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185)
낭선기환담-184화(185/600)
낭선기환담 – 184화
고오오오오.
날카로운 대치 속, 묘한 바람만이 적막함을 어루만졌다.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고요함이었으나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쿵.
소리와 함께 유정의 마법상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법상인지 머리가 없었고, 무수히 많은 팔만 달려 있는 기괴한 모습.
천에 가까운 손들과 손바닥에 박혀있는 기괴한 눈알들이 움직이니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은연 중 흘러나오는 기세는 절대로 만만히 볼 수 없었다.
그때였다.
마법상의 수백 개의 팔들에서 오묘한 기운이 서려 빛났다.
육귀의 눈가가 좁혀지는 순간.
법상의 팔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육귀에게 뻗어나갔다.
쉬쉬쉬쉬식!!
수백 개의 팔이 순식간에 늘어나 단숨에 육귀의 지척에 닿았다.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였다.
흠칫 놀란 육귀는 곧장 손을 휘저어 푸른 꽃잎을 조종했다.
안개처럼 모인 꽃잎과 마법상의 팔이 닿자 경천동지할 폭음이 터졌다. 쾅! 콰앙! 콰아아아앙!!
푸른 꽃잎과 닿은 법상의 팔이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켰다.
잠깐의 접점에 거대한 충격파가 생겨나 오귀가 있던 암벽까지 단박에 무너져 내렸다.
무시무시한 신통력이었다.
오귀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그때.
돌연 푸른 꽃잎들이 삽시간에 수만 개의 검들로 변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였다.
“가라!”
육귀가 소리쳤다.
마법상의 팔이 수백 개라도 수만의 검을 막아내기란 요원할 터!
수만 개의 검은 푸른 불을 뿌리며 마법상으로 한순간에 쏘아졌다.
콰아앙!!
폭음이 연달아 들려오고, 중간중간 육귀와 유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차마 볼 수는 없었는데 그들이 자아내는 전투가 너무나 격렬해 눈을 뜨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귀는 몰아치는 광풍에 눈살을 찌푸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
‘달라….’
차원이 달랐다.
분명 같은 영겁일 텐데도 지니고 있는 신통의 힘이 달랐다.
보물의 급 또한 달랐다.
무엇 하나 같은 게 없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은 아직 손속에 여유를 두고 있다는 사실!
‘게다가 놈은 내상을 입었을 텐데….’
유정은 천뢰의 피해를 받아 내상을 입고 피를 토하기도 했었다.
그런 몸으로 이런 신통을 발휘하는 것 자체가 놀랄 노자였다.
자신으로서는 꿈도 못 꿀 조화다.
이곳까지 육귀를 쫓아온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심마를 없애기 위함!
그 때문에 마유를 육귀에게 붙이고 여기까지 쫓아오지 않았던가.
유정과 싸우는 육귀라면 이기든 지든 멀쩡하지는 못할 터.
그리하면 회심의 일격을 가할 틈이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했건만….’
오귀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놈의 신통이 자신과는 격이 다른 것이 첫째요, 둘째는 놈과 호각으로 싸우고 있는 유정 놈 때문이었다.
‘육귀가 아니었다면 저놈이 귀왕 모두를 죽였을 터.’
일귀까지 죽여 버린 놈인데 다른 귀왕들을 잡는 게 어려울까?
그럴 리가 없다.
귀왕 중에서 은연 중 가장 강하다 일컬어진 일귀다.
일귀를 꺾은 유정이 귀왕을 죽이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을까.
그런 놈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은 눈앞에 있는 육귀밖에 없지 않을까?
머리가 아파왔다.
심마를 없애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심마가 된 인물을 죽이는 것.
상대를 죽일 수 없다면 심마 또한 없앨 수 없다.
오귀의 수심이 짙어졌다.
* * *
거대한 폭연 속.
산군은 의식을 집중해 한손으로 수결을 맺고, 한손으로는 검집 한 자루를 쥐고 있었다.
쉭! 쉭!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폭연 속을 휘저으며 지나갔다.
‘만만치 않아.’
역시 유정은 유정일까.
내상을 입었어도 만만치 않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아직 놈은 모든 패를 보인 게 아니라는 것.
자신은 대부분의 신통을 보였으나 유정은 아직 마법상을 꺼낸 것 말고는 선보인 게 없다. 지금이야말로 신중의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때였다.
휙! 쉬이익!!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산군의 신형이 사라졌다.
후웅!
바람소리와 함께 마법상의 흉수가 폭연을 뚫고 지나갔다. 산군은 냉소하며 폭연 속에 숨었다.
그러자 유정의 미간이 좁혀졌다.
산군의 신중함이 그간 만나보았던 웬만한 태선들보다는 확실히 윗줄에 있는 자였다.
수련동에서 가만히 수행만 하던 이들과는 천지차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다.
전투경험이 다분해 보였다.
게다가 가지고 있는 신통과 보물의 숫자 또한 자신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으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유정의 눈빛이 흔들렸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해.”
놈을 죽이던, 도망을 치던 속전속결로 결판을 내야 했다.
유정은 은빛으로 번득이는 눈을 감추고 품에서 두루마리를 꺼냈다.
그것을 펼치니 어마어마한 양의 법결과 그림이 수놓아져 있었는데 온갖 기괴한 모습의 마귀들이었다.
유정은 아까워 죽겠다는 얼굴로 자신의 엄지를 물어뜯어 정혈을 내뿜고 두루마리에 적셨다.
-흐흐흐흐흐흐흐
그러자 두루마리에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며 섬뜩한 웃음소리가 사방 천지에 깔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산군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내 혀를 차고 품에서 검은 고치를 꺼내 망설였다.
“고생 좀 해줘야겠다.”
고치를 던지니 실이 사르르 풀리며 그 안에 있던 귀율이 풀려났다.
귀율은 이전에 보았을 때보다 머리가 더 길었고 한층 성숙해졌다.
왜 저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날카로운 눈매의 여인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귀율은 눈을 뜨자마자 산군을 보며 빠드득 이를 갈았다.
뭔지 모를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의아했으나 의문을 풀을 때가 아니다. 산군은 곧장 의식으로 명했고, 귀율은 혀를 차며 허공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퍼엉!
폭연 속에서 새까만 교룡과 함께 유정의 마법상이 튀어 올랐다.
쿠아아아아!!
교룡이 강렬한 굉음과 거대한 몸집으로 단번에 마법상을 휘감았다.
때는 이때다 싶었던 산군은 만극일검인 화란을 단번에 쏘아냈고, 본신으로 돌아가 각체용손을 펼쳐 거대한 범으로 변했다.
[크아아아아아!!]용맹하게 울부짖은 그는 단번에 탄한여산을 집어 던졌고, 회천각고를 통해 뿔에 천지영기를 모았다.
기이이이잉!
뿔에 모인 영기를 단숨에 쏘아냈다.
회천각고 천지성황.
하늘 높이 솟아오른 푸른 불꽃이 유성처럼 다시 내리 꽂혔다.
“어딜!”
유정이 수결을 맺자 교룡과 싸우던 마법상의 팔들이 천지성황의 빛줄기로 뻗어나갔다.
콰아아아앙!!
폭연 속에서 마법상의 부서진 팔 한 짝이 낙하했다.
산군이 희색을 드러내고 있을 때.
돌연 섬뜩한 느낌에 날개를 펄럭여 축지했다.
촤악!!
[큭!]산군의 날갯죽지가 얕게 베었다.
순간적으로 날개를 만익편으로 감싸지 않았다면 단번에 잘려나갔을 터.
간담이 서늘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일렀다.
산군의 주위에는 어느새 거대 낫을 들고 있는 작은 마귀들 수백 마리가 그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기척 또한 느껴지지 않았는데 어찌 나왔는지 모르겠다. 산군은 몸집을 축소시켜 탈형의 모습으로 변한 뒤, 균천오광을 극성으로 끌어냈다.
만다라가 빙그르르 돌아가고 이내 그의 등 뒤에서 온갖 검들이 쏟아져 나왔다.
촤르르륵!!
각기 다른 색과 모양을 지닌 검.
균천보화를 이루는 다섯의 검이다.
촤자자자작!!
꽃이 만개한 것처럼 펼쳐진 균천보화의 검들이 마귀들에게 날아갔다.
균천오광을 두른 검들은 순식간에 마귀들을 썰어버렸고, 놈들의 잔해가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산군의 입꼬리는 요지부동이었다. 마귀들을 죽였으나 다시 놈들의 연기가 뭉쳐들고 있었다.
쉽게 죽을 놈들은 아닌 듯했다.
산군은 고륜을 불러내 주위를 돌게 한 뒤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귀율은 마법상과 한참 맹렬하게 싸우고 있었으나 이상하게도 유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산군의 낯에 신중함이 깃들었다.
‘어디 있는 거지.’
단령금정을 펼친 산군의 눈이 재빠르게 요동쳤다.
하지만 단령금정으로도 놈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왠지 모를 불길함이 엄습했다.
[캬악!]돌연, 잿빛 연기가 돌연 마귀의 낫으로 변해 산군을 노리고 들어왔다.
“쯧.”
균천오광을 끌어올려 양손을 펼치자 오색빛깔의 수백 검기가 방 출됐다.
사사사사삭!!
허나 잿빛의 연기는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았고 섬뜩한 웃음을 흘렸다.
낯빛이 어두워진 산군은 잠시 고민하다 항보사인검을 불러냈다.
주변을 맴도는 마귀들은 마의 기운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 항보사인검을 꺼내 항보신기를 보여주는 게 좋을 터!
수결을 맺고 항보사인검 열두 자루를 꺼내자 단번에 반응이 왔다. 우윳빛 기광이 뿜어지자 잿빛 연기에서 마귀들의 신음성이 들려왔다.
산군이 희색을 드러내던 그때.
쿠르릉 쿠릉!!
어느새 하늘 높이 먹구름이 생겨나고 천둥번개가 들끓었다.
돌연 비바람이 몰아치고 강대한 영기의 압력이 일대에 가해졌다.
산군의 낯이 찡그려졌다.
아무 이유 없이 나타난 먹구름은 아닐 터. 대단위 신통을 부리기 전의 전조 현상이나 다름없다.
콰르릉!!
그의 생각에 답하기라도 하듯 천둥번개가 연쇄적으로 몰아쳤다.
곧장 산군의 단령금정이 번득이고 먹구름 속에 있는 인영을 잡아냈다.
“영광으로 알아라. 본래 빙궁의 지선을 상대하기 위해 남겨뒀으나 네놈에게 쓰는 것이니!!”
유정이 손아귀를 펼치자 그 위로 작은 조각상이 떠올랐다.
아니, 조각상처럼 보이는 등불이다. 옥으로 된 우람하고 당당한 소의 조각상 위에 등불이 올려져있는 모양이다.
소는 등 받침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평범해 보이진 않았다.
“이것이 일귀가 지니고 있던 천양지보 고구천우(古丘天牛)이다!”
우웅!
기묘한 박동과 함께 고구천우의 등불이 환히 밝혀졌다.
쩌저저저적!!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 공간이 쩌적쩌적 갈라지며 균열이 일어났다.
심상치 않은 전조에 산군이 이맛살을 찌푸리고 혜연회검을 잡았다.
그때였다.
콰차창!!
유리가 깨어지는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왔다.
“헛!”
산군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수십, 수백 개의 공간균열 속에서 공간을 찢어내고 거대 손들이 산군을 노리고 짓쳐들어왔다.
아주 불길해 보이는 검붉은 기운을 머금은 거대 손이다.
이 세상 것이 아닌 듯 보인다.
“어디 한 번 막아내 보아라!”
쿨럭! 피를 토한 유정은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광소했다.
산군은 이를 짓씹었다.
혜연회검의 빛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 남은 화령으로 만든 검.
‘이걸로는 부족해.’
혜연회검은 인연을 검으로 만들어 강대한 힘으로 불어넣는 지보.
하나 남은 화령으로는 유정의 천양지보 고구천우를 상대하기란 역부족!
스릉! 산군이 검을 뽑았다.
축지를 사용할 수도 없다.
도처에 공간이 비틀린 상태다.
도망칠 수 없다.
하지만 도망칠 생각 따위는 없다.
가만히 당할 수도 없다.
산군이 잡은 검에 균천오광의 기운이 덧씌워졌다.
위이이이잉!!
빠득, 빠드드득!!
검이 비명을 질러대 기괴한 철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화르륵! 그에 더불어 봉악청화의 불길 또한 맹렬히 타올랐다.
이걸로도 부족하다.
‘좀 더!’
영력을 끌어 모았다.
융전가단을 터트렸다.
쿵.
쿠오오오!!
폭발적인 영력이 빛기둥을 만들어 내 강대한 영압이 터져 나왔다.
산군의 푸른 영력과 유정의 고구천우가 뿜어내는 불길한 영압이 허공에서 맞부딪친다.
콰가각!!
맞부딪친 기운에서 번갯불이 튀고 대찬 폭풍이 휘몰아쳤다.
‘좀 더!’
아직이다.
아직 이걸론 부족하다.
손등이 갈라지고 자색 뇌전이 찢어지게 울어재꼈다.
콰르르릉!!
불천불벽.
불길한 자색의 뇌기가 손등에서 올라와 난폭한 우렛소리를 자아냈다. 산군이 왼손으로 불천불벽을 쥐어 검 하나에 쑤셔 넣자 눈부신 빛이 일대에 비춰졌다.
산군은 곧장 검을 들었다.
역발산과 같은 기운이 산군의 몸에 흘러 넘쳤다.
그의 머리칼과 의복이 폭발적인 기세에 부유했다.
그때였다.
쩌저저저적!!
눈앞에 수백 개의 손아귀가 자신을 짓쳐들어왔다.
사방에서 산군을 노리는 거대한 손아귀가 펼쳐졌으나 그의 눈에는 단 한명의 인영밖에 보이지 않았다.
유정.
놈을 벤다.
“흐아아아압!!”
쇄애애애액!!
강렬한 빛이 사방 천지에 터진다.
자아낸 광풍에 태풍이 불고 수십 개의 소용돌이가 만들어진다.
지면이 천천히 부서져나가고 일검의 빛에 닿은 모든 것이 지워진다.
강렬한 빛에 고구천우의 거대 손들이 집어삼켜진다.
쩌저저저저저적!!
고구천우의 신통들이 산군의 검기에 찢어져가고 유정에게 향해진다.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진 놈의 표정이 더 없는 희열을 자아냈다.
콰아아아앙!!
귀가 멀어버릴 만큼 날카로운 굉음과 광휘가 터져 나왔다.
일대에 터진 빛이 잠시간에 사그라졌을 때.
하늘이 베어지기라도 한 듯 공간이 비틀어져 있었고, 지면은 저 멀리 보이는 능선까지 일직선으로 갈라져 마치 하늘의 신선이 거검을 휘두르기라도 한 모습이었다.
탓.
그런 황폐한 광경.
그곳에는 잘려나간 팔 한쪽을 들고 있는 사내 말고는 어둠처럼 드리운 고요함만이 드넓게 깔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