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164)
낭선기환담-163화(164/600)
낭선기환담 – 163화
백산에서 사흘 거리에 위치한 곳.
그곳에 진영을 꾸린 뇌 선사는 임시 막사 위에 좌선하고 있었다.
그의 곁으로 뇌기가 꿈틀거리며 꽃처럼 변했다 뇌룡으로 변하며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뇌 선사! 곡산파가 무너졌답니다!”
뇌 선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노부가 백산을 치려는 걸 뻔히 알고도 그리한단 말인가?”
“그,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차라리 내가 태안의 영산들을 지킬 걸 그랬군.”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놈은 반드시 백산으로 돌아온다.
제 집이 백산이나 다름 없는데 어찌 돌아오지 않겠는가.
자신은 지금까지처럼 백산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면 된다.
“어쩔 수 없지. 백산을 점령한다면 놈 또한 돌아올 수밖에 없을 터. 게다가 놈이 지닌 영내산을 연구해보면 무너진 영산을 바로 세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던가! 우리는 원래 계획했던 대로 백산을 치면 되네.”
“그, 그렇겠지요! 믿고 있습니다!”
뇌 선사와 그를 보좌하는 태선.
그리고 환선과 비선, 도선의 숫자가 수천이 넘어가는 대군이다.
이제 겨우 수백의 제자를 가진 백산이 이들을 어찌 막을까.
백산파 장문은 태안에 있다는 것이 확인된 상태. 그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설령 백산파 장문이 지금 당장 눈앞에 당도한다고 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출발하세. 백산이 점령당한 후, 놈의 얼굴이 어찌 변할지 기대되는군!”
뇌 선사는 곧장 도사들을 이끌고 백산으로 향했다.
* * *
“막아라! 저놈이 태안의 영산들을 무너뜨리는 마두놈이다!”
수십의 도사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영산에서 튀어나와 달려들었다.
도산파의 도사들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도선과 비선.
그리고 드물게 환선이 끼여 있었다.
생각보다 수가 적었는데 아마도 백산을 치기 위해 차출된 인원이 많았던 모양이다.
“쓸데없는 짓을.”
도산 초입.
산군이 발을 한발 내디뎠다.
그의 영압이 발끝에서부터 퍼져나가며 북풍처럼 일대를 뒤덮었다.
“으아악!”
그의 영압이 퍼지자 도선들이 하나 둘 무릎이 꺾였고, 비선은 안색이 파리해져 파르르 몸을 떨었으며 환선들은 흠칫거렸다.
하지만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는데, 이내 도산 주변에 환진이 깔리기 시작하니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묘한 환진이었다.
도산 일대에 유리조각이 덕지덕지 붙은 듯 기묘한 환진이었다.
“기이한 환진이군. 아니, 환진이라기보다는 금제라고 해야 하나.”
환진은 가두는 것에 특화된 것이지만 금제는 막는 것에 특화됐다.
조금 다른 것들도 있기는 했으나 대부분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조금 특이했다.
“막기도, 가두기도 하기 위해 만들 어진 것 같은데….”
자세하기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산군은 깨진 거울 같은 표면을 매만지다 돌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방금까지 있었던 도사들이 사라지고 주변이 초목으로 가득 찼다.
어느새 산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산군의 눈가가 좁혀졌다.
“내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을 내려 보내더니… 이걸 위한 거였나.”
그때 돌연 초목들이 거세게 흔들리며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어찌 이곳에 당도했지? 백산파로 향한 뇌 선사의 행로를 모르고 있지 않을 터!]도산파 장문인인 듯했다.
산군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뇌 선사 따위가 무서웠다면 육동과 척을 지지도 않았겠지. 그런데 우습기 짝이 없군. 그대가 지금 백산을 걱정할 때가 아닐 텐데 말이야.”
[한낱 요수 따위가 감히!]쿠구궁!!
지축이 흔들리고 초목들이 뽑혀져 나가며 땅 밑에서 무언가가 솟구쳤다.
곧장 날개를 퍼덕여 축지하려 했으나 공간신통이 막혀 있었다.
“쯧. 귀찮은 짓을.”
혀를 찬 산군이 손아귀를 벌리자 작은 삼각형이 떠올랐다.
산군은 그걸 냅다 집어던졌는데, 삼각형이 빙그르르 돌더니 거대 활화산으로 변해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앙!!
무언가와 부딪치자 탄한여산이 크게 흔들리고 화산재가 떠올랐다.
“음?”
깔아뭉갰어야 할 탄한여산이 기이하게 들썩거렸다.
밑에 깔린 무언가가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크기인 모양이다.
[그깟 것으로 내 선찬토인(禪鑽土人)을 어찌할 수 있겠더냐!]“선찬토인?”
이내 탄한여산 밑으로 흙색의 손이 빠져나왔다. 흙손은 이내 허공에 떠 있는 산군에게 짓쳐들어왔다.
하지만 크기가 크기다 보니 생각보다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내심 마음을 놓았다.
저 정도 속도라면 크기가 아무리 크다 해도 무서울 게 없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돌연 선찬토인의 손이 잘려 나간 것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뭣…!”
하지만 이내 신식에 자신을 덮쳐 드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등을 돌리니.
선찬토인의 거대한 손이 등 뒤를 덮쳐들고 있었다.
공간을 뛰어넘어 공격한 것이다.
산군은 속으로 욕지거릴 내뱉으며 합장했다. 그러자 그의 발밑에서부터 오색광채가 피어올랐다.
콰아아앙!!
풍경에 균열이 간 듯한 환진 안에 흙먼지가 자욱하게 풍겼다.
하지만 흙먼지는 무언가에 빨려가듯 뭉쳐들었고, 거대한 토인으로 변했다.
거대토인의 어깨에는 숨어있던 도산파 장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 신통이 아무리 대단타하더라도 내 선찬토인과 선찬청진(禪鑽請診)의 조화를 어쩔 수 있겠더냐!! 흐하하!”
선찬토인은 자신이 평생을 들여 만든 본선법패와 동일시하는 본선괴뢰였고, 선찬청진 또한 도산파에 전해 내려오는 만보환진이었다.
“선찬토인과 선찬청진이 있다면 태선 중경과 싸워도 5할은 승리할 자신이 있는데 네가게 두려울까!”
“그리 자신만만했으면 진작 얼굴 좀 내비치지 그러셨소.”
이내 도산파 장문의 웃음기가 싹 가시고 말았다.
그의 음성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 평소와 다름없게 느껴졌다.
눈을 부릅뜨고 살피니 흙먼지가 사라진 자리에는 연꽃이 피어 있었다.
아니, 연꽃이 아니다.
자세히 보니 수천, 수만 자루의 검들로 이루어진 연꽃 모양이었다.
그 촘촘한 견고함에는 금강석도 혀를 내두를 것 같았다.
“빌어먹을 놈 같으니라고.”
도산파 장문이 욕지거릴 내뱉으며 선찬토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이내 토인의 기운이 흉포해지며 흙으로 이루어진 갑주와 투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환진 속으로는 선찬토인과 꼭 닮은 수십의 토인들이 생겨났다.
환진의 영향으로 인한 환영!
[본좌의 환진 속에 들어온 것 자체가 너의 패착이나 다름없다!!]선찬토인 수십 마리가 단번에 산군의 연꽃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산군은 개의치 않은 듯 연꽃 속에서 수결을 바꾼다.
연꽃이 활짝 피어나더니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듯 뾰족하게 변했다.
이내 수만 개의 검들이 사방팔방으로 튀어나갔다.
토인들은 물론 공간자체를 찢어버릴 기세로 쏘아졌다.
[크아아악!!]도산파 장문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토인 속에 들어가 있었으니 아직 놈은 무사할 터.
곧장 품에서 검 한 자루를 꺼냈다.
대감의 합환호환검이었다.
합환호환검은 빙글빙글 돌며 검날에 불꽃을 자아내더니 찌익!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잠시 뒤.
처참한 비명이 터져 나오며 허공에서 피 묻은 토인이 떨어져 내렸다.
산군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땅 밑으로 내려서 토인 곁으로 걸어갔다.
이내 손을 뻗으니 공간이 찢기는 것과 동시에 합환호환검이 그의 손에 붙들려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본래의 검 자체도 보통 물건은 아니었던 모양이야.’
공간을 찢는 보물은 흔치 않다.
거기서도 강력한 화신통을 머금은 것이다 보니 지보나 다름없는 신통을 보유하고 있었다.
태선이라 해도 지보를 지니고 있는 이가 많지 않으니 합환호환검을 당해낼 이가 많지 않을 것이다.
“본선괴뢰를 대성하면 괴뢰합일을 통해 산을 뽑고 땅을 뒤흔든다던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닌가보지?”
도산파의 신통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나 상대가 좋지 않았다.
산군의 이죽거림에 도산파 장문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러나 이내 비굴한 낯으로 그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가, 가져가게. 영산이든 무엇이든 가져가도 좋으니…!”
웃음기가 싹 가신 산군은 싸늘한 눈으로 내려 보다 검집을 꺼내들었다.
“제발, 제발 살려주게! 그대가 영내산을 모으는 이유는 내산단을 만들기 위함이겠지? 그, 그에 필요한 재료들과 피, 필요하다면 제자들 또한 내어주겠네! 그, 그러니 제발!”
“필요 없다!”
산군은 곧장 검집을 들이밀어 놈의 화령을 취하고 손을 털었다.
“같은 도사인데 어찌 이리 다를 수 있을까. 아니, 이놈이 보통이겠지….”
화신파 도사는 흔치 않은 인성을 지닌 도사였다. 다른 것들은 도산파 장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세상이다.
-그렇기에 살리셨습니까.
주변에 꽂혀있던 검들이 모여 하나의 검으로 합일되었다.
꽃처럼 아름다운 검.
오색광채가 찬란한 빛은 이내 아리따운 여인으로 바뀌었다.
화란이었다.
“어차피 내가 필요한 영내산은 다섯일 뿐이었으니까.”
태안의 영내산을 갖춘 영산은 여섯.
그 중 하나는 필요치 않다.
“그리고 내가 무어라고 사람을 살리고 말고 한단 말이냐.”
그는 품에서 곰방대를 꺼내 물고는 휘적휘적 걸었다.
손가락을 구부리니 도산파 장문의 몸에서 공정강이 튀어나와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잠시 살펴본 그가 작게 미소 지으며 주변을 돌아봤다.
환진은 깨어진 지 오래고, 떨어져 내리는 유리조각 사이로 경악하고 있는 도사들의 얼굴이 보였다.
“비록 내가 도산파의 장문을 죽였으나 그건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생긴 일이다. 도산파 제자들에게까지 원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 마음 놓아라.”
그리 말한 뒤, 그의 신형이 안개처럼 사라졌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도산이 크게 들썩였고 산 자체가 굉음을 일으키다 펑펑 터져나갔다.
잠시 뒤 도산의 초목들이 시꺼멓게 죽어나갔고, 돌덩이가 생기를 잃은 채 바스러지며 무너졌다.
도산파 제자들은 허망한 낯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다 뿔뿔이 흩어졌다.
도산이 무너진 날이었다.
* * *
그리고 사흘 뒤.
백산의 하늘 위에는 검을 밟고 있는 이나, 갖가지 둔보를 타고 있는 도사들 수천이 일대를 뒤덮었다.
그 도사들 틈으로.
거대한 가마를 타고 있는 뇌 선사가 자못 비장한 낯을 하고 있었다.
“곡산파에 이어 도산파까지… 고작 영겁 초경인 요수놈 하나를 당해내지 못한단 말인가!”
그를 보좌하는 태선은 물론, 그 곁에 있는 도사들도 마른침을 삼켰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뇌 선사 주변에 금빛 뇌전이 날카롭게 번득였기 때문이다. 스치기만 해도 저계 도사들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뇌신통!
목울대가 꿀렁일 수밖에 없었다.
“독염을 다룰 때부터 보통 놈은 아니라 생각했었지만….”
생각보다 더 호락호락하지 않은 놈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뇌 선사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태선 후경이 영겁 초경에게 긴장한다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허나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이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백산을 치는 것.
우선은 그것이 먼저다.
뇌 선사는 자신의 명을 기다리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빽빽하게 선 도사들을 보며 뇌 선사는 작게 읊조렸다.
“쳐라.”
와아아아아!
일순간에 기함을 토해낸 도사들이 단번에 백산으로 달려들었다.
그때였다.
기이이잉!
기묘한 소음과 함께 백산에서 돌연 여섯 개의 거대한 탑이 떠올랐다.
“저게 그 육령비탑이라던가.”
“확실치는 않으나 그렇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월문에서 도난당한….”
“흥, 백산파 장문 놈 하는 짓을 보니 일월문에서 훔쳐왔던 게지! 일월문 장문에게 말하면 알아서 놈을 찢어 죽이러 왔을 텐데 말이야.”
“그랬다면 저희가 백산의 비밀을 가지지 못했겠지요.”
떠오른 여섯 개의 탑은 기이한 영력을 물씬 풍기더니 탑 꼭대기에 푸른 불꽃이 피워냈다.
피어난 불꽃 속에서 돌연 눈동자로 변해 푸른 광선을 쏘아냈다.
피잉!!
실선처럼 보이는 광선이 도사들을 흩고 지나가자 그들의 몸이 조각조각 떨어져 내렸다.
“끄아악!”
“내, 내 몸이 왜!”
그뿐만이 아니다.
육령비탑은 우윳빛 기운을 토해내 백산 전체를 반원으로 감쌌다.
거대한 호신막을 씌운 것이다.
도선은 물론이요, 비선들 공격 따위는 동하지도 않는 보호막이었다.
“칠선보구 중 하나인 육령비탑이 무언가를 지키는 것에는 탁월하다 하더니 흰소리는 아니었나 보군!”
뇌 선사가 우윳빛 보호막을 보고 고개를 주억였다.
“허나 그래봤자 시간벌기일 뿐이다. 두들기다 보면 깨지는 것이 호신막이니 개의치 마라!”
“존명!!”
그때였다.
돌연 백산 곳곳에서 수백 개의 나무들이 생겨나더니 기이한 영기의 파동이 퍼져나갔다.
이런 신묘한 영기의 파동은 제 아무리 뇌 선사라도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영기의 파동이 그치고.
백산을 뒤덮은 우윳빛 호신막의 강도는 물론이요, 모습까지 변했다.
투명한 호신막이 되었으나 그 주변으로 희뿌연 안개가 그득했다.
태안의 도사들은 투명해진 호신막을 경계하다 보패를 날렸다.
쉭.
“어라?”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전처럼 호신막에 튕겨 나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듯 통과된 것이다.
의아하게 생각한 도선 하나가 검을 밟고 호신막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팔 하나를 넣어보곤 외쳤다.
“아,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자 다른 도사들도 보패들을 던져대며 다시금 확인했다.
그 말대로 아무것도 없는 듯 보패가 통과됐다. 그러나 안심이 되기는커녕 의구심만 가득 들었다.
뇌 선사는 눈을 감고 고민하다 이내 그들에게 명했다.
“가라.”
도선과 비선들이 서로 눈치 보다 환선이 눈을 부라리자 화들짝 놀라 앞 다투어 호신막으로 뛰어들었다.
백 명 정도 되는 도선과 비선 그리고 환선 몇이 들어갔다.
그리고 일각이 지났다.
백산 안쪽은 고요하기만 했다.
뇌 선사는 기다렸다.
그리고 반시진이 지났다.
그러나 누구 하나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또 한시진이 지났으나.
백산은 고요했다.
백 명의 도사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뇌 선사의 수심이 깊어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