
산군이나 다른 이들이 우연히 도와 주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작 하인을 위해 목숨을 걸 주인은 없다.
“에라이 제길!”
탓.
만호가 멈춰 섰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매한가지.
“덤벼라 개잡놈아! 내 오늘 죽는다 하더라도 하늘 앞에 떳떳할 것이다!”
“신기한 놈일세. 네놈들 자체가 하늘의 이치에 반하는 것들이면서 하늘 앞에 떳떳할 것이 있더냐?”
만호의 앞에 선 구부령은 하체는 뱀이요, 상체는 인간이었다.
다만 여섯 개의 팔을 지녔고, 여섯 개의 검을 지니고 있었다.
“흥! 그건 오직 하늘만이 알 일! 우린 시련을 걷고 있을 뿐이다!”
“시련은 개뿔. 자연의 섭리가 인간은 100년 남짓으로 뒤지는 것인데, 억지로 살아있는 놈들이 말이 많다!”
인상을 구긴 만호가 검을 들었다.
이내 춤을 추듯 기묘하게 움직이더니 그의 환영이 스르륵 나타났다.
총 여덟 개의 환영은 각기 다르게 움직이며 영기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환검이었다.
“죽어라!!”
여덟 명의 만호가 사방에서 검을 찌르며 들어왔다.
나쁘지 않은 환검이었다.
환영 모두가 실체를 지니기라도 한 듯 구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쩌엉!
“헛!”
상대가 태선과 동급인 구부령이라는 점이다. 구부령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킥킥 웃으며 한 검으로 만호의 검을 가볍게 막아냈다.
“한 200년 됐나? 너랑 똑같은 검술을 지닌 놈이 내게 잡아먹혔지. 너는 그놈보다 더 형편없구나!”
툭.
굴욕이며 치욕이다.
만호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검은 튕겨나가 부러졌다.
굴곡 많은 인생이었다.
꼬이고 꼬이고 제대로 꼬여버려 여기까지 오게 되지 않았던가.
하지만 포기는 이르다.
만호는 칼자루를 집어던졌다.
거침없이 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털썩!
무릎 꿇었다.
신속한 무릎과 이어진 상하체는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쿵.
이마를 지면에 박은 만호는 큰소리로 외쳤다.
“살려주십시오! 주인으로 모시게 해 주신다면 결초보은하여 평생을 다해 갚도록 하겠나이다!!”
패기 넘치는 복종이었다.
뱀의 하반신을 지닌 구부령은 박장대소하며 숲속이 떠나가라 웃었다.
“크하하하하하!! 이놈 좀 보게!!”
얼마나 우스운지 허리를 젖혀가며 웃었다. 치욕스러웠으나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서 몇 번이고 했던 일이다.
나이를 먹는다 하여 언제나 지혜로워 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뻔뻔해진다.
초탈이라면 초탈이다.
“이런 놈은 또 처음이네. 카하핫! 이놈아! 그렇게 욕을 해놓고 내가 ‘무어라?! 네놈이 결초보은할 것이니 지금 살려주면 복이 올 것이라고? 오냐 살려주마!’ 라고 하겠느냐?”
“절 살리신다면…!”
“시끄럽다. 질렸으니 뒈져라.”
그때였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각!!
수풀이 거칠게 요동치고 새가 펄럭거렸다. 숲 위로는 웬 구부들이 하늘 높이 날아다녔다.
아니, 날려지고 있었다.
쾅! 쾅! 쾅! 쾅!
굉음과 함께 숲위에서 칠흑의 거대 지네가 입을 벌리며 달려들었다.
“뭣!”
“탐화!!”
엇갈린 반응이었다.
만호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그와는 반대로 구부령은 얼굴을 찌푸리고는 곧장 기운을 끌어 올렸다.
우습게 볼 놈이 아님을 직감했다.
여섯 개의 검이 탐화오공을 향했다.
그때였다.
사사삭.
구부령 곁의 허공에 얼핏 검의 잔영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크아아아아악!!”
돌연 구부령이 비명을 내질렀다.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놈이 온몸에 핏줄을 세우고 몸을 비틀었다.
만호는 뜬금없이 놈이 왜 이러나 싶어 화들짝 놀라며 떨어졌다.
그리고 그대로.
탐화오공의 입이 쩌억 열렸다.
콰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