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168)
낭선기환담-167화(168/600)
낭선기환담 – 167화
제 몸을 모두 덮을 듯 두툼한 날개는 장대했고, 머리에 돋아난 두 개의 뿔은 자못 굳건해보였다.
그것을 모두 갖춘 호랑이니 웅장(雄將)한 모습이요, 호웅(豪雄)이란 이름에 걸맞는 범이었다.
백산의 제자들은 격한 전투를 치르면서도 제 장문의 모습에 크게 감동하여 가슴이 뭉클했다.
말로만 들어왔던 백산의 주인이 본신을 드러내니 마치 신수를 본 것처럼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외문제자들은 요수의 모습과 흡사한 장문의 모습에 아연실색했으나 티내지는 못했다.
“흥! 고작 요수 따위가 본신을 드러냈다 한들 노부의 뇌공자치법상의 힘에 죽음을 면치 못할 터!”
그러나 뇌 선사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요수라며 한껏 무시했다.
산군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 주변을 맴도는 화운반홍을 돌려보냈다.
[맛보기는 이정도면 되었으니 제대로 한번 놀아보지요!]직후 산군의 뿔에 푸른 고리가 생겨나더니 몸이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회천각고의 각체용손이었다.
사족 보행이었던 산군이 상체를 들어 올리며 이족 보행의 범으로 바뀌고 몸집은 더 거대해졌다.
진정한 각체용손의 모습이었다.
“어디 한 번 해보도록 하지!”
뇌 선사 또한 수결을 맺으며 뇌공법상의 크기를 키웠다.
그러더니 돌연 뇌 선사가 구슬로 변해 법상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순간 뇌공 법상의 크기가 장대해지며 흉포한 뇌전이 득시글했다.
그 모습에 산군이 품에서 거대한 흑도 하나를 꺼내 던졌다.
아홉개의 환이 짤랑거리는 도.
구환도였다.
하늘에 내던진 구환도가 짤랑이며 귀무를 뿌려대자, 단숨에 검은 흑연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으스스한 한기와 함께 귀신들이 귀곡성을 내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자유를 얻어 기분이 좋은지 잔뜩 괴성을 질러댔다.
산군이 손을 휘적이자 귀신들이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악귀의 모습인 만재변악귀로 변해 달려 들었다. 만악은 네 개의 팔을 지닌 악귀로 돌변했는데, 그 모습에 당황한 건지 뇌공 법상의 허상이 축지하여 높은 하늘 위로 달아났다.
만악의 귀신들은 깔깔 웃었으나 산군은 미간을 좁혔다.
뇌공 법상이 한 손을 쳐들자 검은 먹구름이 선회하며 몰려들었다.
이내 천둥번개가 번쩍하며 법상에게 쏘아지자 뇌전으로 이루어진 낫이 생겨나 공간을 통과해 사라졌다.
산군은 날개를 펄럭여 축지했고, 만악은 어리둥절하다 공간을 가르고 나타난 뇌전 낫에 머리가 잘렸다.
콰앙!
입꼬리를 끌어 올린 뇌공 법상이 낫을 거두려는 순간.
파지직 콰직!
만악이 네개의 손으로 뇌전 낫을 붙들고 있는 게 보였다.
그때였다.
돌연 허공에서 나타난 산군이 쌍각부호의 모습으로 주먹을 내려쳤다.
콰아아앙!!
어금니를 짓씹은 뇌공 법상은 손을 들어 올려 주먹을 막아냈다.
분명 허상에 불과했는데 어느새 실체를 지니게 된 것이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산군은 오색 기운을 크게 일으켜 다섯 개의 만다라를 피워냈다.
만다라가 빙그르르 돌며 오색광채가 찬란하게 비추자 주변으로 오색 꽃잎이 흩뿌려졌다.
[감히 어딜!]오색 꽃잎이 뿌려짐과 동시에 뇌 선사의 금빛 뇌전이 벼락처럼 쇄도해 오색 연꽃을 요격했다.
뇌전과 연꽃의 접전은 티끌만한 차이로 뇌전이 우세했다.
그러나 산군은 개의치 않고 날개를 펄럭여 다시 한번 주먹을 내질렀다.
오색기운이 주먹에 쏠리자 만다라가 미친 듯이 회전했다.
그뿐이랴.
온몸으로 봉악청화의 불길을 뿜어 내니 세상이 푸르게 불타올랐다.
쿠우우우우웅!!
[크헉!]그제야 뇌공 법상도 버티기가 쉽지 않은지 은색 핏물을 내뱉었다.
산군 또한 핏물을 게워냈으나 뇌 선사보다야 훨씬 나았다.
한껏 조소를 흘리며 거리를 벌려 그와 동시에 합환호환검을 날렸다.
그러자 뇌공 법상 또한 입을 벌려 붉은 솥을 분출했다.
[합!]솥은 뚜껑이 열리자 자색 연기와 함께 합환호환검을 휘감았다.
무슨 보물인지 몰라도 합환호환검을 옭아매려는 듯 했다.
아니나 다를까 검을 휘감은 자색 연기가 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이한 기운에 합환호환검이 영 힘을 쓰지 못했다.
마음이 급해진 산군이 수결을 맺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잘 받아가지!]그때였다.
뇌전 낫을 풀어헤친 만악이 손을 기다랗게 늘려 솥 속으로 넣었다.
[오냐! 너도 먹어 치워주마!]만악이 스르륵 빨려 들어갔다.
산군은 신중한 낯으로 만악을 바라보다 탈형의 모습으로 돌아가 수결을 맺고 허공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보통 솥이 아니다.’
합환호환검은 물론, 구환도의 만악까지 자색 기운에 연계가 끊어지려 하고 있었다.
연계가 끊긴다는 말은 즉.
무기의 주도권을 빼앗긴다는 말.
놈에게 자신의 보물이 강탈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합환호환검이나 구환도는 산군이 지닌 보물 중에서도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보패다.
그것을 빼앗긴다면 이번 싸움의 승패 또한 기울어지게 될 터.
‘그리 둘 수는 없지.’
가부좌를 튼 산군의 밑에 오색의 연꽃좌대가 생겨나며 푸른 운무가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삽시간에 일대를 뒤덮는 운무가 깔리자 뇌 선사 또한 뇌공 법상의 모습으로 가부좌를 틀어 보였다.
이내 먹구름이 몸에서 뿜어져 나오자 푸른 운무와 먹구름이 부딪쳐 뇌전과 청염이 빈번히 치솟았다.
그 둘 사이로 붉은 솥 하나가 격한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무형의 기운에 휩싸여 이리 가지도 저리 가지도 못하는 듯 했다.
솥 안에서는 합환호환검을 둔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 * *
쿠르릉 콰릉!!
푸른 운무와 뇌전을 머금은 먹구름이 부딪치며 굉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백산파 장문과 뇌 선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다른 이들은 애가 타기만 했다.
“도와드릴 수는 없겠지요?”
연아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건드려서 좋을 게 없네. 나 또한 함부로 다가가지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무소식이 희소식인 게지.”
곁에서는 금명지령이 연아를 다독이며 말하고 있었다.
운무와 먹구름이 생겨난 지 벌써 사흘째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선도전은 소강상태에 이르렀으니 서로를 견제하며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는 상태였다.
어느 순간 뇌 선사와 산군의 모습이 묘연해져 격하게 싸우던 그들 또 한 서서히 물러나게 되었다.
뇌 선사를 제외한 육동의 군세는 태선이 하나였으나, 그들의 수가 워낙에 많다 보니 쉽사리 승기를 잡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태선은 하나일지 모르나 환선의 수가 십수 명에 이르렀고, 한 번에 뭉쳐 다니며 견제하자 쉽게 승리를 장담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어디선가 태선 한명과 태안 도사 수백이 나타났기에 더 그러했다.
탐화는 물론이요, 금명지령까지 지칠 대로 지쳐버렸고 산군이 데려온 골 노인은 관심 없다는 듯 적당히 저계 도사들만 상대했다.
그렇게 되자 백산과 육동의 도사들은 서서히 서로 물러나며 노려보기만 하게 된 것이다.
“그들 또한 알겠지.
저 둘의 싸움이 어찌되어야 결판이 난다는 것을!”
전쟁의 양상은 그 둘의 싸움에 달려있다 해도 무방했다.
백산의 제자들은 부상자를 제외한 이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운무를 보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생사가 산군에게 달렸으니 당연한 이치였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보름이 지나.
저 하늘에 만월이 떠올랐을 때.
[하하하하핫!]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그리하자 백산의 제자들의 얼굴이 암담해지기 시작했다.
웃음소리는 젊은 사내가 아닌 늙은 노인의 것이었다.
백산의 제자들과는 반대로 육동의 얼굴에는 희색이 만연했다.
당장이라도 벅찬 가슴을 쥔 채로 전장에 뛰어들고 싶은 얼굴이었다.
하늘에서는 이내 먹구름이 걷히고 뇌 선사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전에 보았던 뇌공 법상은 거둔 지 오래였고, 약간 기운이 쇠한 상태였으나 낯빛은 좋아 보였다.
한껏 웃음을 머금고 있는데 왜 그렇지 않을까.
뇌 선사는 당장이라도 웃음보가 터질 것 같은 얼굴로 허공에 있는 붉은 솥을 끌어왔다.
그는 매우 흡족한 얼굴로 붉은 솥을 바라보다 솥뚜껑을 매만졌다.
그러다 푸른 운무를 바라보며 조소를 머금었다.
잠시 기다리자 운무가 걷히고 그 속에서 안색이 새하얗게 변한 산군이 입가에 핏물을 흘리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크게 내상을 입은 사람의 혈색이었다.
“너무 무리했다. 고작해야 영겁 초경의 신식으로 내게 대들었으니 마땅한 처사이지 않겠느냐! 하하하핫!”
뇌 선사가 호탕하게 웃어재끼자 대기하던 육동 도사들도 웃어 보였다. 백산의 제자들은 안색이 파리해졌는데 벌써부터 자신의 죽음을 목도하기라도 한 듯했다.
“더 해볼 테냐? 어차피 네 보물들은 이 솥에 들어갔으니 더 써먹지도 못하니 더 해보았자 네놈의 필패다! 보물과 신식이 끊겨 크게 내상을 입었으니 더 싸워봤자 임이 분명할 터!”
뇌 선사의 말에 거짓은 없었다.
지난 보름 간 산군과 뇌 선사의 의식은 붉은 솥에 들어가 있었다.
서로의 의식 한줄기를 솥으로 보내 저곳에서 각자의 보물로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은 것이다.
처음에는 산군에게 승기가 기울어지는 듯 보였으나, 시간이 지날 때마다 조금씩 뇌 선사에게 기울었다.
‘괜히 선사라 불리는 게 아니구나….’
붉은 솥 자체도 산군의 것이 아닌, 뇌 선사의 것이었기에 더 그러했다.
차츰차츰 의식이 먹혀들다 합환호환검과 구환도에 깃든 신식이 좀 먹어 의식이 튕겨져 나온 것이다.
억지로 의식이 튕겨졌으니 당연히 보물은 빼앗겼고, 내상을 입었으니 싸움이 지속되어 봤자였다.
뇌 선사는 승리를 장담했다.
놈의 보물과 신통이 예상보다 강력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게다가 줄곧 독염의 독기를 대비하고 있었기에 애매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놈의 보물을 빼앗았고, 적잖은 내상을 입혔으니 승기가 크게 기울었다.
“호오. 아직도 해볼 셈이냐?”
산군은 소매로 선혈을 훔쳤다.
“누가 그런 말을 하덥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고, 길고 짧은 것은 대 보아야 아는 것이라고.”
“허허, 빨리 죽고 싶다는데 못 해줄 것도 없지.”
뇌 선사는 거대한 붉은 솥의 뚜껑을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그러자 솥뚜껑이 하늘 높이 떠오르며 안에서 합환호환검과 구환도가 자색 연기에 감싸져 떠올랐다.
“네놈에게는 아까운 보물이로다. 그러니 내가 두고두고 요긴하게 쓰마.”
붉은 솥은 기이한 자색 연기로 상대방의 보물을 가두고 의식 연계를 끊어버리는 신통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합환호환검과 구환도의 신식 연계가 끊겼다.
이제 두개의 보물은 뇌 선사가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삿 물건들이 아니다. 하나같이 천하에 둘도 없는 것들이야.’
뇌 선사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다.
‘이 구환도는 몰라도 이 양날의 검이라면 놈을 단숨에 끝장낼 수 있다.’
합환호환검과 구환도를 매만지니 둘 모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법력을 주입하니 영 싫다는 듯 몸을 격하게 떨어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정도도 해내지 못하면 어찌 태안의 선사라 불릴 수 있을까.
단숨에 법력을 밀어 넣어 합환호환검과 구환도를 점령하려던 그때.
구환도가 돌연 귀무를 흩뿌리기 시작하더니 그 흑색 안개 속에서 돌연 금돈신상이 튀어나왔다.
금색의 돼지 조각상.
꿈에서도 보고 싶지 않은 금돈신상에 출현에 뇌 선사가 대경실색했다.
순간 산군의 낯빛에 냉소가 깃들고 금돈신상이 번쩍 빛이 터졌다.
“이런!”
축지하려 했으나 금돈신상은 이미 조그마한 구슬을 내뱉은 후였다.
자색의 구슬.
그것이 그동안 갇혀 있었던 분노를 토해내듯 뇌전을 단숨에 폭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