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180)
낭선기환담-179화(180/600)
낭선기환담 – 179화
-하핫!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만약 네가 만물의 법칙 중 하나인 창조의 법칙이 깃든 구천월보(九天月寶)를 지녔다면 말이야!!
“구천월보?”
구천월보는 뭐고 창조의 법칙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었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선계의 대단한 보물을 말한 듯했다.
-있을 리가 없지! 구천월보 급의 보물은 선계의 수선(修仙)들 모두가 오매불망 바라는 것인데 하계의 수도자 따위가 어찌 가지고 있을까!!
만물의 법칙 중, 가장 강력한 신통인 창조의 법칙이니… 만일 네놈이 그러한 보물을 가지고 있다면 진즉에 신선으로 올랐을 터인데 말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지…라며 씁쓸하게 웃는 그의 음성은 아련했다.
그러나 산군은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좁히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갑자기 떠오른 하나의 보물 때문.
‘사월제항.’
그가 가지고 있는 보물 중 가장 으뜸인 신물이라 불리는 것.
사월제항 때문이었다.
‘복제하는 것 또한 어찌 보면 창조 비스무리한 법칙의 힘이 아닐까?’
애초에 법칙의 힘이라는 거 자체에 관한 지식이 없다.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의심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사월제항이 선계의 보물이 아니라면 대체 어디의 보물이겠는가!
‘구천월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선계에서도 평범한 보물은 아닐 터.’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무엇이든 복제할 수 있는 것이 사월제항이다.
선계가 아무리 대단타하여도 사월제항만큼의 보물이 흔하지는 않을 터.
만일, 사월제항이 창조의 법칙을 지닌 보물이라면 기의 죄겁을 풀고 그를 봉인에서 풀어낼지도 모른다.
그리 한다면 선인의 금제를 풀어 내고 그것에 더하여 기의 호의를 온몸에 받을지도 모르지 않던가.
그러나.
‘그는 선계의 신선.’
자신이 창조의 법칙이 깃든 물건을 가지고 있다하면 가만히 놔둘까?
산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만일에 한하는 소리였으나 정말로 사월제항이 구천월보에 해당하는 보물이라면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선계에서도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물건이라는데 하계의 영겁이 지닌 것을 어찌 가만 놔둘까.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영생을 얻었다고는 하나, 죽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 모두 욕심과 탐욕에 초탈할 수는 없으니 신선이라도 과욕을 부리는 이가 없겠는가.
더군다나 그의 상태를 보라.
‘죄겁을 받는 죄인.’
천부당만부당한 소리였다.
어떤 죄를 저질러 하계의 산 밑에 갇히게 됐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죄인이라는 것 자체가 신뢰받기에는 부적합했다.
산군이 그런 고민으로 인상을 구기고 있을 때, 당연하다는 듯 무시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한 치의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 너무 마음 쓰지 말거라. 선계의 죄업은 내가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딱히 마음 쓰지는 않았다.
애초에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상대이고, 말하는 꼬라지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다.
얻어낼 것이 있어 그러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단박에 무시하고 호리를 찾으러 갔을 것이다.
금제. 그리고 선계의 정보, 그것이 없었다면 관심이나 가졌을까!
-이 또한 내가 감내해야 할 도겁의 또 다른 형태이겠지.
죄의 겁을 이겨내지 못하면 다른 신선들과 같이 무위자연(無爲自然).
하나의 산으로 우뚝 솟을 것이니 그만하면 나쁘지 않은 인생 아니더냐.
초탈한 듯한 음성이었다.
그러나 산군은 턱을 매만졌다.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으나 여러 단서들이 그의 말 속에 숨어 있었다.
죄의 겁.
무위자연.
하나의 산.
이것으로 대강의 상황을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 신선은 죄를 지어 이곳에 갇혀 있고, 시간이 지나면 존재가 사라져 하나의 산으로 된다는 말인가?’
하나의 산.
그 말이 무엇이겠는가.
“영산이 된다는 뜻입니까?”
그러자 기는 조용히 웃음을 흘렸다.
산군의 머리칼이 쭈뼛 솟았다.
그 말은 즉.
‘신선이 영산이 되었다?’
생각해본 적도 없는 진실이었다.
그리하여 산의 뿌리가 어쩌고, 근원이 어쩌고라 물었던 것이던가!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산해의 영산들은 전부….”
-신선이었던 것이지!
신선이었던 것!
막연히 하늘 아래 솟아난 것이라 생각했던 영산의 비밀이었다.
많은 생각이 밀려 들어왔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단연인 것은.
“영내산은 그럼 무엇입니까?”
그렇다면 영내산은 무엇인가.
그 의문을 기는 단번에 해결해줬다.
-무엇이겠느냐, 신선의 혼과 육이 온전히 분해되어 세월이 지나 다시 단(團)으로 모인 것이지.
뒷짐 진 산군의 손이 옅게 떨렸다.
수봉외외정을 익히려 모았던 영내산들은 사실 죄를 짓고 내려온 신선 그 자체나 다름이 없었던 거다.
비록, 모습은 달라졌으나 과거에는 모두 선계의 신선이었을 테니…
비유하자면 그들의 혼이나 다름없는 것이 바로 영내산이라는 것.
‘그걸 몸에 담았다면.’
퍽 찝찝했을 것이다.
-고명한 신선은 그 신통의 위대함에 유지를 잇는 화신이 절로 태어나기도 하지. 그게 자네가 지니고 있는 봉악청화의 불꽃이야. 하계에서는 봉악천수조라 불리는 봉황의 불꽃이었으나 본디 선계에서는 그런 불길한 이름의 불꽃이 아니었다.
어리석은 놈들이지.
봉악청화가 본래 무슨 불꽃인지 알았다면 그런 불길한 이름을 붙이지도 못했을 것을.
이후로도 산군은 그에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듣게 됐다.
가만히 내버려두니 많은 이야기를 봇물 터트리듯 쏟아냈다.
아마도 이곳에 홀로 갇혀 있던 세월이 오래되어 그런 듯 했다.
-내 몸은 산 아래 갇혀 있다.
네 말대로 봉인된 상태이지. 철공산에 영기가 한줌 없는 것도 내가 아직 의지를 지니고 있는 이유와 같다.
다른 이들이었다면 진즉에 이지를 잃어버리고 영산이 됐을 테지만 깊고 깊은 죄업을 쌓아 내 정신을 잠들지 않게 했다더니 아직 멀쩡하구나.
천락 했을 때는 더 없는 기회라며 비웃었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이루어지지 못하는 희망만큼 비참한 것은 또 없었다.
이것이 응당 천벌(天罰)이겠지…
알 수 없는 소리들도 있었으나 산군은 그의 음성에서 회한과 초탈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신선들과 다르게 그는 죄질이 나빠 정신이 말짱한 듯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 다가왔다.
-백년 남짓이지. 이제 나도 존재가 흩어져 철공산 자체가 될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내산단 또한 생기겠지. 그분처럼 화신을 잉태해 나의 유지를 잇게 할 수는 없겠으나… 그나마 기나긴 삶의 끝에 네놈을 만나 다행이다.
“그게 무슨 소리신지요.”
-싸가지가 없는게 흠이지만 그분의 유지를 잇는 놈이니 나 또한 네게 맡겨보려는 것이다.
어차피 흐드러질 몸이요, 정신이라 무엇 하나 남기지 못한다는 게 내심 아쉬웠으니.
정말로 바라는 게 없어 보였다.
산군의 수심이 깊어졌다.
-마침 나 또한 화신통을 대성했었으니 네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네놈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자질이 나쁘지는 않아 보이니 별일이 없다면 선계로 비승할 수도 있겠지!
쿠구구궁!
돌연 지면에서 석벽이 튀어올랐다.
산군의 주변을 감싸듯 올라왔으나 기이하게도 그 벽면에는 여러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태천외양신공(太天外陽神功)?
아니 그것보다 목소리밖에 낼 수 없는 것 아니었습니까?
철공미궁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생체보패라던데 어찌 그걸 선배님이 움직이시는지요?”
-고작 그 정도도 하지 못해서야 어찌 신선이라 불렸겠느냐. 자질구레한 것은 됐고, 본좌의 태천외양신 공이나 머릿속에 넣어두거라!
태천외양신공.
“태초에 하늘 위에는 태양이 있다라는 뜻입니까?”
총 12성으로 이루어진 구결이었다.
1성부터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으나 대강 눈에 띠는 구간 또한 있었다.
‘태양을 만들어?’
태천외양신공은 대성하면 하나의 태양을 만들 수도 있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도 적혀 있었다.
산군은 말문이 막혀 입을 다물었다.
-내 직접 가르치지 못해 한이지만 네놈이 보잘 것 없는 화령을 합일시켜 천선(天仙)이 된다면 본좌가 독자적으로 구안한 태천외양신공이 너의 뿌리가 될 거다!
네가 지닌 봉악청화의 불과도 잘 맞는 신공이니 내게는 더 없는 기연이라 할 수 있겠지.
본래 나는 감히 너 따위가 고개를 들고 바라 볼 수도 없는 위치의 수선이었으니 네 목숨 수천, 수만 개가 있더라도 가질 수 없었을 공법이다.
그러니 감사히 받도록 하라.
“지금도 볼 수는 없습니다만.”
-싸가지 없는 놈이….
콰직!
돌연 땅 밑에서 나무뿌리가 날아들어 산군의 가슴을 노렸다.
쿵!
그러나 산군은 콧방귀를 끼며 날개로 뿌리를 튕겨냈다.
기는 작게 한숨 쉬었다.
-저런 놈 하나 혼내줄 수 없는 내 처지가 처량해 죽고 싶구나.
“백년 남짓이면 영면하실 텐데 그리 마음 상하실 필요 있을까요.
차분히 기다리시면 뒈지실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지요.”
-저 썩을 놈 말하는 뽄새하고는…!
산군은 그와 말다툼을 벌이다 신공을 옥간에 옮겨 적었다.
몇몇 글자들은 도저히 알아먹을 수 없었는데, 물어보니 선계의 글자라 그렇다 하여 비승하면 자연히 알게 될 거라 했다.
“그럼 제가 기 선배의 제자가 되었다 할 수 있는 겁니까?”
-흥, 난 제자 따위 두지 않는다. 그런 귀찮은 것을 어찌 둘까. 그러나 네가 그리 말을 꺼내는 이유는 알겠구나. 네 금제 때문이겠지?
산군은 말없이 웃었다.
살아온 세월이 있어서인지 속내를 빤히 들여다본다.
-금제를 푸는 방법은 알고 있다.
독문공법을 알려줬는데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겠지…. 금제를 푸는 구결을 알려줄 터이니 똑똑히 듣거라!
산군은 희색이 만연해 구결을 새겨듣고 혹시나 흉계가 아닐까 천천히 하나하나 파훼법을 곱씹었다.
-의심 많은 놈 같으니라고.
일각 정도가 흘렀을 때.
산군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상한 점은 없다.’
선계의 술법이니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으나 까놓고 말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후 그는 잠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당연 사월제항에 관한 것.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받을 건 다 받았다. 이대로 모르는 척 해도 되기는 하나 그러기에는 뭔가 찜찜했다.
게다가 사월제항이 선계에서는 어떤 위치에 있는 보물인지도 궁금했다.
만물의 법칙 중 제일이라는 창조의 법칙이 담긴 보물이라면 그것을 다루는 방법 또한 알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된다면 우화등선하여 신선이 되는 일도 꿈은 아닐 터.
‘살짝 떠볼까.’
그 정도는 가능하다.
“선배님. 후배가 한 가지 여쭈어 봐도 괜찮겠습니까.”
-또 뭘 바라기에 그리 예의를 차리는 건지 원… 정말 길가에 있는 돌멩이보다 정이 안 가는 놈이로다.
산군은 못 들은 것처럼 무시했다.
“창조의 법칙이라는 것에 궁금한 점이 있는데… 혹시 다른 물건을 복제하거나 하는 것도 창조에 속하는 법칙인 겁니까?”
산군이 마른침을 삼켰다.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왠지 모르게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기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당연하지! 서, 설마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설마요. 혹시나 해 물어보았죠.”
평온한 음성으로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하자 격앙됐던 음성이 푹 가라앉았다.
적잖이 실망한 기색이었다.
-개 같은 놈.
“왜 욕을 하고 그러십니까. 그저 궁금증이 일어 물었던 것인데요.”
-육시라할 놈.
“궁금해서 그러니 말해주십시오.
다른 물건을 복제하는 보물이라면 선배님이 말씀하셨던 구천월보에 해당하는 보물입니까?”
기는 잠시 고민하는 듯 말이 없다가 이내 답변을 내놓았다.
-물건을 복제했으나 시간이 지나 사라진다면 아닐 것이고, 모양만을 닮은 것이라면 또 아니겠지.
허나 만일, 시간에 제약이 없고 모양과 기운 또한 똑같이 복제할 수 있다면 구천월보에 한없이 가깝다 할 수 있겠지!
기의 말이 끝났을 때.
산군은 저도 모르게 뒷짐 진 주먹을 꽉 말아 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