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21)
낭선기환담-20화(21/600)
낭선기환담 – 20화
[이 냄새는 산군의 것이야!]그때, 우수들 중 하나가 식겁하며 소리쳤다.
홍연이 알려준 은술을 거두고 기운을 해방하니 드디어 놈들이 인간의 형상을 한 이가 산군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산군은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지면을 박찼다.
순간 그의 신형이 사라지고.
푹!
꾸에에엑!!
돼지 멱 따는 소리와 함께 우수 한 마리가 피를 내뿜으며 쿵! 쓰러졌다.
목덜미를 구환도에 찔린 우수가 한순간에 절명한 것이다.
‘빠르네 빨라.’
신체능력 또한 3배가 가까이 높아졌다.
산군이 자신의 신체능력에 감탄하고 있을 때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구환도가 옅게 진동하더니, 죽인 우수의 몸에서 피를 빨아내고 있는 게 아니던가!
‘이건….’
순식간에 미이라처럼 변해버린 우수와 기분좋게 도명을 토하는 구환도가 아홉의 환을 짤랑거리며 기쁨에 몸부림쳤다.
산군은 눈가를 좁히고 그것을 바라보다 냉소했다.
혈묘서자의 내단 탓에 피를 좋아하는 보패가 된 모양이다.
전보다 더 흉흉한 기운이 풍겨져 나오는 것이 피를 머금으면 머금을수록 더 강력한 신통을 발휘할 것 같았다.
그리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나쁠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우수들에게는 악재도 이런 악재가 없었다.
어찌 영결 영수 이상만 할 수 있다는 둔갑을 사용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영화 영수가 되었다는 사실에 이변은 없었다.
‘이대로 가면 죽는다.’
다른 우수들도 그리 생각하는 듯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왜 모르겠는가.
들고 있는 대도의 흉흉함은 사지를 벌벌 떨게 할 만큼 사악하기 짝이 없는데.
당장이라도 몸을 돌리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수는 그들이 훨씬 많았다.
그리고 놈만 잡는다면 도봉환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그들의 발을 묶었다.
게다가 여기서 도망친다 한들 산군은 우둔산의 우수들을 모조리 죽일 것이다.
자신들이 한 일이 있는데 불같은 성정을 지닌 그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고민은 짧았고 우문은 곧장 겁먹은 우수들에게 호통쳤다.
[겁먹지 마라! 산군 또한 영물에 준할 때 영화를 잡아먹은 적이 있다! 우리라고 하지 못할 것이 없단 말이다!]그것을 왜 자신들이라고는 못할까.
많은 수의 형제들이 죽어나가겠지만, 대의를 위해서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함이 마땅했다.
[가자! 형제들이여! 저 호랑말코를 죽이자!] [죽이자! 죽이자!]모두 결의를 다진 듯 저돌 맹진하여 앞 다퉈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크기를 부풀리고 땅을 헤집고 들어오는 우수들의 돌진은 그 기세가 매섭기 짝이 없었다.
“그래야지. 그렇게 나오셔야지.”
하지만 산군은 만족스럽게 미소 지으며 구환도에 영력을 가득 불어 넣었다.
짜르르릉!
소름끼치는 소음과 함께 그의 영력 중 3할 이상이 빠져나갔다.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고 싶다는 듯 부르르 몸을 떠는 구환도를 역수로 잡아 지면에 찔러 넣자.
푹.
일순 검붉은 안개가 사방으로 폭사됐다.
그것은 이내 이십 여장 가까이 늘어나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흑연을 만들어냈다.
눈앞이 시커멓게 변하자 용맹하게 달리던 것도 잊고 두려움이 일었다.
우문이 우수들을 다독이고 있었으나, 그 또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흑운 속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지는 않았다.
[쿨럭!]그때, 우수 중 한마리가 기침을 토했다.
그 뿐만 아니라 코피를 흘리기도 하는가 하면 눈에서 피눈물을 흘려대는 이들도 있었다.
뜬금없이 칠공에서 피를 흘려대는 것이었다.
[독이다! 모두 숨을 멈춰라!]하지만 그때.
[으아악! 놔! 놔라!]흑운 속에서 인간의 형상을 한 검은 무엇이 우수 한마리의 뒷다리를 붙잡고 끌어 당겼다.
우수는 화들짝 놀라며 발버둥 쳤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흑운은 살아있기라도 한 듯 집요하게 한 놈을 노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표표히 떠 있던 흑운들은 서서히 형체를 갖추고, 각양각생의 귀신으로 화해 그들을 노렸다.
그것들은 여러 짐승의 형상, 그리고 인간의 형상이기도 했으며 그 둘 다 아닌 무언가 이기도 했다.
[끄아아악!!] [사, 살려! 살려줘!!]그들은 마치 아귀처럼 달려들어 우수들을 흑운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형제들이 하나둘 귀신에게 잡아먹히자 우문은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이었다.
숨을 제대로 쉴 수조차 없었다.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흑연은 그를 놀리기라도 하는 듯 유유히 떠다니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공격했다.
사방에 깔려있는 흑운 속에서 귀신 같은 것들이 나타나니 이보다 더한 지옥이 또 없었다.
[으아아아아악!! 네 이놈 산군!!]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우문은 피눈물을 흘리며 산군을 부르짖었지만, 산군은 담담한 눈으로 그의 마지막을 지켜볼 뿐이었다.
어느 순간 잠잠해진 흑연을 확인하며 산군은 지면에 꽂았던 구환도를 천천히 뽑아들었다.
스르릉.
도명을 토함과 동시에 우수들을 먹어치운 흑연이 구환도에 빨려 들어가듯 스며들었다.
“…….”
산군은 우수들이 있었던 장소를 바라보다 구환도를 떨떠름하게 쳐다봤다.
영수들의 피를 빨아먹는다 싶더니, 보패의 힘을 완전히 이끌어내자 귀신들이 뛰쳐나와 영수들 자체를 잡아먹는 구환도는 이질적이기 그지없었다.
그뿐이랴, 구환도에서 뿜어지는 요사스러움은 한층 더 강해져 있었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산군은 어이가 없다는 듯 투덜대며 공정강에 집어넣었다.
보구에 근접한 보패라 그런지 확실히 뛰어난 능력이었다.
구환도가 집어삼킨 원혼들이 흑연. 아니, 귀무 속에서 튀어나와 적들을 잡아먹는 것은 조금 끔찍하기는 했으나 퍽 만족할 만한 신통이었다.
하지만.
구환도에게 적과 아군의 피아구별은 없었다.
현재 그의 청염이 몸을 보호하듯 여기저기 달라붙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귀신들은 산군마저도 잡아먹으려 손을 뻗쳤다.
화들짝 놀라 청염으로 몸을 보호했다. 덕분에 별 피해 없이 우수들을 죽이긴 했으나 찝찝한 마음이 가시진 않았다.
“꽤 요사스러운 도입니다.”
홍연도 그의 구환도를 보며 간단히 평했다.
그녀가 보기에도 산군의 구환도는 언젠가 주인을 잡아먹을 요물이었다.
멀쩡할 때는 괜찮아도, 산군이 약해졌을 때 구환도를 꺼낸다면 능히 제 주인을 잡아먹으리라.
“내 생각도 같다.”
만약 청염으로 순간 몸을 뒤덮지 않았다면? 구환도의 독에 몸을 상했을 것이다.
강력한 보패임에는 이견이 없지만 쉽사리 사용하기엔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영화의 힘은 대강 확인했다.’
보구 급에 근접한 구환도를 사용해도 영력은 7할 이상이 남아있었다.
영물이였다면 구환도의 귀무를 사용함과 동시에 영력이 텅텅 비었을 것이다.
영화가 된 후, 영력은 3배 가까이 늘어나 퍽 여유로웠다.
그 뿐만 아니라 내단도 6개로 분열시켰기 때문에 청염을 다루는 것이나 영력을 배분하는 것도 손발을 움직이듯 간편해졌다.
‘위력의 조절도 가능하고.’
이전 같으면 청염으로 몸 전체를 보호하는 짓 따위는 시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앞발에만 청염을 일으켜도 영력이 전부 빨리는데 어찌 그랬을까.
하지만 그마저도 옛일이다. 청염은 강력한 신통이었고 그것을 더 자유로이 다루게 된 산군은 이전보다 몇 배나 강력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산군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홍연에게 다가갔다.
“헌데, 어찌 인간의 모습을 하셨습니까?”
“이게 편하니까.”
간단한 대답이었다.
원래 인간이었다는 소리는 할 필요도 없고, 설명하기도 귀찮았다.
“혹, 저번에 보았던 산비라는 분 때문입니까?”
산군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솔직히 조금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 때문에 둔갑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아니다.”
그리 말한 산군이 품에서 복좌패를 꺼내 홍연에게 던졌다.
턱.
그것을 손으로 받아낸 홍연은 묘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어차피 내가 그것을 사용할 일은 없다. 필요치 않은 걸 가지고 있어 봤자지.”
까망호리와 홍연에게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들이 보여준 호의에 답하려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 뿐이었다.
‘솔직히 쓸 일도 없을 거 같고.’
강제로 그들을 움직이려 해 무엇 하겠는가.
안 그래도 잘 보이고 호의를 쌓아도 부족한데, 적의를 살 필요는 없었다.
“난 곧장 우둔산으로 갈 생각이다.”
우둔산 놈들은 하루 빨리 정리하는 게 낫다. 놈들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았으니 갚아주어야 함이 당연했다.
“예, 은원은 확실히 하는 것이 좋지요.”
“동행 할 텐가?”
“저희 주인님은 느려터지셔서 언제 나오실지 모르니 답변을 드릴 수가 없겠습니다.”
은연중에 제 주인을 욕하는 홍연의 모습이 입가에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주인님은 나오는 즉시, 자웅을 겨룬다며 산군님을 찾아 나서겠지요. 그러니 이것을.”
홍연은 소매에서 녹빛의 비늘을 가지고 있는 작은 실뱀 한마리를 꺼냈다.
그녀의 손바닥에 꽈리를 틀고 있을 만큼 작은 뱀이었다.
산군이 손을 들자 실뱀이 눈을 뜨며 슬금슬금 그의 손으로 옮겨가 손목에 휘리릭 감겨 팔찌처럼 변했다.
“애적사(愛跡蛇)라는 물건으로 한쌍으로 태어나는 영수를 보패로 제련한 것입니다. 한 쌍씩 차고 있으면 어디에 있다 해도 찾을 수 있지요.”
‘애적사라니….’
애적사는 소설 속에서도 등장한 적 있었다.
‘주인공 좋아하는 히로인이 연모의 감정을 담아 주었던 것인데….’
연인끼리 주고받는 물건이었다.
산군은 영 찜찜한 표정을 짓다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소녀의 청을 하나 들어 주시겠습니까.”
“들어보지.”
“산군님께서는 영화 영수로서 아직 둔갑을 깨우치지는 못하셨을 겁니다. 천시뇌겁을 치러 겁화에 성공한 것도 아닌데 어찌 둔갑을 하신 겁니까?”
그녀의 말처럼 영화는 둔갑을 사용하지 못한다.
특성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대체론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
영결은 되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산군은 잠시 머뭇거리며 털어놓아도 괜찮을까 생각하다 이내 설명했다. 굳이 숨길 만한 것도 아니고, 그녀의 호의를 사두는 건 나쁘지 않았기에.
“그렇군요. 역근환이라…. 그렇담 혹시 그것을 한알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것을? 그대에게는 필요치 않은 물건일 텐데?”
이미 둔갑을 사용할 수 있는 그녀가 이런 것을 무엇하러 달라는 걸까.
산군은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했다.
“다 쓸데가 있사옵니다. 그것을 한 알 내주신다면 이것을 드리지요.”
홍연은 그리 말하며 소매에서 작은 향낭 하나를 보였다.
푸른 비단에 감싸져 있는 녀석이었다.
“냄새를 지워주는 돌 소나무의 향낭입니다. 정신을 맑게 해주고 심신을 진정시키는 향을 내뿜는 귀한 칩향낭이지요.”
“냄새라….”
“산군님은 둔갑은 하셨지만, 아직 범의 냄새가 짙으니 이것을 지니시면 정체가 밝혀지실 일은 적겠지요.”
확실히.
우둔산 놈들은 전부 죽여 버릴 것이니 상관없지만, 앞일을 생각하면 기운은 숨길 수 있어도 냄새는 숨길 수 없으니 있어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역근환도 어차피 몇 개 남아있기도 했고, 재료만 모이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것이니 칩향낭과 교환한다면 그에게는 이득이었다.
‘나쁠 것 없지.’
산군은 기쁘게 역근환 한알과 향낭을 바꾸고는 품에 집어넣었다.
은은하게 올라오는 돌 소나무 향이 그의 머리를 맑게 만들었다.
“그럼 다음에.”
“예, 기대하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숲속으로 사라지는 산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홍연은 입꼬리를 올렸다.
“다음에 볼 때가 기대 되네요.”
* * *
같은 시각.
백산의 천호군에는 푸른 도포를 휘날리는 사내 한명이 황갈색의 털 하나를 잡고 이리저리 눈여겨보았다.
“이곳이 놈이 지냈던 곳이 맞더냐.”
“아, 아이고! 무, 물론입지요! 백마을 사람이 산군을 모르겠습니까….”
푸른 도포의 사내는 노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털 한올을 나침반과 흡사한 도구에 넣었다.
이것은 추침판(追針判)이라는 보패로 찾고자 하는 이의 털이나 피, 살 조각만 있다면 어디에 있는 찾을 수 있는 보패였다.
손바닥만 한 추침판이 부르르 떨더니 안에 담긴 바늘이 휘리릭 돌다 우뚝 멈췄다.
“흠, 남동쪽이라….”
사내는 잠시 콧잔등을 긁적이다 옆에 서 있는 다른 사내를 바라봤다.
“녹봉 그놈 탓에 괜히 우리만 개고생을 하는군.”
“너무 그러지 말게. 녹봉 또한 그에 합당한 벌을 받고 있지 않나.”
“그렇다 하들 우리가 고생을 하는 건 달라지지 않지.”
이 둘은, 도선 도사로 녹봉 도사와 같은 줄에 위치한 무당 도선들이었다.
녹봉이 도봉환 여성을 빼앗겨 벌을 받고 있으니, 동문 도선 둘이 백산의 산군이란 놈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
“그리 불평한다 한들 달라질 게 무엇인가. 아평(兒平), 이왕 하기로 한 것이니 어서 그 범을 잡도록 하세나.”
“금명(金銘) 자네는 너무 성격이 유순한 것이 탈이야. 그러니 사형들이 자네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걸세.”
“사형들 심부름 정도야 사제로서 당연하지.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러나.”
“에라이, 됐네. 내 이래서 자네와 가담항설(街談巷說)도 나누지 않는 것이야!”
사내 둘은 연신 티격태격하며 검선 여럿과 백산을 내려갔다.