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159)
낭선기환담-158화(159/600)
낭선기환담 – 158화
“어, 어쩝니까! 보통 불길이 아닙니다! 웬만한 신통으로는 꺼지지도 않고 독기까지 머금어 섣불리 다가가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독에 내성이 없는 도사들은 이미 피를 토하고 있었다.
그나마 뇌 선사와 나머지 한 명의 도사만이 견뎌내고 있었으나 오래 버티기엔 역부족! 무슨 신통인지 몰라도 불바다 속을 날아다니는 불새는 화가 잔뜩 나 보였다.
“일단 몸을 피하도록 하지….”
“그럼 제자들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제자들은 또 받으면 되는 법. 우리가 죽으면 유구한 역사를 지닌 문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 명심… 쿨럭!”
뇌 선사가 피를 토했다.
태선 후경의 대선사도 대비 없이 만성독염의 독기를 받았으니 내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
“이, 일단 피하시지요!”
“그래.”
태선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태산에서는 제자들의 비명소리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불길을 잡으려 해도 도통 꺼지지 않는 독염에 그들은 점차 중독되어 가고 하나 둘 쓰러졌다.
“쯧쯧, 있는 척은 다 하더니 결국 제 목숨이 중요해 제자들이 죽든 말든 신경 쓰지도 않는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타오르는 태산 위에는 산군과 화란이 그들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었다.
“산군.”
“알고 있다. 저들끼리 알아서 하라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만….”
설마, 다 버리고 도망칠 줄이야.
이리됐으니 그의 행동 또한 바뀌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
만성독염의 독기와 열기는 산군이라 해도 감당키가 어렵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다.
‘설마 다 버리고 갈 줄은 몰랐지만.’
차라리 잘 되기도 했다.
육동은 만만한 세력이 아니다.
그들과 척을 지기로 했으니 응당 사용할 수 있는 패는 전부 사용하는 것이 자명하다.
산군은 곧장 손아귀를 벌렸다.
청염이 타오르자 그 속에서 금색의 연꽃이 나타나 활짝 피었다.
청봉이 들어있는 두련마화였다.
두련마화 위로 청봉이 날개를 퍼덕이며 나타나자 곧장 하늘로 솟았다.
영성을 얻어 단번에 자신의 할일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이다.
“화란과 탐화는 저들을 구해라.”
“알겠습니다.”
“알겠어!”
산군은 화란과 탐화가 태산의 제자들을 구하는 걸 보고는 수결을 맺어 놈과의 싸움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청봉은 청염을 뿌리며 만성독염에게 뛰어들었다.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뛰어드니 만성독염도 날개를 퍼덕이며 청봉에게 사납게 달려들었다.
쿠웅!
청봉의 청염과 만성독염의 적염이 부딪치자 커다란 폭발이 일었다.
“놈은 청봉에게 맡기면 되겠고, 난 그럼 금돈신상이나 찾아봐야겠군.”
위치는 이미 알고 있다.
놈에게 건네기 전 한가닥 추적술을 심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신식을 퍼드려 위치를 특정하고는 입을 달싹여 주술을 외웠다.
그러자 그의 손아귀에 금빛 기운이 맺히더니 금돈신상이 생겨났다.
“됐군. 이제 다시 봉인만 하면….”
그때였다.
콰자자자작 콰자작!!
어디선가 천둥 번개 소리가 귀를 찌를 듯 울려퍼지더니 폭음이 터졌다.
콰앙! 쾅!!
“…뭐지?”
미간을 좁히다가 둔광을 뿌리며 하늘로 솟구치니 상황이 한눈에 보였다.
어디선가 나타난 자색의 뇌전이 번개를 날카롭게 내려치며 태산 주변을 개박살 내고 있었다.
“누가 있지는 않아.”
애초에 자색의 뇌전도 누구를 노린다기보다는 광범위하게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산군은 곧장 단령금정으로 주변을 샅샅이 살피다 눈을 크게 떴다.
“이럴 수가!”
태산의 중심에서는 청봉과 만성독염이 치열하게 서로를 물어뜯고 할퀴고 있었는데, 그들의 화염이 한데 뒤섞이며 자색의 뇌전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었다.
“봉악청화는 다른 것과 섞일 수가 없는 화염이거늘….”
믿기지 않았으나 산군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했다.
“산군! 무슨 일입니까!”
태산의 제자들을 대피시킨 화란과 탐화가 나타나 물었다.
산군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 또 산군이 벌인 일입니까?”
“또 라니, 어감이 왜 그래?”
“설마요. 착각하셨겠지요. 어쨌거나 그냥 내버려둬도 되겠습니까?”
“안 그래도 손을 쓰려던 참이야.”
산군은 잠시 둘의 전투를 지켜보다 작게 탄성을 자아냈다.
“아…. 그렇군. 어찌된 조화인가 했더니 두련마화의 금염이 있었구나.”
청봉이 은연중 뿜어내는 금염.
아직 소화시키지 못한 두련마화의 금염이 적염과 청염을 섞이게 만드는 작용을 한 듯싶었다.
“화(火)와 화(火)가 만나 뇌(雷)가 될 줄이야…. 이건 정말 놀랍군.”
불과 불이 만나 번개가 되다니.
눈으로 보면서도 머리가 기울어지는 기이한 조화였다.
그러나 자색의 뇌전이 뿌리는 파괴력만큼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 와중에도 청봉과 만성독염은 치열하게 서로를 물어뜯었다.
청염과 적염이 거칠게 타오르며 사방을 불바다로 만드니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주변에서는 자색 뇌전이 퍼덕거리며 파괴를 일삼았다.
산군은 청봉을 도로 불렀으나 어째서인지 말을 듣지 않았다.
“통제가 안 되는군….”
대천지원수라도 만난 것처럼 청봉은 이성을 잃은 채 싸우고 있었다.
산군의 명령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그 반증.
청봉의 기운이 극히 약해졌다.
그러나 그건 독염도 마찬가지.
둘의 기운이 한층 쇠약해지자 자색 뇌전은 더욱 강대해지기 시작했다.
보통의 도사라면 꽁지가 빠져라 도망쳤겠으나 산군은 아니었다.
그는 단령금정으로 유심히 청봉과 만성독염을 지켜보았다.
지이이이잉!
서로의 몸을 한참이나 뜯어먹던 청봉과 만성독염이 위태롭게 일렁였다.
둘의 몸이 반절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다 돌연 서로의 몸에서 다른 색의 화염이 터져 나왔다.
이내 적염과 청염, 그리고 두련마 화의 금염이 뒤섞이며 굵은 자색의 뇌전이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왔다.
콰르릉 콰릉!!
자색의 원 곁으로 나뭇가지처럼 뻗어지는 뇌전에 사방이 터져나갔다.
산군은 뇌전에 담겨 있는 기운, 그리고 독기와 열기에 흠칫 놀랐다.
그의 곁을 지나간 자색 뇌전으로 산군의 팔뚝이 자색으로 물들일 정도로 그을렸으며 이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강력한 독기의 영향으로 보였다.
“독뇌염이라 해야 하려나….”
산군이 팔뚝을 매만지자 붓기와 화상이 눈 녹듯 사라졌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화란을 불러들었다.
그의 등 뒤로 만다라가 펼쳐지고 균천보화를 극성으로 운용했다.
몸에서 오색광채가 찬란히 퍼지자, 산군은 곧장 자색 뇌전 한 줄기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파지지지직!!
콰자자작 콰앙!
“하!”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산군의 손은 자색으로 그을려 있었는데 손바닥이 붉은 것이 화상을 입은 것 같아 보였다.
“균천보화를 극성으로 운용해도 이 정도의 고통을 줄 줄이야. 게다가 만성독염의 독성 또한 온전히 가지고 있다니! 보통내기가 아니야.”
하지만 산군의 얼굴에 희색이 떠올라 있었다. 화신통 육사이기는 하나, 애초에 뇌기는 화에서 파생된 것.
산군이 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후우-”
숨을 내뱉은 산군은 이내 둔갑을 풀어 탈형의 모습으로 변했다.
두 개의 뿔과 날개가 있는 모습.
이내 그의 뿔에서 푸른 원형 고리가 떠오르고 고리들은 몸으로 퍼졌다.
회천각고의 각체용손이었다.
순간 산군의 몸에서 기괴한 뼛소리가 터져 나오며 몸집이 부풀었다.
소년의 몸은 이내 사내의 그것으로 바뀌어 8척의 크기에 이르렀다.
이전에는 둔갑이 풀려 사용하기 껄끄러웠으나 탈형을 이룬 지금은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것에 더불어 균천보화를 극성으로 운용하고 탐화를 불러 위주호연갑을 만들어 입었다.
그 걸로도 모자라 산군은 온몸에서 청염을 분출해 감쌌다. 그제야 안심했는지 뇌전을 향해 다가갔다.
청봉과 만성독염이 뒤섞인 자색 뇌전의 중심에는 자색 구슬이 있었다.
표표히 떠오른 구슬은 영롱하기 그지없었으나 불길해보이기도 했다.
쿠르릉 쿠릉!!
단번에 여러 개의 자색 뇌전 다발이 산군을 향해 쇄도했다.
살아 움직이듯 쏘아지는 뇌전 다발에 산군은 손을 들어 펼쳤다.
그러자 오색광채와 함께 허공에 만다라가 피어나며 뇌전과 부딪쳤다.
콰자자자작!!
자색 뇌전의 힘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엄청난 신통에 눈살이 찌푸려졌으나 아직은 버틸 만했다.
“흡!!”
원을 그리듯 팔을 휘두르자 만다라가 서로 뭉쳤다 돌연 수천수만의 검으로 바뀌어 사방으로 쏘아졌다.
균천보화의 검들은 산군의 의지에 따라 자색 뇌전들과 부딪치며 그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 틈에 산군은 뇌구로 향했다.
파직 파지직!
튀어 오르는 뇌전 줄기 속에서 영롱한 빛을 뿜는 자색 구슬이었다. 산군은 곧장 구슬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때였다.
콰르르르릉!!
구슬이 돌연 반항하듯 방대한 뇌전을 일으켰다.
산군의 손아귀에서 수백의 뇌전 줄기가 사방팔방으로 치솟았다.
콰앙 쾅!!
떨어져 내린 뇌전이 태산에 직격해 봉우리가 무너져 내리고 암벽이 비산해 튀었다. 불바다가 사라지자 마자 벼락이 내려치니 태산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적당히 해라 이놈아!”
한손으로 수결을 맺으며 입을 달싹이자 불경 읊는 소리가 사방에서 메아리치듯 들려왔다.
이내 오색광채가 구슬을 압박하고, 위주호연갑에서 탐화의 금장사가 뿜어져 구슬을 고치처럼 꽁꽁 감쌌다.
그 걸로도 모자라 부적을 붙였으나 뇌전이 한번 치솟자 금장사와 부적은 일순간에 증발해버렸다.
흠칫 놀란 산군이 금돈신상을 꺼내 영력을 불어 넣었다.
손아귀가 불에 타듯 뜨거웠다.
실시간으로 터져 나오는 뇌전들에 의해 일어나는 통증이었다.
화신통을 대성했다 자부하는 그가 손이 불타는 것 같다 느껴졌으니 보통의 도사였다면 일순간에 재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금돈신상의 입이 벌려지자 그 안에서 노란 격자무늬가 튀어나와 뇌구를 붙들어 맸다.
콰르릉 콰지지지직!!
뇌구는 자색 뇌전을 쏘며 반항했으나 신묘한 금색 기운이 흘러나오자 뇌전의 기운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신기할 노릇이었다.
어떤 신통을 지녔기에 천둥벌거숭이 같던 뇌구가 이리 조용해졌을까.
산군은 곧장 금돈신상에 뇌구를 봉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후-”
만성독염을 어찌 길들여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뇌구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앞서 보여준 신통은 가히 대단해서 균천보화와도 자못 대등해 보였다. 대관절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뜻밖이었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쁠 것은 하나 없었다.
자색 뇌전의 힘은 청봉의 청염과 만성독염의 장점을 그대로 가진 채 진화한 뇌전이었다.
이 뇌전을 다루게 된다면 태선 후경과 싸워도 지지 않을 것 같았다.
“화신을 이용해서 해볼 수밖에.”
벌써부터 여러 연구를 해볼 생각에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그러나 곁으로 다가온 화란의 얼굴은 반대로 수심이 깊었다.
“괜찮으십니까.”
그의 오른손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지 오래였다.
자색으로 그을린 동시에 독이 중독된 듯 잔뜩 부풀어 올라 있었다.
“아…. 걱정할 것 없다. 괜찮아.”
“안 괜찮으신가보군요.”
“괜찮다니까?”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들어보였으나 화란의 안색은 펴지지 않았다.
“제가 산군을 몇 해나 봐왔다 보십니까. 산군은 정말로 아프시면 아프다 하지 않으시지 않습니까.”
산군은 붕어마냥 입을 벙긋 거리다 고소를 머금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심각한 상처는 아니다. 며칠 정양하면 낫는 정도니 걱정할 것 없지. 애초에 균천보화를 이룬 몸이니 보검이나 다름없다.”
“보검이나 다름 없는 것이지 보검은 아니지 않습니까.”
“…무슨 말을 못 하겠군.”
어깨를 으쓱인 산군은 화란에게 손을 내어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다치기라도 한 듯 아미를 찌푸리며 상처를 치료했다.
제 것이라도 되는 듯 산군의 공정강에서 약재들을 꺼내 조합하더니 손에 바르고 붕대로 감쌌다.
그로도 모자라 예전에 얻었던 복조부(福神符)를 붙이기까지 했다.
“복조부는 조금 아까운데.”
“조용히 하세요. 몇 개 더 있지 않습니까. 제때 쓰지 않으면 아껴봤자 똥이나 되지 뭐가 되겠습니까.”
복조부는 동국에 있었을 때 얻었던 귀한 부적 중 하나였다.
외상에 한해 재생력을 몇 배나 올려주는 신통방통한 부적이었다.
“됐네요.”
“음…. 고맙다.”
조금 머쓱해져 콧잔등을 긁은 산군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난리가 났군.”
만성독염과 자색 뇌전에 의해 태산은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난 듯 여기저기 불타고 터져나가 있었다.
“태산의 노인네가 보면 얼굴이 어찌 변할지 재밌어지겠어, 그치?”
“그래도 조금 심하셨습니다. 이제 육동의 태선들은 내상을 치료하는 즉시 눈에 불을 켜고 산군을 쥐 잡듯 잡으러 다니겠지요.”
애초에 그럴 거라 예상하고 벌인 일이나 다름없었다.
“누군가 고개를 숙이지 않는 한 결국 벌어질 일이었다. 내가 그 시일을 조금 더 앞당긴 것뿐이지.”
놈들에게 고개 숙였어도 결국에는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다.
산군은 그걸 더 앞당긴 것뿐.
게다가 그는 그럴만한 명분과 그것을 뒷받침할 능력이 있었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글쎄다. 일단….”
산군은 저 멀리서 자신을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는 태산의 제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 아이들을 회유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