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199)
낭선기환담-198화(199/600)
낭선기환담 – 198화
촤르르르륵!
산군과 호리의 신형이 사라지자마자 사방으로 뻗어가는 쇠사슬의 철성이 울려 퍼졌다.
“그까짓 잡기술로 나 삼귀를 어찌할 수 있을 거라 보더냐!”
호통치듯 일갈한 삼귀가 곧장 기운을 끌어 모았다.
그의 몸이 점점 부풀어 올라 의복이 터져나가고 전신에 새하얀 털이 솟아올라 거대 원숭이로 변해갔다.
쿵쿵쿵쿵!
가슴을 두들기며 포효하자 몰려있던 도사들도 흠칫 몸을 떨었다.
한눈에 보아도 포악한 기세요, 폭력적인 기운의 파도였다.
백색 거원으로 변한 삼귀는 두 손아귀를 물결처럼 움직였다.
그러다 단숨에 일권을 내질렀다.
그의 권압이 백색 빛줄기로 변해 섬광처럼 쏘아졌다.
눈으로 따라잡기도 힘든 속도로 쏘아진 주먹에, 도사들은 피를 토하며 고꾸라졌다.
“동요하지 말라!”
삼귀를 상대하던 태선이 앙칼지게 소리쳤으나 그뿐이다.
삼귀가 수결을 맺자 눈감고 있던 다른 머리가 두 눈을 번쩍 떴다.
키이잉!
이내 번쩍하며 섬광이 터지더니 대찬 비명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크하하하하!! 삼귀가 전력으로 나서니 나 또한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십귀였다.
그는 탈형의 모습으로 온몸을 검게 물들어놓은 후였다.
“이 몸의 금강환위(金剛換位)의 신묘함을 맞보아라!”
휘익!!
십귀의 몸이 이내 검은 빛줄기로 변해 해족들 사이를 종횡무진했다.
쾅쾅쾅쾅쾅!
그의 육탄돌격에 얻어맞은 애꿎은 해족들이 사방팔방으로 피떡이 되어 날아가기 일쑤였다.
“환위는 아닌 거 같은데….”
그 모습을 바라본 사귀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머금었다.
뭔가 대단한 신통을 부리나 했더니 그냥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 전력으로 달려가 부딪치는 것뿐이었다.
크아아아악!!
그러나 그 위력은 만만히 볼 수 없는 모양. 육귀에게 간단히 당해서 그렇지, 십귀의 실력도 어디 가서 빠지는 실력은 아니다.
십해만척귀의 열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지만 그러해도 십귀.
귀왕이다.
도계에서는 그 이름만 들어도 긴장감에 식은땀을 줄줄 흘릴 이름이니 두말해서 무얼할까.
아무리 선도가 대단하고, 마도가 대단하다 하더라도, 십해를 아우르는 귀왕의 상대는 어려운 법!
“죽어라!!”
그때였다.
사귀를 향해 달려든 태선 하나가 강력한 살수를 뿌렸다.
푸욱!!
태선의 손날이 사귀의 몸속을 깊게 파고들었다.
녹빛으로 물든 손아귀요, 독기가 물들어 있는 찌르기다.
제 아무리 귀왕이라도 몸속에 독이 퍼져도 멀쩡할 수 있을 리 없다.
히죽.
그러나 미소는 태선이 아닌, 사귀가 지어보이고 있었다.
“먹겠네.”
뿌득, 뿌드득!
사귀의 몸속을 꿰뚫은 팔에서 잔인한 뼛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내 사색이 되어 몸부림 친 태선이 겨우겨우 팔을 빼내었을 때.
“크아악!!”
원래 손이 있던 곳에는 앙상한 뼈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나름 맛있었다. 10점 만점에 3점? 인간치고는 적당한 맛이야.”
“빌어먹을!!”
이내 사내의 비명소리가 천파만파 퍼졌으나 전쟁의 양상은 이미 기울어진 뒤였다.
귀왕들이 본신을 드러내 난동을 부리니 그 틈에 쓸려나가거나 버티지 못해 달아나는 이들이 속출했다.
귀수들은 귀왕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해 놈들을 공격했고, 적들은 아연실색하며 눈알을 굴리기 바빴다.
“지금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네.”
마기를 풀풀 흘리는 마도인이 진중한 낯으로 소리쳤다.
그 한마디에 선도문의 태선이 의중을 파악한 듯 고개를 주억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선도문의 태선이 돌연 몸을 날렸다.
둔술을 극성으로 운용해 도망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비겁한 놈을 보았나!”
“도계에서 비겁이고 자시고가 어디 있단 말인가! 다 제 목숨 잃기 무서워 수행하는 자들이니, 당연! 제 목숨이 제일 중요한 것을!”
선도문의 태선이 달려간 곳은 동굴로 보이는 입구였다.
그들이 오매불망 찾던 기연이 있는 동굴로 의심되는 곳이다.
척 보아도 평범한 곳은 아니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몰랐으나, 그렇다 해도 이곳에서 이리 허무하게 죽는 것보다야 도박을 해보는 것이 나았다.
누가 알겠는가.
귀왕들로 인해 죽기직전이나, 기적적으로 살아날 수 있을지!
생각을 굳혔는지 마도인도 어금니를 굳게 깨물며 검은 먹물로 변해 뒤쫓았다.
“왜 쫓아오는 게야! 귀왕을 상대하지 않고! 그리하면 우리 둘 다 죽는다는 걸 모르는 겐가!?”
“흥!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네놈만큼은 길동무로 데려갈 것이다!”
“이, 이놈이!”
사르륵.
엎치락뒤치락하며 날아가던 두 개의 빛줄기 사이로 푸른 꽃잎이 내려 섰다. 엄지 손톱만한 푸른 꽃잎.
화들짝 놀란 도사들이 흠칫, 멈춰 섰으나 둘의 시야는 멈추지 않았다.
돌연 그들의 머리통이 푸른 꽃잎마냥 떨어져 내린 것이다!
마도와 선도의 머리통이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그들의 눈이 부릅떠지며 머리만 남은 채로 빛줄기로 변해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들의 안색은 파리했고,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으아, 아아아악!!”
뜬금없이 꽃잎이 보이자 머리통이 잘려나갔는데 그 심정이 어떠할까.
모르긴 몰라도 공포가 전신에 구석구석 퍼져갔을 것이다.
평생을 수행한 몸이 아깝기는 했으나 어쩌겠는가, 살려면 머리만이라도 남아 도망치는 수밖에.
“사, 살려주십시오! 살려…!”
보이지도 않는 누군가에게 소리치며 날아가는 중이었으나, 세상사 어찌 생각대로만 돌아갈 수 있을까.
화르륵!
이내 머리통이 푸른 불꽃에 휩싸여 타올랐다. 비통한 비명 소리가 메아리치다 청염 속에 사라졌다.
그 괴이한 모습에 전장을 호령하던 귀왕들도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들이 눈치채지도 못할 은술을 펼쳐 태선 둘을 손쉽게 죽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근데… 육귀는 어디 있지?”
* * *
같은 시각.
나풀나풀.
허공을 떠다니던 푸른 꽃잎이 한 사내의 손바닥에 내려섰다.
꽃잎의 주인은 육귀.
바로 산군이었다.
‘신비한 곳이군.’
동굴 속으로 들어선 산군과 호리는 연신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동굴 안은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있었고, 그것으로 내려오자 커다란 공동이 그들을 반겼다.
“오오… 신기하구나! 분명 동굴 속으로 들어왔는데 어찌 천장에 밤하늘이 있는 것이냐?”
천장에는 밤하늘을 수놓은 듯 별빛이 반짝였고, 땅에는 동서남북으로 나누어 놓은 듯한 기괴한 장승 네 개가 솟아 있었다.
그 뒤를 따라 길이 나뉘어 있었는데, 스산한 운무가 깔려 있어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단령금정으로도 안 되나.’
산군의 단령금정으로도 운무 속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대체 누가 이런 동굴을 만들어 놓은 건지 모르겠으나, 대단한 신통을 가진 신선임이 틀림 없었다.
천장에는 수많은 별들이 수놓아져 있었고, 그 별에서 느껴지는 성운지력도 당연 진짜배기였다.
‘천양지보가 운철로 만든 거라더니 사실이었나 보군.’
품에서 혜연회검을 꺼내자 평소와는 다른 묘한 영기가 퍼져 나왔다.
마치 천장에 떠 있는 성운지력에 감응하고 있는 듯 했다.
눈가를 좁힌 산군이 돌연 하늘을 향해 손을 벌렸다. 그의 손에서 흘러나온 오색 기운이 곧장 밤하늘의 별을 향해 나아갔다.
반짝이는 운철들이 연쇄적으로 진동하기 시작하며 빛이 거세졌다.
“흠….”
하지만 산군은 이내 침음성을 흘리고 손을 거뒀다.
행동을 멈추자 기다렸다는 듯 동굴 전체가 옅게 진동했다.
쿠우웅….
천장의 운철에 무언가 금제가 심어져 있는 듯 했다. 함부로 건드리면 큰 화를 불러올 게 분명했다.
“뭐한 게냐?”
“몰라도 된다.”
산군은 잠시 고민하다 혀를 찼다.
하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운철이 이렇게 많이 걸려 있는 걸 보면 보통의 동굴은 아니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도 아니니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일 터.
‘운철을 미끼로 걸어뒀다는 건, 안으로 들어가면 운철보다 더 굉장한 보물이 있다는 건가?’
괜한 기대감이 샘솟았다.
천양지보, 또는 십생금어초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 아니던가.
산군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육귀! 여기 있었군!”
상념을 깨는 사내의 목소리에 옅게 미소 지었다.
“삼귀, 벌써 정리하고 왔나.”
“오래 걸릴 일도 아니었지.”
뚜벅뚜벅 걸어와 그의 곁에 선 삼귀가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
“육귀만큼은 아니어도… 그 정도 놈들이야 한 주먹거리도 안 되지!”
곁에 있던 사귀와 십귀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누군 주먹도 쓰지 않았지만 말이야 크하하하하!”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십귀가 파안대소했다. 아무튼 벌써 바깥 상황을 정리하고 온 듯했다.
‘생각보다 빠르군.’
귀왕들과 산군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겉으로는 미소 짓고 있으나 누구도 입을 열지는 않았다.
묘한 기류가 흘렀다.
그때였다.
“어디로 갈 테냐?”
사내놈들이 서로 바라보기만 하고 있으니 영 이상했던 모양이다.
팔짱을 낀 호리가 빨리 정하라는 듯 채근하기 시작했다.
“삼귀, 길을 알고 있나?”
“아니, 나도 모른다. 경전에서도 이러한 동굴이 있다는 것만 적혀 있었을 뿐 길에 관해서는….”
모른다는 소리였다.
“마음 같아서야 넷으로 나뉘어 찾아보자 말하고 싶으나….”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르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적당한 명칭도 없는 인위적인 동굴이요, 선인이 만들었을지도 모를 곳이다. 목숨이 서너 개쯤 붙어 있지 않고서는 섣불리 나다닐 수 없는 곳이다.
“네가 정해 봐라 검둥아.”
“내가?”
“그래. 마땅한 단서도 없으니 어디로 가든 똑같겠지.”
호리는 잠시 동서남북으로 박혀 있는 장승을 요모조모 살폈다.
장승은 전부 다르게 생겼으나 표정은 모두 익살스럽게 웃고 있었다.
오직 한 녀석만 무표정이었다.
남쪽에 박혀 있는 장승.
호리는 그것이 수상해보였다.
“여기로 가자.”
“남쪽인가….”
다른 귀왕들을 보니 상관없다는 표정이었다.
“입구는 막아두고 왔나?”
“십해만척의 귀수들이 철통처럼 지키고 있고, 단단히 막아뒀으니 누가 올 일은 없겠지.”
그렇다면 시간적 여유는 있다.
빠르게 남쪽을 둘러보고 다른 쪽 모두를 둘러보면 될 것이다.
산군을 필두로 귀왕 일행들은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달달달달.
요지부동이던 장승의 턱이 움직이며 표정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시끄러운가 했더니 또 금환일식이 때가 되었나? 지겹구만.] [그러게 말이야. 근데 그놈들….] [하필이면 남쪽으로 가다니… 운도 참 지지리도 없군.]장승들이 몸을 비틀어 움직이며 한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어찌 사람처럼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정말로 마치 살아있는 듯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놀라움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쯧쯧, 혀를 차며 이야기를 나누던 장승들은 돌연 남쪽을 지키는 장승을 보았다.
[자네는 좋겠군. 놈들이 남쪽으로 갔으니 그 지긋지긋한 몸뚱이에서 해방될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장승 중 하나가 그리 말하자 나머지 장승들이 큭큭 웃었다.
[북형. 우리가 이곳의 장승이 된 지 만 년도 훨씬 더 넘었네. 모두 포기하고 있음을 아는데 왜 또 괜한 소리로 희망고문을 하는가.]다른 장승이 나무랐으나 그 또한 웃음기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그러나 남쪽 장승은 묵묵부답.
초지일관 무표정을 유지했다.
[이런 농지거리라도 못하면 무슨 낙으로 살겠나.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는 몸인데 말이야!]그리 말하자 장승들의 표정에 수심이 가득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들이 처음부터 장승은 아니었으며, 남 모를 사연이 있는 듯 했다.
[이번 금환일식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겠지. 기연을 노리고 온 놈들이 태반이니 이전과 똑같지 않겠나. 도계에 속하는 것들은 모두 탐욕에 잡아먹힌 이들뿐이니…] [이제와서는 괜한 내기를 했나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그 탓에 이곳에 드나드는 수도자들에게도 말 한마디 걸지 못하고 있으니까요….]그때였다.
뚜벅, 뚜벅.
발소리가 들려왔다.
장승들은 흠칫 놀라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누가 보아도 평범한 장승이었다.
잠시 후.
많은 수도자들이 네 갈래 길에서 여기저기로 발길을 돌렸다.
그 중에는 여인도, 아이도, 사내도, 노인도 있었다. 입구는 하나가 아니었다는 듯, 다양한 곳에서 들어온 이들이 동서남북으로 흩어졌다.
장승들은 그들의 뒷모습을 훔쳐보며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죽지 않았으면 좋으련만….]그리하여 자신들을 해방시켜줬으면 좋으련만.
[모두 죽겠구먼…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