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149)
낭선기환담-148화(149/600)
낭선기환담 – 148화
주먹 형상을 한 오색찬란한 칼날들이 오귀의 호신막을 강타했다.
동서남북으로 꽂혀있는 석장은 물론, 작은 보살 형상은 한순간에 찢겨져 흔적도 남지 않았다.
화들짝 놀라 합장한 뒤, 장을 뻗었으나 통할 리 만무하다.
[꾸이이에에에에엑!!]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육중한 몸뚱이가 건물들을 무너뜨리고 뒤로 밀려났다.
쿵! 쿠웅! 쿠우웅!!
삼백 장이나 밀려난 후에야 겨우 몸을 가눌 수 있게 된 오귀는 자신의 두 팔을 내려다봤다.
덜덜 떨리는 두 손은 난도된 듯 검흔이 가득했고, 적색 화염 또한 치솟고 있어 고기타는 냄새가 고소하게 퍼지고 있었다.
아연실색해 적염을 끄려 했으나 도통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
오귀는 안색이 파리해져 덜덜 떨다가 돌연 입으로 피분수를 뿜었다.
푸우우!! 당금의 일초로 몸속의 영혈이 조각조각 잘려나간 것은 물론, 극심한 내상을 입은 것이다!
고작 영겁 초경의 신통이 아니었다.
이제 오귀는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허공 위에서 자신을 멀거니 바라보는 시선을 두려워했다.
그는 입을 벌려 거대 태도를 꺼내 자신의 두 팔을 잘라내고는 금돈족의 부축을 받아 일어났다.
탈형의 모습으로 변하자 새하얀 안색과 충혈된 두 눈이 초췌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산군은 뒷짐 진 채로 뚫어져라 바라봤는데, 그제야 오귀가 흠칫하며 자신을 부축하는 시녀에게 무어라 말했다.
시녀는 그의 품에서 금돈신상을 꺼내어 산군을 향해 공손히 바쳤다.
“이, 이것을….”
산군의 무위를 눈앞에서 봤었던 시녀가 온몸을 떨며 신상을 바쳤다.
그는 피식 웃으며 신상을 쥐었다.
“제 손속이 너무 심했던 듯합니다. 이리하면 제가 꼭 힘으로 물건을 빼앗은 것 같지 않습니까.”
인자한 낯으로 말하며 내상에 좋은 단약 한병을 시녀에게 주었다.
“멀리 안 나가겠습니다.”
그렇게 오귀와 금돈족은 치욕을 머금으며 도망치듯 홍해를 빠져나갔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구귀와 홍연, 그리고 칠귀까지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쥐며느리도 몰랐을 것이다.
영겁 중경을 초경이 단 일초 만에 개박살을 낼 줄 누가 알았던가!
‘오만방자한 오귀이나 그 신통은 감히 무시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거늘.’
칠귀는 흥미롭다는 듯 산군을 바라보며 진득한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장천만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였다.
* * *
어영부영 마무리된 축제를 뒤로 하고 산군은 거처로 돌아왔다.
다른 이들은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듯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금돈신상에 갇혀 있는 탐화를 꺼내는 일이 우선이었고, 어찌하여 갇히게 됐는지 묻고 싶었다.
산군은 금돈신상을 허공에 띄워 수결을 맺고 입을 달싹였다.
푸른 빛의 주술문자가 표표히 떠올라 금돈신상으로 들어갔다.
이내 금돈신상의 눈이 번뜩이고, 신상이 곧장 입을 쩌억 벌렸다.
그러자 금빛 구슬 하나가 유유히 빠져나와 섬광이 퍼져나왔다.
잠시 뒤.
그의 앞에는 양파두 머리를 한 귀여운 소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탐화 이놈.”
“아, 주인! 뭐야?”
“뭐긴 뭐냐 이놈아. 별 괴상한 놈한테 잡혀 있길래 꺼내준 것이다.”
탐화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잘 못하다가 조곤조곤 설명하자 기억이 났는지 물고기처럼 퍼덕거렸다.
“맞아! 그 돼지가 쫓아왔었어!”
“그래서 어찌 했었느냐.”
“한대 때리니까 엄청 화를 내더니, 며칠 치고 박다가 갑자기 깜깜해져서 정신 차리니까 주인이 있었어!”
산군은 한숨을 쉬었다.
더 무어라 하고 싶었으나 이번 일은 탐화의 잘못이 아니다.
그냥 운이 없었다.
“다음에 너 혼자 있을 때 다른 육사나 도사를 만난다면 도망치거라. 네 신통이 영겁에 다다랐다곤 하나 완전한 영겁인 것은 아니지. 장점이라고는 튼튼한 몸뿐이니 봉인술에는 한 없이 약하지 않더냐.”
“응… 잘못했어.”
“알면 됐다. 그것보다는 네게 듣고 싶은 게 많아. 백산은 어떻더냐.”
한 시진 후.
산군은 곤히 잠든 탐화를 침소에 눕히고 창가에 앉았다.
그러자 홀연히 나타난 화란이 그의 등을 감싸며 나타났다.
“왜 그리 슬퍼보이십니까.”
“그래 보이나.”
“조금 쓸쓸해 보이셨습니다.”
산군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 또한 도를 향해 나아가는 여인이니 백산에 있을 수는 없었겠지. 요호도 함께라고 하니… 때가 되면 다시 돌아올 테니 됐어.”
백산에 초아와 요호는 없다고 한다.
오래 전 수행을 위해 떠난 뒤로는 나타나지 않았다는데, 그렇게 된 지는 300년이 조금 지났다니 걱정이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전부 잘 지내고 있는 듯했다. 만삼이는 어렵지 않게 영명으로 단령을 맺었고, 태양화리의 명화 또한 마찬가지였다.
연아는 비선 최후경에 다다라 경지 상승을 준비하고 있지만 어찌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었다.
“명화와 만삼이는 애초부터 평범한 몸이 아니었으니 충분히 영명에 들어서고도 남았지.”
산군은 탐화가 건네준 서찰을 읽어 보았다. 백산에 찾아온 혼아들과 신단수에 관한 것도 있었고, 백산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찾아온 타 문파에 대한 언급과 문도들의 수.
그리고 백산이 가진 물자나 전력을 수치화시켜 적어져 있기도 했다.
“변함없이 꼼꼼하긴.”
여러 장의 서찰을 꼼꼼히 살펴보고 나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때 화란이 그의 어깨를 매만지며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오귀를 그렇게 만드신 것은 산군 답지 않으셨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금돈족의 수장으로 보였던 오귀다.
십해만척의 귀왕 중 하나를 개망신 주었으니 원한을 사도 제대로 사게 된 것이다. 다른 이들이었다면 앞으로 두발 뻗고 자기는 힘들었을 터.
“괜찮다. 애초에 마음에 드는 놈도 아니었고, 이제는 나 또한 영겁이니 힘을 숨기기만 해서는 안될 것이야.”
강한 힘은 표출해주는 것만으로 모두의 이목을 사기도 하지만, 그럼으로써 얻는 이득도 분명히 있다.
소문을 부풀려지고, 부풀려진 소문은 상대를 위축시키기도 하는 법.
“이제는 세력 싸움이니까.”
그리 말한 산군은 성큼성큼 방 밖으로 나서 구귀에게 찾아갔다.
벌컥!
“우왓! 뭐, 뭐냐!”
구귀는 칠귀, 그리고 홍연과 함께였는데 아마도 산군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듯하다.
“저를 조금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도와줘?”
구귀가 고개를 갸웃하고, 홍연과 칠귀가 이채를 번득였다.
“그 말인 즉슨, 귀왕이 되고 싶다는 말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예. 조금 꺼림칙해 고민하고 있었으나 생각해보니 나쁠 것 없어 제가 귀왕이 되어야겠습니다.”
산군은 품에서 영패 하나를 칠귀에게 던졌다.
투박한 영패를 받아든 칠귀가 그것을 알아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것은 역대 귀왕에게 전해지는 표식 중 육귀의 영패!
“이것을 어디에서!”
“대… 아니, 육귀와는 이전에 친분이 조금 있었습니다. 그대도 육귀와 친분이 있으셨습니까?”
그리 묻자 칠귀가 실수했다는 듯 흥분을 가라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언니되는 분과 육귀가 조금 친 분이 있으셨습니다. 그분의 영패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이 영패는 만보시대 때 만들어진 영패로 역대 귀왕에게 전해지는 것이죠. 지금은 세월이 너무도 흘러 영패를 지니고 있는 귀왕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저 또한 가지고 있지 않지요.”
조금 쓸쓸한 눈으로 영패를 바라보더니 육귀의 마지막이 어떠했느냐고 물었다.
산군은 뜻밖의 인연에 놀라워하며 육귀의 마지막을 일러줬다.
산군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칠귀는 놀라움과 당혹스러움. 그리고 아련한 눈빛을 흘려댔다.
“어리석은 양반 같으니라고. 이미 가버린 사람의 검을 붙잡고 그렇게까지 했을 줄이야….”
이후, 칠귀는 마음을 정리하고는 이 또한 인연이라며 산군이 귀왕이 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 알렸다.
구귀인 호리 또한 마찬가지.
“척 보기에도 대단한 내상을 입었고, 두 팔을 잃었으니 회복하려면 몇 십 년은 허비해야겠지요. 아마 근 시일 내로는 어쩌지 못할 겁니다.”
홍연의 말이었다.
산군도 그와 같은 생각이었다.
애초에 서로 뱉어낸 말이 있으니 섣불리 어쩌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상관없다.
문제는 이후다.
그렇기 때문에 귀왕이 되어 놈이 손 쓸 수 없는 위치가 되려는 것이다.
그리고 후에는.
‘은원은 확실히 해야지.’
제대로 정리할 때가 있어야 할 거다. 어딘가에 얽메이고 싶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보다 여차할 때 자신을 지켜줄 뒷배가 필요했다.
그리고 슬슬 백산을 눈독들이는 다른 놈들을 쳐내려면 귀왕이라는 직함이 있어 나쁠 게 없다.
물론, 백산에 있을 때는 귀왕이라는 직함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백산은 육사와 도사가 배척하지 않고 지내는 곳이니, 산군이 귀왕이 됐다 하면 혼란이야기될 게 분명했다.
그 때문에 귀왕이 되는 것을 꺼려했으나 이제는 어쩔 수 없다.
비밀리에 귀왕이 되어 각기 다른 세력을 쥐고 있는게 낫다고 판단됐다.
그렇다고 산군이 도사들 세력에 몸 담을 수 있지는 못하니 말이다.
“백귀야행은 4년 뒤 용전(龍殿).”
[그곳에서 새로운 왕의 탄생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칠귀는 그 말만을 남기며 하늘하늘한 날개옷을 펄럭여 사라졌다.
백귀야행은 4년 뒤.
산군이 귀왕이 되는 것도 그때가 될 것이다.
“한시름 놓았군. 그럼….”
이제 할 일은 만성독염을 찾아 회수하고 백산으로 향하는 것뿐.
놈을 찾는 것이 시간이 걸리겠으나 대강의 사정도 알았고, 할 일도 마쳤으니 차분하게 시도하면 된다.
더군다나 웬 돼지 놈 때문에 퍽 재미난 물건을 얻기도 하지 않았던가.
“금돈신상이라.”
탐화가 갇혀서 꼼짝도 못했던 물건이다. 더군다나 신식으로 연결되어 있던 산군도 알아챌 수 없게 만든 금돈족의 보물.
“이거라면 만성독염을 손쉽게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산군은 금돈신상을 품에 넣고는 불꽃으로 화해 북쪽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1년 뒤.
“이제 가느냐.”
“가야지. 내가 누군지 알잖아.”
그는 백산의 산군.
백산으로 가는 것이 응당 맞다.
“그래 뭐… 어차피 다시 볼 거니까.”
3년 뒤 백귀야행에서 다시 만날 것이고… 정 보고 싶으면 백산으로 찾아가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까망호리는 조금 서운한 듯 땅바닥만 보고 입술을 삐죽였다.
“자주 놀러오거라.”
“전속력으로 날아가도 2주는 걸리는데 무슨 동네 뒷산 말하듯 가볍게 말하는 것이야.”
“한달이 아닌 게 어디더냐. 정 그러면 같이 갈 테냐?”
“됐어. 네가 막 독염을 완전히 사로 잡아 주었으니 북쪽을 개간해야지. 내가 이래뵈도 바쁜 몸이다!”
산군은 쓰게 웃으며 주억였다.
바보처럼 말하지만 그녀 말대로 홍해는 이제 북쪽을 개간해야 함으로 바빠질 것이다.
북쪽에 있었던 영석 광맥이나 땅을 다시 복원해야 할 테니 말이다.
“일을 마치면 한번 찾아와. 받은 만큼 백산에서 제대로 보답해주마.”
그리 말한 뒤.
산군은 화운반홍을 꺼냈다.
“또 보자.”
거대 가오리가 붉은 화구름을 분출하며 하늘로 천천히 상승했다.
이내 홍해 하늘을 붉게 물들며 산군을 태운 화운반홍이 하늘 저멀리 점으로 변해 사라졌다.
“따라가셔도 상관 없을 텐데요.”
가만히 바라보던 홍연이 말했다.
“북쪽 개간은 제게 맡기시고 따라가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솔직히 호리가 하는 일이 많지는 않다. 따라가도 상관은 없었다.
대개의 일은 애초에 홍연이 맡아서 했었으니까.
그러나 호리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언제까지나 바보처럼 있을 수는 없지. 대호 놈은 항상 저리 나아가려 하는데 나라고 어찌 제자리에 있을 수 있겠어. 안 될 말이지.”
나란히 걷고 싶으니 말이야.
그리 말한 구귀는 등을 돌리고 화산 누각으로 돌아갔다.
홍연은 흡족한 얼굴로 그 뒤를 따르며 산군에게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