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161)
낭선기환담-160화(161/600)
낭선기환담 – 160화
태안의 중심지에는 동악의 명산.
태산이 자리한다.
만보시대부터 이어져온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태산파의 태산!
하지만 태안에서는 그 태산에 관한 흉흉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게 정말인가? 정말로 그 ‘태산’이 사라졌다고?”
“그렇다니까! 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왔대도!”
동쪽의 명물이라는 태산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는 해괴한 소문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갑자기 태산에 오색 빛이 찬란하더니 천벌이 내리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태산이 폭삭 주저앉았다니까?”
객잔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사내의 말에 다른 이들이 반신반의했다.
그도 그럴 게 몇 천년이나 자리를 지킨 태산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던가.
“태산뿐만이 아니라니까? 태안에서 유명한 ‘도산’ 들 중 하나인 축기산이라고 있지 않은가! 그 산도….”
“축기산도 말인가? 허어… 세상이 어찌되려는지 영험하다 이름 높은 산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단 말인가!!”
태안에서는 산들이 사라진다는 흉흉한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문의 중심에는.
“경하 드립니다, 산군.”
여지없이 산군이 개입되어 있었다.
축기산이 있었던 자리 위.
그 위에는 산군이 좌선한 채로 고요히 눈을 감고 있었다.
오색광채로 만들어진 연꽃좌대 위에 두둥실 떠있어 신선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경하랄 게 있더냐.”
산군은 담담히 말하며 기운을 갈무리했다. 놀랄 것도 없다는 낯이었다.
“영내산을 취한 이는 여태껏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영산을 박살내버린 것도 그러한데 앞으로 세 번은 더 그럴 것이니 경하 드려야죠.”
그저 축하 말인 줄 알았더니 듣다 보니 비아냥거리는 거였다.
역시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진의를 파악할 수 있는가보다.
설령 사람이 아니라도 말이다.
“왜 또 그러느냐. 육동에 속한 문파들 중 축기파가 가장 약소하니 미리 손을 쓴 건 어쩔 수 없지 않더냐.”
문파 하나와 싸우는 것도 아니고 여섯 문파의 연합과 싸워야 한다.
그러니 미리 약소 문파부터 가지 치듯 쳐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축기파는 태선이 장문인 하나뿐이었으니 그를 막을 수 있지도 않았다.
장문인은 독염에 중독되어 축기산에 있지도 않았는데 왜 안 그럴까.
대충 으름장을 놓아 제자들을 백산으로 보내고 영내산을 취했을 뿐이니 어려울 것도 없었다.
“몇 번 더 그리하다가는 백산이 미어터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쁠 것 없지. 다른 문파보다는 더 풍족한 자원과 물자를 지원해줄 수 있으니 그들에게도 나쁠 것 없다.”
수요는 많으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게 도계의 이치.
허나 산군은 포용 할 수 있다.
그러니 차라리 백산으로 귀의해 백산의 제자가 되는 편이 그들에게도 더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도사들이 궁극으로 바라는 것이 바로 신선이고, 신선으로 향하려면 그에 맞는 공법과 수행, 그리고 선단이 필수불가결이니.
“그런 점에서 백산은 우월하지.”
신단수의 기운으로 영기의 밀도가 높은 것은 차치하고, 그에 이로운 효과로 진귀한 영초들 또한 성장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
그러니 제자가 아무리 많아도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태산파 제자들과 축기파의 제자들이 합쳐 사백이라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 가능했다.
“그들이 언젠가 나쁜 마음을 품게 되면 어찌 돌변할지 걱정입니다.”
“은원의 잘잘못을 따지면 끝이 없는 것이야 모두가 같으니 그냥 내가 품으려는 게다. 그리고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 방법이 있으니.”
얽히고설킨 은원의 문제를 풀어낸다면 억울하지 않은 사람이 누굴까.
산군만 해도 육동 놈들이 먼저 협박 질을 하지 않았다면 영산의 영내산을 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먼저 내 것을 탐한 건 그들이다. 그러니 나 또한 놈들이 가진 모든 것을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
받은 것이 있다면 돌려줘야 하는 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미덕이니, 산군 또한 대접 받은 대로 행하는 그들을 대접하는 게 맞다.
복(福)은 복으로, 흉(凶)은 흉으로.
“그건 그렇고 영내산을 취하니 산이 무너져 내리는 건 나도 생각지 못한 문제였어. 내산을 지닌 산들은 의지를 가지고 있다더니 그 말이 틀린 소리는 아니더군.”
영내산을 취하려하니 산이 먼저 공격할 줄은 몰랐다.
수봉외외정에 적힌 비술로 영내산을 빼내려 했을 때였다.
어찌 알았는지 암벽이 무너져 내리거나 천천히 압박하여 침입자를 죽이려하는 듯했다.
산 하나의 무게를 견뎌내야 할 때는 산군이라도 간담이 서늘했다.
“이 짓을 세 번이나 더 해야 하는 게 조금 걸리지만 어차피 잘 된 일이지. 육동과는 싸워야 하니까.”
그리 말한 뒤, 산군은 뒷짐을 진 채로 하늘 저편을 바라봤다.
잠시 뒤.
하늘에서 여러 빛이 번득이더니 형형색색의 둔광이 내려섰다.
팟!
열댓 개의 둔광이 걷어지자 안면이 있는 노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 이놈!!”
그 중 가운데에 있는 노인.
뇌 선사가 불호령을 내뱉었다.
“네놈이… 네놈이 감히 태산을…!!”
“추, 축기산이…!!”
옆에 있는 노괴가 축기파의 장문인 송 장문인 모양이다.
흔들리는 동공은 하늘 높이 솟아 있던 축기산을 찾지만, 보이는 거라고는 무너져 내린 돌덩어리뿐.
정처 없이 떠돌던 눈은 노기를 담아 산군을 쏘아볼 수밖에 없었다.
“백산파, 네 이놈!!”
“벌써 나오셨습니까? 꿍쳐놓은 쌈짓돈마냥 어디 처박혀 안 나오기에 다음에는 참정파로 갈까 했는데 말입니다.”
진노한 뇌 선사와 송 장문과는 다르게 산군의 음성은 담담하기만 했다.
얼핏 여유로워 보이기도 했다.
“무시하던 놈에게 애지중지하던 영산이 사라지자 화가 나시나 보지요?”
그러자 뇌 선사와 태선 노괴들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태선 급 도사 열 명을 앞에 두고 있음에도 저런 태도라니!
기세등등한 모습에 위축될 뻔하기도 했으나 믿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 듯해 입꼬리를 올렸다.
“그까짓 독공을 믿고 그리 목이 뻣뻣한 것인가? 역시 요수 출신이라 그런지 아둔하기가 붕어 저리가라군!”
신랄한 비난에 노괴들이 입술을 들어 올려 조소를 머금었다.
“독공? 독염 말입니까? 아아- 뭘 그렇게 숨어 있나 했더니 겨우 독기 때문에 쥐새끼마냥 모습을 감추셨던 겁니까? 허허… 그저 인사치레였을 뿐인데요…. 그러고 보니 아직 독기를 완전히 몰아내지는 못하셨나 봅니다?”
산군은 그들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고는 손을 펼쳐 불꽃을 피웠다.
그러자 노괴들이 모두 흠칫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들이 한 호흡 삼키고 개고생을 했던 적색 독염인데 왜 안 그럴까.
산군이 지니고 있던 만성독염의 잔재일 뿐이었으나, 그들을 위협하기에는 적절한 불꽃이었다.
“뭘 그리 겁을 먹으십니까.”
“누가 겁먹었다고!”
“이놈! 말버릇이 아주 고약하구나!”
대차게 소리치지만 눈빛에 스친 두려움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산군이 다 안다는 듯 말없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자 얼굴이 시뻘게져 씩씩거렸다.
“이놈! 대체 무슨 조화로 산 하나를 무너져 내리게 한 것이냐!!”
“알려줄 이유는 없지요.”
산군은 싱긋 웃으며 모여 있는 태선들에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내 밑으로 들어온다 하면 태산과 축기산처럼 영산 하나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허튼 소릴! 모두 뭐하나! 저놈을 내버려두면 태안의 영산들 전부가 무너져 내릴지도 모르니 당장에 마두놈을 처단합시다!”
모두들 고개를 주억였다.
산군은 조금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다 영겁의 기운을 방출했다.
이내 그의 등 뒤로 커다란 날개 두 쌍이 돋아나자 광풍이 휘몰아쳤다.
하나는 평범한 깃털의 날개였으나 다른 하나는 철로 이루어져 있었다.
“만익편…?”
“만익편이라면 촉산의 보배라 불리는 둔보가 아닙니까?”
그걸 어찌 그가 가지고 있을까!
진귀한 재료들도 재료들이지만, 성공 확률이 희박해 촉산에서도 지닌 이가 몇 안 되는 보물이거늘!
“촉산의 만익편은 본선법패로 삼는 게 기본이기에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금제를 심는다 들었는데 저놈이 무슨 수로 가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게 무슨 상관일까. 놈을 죽이면 만익편 또한 우리 손에 떨어지는 것이니 그것만 생각하시게!”
“아, 알겠습니다!”
어느새 산군의 모습 또한 소년의 외양으로 바뀌고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돋은 상태.
탈형의 모습이었다.
“죽어라 마두놈!!”
뇌 선사가 품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금강저를 꺼내 던졌다.
금강저는 뇌 선사의 손을 떠나자 마자 금빛 뇌전을 일으키며 사방팔방으로 치닿았다.
콰자자자작!! 쿠르릉!
그는 이름답게 뇌신통 도사로 강력한 뇌전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산군은 입꼬리를 올리며 날개를 한번 펄럭였다.
휙!
푸른 불꽃과 함께 산군의 신형이 100장 멀리에서 나타났다.
콰아아앙!
산군이 있던 자리는 강력한 뇌전으로 인해 지면이 폭발해 돌덩이 사방 천지에 비산했다.
“네놈들이 그리 떼로 덤비는데 내가 가만히 상대하고 있을 줄 알았더냐!”
“축지는 네놈만 부릴 줄 아는 게 아니거늘! 자만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산군이 한 번 더 날개를 퍼덕이자 이번에는 200장 멀리에서 나타났고, 다시 한번 펄럭이자 이번에는 300장 멀리에서 나타났다.
“뭣…!”
그들이 감지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일순간에 축지해버리자 뇌 선사 일행의 얼굴이 와락 찌푸려졌다.
영겁 초경의 신식은 100장.
그리고 중경이 200장이며 후경에 이르면 300장을 감지할 수 있다.
물론, 축지할 수 있는 거리 또한 신식에 영향을 받기 마련!
게다가 먼 거리의 축지는 많은 집중력이 요구되어 태선이라도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한데 저놈은 어찌!!”
단숨에 300장 멀리 축지하는가!
뇌 선사 또한 300장 멀리 축지했으나 놈이 어디로 달아났는지 신식으로 감지되지 않았다. 신출귀몰한 것이 귀신도 곡할 노릇이었다.
“아무래도 놈이 지니고 있던 날개가 둔보였던 것 같군.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신통을 부릴 수 없으니!”
확실치는 않으나 둔보의 영향을 받지 않고서 영겁 초경밖에 되지 않는 놈이 저리 축지할 수 있을 리 없다.
“하면 어쩝니까? 둔보가 보통 물건이 아닌 듯하여 놈의 행방을 알 수가 없는데요!”
“나눠져서 찾을 수밖에!”
그 방법 밖에는 없었다.
빨리 찾아내서 막지 않으면 태안의 영산이란 영산은 전부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자칫하면 저놈 때문에 태안에 적을 둔 도사들이 흩어질 수도 있다.
영산이 없다면 도사도 없다.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놈의 신통이 보통이 아니니, 노부 혼자 놈을 찾겠네. 그대들이 둘로 나뉘어 놈을 찾아주시게!”
그리 말한 뒤, 뇌 선사는 금빛 뇌전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어쩔 수 없지. 무운을 빌겠네!”
이내 태선 무리들은 둘로 나뉘어졌고 모두 비장한 낯으로 둔광을 뿌리며 하늘을 갈랐다.
그리고 다음날.
육동 연합의 곡산파.
그곳의 영산이 무너져 내렸다.
태안에 무너진 세 번째 영산이었다.
“빌어먹을 백산파 놈아!!”
무너져 내린 곡산 밑에서는 곡산파의 장문이 땅을 치며 울부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